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말하면, 데니스 루헤인에 대한 대단한 호평에도 불구하고,
그간의 작품들이 나에겐 딱히 각별하지 않았다.
사색의 여지가 뻥뻥 뚫려 있는 작품들의 분위기가 매혹적이긴 했지만,
지나치게 음울하고 늘 고뇌하는 주인공들은 뭔가 버겁다고나 할까.
그래서 사기 망설여졌던 책인데, 신뢰할만한 리뷰어의 파격적인 극찬에 혹하는 마음이 생겼고, 무엇보다 탐정 시리즈라는 것에 마음이 동했다.
게다가 남녀 커플 탐정단이라니..
데니스 루헤인의 글발이야 기본으로 먹어주는 거고,
설정도 이 정도면 밑지는 장사는 아니겠다 싶어 집어들었다.
1권은 다 보고 2권으로 넘어가려는 찰나.
이 글을 쓰려고 잠시 멈추긴 했는데, 지금까지는 거의 400% 만족!!!
어깨에 힘이 좀 더 빠지고, 좀더 상스러워지고, 좀더 솔직해진 데니스 루헤인. 멋져~
특히 캐릭터 묘사는 거의 끝장이다.
켄지와 앤지 두 주인공 뿐만 아니라. 준주인공급인 두 형사 브루사드와 풀레. 눈 앞에서 살아 돌아다니는 것 같다.
가장 놀라웠던 묘사는 치즈 올라먼에 대한 것.
" 경멸의 14년이 근육으로 쌓였고, 촌스런 사투리에 대한 조롱과 학대의 14년, 굴욕과 분노의 14년이 그의 뱃속에서 뜨겁고 단단한 폭탄으로 뭉쳐지고 있었다." (188)
캬~
아, 그만 쓰고 2권으로 넘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