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음악과는 별개로,
나는 이상은. 이라는 아티스트를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
음악을 좋아하면 그 음악을 만들고 부른 아티스트도 좋아하는 게 당연한 일일진대,
이상은 만큼은 그게 쉽게 연결되지 않는다.
뭐. 그렇다고 싫어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할만큼 잘 알고 있는 건 아니지만,
음악만으로 만나본 그녀에 대해 개인적인 느낌을 말하자면 그렇다는 거다.
그 이유가 뭘까 하고 어제 남편과 이야기를 했는데,
놀랍도록 비슷한 느낌을 가지고 있더라.
내 느낌은 이런 거다.
하늘로 훨훨 날아가지도 못하고 땅에 굳건히 서있지도 못하는 불안한 느낌.
늘 떠다니고 있으면서도 언젠가 어디에서 안착하고 싶다는 강박감.
어딘가에서 멈춰 있으면서도 늘 떠나야 한다고 자신을 다그치는 듯한 과민함.
아주 좋아하는 그녀의 목소리조차도 낮은 음과 높은 음 사이의 긴장이 늘 파르르 존재한다.
이 모든 걸 얇은 습자지로 덧대어 놓은 듯 느껴지게 한다는 것도 그녀 음악의 장점이라면 장점이겠지만, 그게 뭔가 감정의 교류를 방해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렇게 장황하게 쓰는 이유는,
놀랍게도, 이번 앨범에서는 그런 느낌이 거의 사라졌다는 것이다.
13집까지의 긴 여정을 날아오는 동안 그녀는 정말 자유로워진 것일까.
음반은 처음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들린 곡이 '삶은 여행'이었다면,
두고두고 귀를 잡는 곡은 이 곡이다. 멜로디도 좋지만, 연주가 으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