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밀하고 정교한 트릭이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규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부분에 전혀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나로서는 본격미스터리는 빠져 죽으려고 해도 절대로 빠져지지 않는 접시물 같은 장르였다.
(요즘 현대 미스터리-특히 스릴러-에서는 그 자리를 '깜짝놀랄만한 반전'이 대신하는 듯 한데, 역시 이것도 그다지 ...)
그러나 그렇다고는 해도 본격미스터리는 미스터리의 자궁이므로, 뭐랄까 밑도끝도없는 회귀본능이 꿈틀댈 때가 있다. 그럴 때 보려고 틈틈히 사두었던 본격미스터리 또는 고전 미스터리들을 하나 꺼냈다.
2차 세계대전 종전 직후를 배경으로 하는 만큼 적당히 옛스럽고, 적당히 호들갑스러운 점이 좋다. 특히 이 부분,
... 혹시라도 사건이 일어날 경우, 경찰 당국이 얼마나 속을 썩을지는 짐작하고도 남을 터.
그런데 그곳에서 사건이 일어났던 것이다!
그것도, 아아, 그것도 너무나 무서운 사건이었다. ... (10)
마치 어깨에 힘이 빡 들어간 변사가 한쪽에서 말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
그랬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것이다~~ 하고.
<혼징 살인사건>은 아직 읽지 않아서 처음 만나는 긴다이치 코스케 탐정 (본인 입으로 '명'탐정 이라고 소개하는데.. 나참..) 은, 예상했던 그대로의 모습이다. ㅋ
300페이지 정도 읽었는데, 그는 벌써 문제를 다 푼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역시 우리에겐 아직 가르쳐줄 생각이 없다. 저 혼자만 다 알았다고 잘난척 할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