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내가 보고 싶어 본 영화는 아니고 영화의 제목이나 출연진을 보고 뭔가 내심 조금이라도 기대를 하거나 하지 않고 토요일 아침 영화를 봤다. 역시나 예상했던대로 영화는 전체 맥락 무시하고 앞뒤의 연관없이 장면장면의 재미에 충실한 모양새다.
영화가 끝난 후 걱정된 마음에 영화를 선택한 이번에 중학교 졸업하는 녀석들에게 영화 어땠냐고 물었더니 재미있다는 답을 한다.-어제 영화 끝난 후의 답이 그랬고, 오늘 아침에 물었더니 뭔가 앞뒤가 안맞았다는 답을 들었다.- 2시간 가까이 아무 생각없이 영화를 보며 웃고 싶다면 보는 걸 말리지 않겠다.
다만 영화를 통해 뭔가 생각하고 다른 의미를 찾으시겠다면 말리고 싶다. 사실 그날 <또 하나의 약속>을 아이들이 선택해주길 내심 기대했었는데 아직 그정도는 아닌가 보다.
그리고 아무리 역사는 배경으로써만 삼는 병풍의 기능으로만 생각하는 영화라 하더라도 조선 후기 청나라와의 관계를 얘기하면서 조선 최고의 무역항이고 외국인들이 들어오는 곳을 벽란도라고 하는 건 좀 심하지 않나 싶다. 청나라에 끌려갔던 세자가 돌아와서 왕이 되고 북벌을 꿈꾼다는 소현세자와 효종을 구분 못하는 건 애교로 보더라도... 주요 소재가 아니라 하더라도 역사를 배경으로 한다면 최소한의 상식은 왜곡하지 않았으면 싶다.
그나마 영화에서 기대를 저버리지 않은 배우는 주연들도 아니고 엔딩 크레딧에 특별출연으로 이름이 뜨는 송새벽정도였다. 송새벽이 출연한 영화를 극장에서 본 건 이번이 처음인데 항상 영화에서 보여지는 모습과 똑같은 모습이었지만 그나마 딱 맞아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영화 전체를 이끌고 간 주연 하지원을 보면 초기 보여줬던 자신의 재능을 갉아 먹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크게 시선을 끌진 못했지만 영화 <진실게임>에선 시선을 사로잡고 앞으로의 진로가 기대되는 배우였는데. 물론 그이후에 출연한 영화나 드라마에서 공전의 인기를 구가하고 지금도 흥행 보증수표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지나친 다작으로 인해 빚어지는 함량이 낮다고 보이는 영화나 드라마들의 출연이 길게 봤을 때 그녀의 연기인생에 그닥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은 그냥 기우일진 모르겠다.
내가 그녀를 딱히 좋아하는 팬이진 않지만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