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네이티브 - 역사상 가장 똑똑한 세대가 움직이는 새로운 세상
돈 탭스코트 지음, 이진원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몇 년 전 교수님이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지하철에서 본 고교생에 대한 언급을 하셨다. 문자를 보내고 있는 것 같은데 손가락이 너무 빠르고 하도 자주 보내는 걸 옆에서 보고 있노라니 발작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였다는 것이다. 그게 벌써 몇 년 전의 일이 되었고 지금은 카메라는 기본이고 영상 통화부터 온갖 것이 다 되는 핸드폰이 등장했다. 기술의 진보는 너무 빨라서 때로 사용법을 다 익히기도 전에 변해버린다는 생각까지 들 정도다.

하지만 그런 기술의 진보를 익숙하게 받아들이는 세대가 있다. 바로 넷세대다. 많은 사람들에게 가장 멍청한 세대라는 말을 듣는 세대다. 그 이유는 기존 세대가 보기에 부족한 부분만 보이고 강점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이 책 <디지털 네이티브>에서는 말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새로운 물결을 주도할 넷세대에 대해 깊이 있게 파고들면서 그들의 특징을 설명한다. 근거 없는 비난은 단호히 차단하고 그들의 강점과 약점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기존의 지식은 일방적으로 쌓는 것, 그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넷세대는 지식을 쌓는 것이 아니라 그 지식을 찾아낼 곳을 알고 있으며 필요에 따라 인터넷에서 정보를 뽑아낸다.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만 얻는 일이 숨 쉬듯 익숙해서 책을 읽을 필요를 못 느끼는 세대인 것이다.

그래서 기존 세대의 눈에는 기본 지식도 없는 역사상 가장 멍청한 세대로 보인다. 하지만 어떤 천재도 세상의 모든 지식을 머릿속에 다 넣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게 된 이상 자신이 원하는 지식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이 발달된 세대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넷세대는 빠른 시대의 변화, 기술의 진보에 더없이 익숙한 세대인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발작처럼 보이는 일도 그들에게는 익숙한 일이며 한 번에 다섯 가지 일을 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 한다.

말하자면 새로움에 맞게 변화한 사람들인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가진 인지능력이 다른 세대에 비해서 떨어진다는 증거도 없으며 단 시간에 수많은 사람들과의 커뮤니티를 구성하기도 하는 등 협업과 창조에 능숙한 세대란 점을 생각하면 오히려 역사상 가장 똑똑한 세대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자신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은 그들이 시각적 정보처리에 익숙하고 책은 읽지 않으나 온라인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논픽션 정보를 찾아서 읽는 것을 좋아하고 어떤 사실이든 의심해서 진실과 거짓을 가리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증거들을 생각하면 더욱 강화된다.

뿐만 아니라 지난 미국 대선에서 보여주듯 그들이 변화의 물결을 주도한 것이나 상호소통을 통해 발전을 추구한다는 점을 계속 보다보면 점점 시기어린 학자들이 외쳤던 역사상 가장 멍청한 세대라는 비난이 고대 시대의 학자들이 새로운 세대는 버릇이 없다는 비난과 같은 종류의 것이란 생각을 떠올리게 되었다. 더구나 학살사태에 대항해 그 현실을 직시하게 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넷세대의 사례는 자기만 아는 세대라는 비난을 넘어서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오히려 어떤 것이든 자신에게 맞게 움직일 줄 알고 그른 것은 그르다고 말할 줄 아는 성실한 세대의 출현은 반갑기도 했다. 물론 저자가 누차 언급하는 것처럼 넷세대가 인터넷에 너무 깊은 기반을 두고 있어서 인터넷 상에서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이나 헬리콥터 부모에 대한 것, 사생활의 지나친 공개, 소설이나 인문학에 대한 무관심 같은 것은 우려할만한 것이었지만 시대의 변화에 맞추어 성장하는 새로운 세대의 이야기는 꽤나 흥미로웠다. 언제나 새로운 것은 비난을 포함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좋은 면보다는 나쁜 면이 두드러지기 쉽다. 넷세대에 대한 심층 보고서인 <디지털 네이티브> 꽤 재미있게 읽었다. 자신이 넷세대가 아니라는 실감도 했지만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59초 - 순식간에 원하는 결과를 끌어내는 결정적 행동의 비밀
리처드 와이즈먼 지음, 이충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9월
평점 :
절판


시간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처럼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흘러간다. 기다리는 사람이 오지 않아 무료하게 약속장소에서 시간을 보낼 때면 1분 1초가 길기만 하다. 반면 즐겁게 시간을 보내다보면 해가 넘어가는 것조차 모를 때가 있다. 사람들이 살면서 가볍게 흘려보내거나 정말 가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1분, 그 1분 안에 활용 가능한 심리학 비법을 가르쳐주는 것이 이 책 <59초>다. <괴짜심리학>의 저자 리처드 와이즈먼의 신작인데 제목만큼 강렬한 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

허나 1분도 안 걸리고 꽤나 유용한 심리학 비법이 나열되는 것을 보는 것은 흥미롭기도 하고 사용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책 자체는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의 경우 호감의 심리학이라면 2장은 목표달성, 3장은 창조성, 4장은 유혹, 5장은 안티-스트레스, 6장은 관계유지, 7장은 순간적인 결정, 8장은 아이 교육, 9장은 상대방을 읽는 법, 10장은 행복이다. 각기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비법들이 서너 개씩 들어 있으며 그에 해당하는 근거와 관련된 이야기를 전해주니 신빙성도 있는 편이다.

그 중 몇 가지 이색적인 것의 예를 들자면 1장에서 잃어버린 지갑을 돌아오게 하는 비법과 5장에서 운동 안하고 효과 보기가 있었다. 잃어버린 지갑의 경우 들어 있는 돈보다 지갑 자체나 지갑 안에 들은 신분증 때문에 더 곤란한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누군가 잃어버린 지갑을 주워서 우체통에 넣어주면 좋겠지만 요행에 기대하기는 어려울 때가 많다. 그럴 때는 밝고 귀엽게 웃고 있는 어린 아기의 사진을 넣어두면 좋다고 한다. 지갑 여러 개를 일부러 잃어버리고 지갑 회수율을 조사한 결과 어린 아기 사진이 회수율이 가장 높았다는 것이다.

창조성을 높이거나 스트레스를 줄이는데 녹색 식물이 효과가 좋은 것은 인간 안에 숨어 있는 원시 본능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어린 아기를 보면 무심결에 호감을 느끼고 보호하도록 되어 있어 지갑을 돌려줄 확률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다른 방법으로는 그 지갑은 누군가 한 번 잃어버린 지갑이고 자신은 그것을 돌려주려 하는데 그 일이 아주 보람차다는 쪽지가 들어 있으면 회수율이 오른다고 한다. 하지만 언제 잃어버릴지 모르는 상황에, 자신의 지갑에다가 이미 누군가 잃어버린 지갑을 가지고 있다는 내용의 쪽지를 붙이고 다니는 것도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면에서 어린 아기의 사진은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신의 아기가 아니라 해도 말이다.

또한 5장의 운동 안하고 효과 보기는 플라시보를 활용한 방법이었다. 플라시보 효과는 설탕으로 이루어진 약을 진짜 약으로 알고 먹어도 효과가 나타난다는 위약 효과를 말한다. 반대로 평소의 움직임을 표로 만들어 벽에다 걸어두면 사람은 그제서야 자신의 활동량이 꽤 많다는 것을 인식하게 된다고 한다. 그것만으로도 살이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은 생각도 안했던 평소의 행동이 칼로리 소비가 많다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살이 빠진다니 신기한 생각이 들었다. 운동을 안 하고 효과를 볼 수 있다니 지나치게 날로 먹는 것 같지만 나쁜 기분은 아니었다.

이처럼 이 책 <59초>에는 생활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간단한 심리학이 담겨 있다. 다만 방관자 효과나 작은 부탁을 하고 큰 부탁을 이어서 하면 거절하기가 어렵다는 것 같은 내용은 다른 심리학서에서도 본 적이 있는 내용이라 흥미가 덜한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당장 써도 될 만한 내용들부터 해서 손가락 길이를 통한 성격진단법처럼 흥미 위주로 읽기 좋은 내용들이 고루 섞여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제목만큼 강렬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아이디어 보따리를 풀어낸 것 같아서 마음에 들었다. 더불어 지갑에 넣고 다닐 아기 사진도 구하고 싶은 마음을 자아낼 정도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프로이트의 의자 - 숨겨진 나와 마주하는 정신분석 이야기
정도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고등학교 시절 교복은 넥타이를 하는 종류였다. 그날 아침도 여느 날처럼 아침에 일어나 교복을 입고 넥타이를 했으며 밥상 앞에 앉아 밥을 먹었다. 그리고 나갈 시간이 되어 채비를 하고 집을 나서려는데 한 가지 거슬리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넥타이의 안과 밖이 반대로 뒤집혀 있는 것이 아닌가. 일어나서 약 한 시간 동안 내 모습을 식구들이 수차례 보았는데도 넥타이가 뒤집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사람이 없었다. 내가 당황하며 넥타이가 뒤집혀 있었다고 말하자 전부 몰랐다는 답이 돌아왔다.

자신이 저지른 실수는 그 사람에게는 거대한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다른 사람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길가에서 어느 여자가 넘어져도 그저 아프겠구나 하고 무심코 지나치게 되지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정작 당사자는 사람들이 자신만 보는 것 같고 창피해서 어쩔 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 넥타이 사건 이후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타인이 자신에 대해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결국 사람의 관심의 방향은 전부 안으로 쏠려 있다. 사랑에 빠졌다거나 하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사람의 주요 관심 대상은 바로 자신이다.

타인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일까부터 해서 머릿속에는 자신에 대한 것이 흘러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럼에도 자신을 가장 모르는 사람도 자신이다. 다리를 떨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서야 지나치게 긴장하고 있음을 깨닫거나 어이없는 일로 속마음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속마음을 정신분석을 통해 풀어주겠다는 것이 이 책 <프로이트의 의자>다. 사실 그렇게 거창한 책은 아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을 바탕으로 해서 이론을 가르쳐 주고 자신 혹은 타인의 행동에서 숨은 진의를 읽어주는 책일 뿐이다.

허나 그게 또 재미있다. 예전에 했던 행동들을 되짚어 보면서 그 안에 숨어 있던 진의를 읽어내게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농담이 공격성의 발현이라는 것은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상상하지 못할 부분이었다. 공격성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승화시킨 축에 들어가기는 하지만 때로 기분 나쁜 농담을 던지는 사람의 숨은 진의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느낌이 들었다. 다른 사람을 직접적인 말로 공격하면 자신에게도 비난의 화살이 돌아온다. 하지만 유머인척 능숙하게 구사하고 모두가 웃고 지나가면 공격성은 뿜어내고 반격을 당할 일은 없는 것이다. 웃고 지나갔던 사람이 숨은 진의를 알고 나중에 화가 나도 그 일을 걸고넘어지기 어려우니 꽤나 능수능란한 공격수단이란 생각도 들었다.

게다가 불안이나 공포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서도 반드시 필요하고 행동의 동력이 되기도 한다는 지적은 절로 수긍이 가게 되었다. 몸에 통증이 올 때 사람들은 대개 통증을 줄이기 위한 수단을 사용한다. 지나친 통증은 쇼크 상태를 불러 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증은 몸을 보호하기 위한 도구가 되기도 한다. 통증이 없다면 몸의 어디 하나가 망가져도 모를 테지만 통증이 있어서 더 심한 경우를 막을 수 있다. 불안도 역시 그렇다고 한다. 불안을 느낄 때 그 이유를 밝히기도 하고 그것을 행동의 원동력으로도 쓰라고 한다.

시험 직전 같은 경우에 불안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상태다. 불안을 억지로 억누를 필요도 없고 그 사실을 부인할 필요도 없다. 시험 준비 상태에 대한 불안을 느끼면 공부를 하게 되며 불안은 일종의 통증 같은 경고 편지이므로 그 원인을 찾아 대비를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자신의 마음 상태를 알려주는 신호들을 정신분석을 통해 자연스레 읽어내고 그 솔직한 마음을 알아내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억지로 누른다고 해도 터져 나오니 차라리 깊게 침잠해서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현실에 집중하고 갇힌 마음을 풀어주는 정신분석, 크게는 아니라도 작은 고리들을 풀어내어 마음의 안정을 주는 데는 도움이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인 본능 - 법의곤충학자가 들려주는 살인자 추적기
마크 베네케 지음, 김희상 옮김 / 알마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미국 드라마 <CSI>가 크게 흥행을 하면서 수사가 더 어려워졌다고 토로하는 수사관이 많다고 한다. DNA분석이 드라마처럼 금세 끝나는 것도 아니고 모든 증거가 완벽하게 모아진 범죄 사건은 그리 흔치 않다고 한다. 그런데 배심원들은 완벽한 증거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드라마에서처럼 말이다. 더구나 법의곤충학자 마르크 베네케가 밝힌 것처럼 감식관들은 수사관이 아니므로 수사를 하거나 멋 부리는 일도 없어서 실제와 비교하면 웃음이 나오는 내용에도 불구하고 묘하게 사실적인 면이 있는 드라마라서 범죄자들이 그것을 보고 학습한다는 것이다. 예전이라면 남겨 놨을 증거들을 깨끗하게 치우고 사라진다고 한다.

게다가 과학에는 100%란 있을 수 없다. 예전 주부 대상 아침 방송에서 잃어버린 가족을 확인해주는 것이 DNA분석이었다. 그런데 과학자는 매번 99.99% 친족임이 확실하다고 답했다. 과학에 100%는 있기 어려운 것이다. 그래서 매번 법관이 가능하냐, 아니냐를 예, 아니오로 답하라고 하면 곤경에 처한다. 무엇이든 가능성은 있기 때문이다. 비록 0.01%라고 해도 말이다. 마르크 베네케의 세 번째 책 <살인본능>에서 그는 법의곤충학자로써 살인사건을 들여다본다. 진실을 탐구하려는 시선에도 불구하고 선입견이 섞이고 미궁에 빠진 사건들부터 0.01%의 가능성과 사람의 감정을 가지고 노는 변호사들이 피의자를 풀어준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그래서 전 권에 등장했던 사건들이 군데군데 나타난다. 한때의 미식축구 스타를 지금은 빚더미에 시달리는 남자로 바꿔놓은 OJ 심슨 사건이 그 대표주자라고 할 수 있다. 살인현장에 심슨의 혈액이 뿌려져 있었고 심슨의 집에는 그의 전처의 혈액이 묻어 있었으며 모든 증거가 그를 가리키고 있었는데도 불가능에 가까운 가능성을 주장해서 승소한 경우였다. 그런데에는 지극히 편파적인 배심원과 엄청난 비용을 받는 변호사들의 치밀한 언론 플레이가 있었다고 한다. 마르크 베네케는 그 사건의 허점과 과학수사의 한계에 대한 선을 긋는다. 증거를 바탕으로 수사를 하게 돕는 것이 그의 일이라면 편견이든 무엇이든 이용해서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구축하는 것이 법관의 일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조금 묘했던 것은 사건을 다루는 그의 시각이었다. 전에는 과학수사에 초점을 맞춰서 차가운 진실만을 읽어냈다면 이번에는 사건의 허점에 대해서 많이 말하는 터라 진실 너머의 의혹과 약간의 감정이 섞여 있었다. 물론 과학자의 눈으로 본 살인사건은 차갑고 날카로운 면이 있었다. 사건을 그대로 들여다보면서도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저지른 사람들에 대한 날이 선 비판이 보였다. 이런 사건들을 들여다보면서 마르크 베네케는 범인들의 잔인함에 놀라기도 경찰들의 실수에 탄식하기도 한다. 하지만 가장 그가 이해하기 힘들어하는 부분은 범인의 동기였다. 아버지 뎅케라고 불렸던 살인자는 평소 이웃 사이에 평판이 좋았다.

거지나 부랑자가 돌아다니면 집으로 들여서 먹을 것을 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그는 사람을 먹는 엽기범죄자였다. 집으로 들인 사람에게 대필을 부탁하고 피해자가 눈을 돌린 틈에 공격을 하고 죽였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이웃들은 아무도 그를 의심하지 않았다. 피투성이가 된 거지가 살려달라고 뛰쳐나왔을 때조차 그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다. 거지가 완강히 뎅케가 자신을 죽이려 했다고 주장하자 경찰은 할 수 없이 뎅케를 유치장에 가둔다. 그 날 밤 뎅케는 목을 매 자살했다고 한다. 경악한 경찰이 부고를 어찌 전할까 고민하며 그의 집에 가자 시체 토막이 잔뜩 나왔다는 것이다.

이유 없이 초등학교에 들어가 화염방사기를 난사하고 창을 휘둘러 수많은 사람을 죽인 살인자도 뎅케도 그들의 동기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었다. 증거는 그대로 남아서 과학자, 수사관, 법관이 이야기를 재구성해보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정작 범인이 입을 다물고 나면 사건은 얼마정도 안개에 잠길 수밖에 없다고 한다. 그에 따라 공범과 거래하는 악마와의 거래도 이루어지고 아무리 봐도 유죄인 죄인이 풀려나기도 한다고 한다. 그렇기에 미궁에 빠질 사건들을 밝힌 단 하나의 횃불인 과학수사가 더 중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신라를 뒤흔든 12가지 연애스캔들
박은몽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새 드라마 <선덕여왕>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성장하면서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주인공은 어떤 때나 눈길을 끌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기묘한 것은 미실 쪽의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대책회의를 할 때 앉아있는 사람의 구도다. 미실을 가운데로 하여 한 쪽에는 정식 남편인 세종과 아들 하종, 한 쪽에는 미실의 정부인 설원랑과 미실의 동생 미생이 앉아 있다. 남편과 정부가 한 자리에 모여 다투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싶지만 지금의 생각과 그때의 생각은 달랐던 것 같다. 이 책 <신라를 뒤흔든 12가지 연애 스캔들>은 신라의 신이었던 왕에게 충성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정확하게는 색신이라는 기묘한 직책에서 일하면서 권력을 탐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어떤 나라든 자신들만의 법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지금의 생각으로 일반적인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신라는 자신들을 신국이라고 칭하고 신국만의 도를 따라서 중국 사람들에게 오랑캐라 불렸다고 한다. 그 신국의 도라는 것이 기묘해서 왕에게 색으로 충성하는 색신의 집안이 있었다고 한다. 왕족과 잠자리를 같이해서 즐거움을 줄 뿐만 아니라 후손을 이어주는 가문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서 영화를 누리는 가문, 그 가문에서 황후가 나왔고 색이 권력을 잡는 수단이 되었다.

말이 연애 스캔들이지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난잡하게 느껴지는 것들도 많다. 할아버지의 첩과 사랑에 빠지거나 작은 어머니와 결혼을 하기도 하는 등 경악스럽기까지 한 것이다. 하지만 읽어 나갈수록 전부 권력에 관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집트에서 근친혼이 성행했던 것은 왕실의 혈통을 유지하기 위함이기도 했지만 그 이면에는 권력을 계속하여 자기 집안에 묶어 두기 위한 것이었다. 신라에서도 색신의 가문을 따로 두고 근친혼이 성행한 것은 권력을 묶어 두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옥두리라는 여인의 경우에는 임신을 하면 전 풍월주와 잠자리를 하고 아들과 남편의 출세를 도왔다고 한다. 신라의 기준으로는 성상납은 공공연한 것이었고 사람들이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더구나 임신한 여인과 지체 높은 남자가 잠자리를 한 경우에는 그 대가로 그 여인이 가진 아이가 누구든 자신의 '마복자'로 삼았다. 그 아이의 아버지가 자신인 셈치고 뒤를 돌보아 주었다는 것이다. 물론 정식 후계자는 정처의 아이가 되지만 한 때 '마복자'라는 것만으로도 출세길이 열렸다고 한다.

어떤 시대이든 권력이 있는 자 근처에 사람이 모인다. 그 사람이 사람을 끄는 능력을 가진 사람일수도 있지만 보통은 그 권력을 노린 사람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국의 도라고 불리는 것은 지금의 시각에서는 당혹스러운 것이지만 그 때의 시각으로는 자연스러운 것이며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마복자라는 것도 자신의 세를 넓히는 수단이었던 것이다. 출세의 길을 열고 싶은 가문과 자신의 세력을 넓히고 싶은 가문이 연결되기 위한 방편이었다. 결국 어느 시대나 진실은 단 한 가지 권력뿐이고 이 모든 이야기 역시 색이 아닌 권력에 관한 것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