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1
한승원 지음 / 열림원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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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금시조(金翅鳥)는 팔부중의 하나. 불경에 나오는 상상의 큰 새로, 매와 비슷한 머리에는 여의주가 박혀 있으며 금빛 날개가 있는 몸은 사람을 닮고 불을 뿜는 입으로 용을 잡아먹는 새(NAVER 국어사전)라고 한다. 예전 이문열은 <금시조>에서 고죽이란 한 인물을 통해 진정한 예술의 완성을 금시조를 보는 것이라 했다.

한승원이 그린 추사의 일생도 끊임없이 금시조가 나타나 용을 잡아먹기를 기다리고 있다. 다만 추사가 단지 추사체로 이름난 명필에 <세한도>로 알려진 문인화가이고 북한산의 진흥왕순수비를 찾아낸 금석학의 대가로서 보여지는 것이 아니라 홍대용, 박지원 등에게서 이어진 북학(北學)의 명맥을 이어온 실사구시(是)와 이용후생(生)을 실학자로서의 모습도 보여준다.

시서화 삼절에 경학까지 두루 밝은 그가 북경에서 선진을 문물을 접하고 그곳의 학자들과 친분을 쌓고 영조의 사위인 월성위의 종순으로서 승승장구하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기량을 나라와 백성을 위해 쏟아붓는 모습과 안동김씨의 세도에 밀려 제주도 9년, 북청 2년의 유배생활을 겪는 부침 속에서 권력과 인생의 덧없음을 깨우쳐 가며 곤궁한 살림에 자식들의 살림을 위해 글을 팔고 그림을 팔다 진정 예술과 철학을 담아 자신의 예술적 경지를 꽃피우고 어려운 나라를 구원해 줄 금시조를 기다리고 천지만물의 근원인 태허(虛)에 매달리며 마지막 인생의 업보들을 정리하는 모습에서 진정한 학자의, 예술가로서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모든 것들을 태우는 금시조-가루다-처럼 기존에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것들을 부정하고 새로운 세상으로 발을 내디딜 용기가 부러웠다. 원래 가진 것이 많으며 애착이 많고 잃은 것이 많으면 미련이 많기 마련인데 그러한 것들을 모두 부정하고 말년에 자신이 그토록 비판하던 이광사의 동국진체와 해붕과 벽파의 선과도 화해하며 인생의 덧없음, 실없음을 깨닫는 모습에서 우리의 삶도 결국은 화해와 이해의 방향으로 가야하는 게 아닌가 생각된다. 젊은 시절 눈에 보이지 않는 말과 이념으로 상처주기를 일삼다가 그것들이 커다란 세상에서 유유히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부질없는 몸부림임을 자신을 부정하는 과정 속에서 진정 세상의 원리를 배울 수 있음을 느끼게 해 준다.

<교보문고리뷰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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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릴린, 그녀의 마지막 정신상담
미셸 슈나이더 지음, 이주영 옮김 / 아고라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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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내게 유명하고 기억에 남는 헐리우드의 여배우를 꼽으라면 오드리 헵번, 그레이스 켈리, 마릴린 먼로를 꼽는다. 그중 가장 인상깊고 드라마틱한 삶을 산 이는 아마도 마릴린 먼로가 아니었을까? 성공적인 배우로서의 생활과 은퇴 후 모범적인 생활을 통해 칭송을 받는 오드리 헵번 보다도 유럽의 작은 나라지만 왕비가 된 신데렐라 이야기의 주인공인 그리이스 켈리보다도 자신이 살다간 시대를 가장 대표하는 아이콘으로 남은 여배우는 마릴린 먼로가 아니었을까?

정작 그녀가 출연한 영화는 서부극을 좋아하시는 아버지 옆에서 봤던 <돌아오지 않는 강>과 언젠가 주말의 명화에서 봤었던 <신사는 금발을 좋아해>뿐이다. 하지만 여러 곳에서 그녀의 그림자들을 만나곤 한다. <7년만의 외출>에서 보여줬던 환기구 위에서 치마가 펄럭이는 모습은 아직도 많은 광고에서 패러디해 익숙하고, 이후 수많은 헐리우드의 여배우들이 섹스심벌로서 마릴린 먼로의 이미지를 차용했고, 마돈나의 경우도 데뷔초에 마릴린 먼로의 이미지를 빌어왔으니 그녀만큼 모든 이의 공감을 살만한 매력적인 여배우는 없을 것이다.

마릴린 먼로, 영화와 정신분석. 각각의 이야기들이 충분히 매력적인 소재였고 5백 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의 내용에서 작가는 치밀하게 이 셋의 연관성에 대해 논했지만 내눈에는 마릴린 먼로의 외로운 모습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대중의 연인으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남부럽지 않게 누릴 것 다누리고 사는 걸로 보였던 그녀를 그토록 괴롭히고 아프게 했던 것은 진정 무엇이었을까? 먹어도 먹어도 허기긴 배를 채우지 못하는 아귀지옥처럼 모든 남성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던 그녀는 끊임없이 사랑을 갈구하고 사랑에 아파했다. 스크린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에서 자아를 찾지 못하고 항상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려고 애쓰며 아파했던 그녀의 모습을 보며 근래 대중의 선망의 대상이었다가 허무하게 목숨을 버렸던 젊은 배우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대중들에게 꿈과 환상을 심어주는 배우이기 이전에 자아를 찾길 원하는 자연인의 한사람으로서 그들이 진정 원했던 행복은 무엇이었을까? 물론 마릴린 먼로의 죽음이 자살인지, 권력이나 마피아에 의해서 인지는 말하기 어렵지만 그녀를 항상 아프게 하고 힘들게 했던 것은 진정한 사랑에 대한 끝없는 갈증과 갈망이 아니었을까? 불특정 다수의 애정도 중요하지만 가까이서 함께 생활하며 살부비고 부대끼며 서로를 위해주는 뜨겁지는 않지만 훈훈한 사랑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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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 끝나면 학교가기 싫어져 괜히 몸이 아픈 아이도 아닌데 오늘 몸이 엉망이다. 연휴동안 남들처럼 열시간 넘게 길에서 소모하며 힘들게 다녀온 곳도 없는데 엊그제부터 목이 칼칼하더니 덜컥 감기가 걸렸다. 웃긴 건 여지껏 목이 칼칼했는데 감기 증상은 콧물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코감기다.

하루종일 훌쩍거렸더니 머리도 멍하다.

오늘같은 날은 일찍 퇴근해서 쉬어줘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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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09-27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심리적으로 힘들어서였을까요?
약 드시고, 푹~ 주무시면 곧 나으실거예요. 몸조리 잘 하세요.

Mephistopheles 2007-09-27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비가 온 후 급작스럽게 싸늘해진 날씨 탓인지.. 고향다녀온 사무실 사람들 대부분은 콜록거리면서 몸살기가 있다고 하더군요..^^

antitheme 2007-09-28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홈수맘님 /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제 일찍 퇴근해서 약먹고 잤더니 오늘 아침엔 조금 좋아졌습니다.
메피님 / 주변에 감기 걸리신 분들이 많네요. 님도 감기 조심하세요.
 
시누헤 1
미카 왈타리 지음, 이순희 옮김 / 동녘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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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이집트라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커다란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클레오파트라 그리고 태양의 아들이라 불리던 파라오의 나라. 가장 오래되고 찬란한 문명을 가졌던 이집트문명은 본의 아니게 기독교-카톨릭과 개신교 등-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성서에 커다란 영향을 준 '출애굽'의 배경이 되는 애굽이 바로 이집트가 아니었던가? 더구나 크리스티앙 자크의 <람세스>에서도 소개된 아톤이라는 유일신을 신봉한, 그래서 모세에게 영향을 주었다고 추정하는 아케나톤왕의 시대를 다룬다니 종교적인 책인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케나톤왕의 신앙과 아톤의 가르침은 작가가 독자들에게 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한 가르침들은 단지 시누헤가 세상을 이해하고 인생에 대해 고민하고, 진리가 진실이 무엇인지 생각케 하는 단초들이었다. 아케나톤이 평화와 평등을 외쳤지만 구체적인 방향성이 없고 당위성만이 강조될 때는 힘없는 민초들에게 이로운게 아니라 오히려 혼란과 혼돈 속에서 권력자들의 이권다툼에 가지고 있는 작은 것들마저도 빼앗겨 버리게 된다는 사실 속에서 진정 진리가 무엇인지, 정말 진리가 결국엔 승리하는지 회의를 품을 수 밖에 없게 된다.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도 정의롭고 진리를 이야기하는 이들이 패배하고 불의와 이기적인 욕심을 가진 이들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떠올리면 비록 작가의 상상 속에서 빚어진 모습이지만 4천년전 이집트나 지금이나 정의와 진리가 승리하기엔 거리가 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시누헤가 끊임없이 여행과 현인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찾으려고 한 지혜와 진리는 그에게 의사로서 존경받고 일정정도의 부를 안겨주었지만, 그가 가진 진리와 지혜가 결국 그에게 준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사랑하는 여인들을 비참하게 죽게 만들고, 정의롭다고 생각한 왕의 방침으로 다른 벗들도 죽음에 이르게 하고 자신도 많은 상처를 입는다.

홀로인 자, 시누헤. 그가 말년에 자신의 생을 되돌아 보며 깨달은 것과 얻은 것은 무엇일까? 훌륭한 의사로서의 명성도 부도 아니고 자신이 겪어왔던 삶을 되돌아 보는 과정에서 진정 인간에게 이로운 진리와 정의가 무엇인지 사람이 살아가기에 무엇이 필요한지 느끼게 된다.

최희준의 노래 <하숙생>처럼 인생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알고자 하는 인간의 긴 여행이 아닐까? 출판사에선 아케나톤과 모세를 연관지어 종교적으로 독자의 시선을 끌고자 하지만 오히려 코엘료의 <연금술사>처럼 인간이 살아가며 느끼는 진리와 행복에 대해 고민을 던져주는 걸로 이책의 방향을 잡았더라면 읽기에 혼란스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리더스가이드서평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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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에서 과학이 숨쉰다
장순근 지음 / 가람기획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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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얼마전 신문에서 봤더니 몇몇 대학에선 국문학과마저 없어진다고 하니 심각한 지경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데 인문학만큼 위기에 빠졌음에도 관심권 밖에 있는 학문들이 있다. 바로 자연과학이다. 문과의 많은 학생들이 인문학보다는 법학이나 경영학쪽 등으로 진학을 하듯이 이과의 학생들도 자연과학보다는 의학이나 공학계열의 소위 돈되는 학문을 우선시한다. 하긴 내가 고3때 수학과에 원서를 낼까했더니 담임선생님께서 그런덴 뭐하러 갈래 하시며 공대를 추천하셔었다. 지금이라고 해서 사정이 그리 변하진 않았을 것 같다.

이책은 그돈안되는 학문중에서도 낯선 지질학을 다루고 있다. 고등학교까지는 독립적인 학문이 아니라 지구과학이나 여러 과목에 조금씩 자리를 차지하는 학문이다. 나도 나름 재이있어 했지만 석영, 운모, 장석 등 화성암의 온도에 따라 함유량을 외우고 하는게 귀찮고 따분해 조금은 멀리했던 부문인데 나이먹고 그런 암기의 부담이 없으니 나름 재밌다. 억지로 외울 필요도 없고 내생활에서 써먹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뭐가 있을까 하며 읽어나가다보니 음료수 캔 따는 부분만 알루미늄으로 돼 있어 그걸 천개이상 모으면 필요한 이들에게 휠체어를 선물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하는 후배에게 알루미늄을 정제하고 얻어내는 특징에 대해 설명해 줄 수도 있고,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그 시절 지구의 모습에 대해서도 설명해 줄 수 있었다.

자연과학은 단순히 교양차원이 아니라 공학이나 많은 부분에서 기본이 되는 학문임은 인문학과 다를 바 없음에도 인문학의 위기는 걱정해도 자연과학의 위기를 걱정하는 이들은 많지 않은 듯하다. <프랑스 중위의 남자>에서 찰스가 화석을 수집하러 다니는 것처럼 19세기부터 20세기 초반 유럽의 유한계급이 자연과학을 교양의 일부분으로 여기고 노력했던 것과 같은 전통조차 없는 우리에겐 자연과학의 위기가 완전히 남의 이야기가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책의 문장이 거칠고, 한권에 너무 많은 내용을 담으려해서 조금은 산만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이러한 책들이 계속 나와서 과학을 교양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시절이 오기를 바란다.

<북꼼리뷰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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