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적자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거짓말은 더 큰 거짓말을 낳는다고 합니다. 자신이 한 거짓말을 덮기 위해서 또 다른 거짓말로 자신이 말한 거짓을 유지시키려고 하는 거지요. 그렇다면 죄는 어떨까요. '하나의 죄를 덮기 위한 또 다른 죄를 짓는다' 그게 이 책 '추적자'의 주요 내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작은 이렇습니다. 이노 식당에서 한가롭게 식사를 하던 한 남자가 경찰에게 포위됩니다. 그런데 이 남자가 그 상황을 보는 시선 자체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산탄총을 가지고 들어온 경관과 리볼버를 들고 엄호하고 있는 경관을 평가하듯이 따져봅니다. 그리고 그들이 틈을 보인 순간, 둘 모두를 해치우고 빠져나갈 타이밍을 읽어냅니다. 하지만 생각만 할 뿐 움직이지 않고 침묵을 지키는 남자.

이어 연행된 남자에게 붙여진 죄목은 살인입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당황할 만도 하건만 그의 태도는 태연하기만 합니다. 이쯤 되자 경찰 쪽에서 오히려 당황하게 됩니다. 남자의 초연한 태도, 수사과정을 정확히 꿰뚫고 있는 통찰력에 말이지요. 그 정도라면 남자는 엄청난 범죄자이거나 경찰 관련직에 있었던 경험자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과연 남자의 과거가 슬슬 공개되더군요. 남자의 이름은 잭 리처, 군에 복무하다가 6개월 전에 정리해고 되었으며 군에 있을 때 13년 동안 수사 관련직에 있었다고 합니다. 그가 태연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수사관이었던 경험 탓도 있지만 본인이 생각했듯이 '적어도 이 읍에서는 그리고 꽤 오랫동안' 그가 사람을 죽이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살인사건에 운이 없어서 말려든 셈이지요. 담담하게 자신의 알리바이를 증명해내는 잭. 허나 요일은 금요일이었고 알리바이를 증명하는 동안 교도소 구치구역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답니다. 주말 동안 인력이 없고 작은 마을 마그레이브에 있는 경찰서라 사람을 재울 수 있는 시설이 없다면서요. 이것도 짜증날 노릇인데 경찰 서장은 살인 현장에서 그를 봤다면서 거짓 증언을 합니다. 월요일이면 행적이 밝혀져 나갈 수 있을 테지만 주말 동안에는 꼼짝없이 교도소에 갇혀있게 된 것이지요.

또 피해자의 구두밑창에서 폴 허블이라는 은행가의 전화번호가 발견되고 이 남자가 '플루어리버스'라는 말을 듣고 일방적으로 자백을 하면서 일은 더 꼬여갑니다. 결국 잭과 허블은 꼼짝없이 교도소에서 주말을 보내게 됩니다. 그런데 스파이비라는 교도소직원이 두 사람을 구치 구역이 아니라 무기징역수와 같은 층에 의도적으로 머물게 하고 흉악범들이 두 사람에게 다가오지요.

한적한 작은 마을에서의 누명, 심약한 남자의 어이없는 자백, 생명을 노리는 계속되는 위협 등 흥밋거리가 숨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책이라 잘 시간을 줄여가면서 한 번에 다 읽었네요. 주인공이 이색적인 인물이라 더 마음에 든 책이었구요. 군에서 훈련 받았고 수사관으로도 일했기 때문에 신체적으로도 지적으로도 뛰어난 인물인 잭 리처. 군에서 정리 해고된 것을 자유라 받아들이는 방랑자라서 처음 사건에 말려들었을 때는 그저 귀찮은 일을 피하려고만 합니다. 마음만 먹으면 포위망을 뚫고 달아날 수도 있지만 순순히 수사에 응하고 혐의가 거둬지면 바로 그 마을을 떠나려고 하는 것이지요.

그런데 살해된 남자가 바로 자신의 형 조 리처라는 것을 알고 난 이후 그의 행동이 급변합니다. 벗어나야 할 귀찮은 일이 아니라 반드시 해결해야 할 사건이 된 것이지요. 형이 매듭짓지 못한 사건을 풀어나가는 잭, 모든 열쇠는 '플루어리버스'에 들어있는 가운데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맞이합니다.

주인공이 매력 있는 인물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적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대응을 하는 편이라 추리물이 아니라 액션물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저자가 방송국에서 일했던 사람이라 그런지 장면을 상상하게 하는 면이 있구요. 이야기가 담백하면서도 화려한 맛이 있달까요. 자신의 능력을 확실히 파악하고 무모한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전술적으로 대응하는 사람이라 어떤 위험한 상황에 있더라도 '큰 배에 몸을 실은 듯한' 안정감을 가지고 그의 행동을 지켜보게 됩니다.

한 남자가 등장하면서 시작된 이야기가 한 남자가 떠나면서 마무리 되는 터라 왠지 서부극이 떠올랐습니다. 주인공이 워낙 매력적인 인물이기도 하고 마을 어디까지가 음모에 관련되어 있는 지 알 수 없어서 대부분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 때문에 굉장히 흥미롭게 읽었구요. 그렇게 긴장을 했는데도 허를 찔리기도 했네요. 이어지는 사건을 따라가면서 열심히 진실의 그림자를 쫓았는데도 이야기 전개는 예상치를 넘어서 특히 마음에 든 책이었어요. 흥미로운 이야기, 매력적인 인물, 상상력을 자극하는 분위기가 맞물려서 더 좋았구요. 지금 막 책을 덮었는데 다음 권을 너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고독한 방랑자 잭 리처의 이야기 '추적자'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