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데니스 루헤인에 대한 대단한 호평에도 불구하고,
그간의 작품들이 나에겐 딱히 각별하지 않았다.
사색의 여지가 뻥뻥 뚫려 있는 작품들의 분위기가 매혹적이긴 했지만,
지나치게 음울하고 늘 고뇌하는 주인공들은 뭔가 버겁다고나 할까.
그래서 사기 망설여졌던 책인데, 신뢰할만한 리뷰어의 파격적인 극찬에 혹하는 마음이 생겼고, 무엇보다 탐정 시리즈라는 것에 마음이 동했다.
게다가 남녀 커플 탐정단이라니..
데니스 루헤인의 글발이야 기본으로 먹어주는 거고,
설정도 이 정도면 밑지는 장사는 아니겠다 싶어 집어들었다.

1권은 다 보고 2권으로 넘어가려는 찰나.
이 글을 쓰려고 잠시 멈추긴 했는데, 지금까지는 거의 400% 만족!!!
어깨에 힘이 좀 더 빠지고, 좀더 상스러워지고, 좀더 솔직해진 데니스 루헤인. 멋져~
특히 캐릭터 묘사는 거의 끝장이다.
켄지와 앤지 두 주인공 뿐만 아니라. 준주인공급인 두 형사 브루사드와 풀레. 눈 앞에서 살아 돌아다니는 것 같다.
가장 놀라웠던 묘사는 치즈 올라먼에 대한 것.
" 경멸의 14년이 근육으로 쌓였고, 촌스런 사투리에 대한 조롱과 학대의 14년, 굴욕과 분노의 14년이 그의 뱃속에서 뜨겁고 단단한 폭탄으로 뭉쳐지고 있었다." (188)
캬~

아, 그만 쓰고 2권으로 넘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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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쉬 2006-10-04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고 리얼한 비속어와 은어들의 난무. 번역자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

하이드 2006-10-04 15: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다이님에 이어 애쉬님까지 아무리 지름성 리뷰/페이퍼를 쓰셔도 억지로 두권으로 나누어 낸 책은 절대로 사줄 수 없다는 마음. 입니다. 끙.

물만두 2006-10-04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투를 번역을 참 잘했죠^^ 제다이님과 팍팍 밀기로 했어요^^ 애쉬님도 같이 밀어보아요~

애쉬 2006-10-04 1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제다이님 리뷰, 장난 아니었어요~~~
하이드님, 분권은 저도 유감이지만..ㅜ.ㅜ <비를 바라는 기도>는 다행이 한 권이니, 어떻게 한번 고려해보심이...ㅋ

하이드 2006-10-04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권만 아니라면, 얼마든지 삽니다. ^^ 비를 바라는 기도.는 보관함에 들어갔어요. 이 작가 미스틱 리버.랑 살인자들의 섬. 둘 다 제게는 별로였던지라, 별 기대는 안 하지만, 읽어봐야겠어요.
 

 

 

 


부록으로 들어있는 우라사와 나오키와 데츠카 오사무의 아들의 대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우라사와 나오키가 그렇게 젊다니..
웹상에서 떠돌아다니는 우라사와 나오키의 모습은 어리숙한 큰 안경을 쓴 젊은 모습인데, 흑백사진이어서 그런지 제법 오래전 사진으로 보였었다. 그래서 못해도 흰머리가 슬쩍슬쩍 비치는 연배일거라 생각했는데.. 이런..
비단, 사진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의 그의 작품들을 살펴보면, 이건 보통 사람이 그릴 수 있는 게 아니거든.
인간과 세계에 대한 넓은 이해와
기쁨과 슬픔에 관한 깊은 성찰이 없고서는
이런 작품들 그릴 수 없다고, 단언할 수 있으니까.
그러니 그는 아마도 100살이 넘었다고 해도 믿어졌을 텐데.
이렇게 젊은 모습을 줄이야.
하지만, 그래도 안심이다. 앞으로 더 많은 작품을 낼 수 있을 테니.

데츠카 오사무의 원작을 보지 않는 입장에서,
어떤 변용과 어떤 오마주가 녹아있는 지는 알 수 없지만,
우라사와 나오키 만으로도 만족한다.
주인공인 게지히트의 눈빛만으로도 만족한다.
이런 눈빛을 그릴 수 있는 사람은 우라사와 나오키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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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은 연달아 보면 안된다.
공허해.

어차피 엔터테인먼트 소설이긴 하지만, 언제나 엔터테인먼트만을 즐길 수는 없는 거니까.
<백야행>처럼 차라리 긴 이야기가 낫다.
1권짜리 짧은 이야기들은, 그 뻔한 제목 때문에
한큐에 읽지 않으면, 왠지 안 읽게 된다.
쉬는 시간에 띄엄띄엄 읽어야 하는 입장으로선 좀 불안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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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잘 웃는 작가인 거 같다.
책에 나온 것보다 나이가 들긴 했지만, 이 모습이 더 어울린다.


(원서 표지 : 우리나라 표지가 더 마음에 든다. 겉지가 따로 없는 양장본도 좋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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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새없이 바쁘다 살아가다가,
피가 나오지 않으면 진행되지 않는 급박한 미스터리 소설만 시종 읽다가,
가끔 이런 책을 만나면, 시차 적응 하느라 시간이 좀 걸린다.
눈도 먹먹해지고 귀도 멍멍해지는 게 에피소드 두어개 정도를 읽고나야
아~ 그렇구나 하는 감이 잡힌다.
저 혼자만의 속도로 천천히 돌아가는 이런 책들을 만나면,
딱히 가슴을 두둥 하고 치는 건 없어도
가슴 한 구석이 윙~하고 진동을 시작한다.
좋다.

한장 한장 넘기면서 계속 생각난 만화가 있다.
니시 케이코의 <3번가의 기적>
집에 가서 다시 들춰봐야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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