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의 의자 - 숨겨진 나와 마주하는 정신분석 이야기
정도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고등학교 시절 교복은 넥타이를 하는 종류였다. 그날 아침도 여느 날처럼 아침에 일어나 교복을 입고 넥타이를 했으며 밥상 앞에 앉아 밥을 먹었다. 그리고 나갈 시간이 되어 채비를 하고 집을 나서려는데 한 가지 거슬리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넥타이의 안과 밖이 반대로 뒤집혀 있는 것이 아닌가. 일어나서 약 한 시간 동안 내 모습을 식구들이 수차례 보았는데도 넥타이가 뒤집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사람이 없었다. 내가 당황하며 넥타이가 뒤집혀 있었다고 말하자 전부 몰랐다는 답이 돌아왔다.

자신이 저지른 실수는 그 사람에게는 거대한 것으로 보이지만 정작 다른 사람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길가에서 어느 여자가 넘어져도 그저 아프겠구나 하고 무심코 지나치게 되지 큰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정작 당사자는 사람들이 자신만 보는 것 같고 창피해서 어쩔 줄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 넥타이 사건 이후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타인이 자신에 대해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을 자주 했다. 결국 사람의 관심의 방향은 전부 안으로 쏠려 있다. 사랑에 빠졌다거나 하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사람의 주요 관심 대상은 바로 자신이다.

타인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일까부터 해서 머릿속에는 자신에 대한 것이 흘러가는 것이 보통이다. 그럼에도 자신을 가장 모르는 사람도 자신이다. 다리를 떨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서야 지나치게 긴장하고 있음을 깨닫거나 어이없는 일로 속마음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속마음을 정신분석을 통해 풀어주겠다는 것이 이 책 <프로이트의 의자>다. 사실 그렇게 거창한 책은 아니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이론을 바탕으로 해서 이론을 가르쳐 주고 자신 혹은 타인의 행동에서 숨은 진의를 읽어주는 책일 뿐이다.

허나 그게 또 재미있다. 예전에 했던 행동들을 되짚어 보면서 그 안에 숨어 있던 진의를 읽어내게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농담이 공격성의 발현이라는 것은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상상하지 못할 부분이었다. 공격성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승화시킨 축에 들어가기는 하지만 때로 기분 나쁜 농담을 던지는 사람의 숨은 진의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느낌이 들었다. 다른 사람을 직접적인 말로 공격하면 자신에게도 비난의 화살이 돌아온다. 하지만 유머인척 능숙하게 구사하고 모두가 웃고 지나가면 공격성은 뿜어내고 반격을 당할 일은 없는 것이다. 웃고 지나갔던 사람이 숨은 진의를 알고 나중에 화가 나도 그 일을 걸고넘어지기 어려우니 꽤나 능수능란한 공격수단이란 생각도 들었다.

게다가 불안이나 공포 같은 부정적인 감정에 대해서도 반드시 필요하고 행동의 동력이 되기도 한다는 지적은 절로 수긍이 가게 되었다. 몸에 통증이 올 때 사람들은 대개 통증을 줄이기 위한 수단을 사용한다. 지나친 통증은 쇼크 상태를 불러 오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증은 몸을 보호하기 위한 도구가 되기도 한다. 통증이 없다면 몸의 어디 하나가 망가져도 모를 테지만 통증이 있어서 더 심한 경우를 막을 수 있다. 불안도 역시 그렇다고 한다. 불안을 느낄 때 그 이유를 밝히기도 하고 그것을 행동의 원동력으로도 쓰라고 한다.

시험 직전 같은 경우에 불안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상태다. 불안을 억지로 억누를 필요도 없고 그 사실을 부인할 필요도 없다. 시험 준비 상태에 대한 불안을 느끼면 공부를 하게 되며 불안은 일종의 통증 같은 경고 편지이므로 그 원인을 찾아 대비를 하면 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자신의 마음 상태를 알려주는 신호들을 정신분석을 통해 자연스레 읽어내고 그 솔직한 마음을 알아내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억지로 누른다고 해도 터져 나오니 차라리 깊게 침잠해서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현실에 집중하고 갇힌 마음을 풀어주는 정신분석, 크게는 아니라도 작은 고리들을 풀어내어 마음의 안정을 주는 데는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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