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드라마 <선덕여왕>이 인기를 끌고 있다. 성장하면서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주인공은 어떤 때나 눈길을 끌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기묘한 것은 미실 쪽의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대책회의를 할 때 앉아있는 사람의 구도다. 미실을 가운데로 하여 한 쪽에는 정식 남편인 세종과 아들 하종, 한 쪽에는 미실의 정부인 설원랑과 미실의 동생 미생이 앉아 있다. 남편과 정부가 한 자리에 모여 다투고 있는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싶지만 지금의 생각과 그때의 생각은 달랐던 것 같다. 이 책 <신라를 뒤흔든 12가지 연애 스캔들>은 신라의 신이었던 왕에게 충성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정확하게는 색신이라는 기묘한 직책에서 일하면서 권력을 탐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어떤 나라든 자신들만의 법을 가지고 있다. 그것이 지금의 생각으로 일반적인 경우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신라는 자신들을 신국이라고 칭하고 신국만의 도를 따라서 중국 사람들에게 오랑캐라 불렸다고 한다. 그 신국의 도라는 것이 기묘해서 왕에게 색으로 충성하는 색신의 집안이 있었다고 한다. 왕족과 잠자리를 같이해서 즐거움을 줄 뿐만 아니라 후손을 이어주는 가문이 있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서 영화를 누리는 가문, 그 가문에서 황후가 나왔고 색이 권력을 잡는 수단이 되었다. 말이 연애 스캔들이지 지금의 시각으로 보면 난잡하게 느껴지는 것들도 많다. 할아버지의 첩과 사랑에 빠지거나 작은 어머니와 결혼을 하기도 하는 등 경악스럽기까지 한 것이다. 하지만 읽어 나갈수록 전부 권력에 관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집트에서 근친혼이 성행했던 것은 왕실의 혈통을 유지하기 위함이기도 했지만 그 이면에는 권력을 계속하여 자기 집안에 묶어 두기 위한 것이었다. 신라에서도 색신의 가문을 따로 두고 근친혼이 성행한 것은 권력을 묶어 두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옥두리라는 여인의 경우에는 임신을 하면 전 풍월주와 잠자리를 하고 아들과 남편의 출세를 도왔다고 한다. 신라의 기준으로는 성상납은 공공연한 것이었고 사람들이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더구나 임신한 여인과 지체 높은 남자가 잠자리를 한 경우에는 그 대가로 그 여인이 가진 아이가 누구든 자신의 '마복자'로 삼았다. 그 아이의 아버지가 자신인 셈치고 뒤를 돌보아 주었다는 것이다. 물론 정식 후계자는 정처의 아이가 되지만 한 때 '마복자'라는 것만으로도 출세길이 열렸다고 한다. 어떤 시대이든 권력이 있는 자 근처에 사람이 모인다. 그 사람이 사람을 끄는 능력을 가진 사람일수도 있지만 보통은 그 권력을 노린 사람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신국의 도라고 불리는 것은 지금의 시각에서는 당혹스러운 것이지만 그 때의 시각으로는 자연스러운 것이며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마복자라는 것도 자신의 세를 넓히는 수단이었던 것이다. 출세의 길을 열고 싶은 가문과 자신의 세력을 넓히고 싶은 가문이 연결되기 위한 방편이었다. 결국 어느 시대나 진실은 단 한 가지 권력뿐이고 이 모든 이야기 역시 색이 아닌 권력에 관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