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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명문 서점 (양장) - 오래된 서가에서 책의 미래를 만나다
라이너 모리츠 지음, 레토 군틀리아지 시몽이스 사진, 박병화 옮김 / 프로네시스(웅진)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로또열풍이 몰아쳤을 때 큰기대를 하지 않고 로또를 사며 만약 1등에 당첨이 되면 기본적인 노후에 대한 준비를 다 한 후 동네에 문화공간을 겸한 서점을 운영하며 읽고 싶은 책이나 맘껏 읽으며 살아볼까 하는 꿈을 꿨던 적도 있다.
어린 시절 부산에 살며 남포동 주변에 약속이 있으면 조금 일찍 나가 "문우당"에서 책을 뒤적이며 시간을 보냈었다. 그리고 광복동 주변에서 누군가를 만나야 하면 "광복문고"의 서가 사이에서 이책저책 관심있는 책을 미리 몇페이지씩 읽어보곤 했다. 또 대학에 입학해서는 학교 정문 앞에 있는 "나라사랑"이란 서점이 수업사이에 빈 시간도 보내고 친구들과의 연락도 하는 아지트이기도 했다. 생활의 근거지가 수도권으로 바뀐 후에도 만남이 있는 날이나 잠시의 시간 여유가 생길 때 서점 주변을 배회하곤 한다. 강남역 주변에 있다보니 예전에 "씨티문고"를 자주 찾다가 요즘은 강남역 "교보문고"로 바뀐 것 말곤....
오늘 뉴스를 보다보니 서울에서 오랜 전통과 역사를 가지고 시대의 흐름에 사라지지 않고 남아있어줘서 고마운 대상 중 하나로 서촌에 있는 "대오서점"에 관한 이야기를 볼 수 있었다. 서점의 사진이 어디서 본 듯 낯이 익다 했는데 작년인가 우리 가족들이 열심히 봤던 드라마 <상어>에서 주요한 장소로 나왔던 곳이다.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오래된-60년 이상된- 헌책방이 아직도 유지되고 있는데 이젠 헌책방의 모습보다는 북카페의 형태로 존속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가족들과 한번쯤 나들이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럽의 명문 서점들은 어떤 모습일까? 표지에 나오는 사진처럼 오페라극장을-실제 내용을 보면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인데 사진의 효과였음이 내용을 보다보니 알게됐지만.-방불케 하는 유수한 전통을 가지고 있는 서점들일까? 독일, 영국, 프랑스, 스페인, 스위스 등 서유럽 각국의 전통있고 특색있는 서점 스무 곳을 소개한 내용들을 읽으며 다음에 혹 그도시에 갈 일이 있으면 꼭 한번은 들러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영국의 헤리티지 재단으로부터 역사적인 기념물로 보호, 관리되고 있는 서점부터 천평이 넘는 넓은 공간의 최신 건물을 사용하는 곳, 직원 두명이서 곧 내려앉을지도 모르는 계단이 있는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곳 등 제각각의 규모와 특징들이 흥미를 끈다. 몇백년된 교회당을 리모델링해서 서점으로 운영한다거나 고가 철도 밑의 공간을 서점으로 만들었다는 모습을 보면 기발하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명문서점이고 아름다운 서점이라고 하는 서점들도 많은 경우 변화하는 시대에 따라 경영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물론 대형서점 체인의 일원인 곳도 있고,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서점들이 연계해 나름의 강점을 발휘하거나, 고서적 중심의 전문성 등으로 자신의 입지를 확실히 다진 서점도 있지만 지역 학교들의 교재 공급으로 그나마 운영을 하는 서점들의 모습을 보며 그곳도 우리네 동네서점들과 크게 다른 상황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가끔씩 뉴스에서 지역의 유서 깊은 서점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접할 때 안타깝기도 하고 유즘 같이 대형서점체인이나 온라인 서점들의 편리성을 감안했을 때 어쩔 수 없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드는데 영국의 헤리티지 재단과 같은 기구를 통해 지역문화의 상징으로 그러한 공간을 보존하는 방법도 이제는 고민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경제의 논리와 효율성에 지배받는 세상이라더라도 문화와 전통은 지켜야 할 의미와 가치가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