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사 논리 스페셜 1 - IQ 148을 위한 IQ 148을 위한 멘사 퍼즐
필립 카터.켄 러셀.존 브렘너 지음 / 보누스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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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머리가 좋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은 보통 기분 좋은 일이다. 머리가 좋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아이큐가 높다는 것을 말하는데 많은 일을 이해할 수 있는 지능이 있다는 것은 분명 나쁜 일은 아니다. 같은 것을 익혀도 빨리 배우고 그 것에 대한 이해력이 높다면 생활은 여러 모로 편리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지능이 일반 사람에 비해서 아주 높다면 그것은 좋은 일일까. 그것은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다.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킬 충분한 지능을 가지고 싶다는 소망 쪽에서 보면 보다 높은 지능은 그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지능이 아주 높은 사람들은 일반인 속에서 곤혹스러움을 느끼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생각속도를 다른 사람이 따라오지 못하니 누군가와 대화할 때마다 답답한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런 답답함을 표현하려고 하면 다수에 속하는 일반인들의 입장에서 그 사람이 아니꼽게 느껴질 수 있다. 쉽게 말해 잘난 체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하기야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완벽하게 이해한다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하다. 그 사람이 자신과 피를 나눈 혈육이라고 해도 말이다. 그런 생각을 바탕으로 한다면야 어차피 타인과의 완전한 소통은 불가능한 것이니 뛰어난 지능은 분명 하늘의 축복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주목을 끄는 집단이 있는데 바로 '멘사'다. 상위 2%의 지능지수를 가진 사람들, 같은 것을 공부해도 학습량이나 이해도가 뛰어난 사람들 말이다. 사람은 평생 머리를 쓴다고 하지만 자신의 두뇌를 10% 남짓 활용하다가 생을 끝낸다. 인간이 다른 동물에 비해서 큰 뇌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활용하지 못한 나머지가 아까울 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머리를 좋게 할 방법이 없을까 궁리를 하곤 한다. 자신의 지능이 낮은 줄 알았을 때는 어리석게 굴다가 알고보니 지능지수가 굉장히 높다는 사실을 알고 '천재답게' 행동해서 수많은 특허를 따내고 순전히 머리로 부자가 된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그런 경우도 있으니 자신도 모르고 있던 숨어있던 천재성을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생각을 바탕으로 한 이 책 '멘사 논리 스페셜'은 꽤 괜찮은 편이다. 이 책에 수록된 150개의 문제를 푼다고 당장 머리 좋은 사람들의 반열에 들 수는 없겠지만 간만에 쓰지 않던 부분의 두뇌를 총동원하게 되는 기회인 것이다. 추리 스페셜이 아니라 논리 스페셜이라서 대부분의 문제는 숫자와 관련되어 있다. 허나 그것은 논리적으로 생각하면 풀 수 있는 문제이지 복잡한 수학 공식과는 관계가 없다.

일단 제목도 그렇고 책에 쓰여 있는 내용도 숨어 있는 천재성을 찾아내 보라는 것이어서 흥미를 끄는 면이 있다. 문제를 하나하나 풀다 보면 별 일이 아닌데도 뿌듯하기도 하고 왜 이런 문제를 못 풀었을까 하는 한탄을 하게 되기도 한다. 전반적으로 문제는 평이하기도 하고 반복되는 면이 많기도 하지만 평소에 퍼즐이나 문제 풀이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즐겁게 풀어나갈 수 있다.

그런데 문제를 풀다보면 가장 많이 든 생각은 어떤 문제든 푸는데 공이 꽤 들어간다는 것이었다. 언뜻 보고 냉큼 답을 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스도쿠같이 표를 하나하나 채워가야 하는 것도 있고 간단한 방정식을 세워야 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의 수준이 어느 정도의 수준을 지키고 있고 전부 시간을 들여하는 문제라는 점을 생각해보면 이 책의 문제들은 두뇌를 움직일 기회이기도 하지만 문제를 푸는 사람이 어느 정도의 지적 호기심을 가진 인물인지 시험하는 느낌이 있었다.

각 문제 바로 밑에 몇 페이지에 그 문제의 정답이 있는지 기술되어 있어서 오래 고민하기 싫은 사람이라면 바로 해답을 볼 수 있게 되어 있다. 하지만 간단히 알아낸 답보다 문제 하나를 가지고 한참을 씨름하더라도 자력으로 풀어냈을 때의 답이 가치 있는 법이다. 이 책의 전체 문제를 푼다고 해도 갑자기 머리가 좋아진 것은 느끼지 못하겠지만 읽으면서 자신이 어느 정도의 지적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지는 확인할 수 있었다. 퍼즐이나 퀴즈 풀이를 좋아하고 굳어가는 두뇌를 움직일 기회를 가지고 싶은 사람이라면 부담 없이 가지고 다니면서 한 문제씩 두 문제씩 풀어 가면 좋을 것 같다. 끊임없이 고민해야 하는 문제 150가지를 모아 놓은 '멘사 논리 스페셜'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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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구름 위를 걷는다 - 줄타기꾼 필리프 프티의 세계무역센터 횡단기
필리프 프티 지음, 이민아 옮김 / 이레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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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람의 인생은 길어야 백년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에 사람들은 많은 일을 하면서 살아간다. 그 사람이 한 일은 단순히 그 사람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한 일일수도 있지만 보통은 그 사람이 한 일은 그 사람에 대해서 많은 것을 드러낸다. 책을 읽는다는 행위 하나도 그 사람이 정적인 사람이라거나 지식에 대한 호기심을 채우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드러낼 수 있다. 거기에 어떤 책을 선택해서 읽느냐는 그 사람의 취향부터 많은 것을 반영한다. 즉, 어떤 사람이 한 일이 그 사람을 보여주는 지표인 셈이다.

그렇다면 어떤 사람이 줄타기를 한다는 것은 어떤 성향을 보여줄까. 기본적으로 줄타기를 하려면 균형감각은 물론이고 단련된 육체, 높은 곳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배짱이 필요하다. 보통 줄타기도 그런 정도라면 엄청난 높이의 거대 빌딩에서 줄타기를 한다면 그것은 그 이상을 드러낼 것이다. 줄타기를 통해서 특별한 목적을 드러낼 수도 있겠지만 고층빌딩 사이에 줄을 걸어놓고 곡예를 한다는 것은 목숨을 보장 못하는 일이다.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목숨보다 자신의 이름을 유명하게 하는 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일수도 있고 위험한 일을 하지 않으면 못 견디는 사람일수도 있다. 생명이 경각에 달린 위험을 통해서만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사람말이다.

이 책 '나는 구름 위를 걷는다'는 일명 쌍둥이 빌딩이라고 불렸던 세계무역센터 남동과 북동 사이에 줄을 걸어두고 줄타기를 했던 필리프 프티가 쓴 것이다. 처음에는 그렇게 높은 빌딩에 줄을 걸고 곡예를 한 인물이라 하니 대책 없는 배짱과 명예욕이 가득한 인물을 생각했다. 하지만 읽다보니 필리프 프티가 행한 고공횡단은 그가 주장하듯이 고공예술이라고 불릴 정도의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 책을 통해서 왜 쌍둥이 빌딩을 목표로 정했으며 어떻게 쌍둥이 빌딩 사이를 오고가는 고공횡단을 할 수 있었는지 전 과정을 서술하고 있다.

프랑스 사람인 필리프 프티는 이미 몇 차례 유명 건물이나 아주 높은 빌딩 사이에서 줄타기 곡예를 선보임으로써 어느 정도의 명성을 얻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고공 예술가로서 얻은 명성은 아직 최고라고 하기에는 거리가 있었다. 명예욕에서 무관할 수 없었던 필리프는 현재의 상태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리고 줄타기를 통해서 자신을 다시 발견하고는 했던 그의 입장에서 줄타기 없이 살아가기란 무리한 것이었다. 그러던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쌍둥이 빌딩이었다. 치과에 갔다가 쌍둥이 빌딩에 관한 기사를 보았고 파리의 상징이라는 에펠탑보다 높은 건물에 그는 흥미를 가진다. 사실 흥미 이상의 것이었는데 당시 아직 지어지고 있던 건물에 강렬한 자극을 받은 필리프는 일단 뉴욕으로 답사를 간다.

흔히 높은 빌딩에서 줄타기를 했다고 하면 그저 줄을 걸고 그 위를 걸으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필리프의 기록에 따르면 그 일은 치밀한 사전답사가 필요했다. 자신의 건물에서 줄타기를 하는 것도 아닐 뿐더러 그가 하는 행동을 이해 못하는 많은 사람들의 눈에는 그가 하는 행동은 자살시도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리프는 여러 번의 잠입을 시도한다. 그 곳에서 일하는 사람으로 가장하기도 하고 환자로 가장해서 자연스럽게 쌍둥이 빌딩에 숨어든다. 숨어든 건물의 곳곳을 알아보고 후에 자신의 장비를 둘 곳이나 자신과 동료들이 숨을 곳을 찾는 것이다.

거기에 높은 건물에서 줄타기를 하려면 그 곳에 부는 바람을 감안해야 한다. 엄청난 강풍을 견디면서 줄을 건너야 하는 것이다. 거기에 모든 일이 끝나고 난 후에 경찰에게 붙잡히지 않고 그곳을 빠져나가는 것도 고려해두어야 한다. 몇 년간의 계속되는 준비와 쌍둥이 빌딩에 대한 집착은 조금씩 필리프의 신경줄을 갉아먹는다. 더구나 그의 일을 돕는 동료들은 아주 친한 친구까지 그의 신경을 건드린다. 물론 그가 예술가 특유의 결벽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상황은 더욱 악화일로를 걷는다. 가장 친한 친구 장-루이가 마지막 순간 세부사항을 바꾸려 하자 그가 한 제안을 받아들이면서도 후에 의절할 것이라고 속으로 다짐하는 정도까지가 된 것이다. 허나 일이 모두 끝나자 그는 그 일을 까맣게 잊어버린다.

필리프 프티의 고공횡단은 이야기만 들어도 오싹한 일이다. 사람의 목숨은 누구나 하나이고 여분은 없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세계에서 유명한데다가 높다는 말로도 부족한 초고층 빌딩 사이에 줄 하나만을 걸고 오가는 일이라니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조마조마했다. 하지만 건축물을 짓듯이 모든 일을 하나하나 조정하는 일을 먼저 읽고 나니 오히려 그가 줄타기를 하는 순간이 편안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줄타기보다 준비과정이 더 고통스러웠던 것이다. 줄타기는 목숨을 걸어야 하는 강렬한 한 순간인 반면 준비과정은 뼈를 깎아내는 것 같은 고통을 참아야 하는 시간이었다. 사실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그가 한 일은 고공예술이라기보다 목숨을 담보로 한 만용이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인간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도 생각하게 하기도 하고 한 순간을 위해 모든 시간을 희생하는 사람들의 노력은 감탄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믿을 수 없는 순간의 기록 '나는 구름 위를 걷는다' 인상 깊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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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캠퍼밴 여행 - 허영만, 박영석, 김태훈, 캠퍼밴 타고 대자연의 성찬을 맛보다 탐나는 캠핑 3
허영만.김태훈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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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다보면 울화가 치미는 일도 겪게 된다. 그럴 때마다 성질을 다 부리면서 일을 마무리할 수 있다면 스트레스가 쌓이는 일도 없겠지만 모든 일에 그런 식으로 공격적으로 대처한다면 인간관계가 완전히 끊기는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질 않을 것이다. 결국 화가 나도 철벽방어용 미소로 얼버무리거나 넙죽 엎드리는 식으로 넘어가야만 하는 일이 많다. 그렇게 참다보면 어딘가에는 발산할 곳이 필요한데 보통 사람들이 원하는 일탈이라면 역시 여행이다. 그런데 여행을 생각할 때 낯선 곳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일단 낯선 곳은 불편한 점이 많다. 쉬러 갔다가 피로만 더 쌓여서 돌아오는 것이다. 만약 여행을 하면서 숙식 걱정이 없고 원할 때 언제든 쉬면서 여행을 할 수 있다면 그 이상 좋은 것이 없을 것이다.

이 책 '뉴질랜드 캠퍼밴 여행'에서 말하는 여행이 바로 그런 것이다. 쉬고 싶을 때 언제든지 쉴 수 있는 여행이며 여유로운 시간을 즐길 수 있는 여행이다. 다만 운전할 사람이 필요하다. 이 책에서처럼 자기 차라고 다른 사람에게 운전대를 넘기지 않을 사람이 있다면 더욱 좋다. 캠퍼밴에는 여행자가 원하는 대부분이 다 있다. 침실, 욕실, 요리를 할 수 있는 주방이 여행자가 원하는 여행지로 자동으로 옮겨가는 것이다. 운전을 하는 수고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창밖으로 풍경을 즐기다가 졸리면 잘 수 있고 맛있는 식당을 찾아다닐 필요 없이 신선한 현지 식재료를 사면되니 편안한 점이 많다. 뛰어난 운전사와 요리사가 있어야 여행의 즐거움이 더 커지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여행의 즐거움은 같이 간 사람들과의 관계가 반 이상인 경우가 많다. 이 책에서는 그런 의미로는 매우 훌륭한 편이다. 유명 만화가이며 프로 여행자인 허영만, 여행 칼럼니스트 김태훈, 탐험가 박영석, 허영만의 친구인 김봉주, '도전지구탐험대'PD 였던 허정까지 다섯 명이 여행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꽤나 즐겁다. 처음의 뉴질랜드 북섬 여행은 탐험가 박영석이 있어서 든든한 편이었다. 여행 전문가 정도가 아니라 극한 상황 전문가인 것만 같은 박영석은 뛰어난 요리사에 못하는 것이 없는 사람이라 가오리까지 낚는다. 그가 다른 일이 있어서 여행에서 빠지게 되는 것이 너무 아쉬울 정도였다. 뛰어난 요리사가 빠진 여행은 식생활에 큰 지장을 초래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그 빈자리를 훌륭하게 채워주는 사람이 등장하는데 노총각 경력이 긴 허정 PD였다. 만들었던 프로그램 탓도 있겠지만 익숙한 여행자인 그가 훌륭한 요리사이자 형님들의 뒤치다꺼리를 하는 막내역할을 자원한 것이다.

이런 여행자들의 관계를 지켜보는 것도 재밌었지만 가장 큰 즐거움은 역시 뉴질랜드에 대해서 알아갈 수 있었다는 점이었다. 뉴질랜드에 대해서는 키위새, 과일 키위 밖에 떠올리지 못했었는데 두 가지 이야기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하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수영을 하고 있었는데 돌고래들이 그 사람들의 주위를 원을 그리면서 돌았다고 한다. 거기에 사람들을 점차 해변으로 밀었다는 것이다. 갑작스런 돌고래들의 행동에 사람들은 그 원을 벗어나려 했지만 돌고래가 노련하게 막아서 그 시도는 번번이 좌절되었다. 당황한 사람들은 주변을 돌아봤는데 3미터가 넘는 백상아리가 그들을 향해서 돌진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돌고래들이 사람들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지켜준 덕분에 그 사람들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이 내용에 감탄하면서 책을 읽다보니 여행자들의 낚시까지 달리 보이는 느낌이었다.

다른 이야기는 뉴질랜드가 난민에 대해 취한 태도였다. 난민들은 부유한 나라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자신들을 받아줄 나라를 찾아서 일단 부유한 나라 쪽으로 가보지만 그런 나라일수록 난민을 잘 받아주려고 하지 않는다. 비용이 많이 드는 반면 이익은 거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 생색만 내고 난민을 받아주지 않는다. 그런데 뉴질랜드에서는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뉴질랜드는 땅 끝에 있는 나라고 여기까지 온 난민들은 여러 나라를 거쳐서 그 곳에 도착한 것이라는 것이다. 땅 끝까지 온 사람들을 쫓는 다면 그 사람들은 더 이상 갈 곳이 없으니 죽음밖에 남은 선택이 없다는 것이다. 이익보다는 사람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는 말로 이야기는 끝이 나고 뉴질랜드에서는 결국 난민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섬에 보통 있는 폐쇄성이 없는 나라이며 자연이 풍부하게 살아있는 나라라니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되었다.

그 외에도 일출로 붉게 물든 등대나 아름다운 풍경이 찍힌 사진, 상황을 재치 있게 표현해낸 만화, 상황에 빠져들게 하는 글이 마음을 현혹했다. 다 읽고 나니 언젠가 여행을 한다면 반드시 캠퍼밴을 타고 뉴질랜드를 여행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될 정도였다. 다만 캠퍼밴 안까지 따라 들어올 만큼 먹성 좋은 새나 벌레 방지제를 바르지 않으면 상당한 고통을 안겨주는 벌레에 대한 부분은 그다지 유쾌하지 않았다. 허나 모든 것이 완벽하게 통제된 상황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고 오랜 만에 마음에 드는 여행지를 마음에 드는 방식으로 여행한 내용을 읽을 수 있는 점이 좋았다. 거기에 캠퍼밴을 빌리는 자세한 내용은 물론 여행 경로까지 소개된 점이 마음에 들었다. 언젠가 한 번쯤 꼭 하고 싶은 여행을 담은 '뉴질랜드 캠퍼밴 여행' 정말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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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몽 호시 신이치의 플라시보 시리즈 26
호시 신이치 지음, 윤성규 옮김 / 지식여행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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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 신이치의 작품은 보통 누군가가 등장하면서 시작된다. 대부분 N씨로 지칭되는 이름도 정확하지 않은 주인공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그 주인공의 일상에 정체불명의 인물이 등장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다. 알 수 없는 주인공에 더 괴이쩍은 존재가 등장하고 주인공의 일상이 뒤집히고 기괴한 결말을 맞는 것이 많은 호시 신이치의 작품에서 보이는 결말이었다.

허나 이번 '흉몽'에서는 그 영역이 더 넓어졌다. 인간이나 외계인이 주인공의 일상을 어지럽히던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귀신과 요괴까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이다. 어디까지나 호시 신이치의 쇼트 쇼트이기 때문에 전설의 고향 같은 괴담이란 느낌은 아니지만 굳이 장르를 구분하자면 SF인 호시 신이치의 쇼트 쇼트에서 민담에 등장할 요귀를 보는 기분은 각별했다.

이 책 흉몽에서는 꿈에서 미래를 보고만 노인의 이야기처럼 독특한 상상력을 품은 이야기가 많지만 그 중에서 귀신이나 요괴가 나오는 이야기는 악령이 등장하는 '냉혹한 세상', 우연히 유령의 지시를 따랐다가 이득을 얻은 남자의 이야기 '지시', 술만 마시면 여자 귀신을 보게 되는 '밤과 술과', 서재에 나타난 귀신과 공존하는 남자의 이야기 '서재의 쓸모', 달이 밝은 밤에 식인요괴와 만난 노인의 이야기 '요괴', 유령에게서 능력을 받은 남자의 이야기 '다각경영', 숙직실에서 귀신과 마주치고 만 수의사의 이야기 '숙직'이었다.

하지만 '냉혹한 세상'의 악령은 여태까지 수많은 이야기 속에 등장해서 주인공을 괴롭히는 존재가 아니라 악당들의 수호신격인 존재였다. 오히려 사라지자 주인공이 고난에 빠지는데 악으로 끌어들인 후 파멸시킨다는 면에서는 악령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 낸 셈이었다. 반면 '지시'나 '다각경영'에서는 조금 다른 느낌의 유령이 등장한다. '지시'의 경우에는 영매를 통해서 만나게 된 유령이고 '다각경영'은 우연한 사고로 마주치게 된 유령이다. 이 유령들은 사람에게 나쁜 영향력을 행사한다기보다 자신의 목적을 따로 가지고 있거나 사람과 마찬가지로 그저 그곳에 있었다는 느낌이 강해서 유령으로 등장하기는 하지만 사람과 별로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을 주기도 했다. 다만 '지시'에서 나오는 유령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부탁을 하고 '다각경영'에서는 자신을 성불시켜준 남자에게 능력을 선사하는 점이 달랐다. 물론 오랜 시간 갇혀 있던 유령이 준 능력이라 그런지 중요한 능력이라기보다 일종의 저주에 가까운 능력이었지만 말이다.

그런 유령이 있는가 하면 '밤과 술과'와 '서재의 쓸모'에 등장하는 유령은 울적한 시간을 기쁘게 함께 보내주는 벗이라는 느낌이 강했다. 술만 마시면 등장하는 귀신이라거나 주인공이 혼자 있으면 서재에만 등장해서 말벗이 되어주는 귀신이라니 그렇게 기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더구나 귀신인데도 술을 안마시면 마주치지 않을 수 있고 서재에서 등장하는 귀신도 혼자 있고 싶다고 하면 자리를 피해주겠다 하니 귀신을 강제적으로 봐야 하는 것도 아닌 것이다. 귀신인데도 특별한 목적 없이 한가로운 시간을 같이 보낼 뿐인 존재라니 묘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 외에 '숙직'은 행운을 주는 기묘한 귀신의 이야기였는데 그 상황에서 깊게 파고들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찜찜한 마음 때문에 어쩔 줄 모르는 주인공의 태도가 공감이 가기도 했다.

이런 다양한 귀신이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가장 민담에 가까운 느낌의 이야기는 달이 밝은 밤에 산책하는 노인이 세 명의 식인 요괴를 만나는 이야기 '요괴'였다. 이 이야기에서는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노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이 노인은 밤에 산책을 다니는 취미가 있었다. 달이 밝은 밤의 산책은 정취가 있기도 했지만 문제는 이 노인이 식인요괴와 마주쳤다는 데에 있었다. 그것도 연달아 셋씩이나 말이다. 위기에 처한 노인의 상황은 긴장감 있는 것이었으나 그 상황을 대하는 노인의 태도는 초연한 것이었다. 더욱 놀라웠던 부분은 이야기의 결말이었는데 그 결말로 인해서 순간 멍한 기분이 들었다. 허나 가장 민담 속의 요괴이야기 같아서 마음에 든 이야기이기도 했다.

상상력의 끝이 없다는 말은 호시 신이치의 작품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말이다. 일정한 공식이 정해져 있는 것 같으면서도 매번 그 결말에 놀라게 되고 읽을 때마다 재미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 호시 신이치 쇼트 쇼트의 매력인 것 같다. 잔혹한 이야기도 없어서 편안하게 읽지만 그 기발한 상상력에 기분 좋게 놀랄 수 있는 '흉몽', 제목과 달리 기분 좋은 꿈을 꾸는 기분에 빠져 볼 수 있었던 것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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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아나 존스 -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James Rollins 지음, 이선혜 옮김 / 형설라이프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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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남자가 칼을 휘두르는 남자와 마주친다. 칼날은 현란한 궤도를 그리고 마주선 적에 대한 일말의 자비심도 보이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그런 칼잡이와 맞선 남자의 얼굴에는 동요가 보이지 않는다. 남자는 태연하게 허리춤으로 손을 뻗어 총 한 방으로 칼잡이를 쓰러뜨린다. 비슷한 상황, 전에 그 남자는 다시 현란한 칼놀림을 자랑하는 칼잡이와 마주친다. 남자는 익숙하게 허리춤으로 손을 뻗지만 이번에는 총알이 없다. 남자의 얼굴에는 아뿔싸하는 표정이 떠오르고 남자는 도망친다.

너무 오래 전에 본 터라 가물가물한 영화 시리즈인 인디아나 존스의 한 장면이다. 고고학자가 아니라 도굴꾼의 대명사라고 불리기도 하는 인디아나 존스지만 고고학을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르는 인물이기도 하다. 비록 실제 인물이 아니라 영화 속의 인물이긴 하지만 말이다. 중절모, 채찍을 자유자재로 이용하며 교수인지 싸움꾼인지 헷갈리는 모험가이며 고고학자, 헨리 존스 주니어라는 이름보다 인디아나 존스로 더 익숙한 그가 돌아왔다.

인디아나 존스의 속편이 제작된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굉장히 흥분했었다. 하지만 막상 완성된 영화를 보고나니 기쁘기도 했지만 섭섭한 생각이 먼저 들었다. 인디아나 존스가 돌아왔지만 예전의 인디아나 존스는 없었던 것이다. 세월은 영화 속 주인공이었던 그를 피해가지 않았고 다시 돌아온 인디아나 존스는 힘에 겨워 보였다. 물론 채찍솜씨도 싸움 솜씨도 여전했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모자를 낚아채는 남자는 예전의 모험가가 아니라 은퇴를 생각해도 좋을 은발 신사였다.

그래서인지 이번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에서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머트 윌리엄스, 본인도 이야기가 흘러갈 때까지는 몰랐지만 인디아나 존스의 아들이다. 본명은 헨리 존스 3세로 자기 이름은 자신이 선택한 것으로 사용하는 것을 보니 인디아나의 아들이 분명했다. 예전의 패기는 없지만 노련함으로 사건에 맞서는 인디아나와 젊음과 패기밖에 없는 머트가 사건을 함께 풀어가는 것을 보는 것은 꽤나 즐거웠다.

이야기는 항상 그렇듯이 유물을 찾는 인디아나에서 시작된다. 천신만고 끝에 인디아나는 위기를 넘기지만 그는 정체불명의 자들에게 납치된다. 오랜 친구인 맥과 함께 말이다. 이 수상한 자들은 인디아나와 맥을 네바다 사막에 위치한 비밀 군사기지로 끌고 온다. 영화에서는 차 트렁크에서 나온 인물의 중절모가 바닥을 구르는 장면이 나와서 드디어 돌아온 인디아나 존스와 마주하겠구나 하고 설렜던 장면이지만 책에서는 이미 인디아나 존스가 등장한 이후이기 때문에 그저 흘러간다.

인디아나를 납치한 무리들은 소련군이었고 그들은 미군 기지에 보관된 어떤 물건을 인디아나가 찾아 주길 바라고 있었다. 허나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예전의 인디아나가 사라졌을 리도 없고 그는 그 요구를 단호히 거절한다. 그러자 소련군은 맥의 목숨으로 인디아나를 협박한다. 할 수 없이 인디아나는 그들에게 협조하기로 한다. 예전에 한 번 봤던 물건을 찾기 위해서 말이다. 친구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지혜를 짜내던 인디아나는 돌연 총알을 달라고 한다. 총알을 분해해서 화약을 꺼낸 그는 화약을 허공에 뿌리고 그 화약이 날리는 방향을 쫓는다. 찾는 물건은 상당한 자성을 가진 것이었고 화약가루는 인디아나의 의도대로 물건을 향해 날아갔던 것이다. 영화에서는 상당히 인상적인 장면이었는데 책에서는 어느 정도의 찬사를 기대했던 인디아나의 허영심에도 불구하고 짧게 묘사된다.

화약가루와 총알을 통해 쉽사리 표적을 찾아낸 인디아나는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한다. 이제 물건을 찾은 적들은 그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았던 것이다. 인디아나는 살아남기 위한 재주를 선보이지만 그 행동은 무산된다. 맥이 돈 때문에 그를 배신했던 것이다. 인디아나는 당황하지만 항상 그렇듯 기회를 틈타 대탈주를 개시한다. 이제 많은 근육들이 그의 뜻에 반하지만 인디아나는 마침내 탈출에 성공한다. 그 과정에서 핵무기를 실험하는 마을에 도착하기도 하지만 인디아나는 끝내 일상으로 복귀에 성공한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강의를 하는 교수로 돌아갈 생각이었던 인디아나를 주위에서 내버려 두지 않았던 것이다. 강의를 하던 대학에서 무기한 휴직을 말하자 화가 난 인디아나는 강의를 할 만한 대학을 찾아서 정처 없이 떠나기로 결정한다. 기차에 몸을 실은 그의 앞에 나타난 머트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머트는 인디아나에게 엄마와 아버지처럼 생각하는 교수님이 납치되었으니 도와달라고 말한다. 그 말을 하면서 머트가 인디아나에게 편지를 건네는데 수상한 자가 둘을 위협하고 둘 다 끌려갈 위기에 처한다. 인디아나가 소동을 일으켜서 그 상황을 간신히 벗어나는데 이때부터 사건을 풀어가기 위한 두 사람의 여정이 시작된다.

영화로 한 번 봤기 때문에 줄거리는 알고 있었지만 책으로 한 번 더 보는 것은 기분이 색달랐다. 영화와 어떻게 다른지를 비교할 수도 있기야 했지만 영화에서는 배우의 연기로 표현되어 있던 인디아나의 기분을 직접 글로 읽을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책에도 나이가 든 인디아나 존스지만 그의 유머감각도 여전했고 오렐라나의 시신이 있는 묘지에서의 싸움이 벌어지자 그가 아직은 건재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전의 시리즈와 달리 기묘한 쪽으로 전개되기는 하지만 다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반가웠던 '인디아나 존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 재밌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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