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크릿 쇼핑 - "성형도 쇼핑이다!"
피현정 지음 / 아우름(Aurum)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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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으로 개학을 하고 나면 알 수 없는 얼굴이 여럿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몇 달간의 공백기에 성형을 하고 돌아온다는 거지요. 농담으로 했던 말이었는데 고등학교 시절 개학을 하고 학교에 가니 모르는 사람이 제 팔을 붙잡더군요. 그것도 아주 친근한 말투로 제 이름을 부르면서요. 알고 보니 제 친구가 방학 동안 성형을 했고 미처 붓기가 빠지지 않은 상태에서 학교에 온 것이었습니다.

언제부턴가 성형 열풍이 불기 시작했고 연예인뿐만이 아니라 일반인까지 자연스럽게 성형을 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전 같으면 성형을 했다는 사실 자체에 거부감이 큰 터라 연예인도 성형 사실을 밝히지 않으려 했는데 이제는 도리어 성형을 하고 그 사실을 숨긴다는 것이 비난을 받습니다. 성형 자체에 거부감이 많이 줄어든 것이지요.

그런데 어느 방송을 보니 성형수술을 하는 의사가 전문의가 아닌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몸을 성형하는 경우도 없지는 않지만 성형하면 흔히 겉으로 드러나는 얼굴을 떠올립니다. 그런데 그런 얼굴을 수술하는 의사가 전문의가 아니라니 경악스럽더군요. 드러나지 않는 부분이라도 이상이 생기면 큰일인데도 말이지요. 물론 전문의가 아니더라도 성형 쪽에 경험도 많고 능력 있는 의사분들도 꽤 되겠지만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성형 수술을 하는 의사는 당연히 성형 전문의입니다. 결국 자신도 모르게 바라지 않는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 책 '시크릿 쇼핑'이 강조하는 것이 바로 그 점입니다. 화장품 하나를 살 때도 부작용은 없는지, 자신에게 잘 맞는 것인지 요모조모 꼼꼼하게 따져보는 것이 보통입니다. 그런데 자신의 몸을 바꾸는 중대한 결정인 성형 수술을 입소문에 따라 대충 선택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일까요. 자신의 몸을 바꾸는 선택을 '모 아니면 도'로 선택하는 셈입니다. 결국 굉장히 위험하고 후회할 선택이지요.

어느 광고에서 나왔듯이 자신의 진정한 아름다움은 본연의 모습이라고 생각하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도 좋습니다. 허나 굳이 해야 한다면 최소한 10번 이상은 신중하게 생각하고 반드시 성형 전문의에 상담하는 게 당연합니다. 자신의 몸을 변화시키는 결정이며 '수술'이라는 것을 생각해서 하나하나 신중하게 선택해나가야 하구요.

그래서 이 책 '시크릿 쇼핑'에서는 성형에 대한 일반적인 평부터 부위별 수술 방법까지 성형에 관한 다양한 내용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전에 비해 성형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 되었으니 충동적 선택이 아니라 콤플렉스를 없애기 위해서나, 연예인과 비슷하게 해달라는 무분별한 선택이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로의 변신을 위해 성형을 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말합니다. 어디까지나 아픈 것을 감수하는 것은 본인이니까요.

그리고 얼굴 부위별 성형법부터 몸의 다른 부분 성형법, 성형을 하지 않고 화장품의 효과로 대체하는 것 등을 다루고 있습니다. 성형을 다룬 책이라 성형법에 대한 상세한 사진이 나와 있으면 어떻게 하나하는 걱정도 했는데 상세한 설명은 하지만 사진이 아니라 그림으로 표현해서 보기에 부담스럽지는 않은 편입니다. 그래도 그 장면을 상상하게 되서 약간은 무서운 생각이 들더군요. 그리고 각 시술법의 시술시간, 마취방법, 입원치료 필요여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흘러야 일상생활이 가능한지도 표기하고 있는데요. 이 부분이 좋았습니다. 실제로 성형을 고려하고 있는 분이라면 가장 궁금할 4가지라서요.

얼굴의 경우 다크서클도 없애는 성형이 있다는 것은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네요. 화장품으로 대체하는 것은 성형에 비해서 효과는 미미하겠지만 나름 궁금했던 부분이라 유익했구요. 부록으로 성형에 대한 주요 궁금증 99가지를 답해주는 것과 뷰티에디터가 추천한 성형외과 가이드까지 붙어 있어서 성형에 대한 여러 궁금증을 풀기에는 충분했습니다.

선택의 결국 자신의 몫이니까요. 음식을 먹을 때도 그 안의 성분을 궁금해 하는데요. 자신의 몸에 무언가를 집어넣거나 깎아내는 대수술을 하면서 그 상황에 대해서 알아두는 것이 반드시 필요할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성형을 고려하고 있다면 그리고 자신을 위한 합리적인 선택을 하려면 읽어둬야 할 책 '시크릿 쇼핑' 유익한 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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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자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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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거짓말은 더 큰 거짓말을 낳는다고 합니다. 자신이 한 거짓말을 덮기 위해서 또 다른 거짓말로 자신이 말한 거짓을 유지시키려고 하는 거지요. 그렇다면 죄는 어떨까요. '하나의 죄를 덮기 위한 또 다른 죄를 짓는다' 그게 이 책 '추적자'의 주요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작은 이렇습니다. 이노 식당에서 한가롭게 식사를 하던 한 남자가 경찰에게 포위됩니다. 그런데 이 남자가 그 상황을 보는 시선 자체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산탄총을 가지고 들어온 경관과 리볼버를 들고 엄호하고 있는 경관을 평가하듯이 따져봅니다. 그리고 그들이 틈을 보인 순간, 둘 모두를 해치우고 빠져나갈 타이밍을 읽어냅니다. 하지만 생각만 할 뿐 움직이지 않고 침묵을 지키는 남자.

이어 연행된 남자에게 붙여진 죄목은 살인입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당황할 만도 하건만 그의 태도는 태연하기만 합니다. 이쯤 되자 경찰 쪽에서 오히려 당황하게 됩니다. 남자의 초연한 태도, 수사과정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통찰력에 말이지요. 그 정도라면 남자는 엄청난 범죄자이거나 경찰 관련직에 있었던 경험자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남자의 과거가 슬슬 공개되더군요. 남자의 이름은 잭 리처, 군에 복무하다가 6개월 전에 정리해고 되었으며 군에 있을 때 13년 동안 수사 관련직에 있었다고 합니다. 그가 태연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수사관이었던 경험 탓도 있지만 본인이 생각했듯이 '적어도 이 읍에서는 그리고 꽤 오랫동안' 그가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살인사건에 운이 없어서 말려든 셈이지요. 담담하게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명해내는 잭. 허나 요일은 금요일이었고 알리바이를 증명하는 동안 교도소 구치구역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답니다. 주말 동안 인력이 없고 작은 마을 마그레이브에 있는 경찰서라 사람을 재울 수 있는 시설이 없다면서요. 이것도 짜증날 노릇인데 경찰 서장은 살인 현장에서 그를 봤다면서 거짓 증언을 합니다. 월요일이면 행적이 밝혀져 나갈 수 있을 테지만 주말 동안에는 꼼짝없이 교도소에 갇혀있게 된 것이지요.

또 피해자의 구두밑창에서 폴 허블이라는 은행가의 전화번호가 발견되고 이 남자가 '플루어리버스'라는 말을 듣고 일방적으로 자백을 하면서 일은 더 꼬여갑니다. 결국 잭과 허블은 꼼짝없이 교도소에서 주말을 보내게 됩니다. 그런데 스파이비라는 교도소직원이 두 사람을 구치 구역이 아니라 무기징역수와 같은 층에 의도적으로 머물게 하고 흉악범들이 두 사람에게 다가오지요.

한적한 작은 마을에서의 누명, 심약한 남자의 어이없는 자백, 생명을 노리는 계속되는 위협 등 흥밋거리가 숨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책이라 잘 시간을 줄여가면서 한 번에 다 읽었네요. 주인공이 이색적인 인물이라 더 마음에 든 책이었구요. 군에서 훈련 받았고 수사관으로도 일했기 때문에 신체적으로도 지적으로도 뛰어난 인물인 잭 리처. 군에서 정리 해고된 것을 자유라 받아들이는 방랑자라서 처음 사건에 말려들었을 때는 그저 귀찮은 일을 피하려고만 합니다. 마음만 먹으면 포위망을 뚫고 달아날 수도 있지만 순순히 수사에 응하고 혐의가 거둬지면 바로 그 마을을 떠나려고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살해된 남자가 바로 자신의 형 조 리처라는 것을 알고 난 이후 그의 행동이 급변합니다. 벗어나야 할 귀찮은 일이 아니라 반드시 해결해야 할 사건이 된 것이지요. 형이 매듭짓지 못한 사건을 풀어나가는 잭, 모든 열쇠는 '플루어리버스'에 들어있는 가운데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맞이합니다.

주인공이 매력 있는 인물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적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대응을 하는 편이라 추리물이 아니라 액션물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저자가 방송국에서 일했던 사람이라 그런지 장면을 상상하게 하는 면이 있구요. 이야기가 담백하면서도 화려한 맛이 있달까요. 자신의 능력을 확실히 파악하고 무모한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전술적으로 대응하는 사람이라 어떤 위험한 상황에 있더라도 '큰 배에 몸을 실은 듯한' 안정감을 가지고 그의 행동을 지켜보게 됩니다.

한 남자가 등장하면서 시작된 이야기가 한 남자가 떠나면서 마무리 되는 터라 왠지 서부극이 떠올랐습니다. 주인공이 워낙 매력적인 인물이기도 하고 마을 어디까지가 음모에 관련되어 있는 지 알 수 없어서 대부분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 때문에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구요. 그렇게 긴장을 했는데도 허를 찔리기도 했네요. 이어지는 사건을 따라가면서 열심히 진실의 그림자를 쫓았는데도 이야기 전개는 예상치를 넘어서 특히 마음에 든 책이었어요. 흥미로운 이야기, 매력적인 인물, 상상력을 자극하는 분위기가 맞물려서 더 좋았구요. 지금 막 책을 덮었는데 다음 권을 너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고독한 방랑자 잭 리처의 이야기 '추적자'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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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여성 No.1 신사임당
안영 지음 / 동이(위즈앤비즈)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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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이든 서양이든 여성 위인은 남성 위인의 수에 비해서 많지 않습니다. 시대상황상 여성의 사회진출이 적었던 탓이 크구요. 그래서 책에 등장하는 여성 위인은 아주 많이 알려진 인물이거나 전혀 들어보지 못한 인물인 경우가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알려진 인물이 적어서 어느 사람을 예로 들었을 때 누구나 다 대강은 알 수 있는 인물이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인 것이지요.

그런 면에서 신사임당은 꽤나 알려진 인물입니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재능 탓도 있지만 가장 크게 알려진 이유는 대학자 율곡 이이의 어머니라는 것 덕분입니다. 그래서 지금에 와서 꽤 비난의 목소리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자신의 재능만으로 인정받은 것이 아니라는 거지요. 그렇다 해도 사람의 재능의 경중은 논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많이 알려진 것이 본인의 탓도 아니라서요.

그래서 이 책 '대한민국 여성 No.1 신사임당'을 더 기대감을 가지고 펼쳤습니다. 누군가의 어머니이기 이전에 재능을 가진 문인이며 화가였던 신사임당을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잔칫집에서 얼룩이 묻은 치마에 포도송이를 그려주었다는 이야기나 신사임당이 그린 그림의 벌레를 닭이 쪼아 먹었다는 일화에서 볼 수 있는 문인이며 예술가였던 신사임당을 강조하길 바랐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제 기대감은 반은 채워지고 반은 실망스러웠습니다. 앞서 언급한 일화를 생생하게 묘사해주고 신사임당이 끊임없이 학문의 길을 정진하는 것을 보여주어서 재능 있는 한 사람이었던 신사임당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율곡 이이를 강조하는 것을 빠뜨리지 않았거든요.

물론 율곡 이이가 신사임당의 아들이고 유명한 학자인 것은 사실이지만 신사임당 본인에게 좀 더 초점을 맞추길 기대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이야기는 어느 정도 곁가지란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일곱 아이 중에서 강조된 아이는 그 정도라서요.

반면 아내를 자랑하는 남편을 위해서 쟁반에 포도송이를 탐스럽게 그려내기도 하고 인상적이게 본 것을 나중에 잊지 않고 그리기 위하여 기억해두려는 모습이나 길을 가다가 시를 읊고 그것을 아이들에게 외우게 하는 모습, 학문에 큰 뜻이 없는 남편 이원수와 달리 아이를 낳고 키우느라 피곤한데도 끊임없이 공부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하는 모습, 일곱 아이를 낳으면서 자신의 건강이 안 좋아지고 생활이 힘들어짐과 학문에 정진하는 것이 방해가 되는 것을 한탄하는 신사임당은 새로운 면모라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건강에 대한 불안감으로 남편에게 자신이 죽은 후에 재취를 들이지 말아달라고 요청하는 모습도 색달랐구요. 학문에 욕심이 있고 또 재능이 풍부했으며 힘든 시간에 고통스러워하기도 하는 개인 신사임당으로서의 모습이라 좋았습니다.

사실 한 사람의 인생에서는 여러 가지의 역할이 있습니다. 그 모든 모습을 합친 것이 그 사람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감히 '대한민국 여성 No.1'이라고 한 만큼 그만큼의 역량을 가진 재능 있는 사람으로서의 신사임당의 모습을 기대해서 서운한 마음이 들었네요. 전에 다룬 위인전보다는 그런 면모가 더 많이 드러나기는 했지만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었거든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위대한 어머니이기 이전에 뛰어난 문인이며 예술가의 면모를 보인 결혼하기 전의 이야기 쪽이 흥미로웠구요.

허나 어릴 적 읽었던 위인의 면모를 다시 짚어 볼 수 있었던 것, 특히 잔치집이나 당시의 정경을 묘사하는 것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좋았어요. 신사임당이 신행을 미룬 이야기나 시어머니가 양반이면서 생계를 위해 떡집을 했다는 부분도 이색적이었구요. 신사임당을 다시 떠올려 볼 수 있었던 기회라 나쁘지 않았어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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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쟈핑와 지음, 김윤진 옮김 / 이레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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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때 복도에 이런 글이 적혀 있는 액자가 있었습니다. '어려울 때 옆에 있어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다' 라는 문구 였지요. 지나칠 때마다 보게 되는 글귀에 저런 친구가 되어야지 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데 몇 년전 텔레비전 광고에 그냥 친구가 진짜 친구라는 문구가 등장했습니다. 그 광고를 보니 그 말도 틀린 말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구요. 이처럼 어떤 친구가 진짜 친구냐라는 물음에 답은 다양하게 있을 수 있습니다. 저와 제 친구는 오랫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것 같이 스스럼없는 경우라고 답할 겁니다.

친구는 없으면 외롭고 있어도 무조건 행복하기만한 존재는 아닙니다. 이 책 '친구'에서 보여주듯 친구란 인생 속에서 수많은 순간을 함께 지내고 부딪히며 그리워하게 되는 사람들입니다. 그 친구는 피를 나눈 육친일 수도 있고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지만 자신을 누구보다도 알아주는 지음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분은 위아래로 10년 차이가 나는 사람까지는 전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때 친구를 칭하는 폭이 넓구나 했었는데 쟈핑와의 에세이 '친구'에서 말하는 친구의 폭은 훨씬 넓은 편입니다. 나이에 집착하는 편인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생각하는 친구는 또래인터라 처음에는 조금 놀랐습니다.

하지만 인생 속에서 마음을 나누는 상대가 반드시 또래라는 법은 없는 법이니까요. 때로는 너무 가깝고 때로는 너무 먼 부모님이 가장 가까운 벗일 수 있고 3살 밖에 안 된 어린 아이에게서도 누구보다도 본받아야 할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면 친구의 폭이 넓은 것도 이해가 갔습니다.

유명한 문인인 쟈핑와가 오랜 기간 쓴 글을 모아놓은 책이니 만큼 다양한 친구에 대해서 말을 하고 있습니다. 본인이 글을 쓰는 사람이라서 작가와 친하기도 하고 서화 쪽에 관심이 있어서 화가와도 친분을 드러냅니다. 문인 쪽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친구는 역시 저자의 지음이라고 칭해진 싼마오라는 작가입니다.

인터뷰에 쟈핑와의 글을 굉장히 좋아하는 팬이라 하고 그의 책을 구할 수 없으니 곤란하다는 여성작가였구요. 쟈핑와 본인도 그녀의 팬이라서 그 소식을 듣고 책과 편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싼마오도 언젠가 쟈핑와를 직접 만나러 그가 사는 도시에 오겠다고 했구요. 그런데 그런 일이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싼마오는 자살을 했다고 합니다. 병이 있어 병원으로 수술을 받으러 입원했고 거기서 양말로 목을 맸다는 겁니다. 쟈핑와는 크게 충격을 받고 주변 사람들은 그가 지음을 잃었다며 너나 할 것 없이 위로합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으나 누구보다도 그를 이해하는 문인이라 여겨진 것이지요. 그리고 얼마 후 쟈핑와에게 편지가 도착합니다. 싼마오가 그의 편지에 답장을 했던 것이지요. 이어 쟈핑와는 싼마오의 유품으로 그녀를 처음 만나게 됩니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사람이 누구보다도 친밀한 친구일 수 있으며 그 죽음에 육친이 떠난 것처럼 가슴 아파하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 마음이 애달파서 같이 울적해지기도 했구요. 죽어서 처음 만나게 된 친구와의 인연, 기묘한 이야기이기도 했네요.

그 외에도 다른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수록되어 있는데요. 좋은 친구 사귀기를 마다하지 않아서 친하게 지내고 싶던 이가 지나쳐 갔다는 것을 알고 밥을 먹던 식당에서 뛰쳐나가 통성명을 한 이야기나 음악 소리를 듣고 그 사람을 쫓아간 이야기에 감탄하게 되었습니다. 또 동료라 할 수 있는 사람 외에도 가족에 대한 부분이 꽤 많이 차지하고 있는데요. 자신을 아들처럼 키워주신 작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 평생을 고생만 하신 아버지에 대한 추억, 어머니를 편하게 모셔야 한다는 책임감이 드러나는 이야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이 책 '친구'는 어쩐지 안개 같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구를 만나 기뻐하기보다 만나지 않고 그리워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쓴 친구에 대한 글이라 그런지 섬세하기도 하고 천천히 감정이 스며드는 맛이 있더군요. 그래서 단숨에 읽지 않고 몇 번에 나누어 읽었구요. 화려하거나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글은 아니지만 담백하게 담긴 글들이 꽤 좋았습니다. 친구에 대한 아니 인생에 대한 이야기 '친구'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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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자는 돈을 저축하고 부자는 돈을 꾼다 - 부자들의 비밀노트
장석만 지음 / 머니플러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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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통합적 사고에 대한 책을 읽고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진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보통 사람들이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난감한 상황에서 둘 다를 선택한다는 게 낯설기도 하면서 감탄스러웠구요. 생각이 차이를 결정한다는 것이었지요. 하기야 중요하다는 소리를 듣는 창의력만 해도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중요하니까요. 부자와 부자가 아닌 사람 역시 가장 차이가 나는 것은 생각하는 법일 것 입니다. 그래서 부자처럼 생각해야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왔었지요.

사실 부자가 아닌데 부자처럼 생각한다는 것, 간단해보여도 어려운 편입니다. 잘 벌고 잘 쓰는 법, 고작 돈 문제인데도 이만큼 고민스러운 것도 없구요. 그런 면에서 이 책 '가난한 자는 돈을 저축하고 부자는 돈을 꾼다'가 꽤 쓸모 있는 편입니다. 부자들이 생각하는 법을 들여다 볼 기회라서요.

처음 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때는 다소 실망스러웠습니다. 기대했던 것보다 책이 작고 얇으며 이야기 형식이 아니라 격언 모음집이라서요. 하지만 짧지만 깊은 생각을 담은 책이라 책장을 넘길수록 부정적이었던 마음이 가셨습니다.

책의 구성은 간단하게 말하면 돈에 관련된 격언을 보여주고 저자가 그에 대해서 부연 설명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설명이 부자와 부자가 아닌 사람을 대조하는 방식이라 이색적이기도 하고 기억에 잘 남더군요.

다만, 저 역시 부자가 아니라 부자가 아닌 쪽에 속해서 그런지 거슬리는 부분이 없지는 않습니다. 안전한 투자보다 부자가 되고 싶으면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격언이 많아서 이 책만을 믿고 충동적으로 투자했다가는 본전도 잃겠다는 생각도 들었구요. 이 생각도 이 책 내용에 따르면 가난한 자의 사고방식이겠군요.

그리고 격언이 여태 들어보지 못한 낯선 것인 경우도 많구요. 그래도 돈에 대한 격언이니 와 닿는 부분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움직이지 않은 돈은 죽은 돈이라고 단언하거나, 제목대로 은행에 저축하는 것은 가난한 사람들이나 하는 일이라고 하는 부분이 그렇습니다.

사실 안전을 중시하고 현금을 보유하고 싶은 마음에 돈이 생기면 흔히 은행에 저금을 하게 됩니다. 재테크 관련 도서에서는 약간만 당장 꺼낼 수 있는 곳에 넣어두고 돈을 굴리라고 말하지만 실행하기 망설여지기도 하구요. 이렇게 내버려두고 있는 돈은 죽은 돈이라고 하더군요.

또 은행에 흔히 저축을 하는데 은행이 자선사업가도 아니고 이자 줘가면서 왜 돈을 맡아주겠냐고 반문합니다.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는 부분을 지적하더군요. 즉, 은행이 부자가 아닌 사람에게 돈을 맡아주고 이자를 주는 것은 그것을 부자의 종자돈으로 빌려주고 상당량의 수수료를 받기 위해서랍니다. 크게 틀린 말이 아니기도 하고 본질을 지적한 부분이라 움찔했습니다. 거기에 더해서 가난한 사람들이 저축하는 것은 부자를 더 부자로 만드는 행위라고 하더군요. 부자의 종자돈으로 돈을 주어버렸으니 재테크를 할 종자돈이 없다면서요.

이분법적으로 가난한 사람과 부자를 나누는 것 같아서 극단적인 느낌이 없지 않은 책입니다. 하지만 강하긴 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니겠다 싶은 부분도 많았구요. 많은 재테크 도서에 나온 시테크에 대한 부분도 살짝 언급하고 가더군요.

읽으면서 부자들의 생각을 짧은 격언으로 들여다 볼 수 있어서 좋았어요. 하지만 고수익은 대부분 고위험이니, 투자를 할 때는 위험관리도 잘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해주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들었네요. 너무 공격적 투자만 강조한 느낌이 있어서요.

자신의 세계인 알을 깨고 나가지 않으면 새는 태어날 수 없다고 하니 위험을 감수한 도전이 없으면 부자가 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생각을 바꾸고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본다면 도전할 용기도 어느 정도 생길 것 같네요. 부에 대한 짧지만 깊은 생각을 담은 격언 모음집 '가난한 자는 돈을 저축하고 부자는 돈을 꾼다'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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