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자매 탐정단]세자매의 추리모험극 2권

네 명의 죽은 자와 마지막 살인 - 세자매 탐정단 ㅣ 세자매 탐정단 2
아카가와 지로 지음 / 이레 / 2005년 11월

세 자매의 추리모험극 제 2권 입니다. '네명의 죽은자와 마지막 살인'이구요. 이 시리즈 3권까지 읽었는데 그 중에 이게 제일 재미없었어요. 인물 관계가 변화한 것이라든가 인물간의 대화 자체는 재밌지만 사건 자체는 별 흥미를 못 느끼겠더군요.

이번 2권에는 전권에 나왔던 구니토모 형사와 세 자매 중 둘째 유리코가 애인 사이가 되어 있습니다. 형사와 현역 여고생이 애인 사이라니 사실 생경하게 느껴졌어요. 일본과의 문화차이랄지 좀 다른 부분이 있네요.

한 여인의 주위에서 일어나는 여러건의 살인, 그리고 그 신비의 여인의 존재...라는 식의 내용이지만 저는 그 여자가 신비롭게 안 느껴져서 인지 어이없는 살인의 연속으로 느껴지더군요.

이번에도 역시 세 자매는 사건에 휘말립니다. 뭐, 아버지가 살인 용의자가 되었던 전권만은 못하지만요. 참고로 책에서 세 자매가 사건에 휘말릴 때는 아버지가 출장 가셨을 때 입니다. 세 자매의 대화 속에서도 그런 내용이 등장하더군요. '우리는 아버지가 출장 가시면 이상한 일이 생긴다'는 식으로요.

제목대로라면 세 자매가 무슨 의뢰라도 받고 사건 수사에 나서야 할 분위기지만 이번 역시 주변에서 사건이 흘러갈 뿐입니다. 시간때우기 용으로 좋은 책이랄까요. 사건이 흘러감에 따라 시간도 잘 가더군요. 가볍게 읽기 좋아서 읽는 시간도 그렇게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다만 작가가 나이가 있는 사람이라 그런지, 아님 문화차이인지, 번역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세 자매의 말투가 아저씨 스럽게 느껴지는 건 왜 일까요. 그런 느낌이 들때마다 위화감에 멈칫하게 되지만 그 점만 빼면 술술 읽을 수 있는 책이에요. 책 표지에 공포, 스릴, 반전 중에 공포는 사실 과장이지만요.

[세자매 탐정단]세자매의 추리모험극 1권

유치하고 무서운 연애살인 사건 - 세자매 탐정단 ㅣ 세자매 탐정단 3
아카가와 지로 지음, 이선희 옮김 / 이레 / 2005년 11월

요새 여성이 주인공인 추리물(실은 추리를 빙자한 모험소설)이 마음에 들어서 '한나 스웬슨 미스터리', '스테파니 플럼 시리즈'를 읽고 있어요. 스테파니 플럼 시리즈는 2권까지 밖에 안 나온 터라 다른 게 뭐 없을 까 서점을 어슬렁 거리다 이 책을 발견했습니다.

일단 작가는 아카가와 지로, 번역한 분은 이 작가 분의 굉장한 팬이라고 책 끝부분에 짤막한 글이 있더군요. 저는 이 분 팬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고 어디선가 들어본 이름이다 싶어 곰곰 생각해보니 '삼색고양이 홈즈'의 작가분 같더군요. 작가를 보고 책을 고르는 경우가 많아서 바로 집어 들었어요.

제목은 '세자매 탐정단'이라 사실 별로 마음에 안 들어요. 만화 '고스트 스위퍼'에 장난 삼아 등장한 꽃띠 여고생 탐정, 뭐 이런 제목 같아서요. 책 표지에 김전일을 능가하는 일본 최고의 탐정소설 시리즈라고 쓰여있지만 사실 그 정도는 아니구요.

주인공은 책 제목대로 세 자매 입니다. 첫째 아야코는 미모가 뛰어나지만 친절하게 대해준 사람에게 쉽게 반하고 엄청난 길치에요. 대학생이구요. 멍한데가 있어서 만화 '아즈망가 대왕'의 오사카가 떠오르더군요. 둘째 유리코는 야무지고 영리한 두뇌를 자랑합니다. 고등학생이구요. 세 자매 중에서 그나마 탐정에 가까운 인물이에요. 하지만 제대로 된 탐정에는 명함도 못 내밀 수준이구요. 잘해야 조수정도? 셋째 다마미는 귀여운 데가 있기도 하지만 언니들을 잘 놀리고 지독한 구두쇠랄까요. 돈에는 매우 악착같습니다.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세 자매는 어느날 밤 집이 전부 타버리는 사고를 맡습니다. 누군가의 방화, 그 사실 만으로도 망연자실한 세 자매 였지만 출장간 아버지의 방에서 여자의 시체가 발견됩니다. 그 시체는 칼에 찔려 사망한 상태였지요. 그래서 아버지와 연락을 하려 하는데 출장갔다는 아버지의 행적이 묘연해집니다. 더구나 아버지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출장이 아니라 휴가를 갔다고 하구요. 당연히 경찰 수사 유력 용의자는 세 자매의 아버지가 되고 마는데요.

집을 잃고 아버지마저 잃을 상황에 빠진 세 자매, 수사에 나섭니다.

하지만 전문 탐정이 아닌 세 자매의 수사는 사실 추리극이라기보다 모험극에 가깝습니다. 경찰인 구니토모 형사가 도와주는 편이기도 하구요. 인물의 개성으로 넘어가는 이야기지 짜임새 있는 추리극이라는 생각은 안 들더군요.

젊은 층을 겨냥한 가벼운 추리 모험극이랄까요. 상황은 심각해도 분위기는 심각하지 않아서 페이지도 술술 넘어가는 편이구요. 가볍게 읽기 좋은 소설을 찾으신 다면 딱 좋을 것 같네요.

[마인드 헌터]프로파일러의 세계

마인드 헌터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5
존 더글러스.마크 올셰이커 지음, 이종인 옮김 / 비채 / 2006년 9월

일요일 TV에서 '닥터후'를 보다가 '인간이 가장 추악한 생물이라는' 대사를 들었습니다. 차마 아니라고 부정할 수가 없더군요. 수많은 연쇄살인 사건을 떠올리자니 더더욱 그랬습니다. 물론 세상에는 선량한 사람들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적은 수의 그림자들이 선량한 사람들의 세계를 부숴버리는 경우가 간혹 생깁니다.

확률적으로는 낮지만 희생자가 연쇄살인범을 공격해 죽인 경우가 단 한 번이었다 하니-그저 도망쳐 살아나온 경우는 더 있다고 합니다. 공식기록에 그렇다는 거지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더 있을 지도 모르지요.- 괴물에게 잡히면 치사율은 거의 100%인 셈입니다. 결국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하게 되는 불행하게 벼락에 맞은 희생자의 소식 때문에라도 인간이 가장 추악한 생물이라는 말이 맞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 수사관으로 나온 배우 중에 한 명은 연쇄살인범에 대한 자료를 보고 나서 인간이 어떻게 이렇게 잔인할 수 있냐며 울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잔인한 살인자의 정신 세계에 일부러 들어가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바로 프로파일러 입니다. 범죄자를 잡기 위해 그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지를 분석하는 사람들 입니다. 프로파일러는  살인자의 범행양식, 특정행동, 선택된 희생자를 분석해서 살인자의 인종, 나이, 성격, 직업에 대한 정보를 알아냅니다. 이 마술같이만 보이던 일은 수많은 살인자를 분석하고 그 정보를 계속 모으면서 이뤄질 수 있었는데요. 그 일을 본격화한 실제인물이 바로 이 책 [마인드 헌터]의 저자 '존 더글러스'입니다.

이 책에서는 지은이 존 더글러스의 이야기와 그가 수사했거나 인터뷰한 살인자들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그가 실제로 프로파일을 발표해서 붙잡은 살인자의 이야기나 정보를 바탕으로 살인자의 의표를 찔러 자백하게 한 경험담도 담겨 있습니다. 수많은 살인자들의 담담한 인터뷰에서는 인간의 잔혹성에 대한 오싹함을, 범죄자의 심리를 정확히 읽어낸 프로파일에서는 감탄을 느끼게 됩니다.

깊은 내용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아직은 생소한 프로파일러의 세계를 살짝 들여다 볼 수 있는 책 [마인드 헌터]. 이론서라기 보다 전직 수사관의 수사일지에 가까워서 추리소설처럼 술술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로파일러를 다룬 미국드라마 '크리미널 마인드'와 함께 읽어보시면 재미도 배가 될 것 같습니다.

[검찰측의 증인]인상적인 9개의 단편

검찰측의 증인 ㅣ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33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최운권 옮김 / 해문출판사 / 1990년 10월

한참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책이 있는 가 하면 읽는 순간부터 잊게 되는 책이 있는 법입니다. 이 책은 전자구요. 이틀 전 아침 눈을 뜨자 어떤 소설의 장면이 계속 떠오르더군요. 그래서 결국 책장에 꽂힌 80권의 애거서 크리스티 전집을 뒤져서 찾아냈어요.

바로 이 단편집에 수록된 '붉은 신호등' 입니다. 내용은 영매를 부르는 모임에 나간 한 남자의 이야기 인데요. 주인공 더못 웨스트는 친구인 잭 트렌트, 그의 아내 클레어 트렌트, 자신의 삼촌 앨링턴 웨스트경, 바이올릿 애버슬레이 가 모인 자리에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합니다. 자신의 머릿속에 붉은 신호가 뜨면 자신이 위험을 감지한 것이라고 이 신호를 보고 자리를 떠서 몇번이나 목숨을 건진 경험이 있다고 말입니다. 이 경험담에 이어 영매가 모임에 참석하고 몇몇 시덥잖은 이야기 후에 잭 트렌트, 앨링턴 웨스트 경, 더못 웨스트에게 한가지 조언을 합니다.

'집에 가지 말라'라는 것이었지요. 집에 가면 목숨을 잃게 될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단, 영매는 이 말이 세 남자 중 어느 사람에게 해당되는 조언인지는 모르겠다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이 조언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세 명이었지만...

머릿속에 붉은 신호등으로 위기를 피해가는 주인공이 인상적인 단편이라 몇 번을 읽어도 재밌고 잊혀지지가 않네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터라 숨 죽이고 읽게 되구요. 처음 읽을 때는 주인공의 붉은 신호가 제일 인상적이었는데 이번에는 영매의 조언 쪽이 더 인상적이네요. 책에는 그 외에도 8가지 단편이 더 소개되있는데요. 마지막 '두번째 종소리'를 제외하고는 탐정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허나 재미만큼은 뒤지지 않는 단편집이라 읽고 또 읽게 되는 매력을 가지고 있어요.

[어린 여행자 몽도]다정한 햇살 같은 책

어린 여행자 몽도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진형준 옮김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6년 7월

대도시는 공기가 나쁘다는 생각이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와중에도 공기가 나쁘다는 걸 인식하지도 못할 만큼 익숙해진 게 왠지 서글프네요.

소설도 영화도 드라마도 점차 자극적 소재를 추구하는 터라 처음 '어린 여행자 몽도'를 읽을 때는 심심하다는 생각도 없지 않았구요. 허나 더러운 공기에 익숙해졌더라도 공기가 맑은 지역에 가서 며칠 있다보면 그 공기가 몸에 좋다는 건 자연스럽게 느껴지듯이 이 책이 바로 그 맑은 공기 같았어요.

읽다보면 눈에 보이는 것만 같은 풍광에 멍해지기도 하구요. 깨끗하면서도 다정한 햇살 같은 느낌이 들어서 좋더군요.

바쁘게 지하철 안에서 읽기 보다 오후에 햇살 따뜻할 때 뒹굴거리면서 읽어도 좋구요. 여덟가지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터라 하나씩 하나씩 읽어나가는 재미가 있어서 마음에 들고 표지도 왠지 정감이 가네요.

지나치게 자극적 소재에 찌푸려진 마음을 살며시 다독이는 책이면서도 그것 자체를 강요하는 느낌도 없어 편안하게 읽기 딱 좋은 책이란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