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적으로 그리고 과학적으로 너무나 허술한 이야기지만,
연애소설로 읽기엔 딱인 책이다.
때론 길게 연표라도 그려서 그들의 행적을 빠짐없이 따라가 보고 싶다는 충동이 일기도 하는데, 그냥 감정을 따라가는 것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그게 좋을 거 같다.
사실, 시간여행을 할 수 있다는 헨리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사랑에 빠질 준비는 90% 이상 되어 버린 거여서, 뭐라 반박할만한 꺼리가 없다. 그들의 사랑에 대해.
여섯살 때부터 이미 사랑에 빠졌고, 앞으로 사랑에 빠질 것이라는 걸 알아버린 사람들이라는데, 다른 설명이 필요없지 않겠는가.
사랑에 빠지기까지의 두근거림과 미더움, 불안과 확신, 사랑에 빠진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는 관계에 대한 불안정과 외로움. 이런 것들을 그려내는 게 연애소설이라고 한다면, 그런 면에선 이 소설은 좀 다르다고 해야 하겠다.

구스 반 산트 감독에 의해 영화화가 된다던데, 영화로 보는 것도 괜찮을 거 같단 생각이 들었다. 어쩜, 영화가 더 나을 것 같다는 기대까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침대 옆에 두고 잠자리에서 한 편씩 읽고 있다.
단편소설을 줄줄이 계속해서 읽기 힘들어서 생각한 방법인데, 한편 볼 때 쯤이면 적당히 졸려져서 딱 좋다고 생각했다.
근데, 이 건 아니다. 슬금슬금 눈이 감겨 오다가 완전 확 깨버렸다.
하성란의 다른 작품으로는 <삿포로 여인숙> 밖에 본 적이 없는데,
이 정도는 아니었거든.
미스터리적인 요소를 즐겨 쓰고, 능수능란하게 쓸 줄 아는 작가란 건 대강 파악했는데,
그녀의 능력은 단편소설에서 확실히 드러나는 듯 하다.

아직 다 읽진 못했지만, <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 헉 하고 놀랄 만했고,
<밤의 밀렵> 엄청났다. 앞으로 남은 이야기들도 기대된다.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애쉬 2006-10-21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뒤늦게 읽은 <새끼손가락>, 환상적이다!!!
 

 

 

 


치밀하고 정교한 트릭이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규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부분에 전혀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나로서는 본격미스터리는 빠져 죽으려고 해도 절대로 빠져지지 않는 접시물 같은 장르였다.
(요즘 현대 미스터리-특히 스릴러-에서는 그 자리를 '깜짝놀랄만한 반전'이 대신하는 듯 한데, 역시 이것도 그다지 ...)
그러나 그렇다고는 해도 본격미스터리는 미스터리의 자궁이므로, 뭐랄까 밑도끝도없는 회귀본능이 꿈틀댈 때가 있다. 그럴 때 보려고 틈틈히 사두었던 본격미스터리 또는 고전 미스터리들을 하나 꺼냈다.

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적당히 옛스럽고, 적당히 호들갑스러운 점이 좋다. 특히 이 부분,

... 혹시라도 사건이 일어날 경우, 경찰 당국이 얼마나 속을 썩을지는 짐작하고도 남을 터.
그런데 그곳에서 사건이 일어났던 것이다!
그것도, 아아, 그것도 너무나 무서운 사건이었다. ... (10)

마치 어깨에 힘이 빡 들어간 변사가 한쪽에서 말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
그랬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다~~ 하고.  

<혼징 살인사건>은 아직 읽지 않아서 처음 만나는 긴다이치 코스케 탐정 (본인 입으로 '명'탐정 이라고 소개하는데.. 나참..) 은, 예상했던 그대로의 모습이다. ㅋ
300페이지 정도 읽었는데, 그는 벌써 문제를 다 푼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역시 우리에겐 아직 가르쳐줄 생각이 없다. 저 혼자만 다 알았다고 잘난척 할 뿐.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물만두 2006-10-12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징에서는 풋내기라 오히려 신선합니다^^
 

 

 

 


마침 가나와의 평가전이 있다고 해서 이 책이 생각났다.
사둔 건 한참인데, 여태 까먹고 있다가 이제야 생각났다.
안그래도 전에 읽은 책이 가슴 아프고 머리 아픈 책이어서 좀 웃긴 이야기가 필요했는데,
왠지 그래 보이기도 했고.
예상대로 술술 읽히고 있다.
지금 막 아내는 반칙성 플레이로 선수교체를 하려고 하는데,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참, 근데 책 표지 참 후지다. 이게 뭐니, 이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가라, 아이야, 가라 1 밀리언셀러 클럽 46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런 이야기, 정말 싫다.
이런 선택을 해야 하는 것도 정말 싫고,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어야 하는 것도 정말 싫다.

처음엔 평범한 유괴 사건으로 시작되었다. 이야기가 돌아가는 상황상 유아성범죄나 마약상들의 더러운 거래 이야기가 끼어들 수도 있겠다는 것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다. 그런데, 2권 중반부터 모든 게 틀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켄지와 제나로 콤비처럼, 풀레와 브루사드 형사가 너무 좋았고, 네살배기 어린애를 방치해두고 술집이나 전전하는 헬렌을 신물나도록 경멸했다. 갖은 고문과 이해할 수도 없는 온갖 변태적인 행위로 아이를 죽여버리는 사이코들은 죽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했다. 켄지와 브루사드가 그 사이코들의 머리를 날려버릴 때, 나도 그들과 총을 들고 있었다면 분명히 걸레처럼 너덜해지도록 총질을 해댔을 것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되어가는 거냐고??
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잖아. 그날 밤 놀이터에서 브루사드와 술을 마시는 게 아니었어. 그 모든 상황을 의심해 보는 게 아니었어. 그냥 아만다는 차가운 물 속에 가라앉아 죽어버렸다고 생각하는 게 낫잖아.

그 마지막 선택에 대하여, 솔직히 나는 켄지의 편을 들어줄 수가 없다. 아니, 그렇다고 제나로의 뜻에 동감한다 해도, 두고두고 가슴에 돌덩이를 짊어진 채 살아야 했겠지. 결국 해결점은 하나밖에 없어. 신을 욕하는 것. 왜 이런 어머니를 만들었으며, 왜 이런 사이코들을 만들었으며, 왜 이런 희생자들을 만들었는지를. 절대로 대답을 들려줄 리가 없는 신에게 모든 짐을 짊어지게 하는 것 밖에 해결책이 없다.
이렇게 대책 없는 문제들이 널려 있는 게 이 세상이란 말이지. 말도 안되는 선택을 해야만 하는 것도 이 세상이란 말이지. 아.. 정말로 싫다.

데니스 루헤인은 왜 이런 문제를 굳이 끄집어 내는 거야. 그냥 산뜻하게 이야기를 끝내버릴 수도 있었잖아. 왜 사람 마음을 갈고리로 벅벅 긁어서 헤집어 버리는 거야. 아, 당신 정말 밉다.
도대체 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읽으란 말야.
도대체 나더러 어쩌라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