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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속에서 과학이 숨쉰다
장순근 지음 / 가람기획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요즘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얼마전 신문에서 봤더니 몇몇 대학에선 국문학과마저 없어진다고 하니 심각한 지경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런데 인문학만큼 위기에 빠졌음에도 관심권 밖에 있는 학문들이 있다. 바로 자연과학이다. 문과의 많은 학생들이 인문학보다는 법학이나 경영학쪽 등으로 진학을 하듯이 이과의 학생들도 자연과학보다는 의학이나 공학계열의 소위 돈되는 학문을 우선시한다. 하긴 내가 고3때 수학과에 원서를 낼까했더니 담임선생님께서 그런덴 뭐하러 갈래 하시며 공대를 추천하셔었다. 지금이라고 해서 사정이 그리 변하진 않았을 것 같다.
이책은 그돈안되는 학문중에서도 낯선 지질학을 다루고 있다. 고등학교까지는 독립적인 학문이 아니라 지구과학이나 여러 과목에 조금씩 자리를 차지하는 학문이다. 나도 나름 재이있어 했지만 석영, 운모, 장석 등 화성암의 온도에 따라 함유량을 외우고 하는게 귀찮고 따분해 조금은 멀리했던 부문인데 나이먹고 그런 암기의 부담이 없으니 나름 재밌다. 억지로 외울 필요도 없고 내생활에서 써먹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뭐가 있을까 하며 읽어나가다보니 음료수 캔 따는 부분만 알루미늄으로 돼 있어 그걸 천개이상 모으면 필요한 이들에게 휠체어를 선물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하는 후배에게 알루미늄을 정제하고 얻어내는 특징에 대해 설명해 줄 수도 있고, 공룡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그 시절 지구의 모습에 대해서도 설명해 줄 수 있었다.
자연과학은 단순히 교양차원이 아니라 공학이나 많은 부분에서 기본이 되는 학문임은 인문학과 다를 바 없음에도 인문학의 위기는 걱정해도 자연과학의 위기를 걱정하는 이들은 많지 않은 듯하다. <프랑스 중위의 남자>에서 찰스가 화석을 수집하러 다니는 것처럼 19세기부터 20세기 초반 유럽의 유한계급이 자연과학을 교양의 일부분으로 여기고 노력했던 것과 같은 전통조차 없는 우리에겐 자연과학의 위기가 완전히 남의 이야기가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책의 문장이 거칠고, 한권에 너무 많은 내용을 담으려해서 조금은 산만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이러한 책들이 계속 나와서 과학을 교양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시절이 오기를 바란다.
<북꼼리뷰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