망량의 상자 - 상 백귀야행(교고쿠도) 시리즈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 손안의책 / 2005년 6월
구판절판


"확률이라는 건 말이지, 요컨대 궤변일세. 맞지 않는 미래 예지를 꼭 맞을 것처럼 보이게 하는 숫자의 속임수지. 예를 들어 내일 비가 내릴 확률이 5할이라고 하세. 이건 비가 내리든 날씨가 맑든 적중한 게 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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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고쿠도는 가끔 사람의 머리를 탁하고 깨우쳐주는 듯한 말을 할 때가 있다니까. 그래서 더욱 사이비 교주 같은 걸지도 몰라... 나도 모르게 그의 말에 빠져들어서 입을 헤~ 벌리고 있다가, 침이라도 툭 떨어져 버려야 정신이 난다니까. -3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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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킵 - 시간을 뛰어넘어 나를 만나다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오유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스킵>을 처음에 손에 들기 시작했을 때, 나는 '이 책이 엔터테인먼트 소설인 줄 미리 알았다면 좀더 가볍게 시작했을 텐데' 하고 푸념을 했었다. 미스터리 소설로서의 장르성을 기대하고 책을 골랐던 내겐, 왠지 허무한 이야기라고까지 생각됐었다.

그런데, 다 읽고 났더니, 한 백 페이지 읽고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라고 쉽게 말해 버린 것이 미안해졌다. 그래서 슬그머니 덧글을 단다.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그래도 이를 악물고 끝까지 버텨내 보려 하는 각오가 왠지 마음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만화 같은 결말이 아니어서 더욱 그랬다.
솔직히 말하면, 내가 몇 십년을 날아와 갑자기 고등학생에서 중년의 여교사가 되었더라면, 난 절대로 그렇게 못할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고등학교의 시절의 나를 그렇게 침착하고 그렇게 옹골찬 사람으로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러했다. 치기 어리고 불안정하며, 서투르게 성숙해지고 싶었던, 그래서 더욱 우스꽝스럽고 더욱 촌스러웠던 시절. 부모님과 세상에 대한 짜증스러운 결벽증에, 뭐하나 마음의 심지가 되지 못해 여기저기 휩쓸려만 가던 마음.
17살의 내가 단 십 년을 날아와 27살의 성인이 되었다고 해도 난 절대로 그렇게 침착할 수 없다. 하물며 25년씩이야.
'어머니, 아버지, 저는 이제 다시는 당신들을 볼 수 없어요.' (521) 라니.. 난 그렇게 내 마음을 추스리지 못한다.

그래서 그런 서러운 눈물로 마음을 쓸어안아 버리는 그녀가 얼마나 이를 악물고 있는 건지, 얼마나 사력을 다해 서 있는 건지 상상할 수가 없다. 아마도 엄지발가락이 새하얘지도록 힘을 주고 서있으리라.

29살의 교사인 나는 결코 사력을 다해 살고 있지 않는데, 어딘가의 마리코는 사력을 다해 삶을 살아내고 있다. 그녀의 이를 악문 모습에 이 글을 쓰지 않을 수가 없다. 힘내라. 마리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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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놓고 근1년이 지나서야 이 책을 집어들게 된 건,
교고쿠도에 들어서면 얼마나 현기증이 나는 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 알고 있어도 책이 나오자마자 냉큼 산 걸 보면 이 정도는 각오가 되어 있다는 걸 텐데,
이건 몸으로 겪은 거라 머리의 명령을 몸이 거부하고 있이다.
아~~~ 300페이지 정도 읽었더니 교코쿠도의 장황설에 벌써 정신이 혼미해진 건지
나도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두 권이나 하는 이 시꺼먼 책을 들고 읽으면서 앞으로 얼마나 더 깜짝깜짝 놀라야 할지 가늠이 안된다.
<우부메의 여름>과는 수준이 확연히 다르다.
<우부메의 여름> 정도는 몸풀기랄까.
끝없이 나오는 그 상자들은 도대체 뭐고, 왜 자꾸 토막난 팔 다리가 계속 발견된단 말이냣!!
<우부메의 여름>을 읽을 땐 트릭의 이해가 가네 안가네, 동의할 수 있네 없네의 차원이었다면, 이제 <망량의 상자>는 이해의 수준을 넘어섰다. 교고쿠도의 말대로 오컬트다. 그것도 대놓고.
그대로 나름대로 속도도 제법 나는 편이고, 이미 축축한 늪에 발을 담근 이상 이제 와서 돌아나갈 수 없다. 교고쿠도. 갈 때까지 가보자. 이번엔 뭐가 나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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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ni 2006-06-27 0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고쿠도 시리즈는 정말... 그 장광설을 듣다가 정신이 혼미해지는 기분이에요. 그게 교고쿠도의 매력이기도 하겠지만요.^^

애쉬 2006-06-27 0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초반에 속도가 막 붙다가, 교고쿠도 만나곤 지지부진입니다. 영능력자가 어쩌고, 초능력자는 어쩌구, 점술사는 어쩌구 하면서 시작하는데.. 저는 도리구치처럼 명쾌하게 정리가 안되더라구요. 현기증만 나고~
 



앗!!!!!! 여자가 아니잖아!!!!
당연히 여자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괜히 찾아봤나봐..에이씨~

그래도 벌써 봐버렸으니, 할 수 없는 일이지.
덤으로 싸인이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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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6-23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저도 여잔줄 알았는데요 ㅠ.ㅠ;;;

BRINY 2006-06-23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20대의 청순 문학 소녀 출신이라고 생각했었다가...

애쉬 2006-06-25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맘좋게 생긴 아저씨라고는... 이제 <스킵> 한 열 페이지 남았는데, 왠지 느낌이 이상해져 버렸어요.ㅋ
 
스킵 - 시간을 뛰어넘어 나를 만나다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오유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5월
품절


독서 감상문을 쓸 때 가장 난감한 건, 하고 싶은 말이 하나도 없을 때거든. 그저 느낀 점을 쓰라는 것이면 '지루해다, 딱히 느낀 바가 없다.'로 끝나는 경우가 태반이니까. 뭔가를 느낀다는 것 자체도 대단한 능력이지. 설사 뭔가 느꼈다고 하더라도 뭐라고 말로 표현하기에 두루뭉술한 생각 덩어리일 때도 많고. 하지만 과제이니 뭐라도 써야 하니까, 할 수 없이 마음에도 없는 말을 지어내서 쓰는 거야. 그렇게 따지고 보면 독서 감상문이란 결국 닥치면 아무 말이나 꾸며서 쓸 수 있는, 그런 아주 어른스러운 능력을 가늠하기 위한 시험인가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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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당히 동감.
리뷰를 쓰는 것도 비슷하니까. 정말 뭔가 느끼는 것만으로도 대단해.
그래서 독서량에 비해 리뷰의 양은 아주 미미한 거지, 나의 경우.
결국 어른스러운 능력이 없다는 건가??ㅋ
-26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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