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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의 뒤 풍경
케이트 앳킨슨 지음, 이정미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현재를 직시하기 위해서는 과거를 들여다 볼 줄 알아야 한다. .. 는 것쯤은 잘 알고 있다. 지금의 나를 알기 위해서는 나의 부모, 부모의 부모, 그들의 형제를 알아야 한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가계도를 따라 그들의 이야기를 찬찬히 손으로 짚으며 가지를 뻗어간다는 게 드라마를 보듯 흥미진진한 얘기가 아니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오히려 나는 가족 이야기가 대부분은 지긋지긋하고, 내가 `어딘가에 속해있는 누구`라는 존재 규정 자체가 지리멸렬 하다.
이 이야기도 그렇다. 4대에 걸친 다양한 인물들은 거의 비극적으로 죽거나 가정을 버리거나 아이를 버린다. 거대한 역사적 물결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했다. 일상이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지독하게 불친절하고 매사에 부정적이며 늘 사춘기 아이들처럼 불안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고향을 그리워하고 자녀를 사랑하며 부모를 측은하게 생각한다. 그 오만잡다한 감정들이 가족이라는 이름 안에서 소용돌이를 치고 있다.
그러므로 <박물관의 `뒤` 풍경> 이라는 제목은 매우 적절하다. 현재의 삶에 존재하는 사소한 소품들로 과거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전개 방식도 매우 매력적이다. 현재에 주석처럼 달린 과거. 그게 바로 우리의 삶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