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의 전설
데이비드 밴 지음, 조영학 옮김 / arte(아르테)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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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럴수가. 장편소설이 아니었구나. 하나의 이야기라고 믿고 읽어서 몇번을 다시 읽고, 몇번을 다시 되새겼다. 죽은 사람이 살아난 거야? 아들이 죽은 거야, 아버지가 죽은 거야? 따위의 기본적인 내용 파악까지 엉켜버렸는데도 불구하고, 흡사 소설의 한 대목같던 작가의 말까지 다 읽고 나면 무언가 납득되고 무언가 정리된다.
자신을 남기고 자살한 아버지, 아버지를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 아버지를 죽인 건 내가 아닐까 하는 무서운 의문들이 열세살 소년의 마음에 깊은 생채기를 냈다. 피가 흐르고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것을 보면서도 그 위에 또다시 상처를 새기고야 마는 고통의 시절을 살았던 작가는 이제 이 상처를 소설로 치유하고자 한다. 그 치유의 길이 메마르고 적막하며 처절했던 수콴섬의 모습으로 되살아나 작가를 이리저리 밀치고 아버지를 이리저리 몰아댄다.
작가의 이 끔찍한 상념들은 분명 구원의 과정이었으리라. 누군가에게 구원이란 이토록 혹독하고 참담한 과정일 수 있다는 것, 그러나 그길을 힘내서 걸어갈 누군가와 두손에 땀이 흥건하도록 그를 응원하는 독자들이 있다는 것, 그것이 문학의 존재이유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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