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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누헤 1
미카 왈타리 지음, 이순희 옮김 / 동녘 / 2007년 8월
평점 :
품절
고대 이집트라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커다란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클레오파트라 그리고 태양의 아들이라 불리던 파라오의 나라. 가장 오래되고 찬란한 문명을 가졌던 이집트문명은 본의 아니게 기독교-카톨릭과 개신교 등-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성서에 커다란 영향을 준 '출애굽'의 배경이 되는 애굽이 바로 이집트가 아니었던가? 더구나 크리스티앙 자크의 <람세스>에서도 소개된 아톤이라는 유일신을 신봉한, 그래서 모세에게 영향을 주었다고 추정하는 아케나톤왕의 시대를 다룬다니 종교적인 책인가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아케나톤왕의 신앙과 아톤의 가르침은 작가가 독자들에게 말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한 가르침들은 단지 시누헤가 세상을 이해하고 인생에 대해 고민하고, 진리가 진실이 무엇인지 생각케 하는 단초들이었다. 아케나톤이 평화와 평등을 외쳤지만 구체적인 방향성이 없고 당위성만이 강조될 때는 힘없는 민초들에게 이로운게 아니라 오히려 혼란과 혼돈 속에서 권력자들의 이권다툼에 가지고 있는 작은 것들마저도 빼앗겨 버리게 된다는 사실 속에서 진정 진리가 무엇인지, 정말 진리가 결국엔 승리하는지 회의를 품을 수 밖에 없게 된다. 사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에서도 정의롭고 진리를 이야기하는 이들이 패배하고 불의와 이기적인 욕심을 가진 이들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떠올리면 비록 작가의 상상 속에서 빚어진 모습이지만 4천년전 이집트나 지금이나 정의와 진리가 승리하기엔 거리가 멀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시누헤가 끊임없이 여행과 현인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찾으려고 한 지혜와 진리는 그에게 의사로서 존경받고 일정정도의 부를 안겨주었지만, 그가 가진 진리와 지혜가 결국 그에게 준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사랑하는 여인들을 비참하게 죽게 만들고, 정의롭다고 생각한 왕의 방침으로 다른 벗들도 죽음에 이르게 하고 자신도 많은 상처를 입는다.
홀로인 자, 시누헤. 그가 말년에 자신의 생을 되돌아 보며 깨달은 것과 얻은 것은 무엇일까? 훌륭한 의사로서의 명성도 부도 아니고 자신이 겪어왔던 삶을 되돌아 보는 과정에서 진정 인간에게 이로운 진리와 정의가 무엇인지 사람이 살아가기에 무엇이 필요한지 느끼게 된다.
최희준의 노래 <하숙생>처럼 인생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지 알고자 하는 인간의 긴 여행이 아닐까? 출판사에선 아케나톤과 모세를 연관지어 종교적으로 독자의 시선을 끌고자 하지만 오히려 코엘료의 <연금술사>처럼 인간이 살아가며 느끼는 진리와 행복에 대해 고민을 던져주는 걸로 이책의 방향을 잡았더라면 읽기에 혼란스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리더스가이드서평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