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입사 동기 녀석 하나가 오랜만에 보내온 메일이 퇴직인사다.

이미 오래전에 공부 핑계로 퇴직을 한번 했던 친군데 그이후 직장이 어찌어찌하다 내가 일하는 집단의 관계사로 인수되면서 다시 연을 이었는데 또 한번 퇴직 인사 메일을 보내왔다.

16년전 처음 만났을 때는 나보다 2~3살 어리고 해서 항상 어린 동생 같은 동기로 기억에 남았는데 오늘 편지에 쓰여진 소회를 읽다보니 나보다 세상을 더 진지하게 살고 있었던게 느껴진다.


아래는 그 동기가 보내온 메일의 한구절이다.


前직장에서 본부장에게 보고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회사 상황과 현안들에 대해 한참 이야기하던
중에 본부장이 물었습니다. "김팀장, 행복합니까?" 엉뚱한 질문에 잠시 멈춰섰습니다. ? 의도는?
짱구를 굴려봐도 답이 안나오는 상황이었습니다. 기껏 답을 한 게 "회사에 만족하고 있습니다"라는
두리뭉실한 답이었습니다. "아니, 만족하냐가 아니라 김팀장이 행복한지 궁금해서요. 일이나 회사
말고 김팀장 개인이 행복한 삶을 살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본부장은 서울대-해외MBA-컨설팅을 거친
동갑내기 상사여서 서로가 약간의 거리를 두고 선을 밟지 않도록 주의하던 사이였습니다. 엉뚱한
질문에 그냥 웃고 넘어갔지만 그 질문이 OOO에 다니는 동안 다시 떠올랐고 내가 무엇을 잘못
하고 있는 지 크게 깨닫게 했습니다
.


학교를 졸업하고 전직장까지 감안하면 나도 20년 가까이 직장 생활을 해왔는데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행복하게 사는지 한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었나 싶다. 물론 선배로써 후배로써 동료의 입장으로 사람과의 관계로 일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단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데만 신경 썼던게 아닌가 싶다.


오늘 잠자리에 들기 전엔 맥주라도 한잔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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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4-04-01 11: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가 저에게 '지금 행복합니까?'하고 물어보면...음 글쎄요!라고 할듯합니다.
참 쉽지 않은(?) 삶이어요.
입사동기 분이 퇴직한다고 하면 더 심난하겠네요. 이런.....

antitheme 2014-04-01 12:41   좋아요 0 | URL
불행하다는 답이 안나오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출퇴근 길에 지루함을 달래는 수단은 핸드폰에 설치한 미드/일드를 보는 앱을 활용하는 거다. 서울에서 수원으로 가는 버스에는 무선 인터넷을 제공하기 때문에 간간이 끊어질 때도 있곤 하지만 그닥 불편함 없이 쓸만하다.


지금 보고 있는 건 예전에 케이블 TV를 통해서 한번 봤던 일본 드라마 <비기너>. 2003년 작품이니 내가 봤던 시기도 그즈음일텐데 오늘 봤던 8회까지는 어느정도 기억이 날만큼 인상깊었던 것 같다.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연수원에 모인 8명의 예비법조인들이 성장해 나가는 모습인데, 그들 한명 한명이 범상치가 않다. 파견회사 여직원이었던 카에데, 불량스런(?) 학생시절을 보냈다가 마음을 다잡고 사법시험을 본 하자마, 잘 나가는 관료였다가 스캔들에 휘말려 실각하고 예전에 사법시험을 패스한 덕분에 새길을 찾는 키리하라, 야꾸자의 정부였다가 새로운 삶을 시작한 모리노 등 누구 하나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 8명의 사법연수원생들의 이야기다.

11회까지(물론 아직 다 본 상태는 아니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은 우리가 아는 전문직 드라마와 크게 다르진 않다. 서로 다른 배경에서 성장했지만 사법연수생이라는 동질성과 처음에는 다른 이들보다 뒤떨어지고 따돌림 당하는 캐릭터들이 서로의 장점을 전파하며 함께 성장하는 성장 드라마. 거기에 법률적인 사건을 냉정하게 사용하지 않고 각자의 힘들었던 시절과 인간에 대한 애정과 이해를 바탕으로 풀어나간다는 흐름. 마지막으로 남여배우들간의 멜로까지. 써먹을 수 있는 내용은 다 끌어다 써먹는데 그리 나빠보이진 않는다.

무언가 모자라고 덜 여물었지만, 서로의 자란 배경과 앞으로의 갈 길이 달라 충돌도 하지만 beginner라는 단어의 뜻처럼 새롭게 시작하는 이들의 시행착오로 봐 넘길 수 있는 모습. 그리고 그들이 인간적으로 법조인으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격려하는 시선으로 봐 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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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4-03-19 1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요즘 모던 패밀리 보고 있어요^^ 제목처럼 가족 드라마인데 재미있네요.
비기너는 울 딸내미에게 추천하면 좋을 드라마입니다. 땡큐~~

antitheme 2014-03-19 12:46   좋아요 0 | URL
전 미드는 범죄수사물만 봐왔는데 모던 패밀리도 관심을 가져봐야겠네요.
일교차가 심합니다. 건강관리 잘 하세요.
 
Predictive Analytics: The Power to Predict Who Will Click, Buy, Lie, or Die (Hardcover) - How Data Science Predicts What You Are Going to Do
Siegel, E. / John Wiley & Sons Inc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가끔씩 알라딘에서 오는 메일 중에 근래에 구매했던 상품에 대한 리뷰를 남기라는 내용의 메일을 받는다. 메일의 내용은 근래 내가 구매했던 도서들의 목록과 각각의 책에 대한 리뷰들의 제목이 붙어 있고 알라딘에 리뷰를 남기면 이러이러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가끔씩은 알라딘에서 할인쿠폰이 발송됐다고 문자가 와서 알라딘에 접속해 내계정을 살펴보면 내가 관심이 있었던 책보단 처음 보는 제목의 책에 대한 할인 쿠폰이 들어와 있다. 또 가끔씩은 내가 구매할까 하고 보관함이나 장바구니에 넣어뒀던 책을 지금 구매하면 얼마를 할인해 준다거나 아니면 적립금을 추가로 준다고 유혹할 때도 있다.

사실 이러한 소비자의 행동 패턴을 분석해서 cross sell이나 up sell을 하는 건 마케팅이나 CRM분야에서 오래전부터 해오던 방식이었고 특히 아마존의 성공이후에 많은 인터넷 쇼핑몰들에선 한번씩은 시도하는 방식들이다. 물론 원조를 못 따라 간다고 아마존만큼 고객의 구매패턴과 최근 자신의 사이트에서 고객이 관심을 뒀던 상품의 로그를 분석해서 나한테 딱 맞는 프로모션을 소개해주고 최근에 읽거나 주문했던 책과 연관되거나 도움이 될만한 추천을 해주는 곳들은 많지 않다. 알라딘에서 최근 구매 상품에 대한 리뷰를 작성하라고 보내준 메일에 들어 있는 네권의 책 중 내가 이미 세권정도는 리뷰를 남긴 경우도 몇몇 있었을 정도니까...

근래 IT업종에서 어딜 가나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용어가 Big Data이다. 예전에도 데이터는 존재하고 있었지만 너무 많은 양이 쌓여 있고 로그나 텍스트 문서처럼 비정형의 형식으로 사람이나 컴퓨터가 그내용을 해석하기도 어려워서 쓸모없이 방치돼 있던 정보들이 기술의 발전에 따라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저렴한 비용에 저장할 수 있고, 빠른 속도로 필요한 데이터를 끄집어 내 올 수도 있으며 기계가 인식하는 0과1이 아닌 사람이 인식하고 사용하는 언어 기반으로 이해하고 해석해서 자연재해나 범죄에 대한 대비도 하고, 주가를 예측해서 돈도 벌게 하고, 누군가에게 적합한 내용의 추천과 조언을 해줘서 만족도를 높이려는 시도가 하나씩 현실화 되고 있다.

어제 만났던 IBM Korea에서 일하시는 분은 IBM의 슈퍼 컴퓨터 왓슨이 콜센터 업무와 연결돼서 영어로 들어오는 전화와 메일에 담겨진 고객의 요구를 해석하고 분석해서 최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무가 구현중이라는 얘기까지 할 정도다.

물론 Big Data나 예측분석 등의 이야기를 모든 사람이 알 필요는 없다. 자동차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스마트폰이 어떤 식의 로직이나 프로세스로 작동하고 비행기가 어떻게 날아다니는지 몰라도 그걸 자신의 생활에 맞게 잘 쓴다면 그게 최상의 방법이다.

다만 세상의 어느 곳에선가는 나도 모르는 내마음을 이해하고 해석하기 위해서  수많은 사람과 기계가 지금도 땀을 뻘뻘 흘리며 머리를 짜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만 마음에 두고 있다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Big Brother가 나를 통제하기 위해 나를 감시하는 것과 같은 두려움을 줄 수도 있고 나의 생활을 더 풍요롭게 해줄 수도 있다.
모든 건 그 사물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그걸 사용하는 사람의 자세와 도덕성이 판단의 기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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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고등학교 친구의 아들 돌 잔치에 다녀왔다. 금요일 저녁에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 아웃렛이 있는 곳이라 늦게 회의가 끝나고 강남역에서 부랴부랴 움직였지만 거의 행사가 끝날 즈음에 도착했다.

돌잔치라는 행사도 요즘은 갈 일이 없었었는데 덕분에 오랜만에 친구들 얼굴도 보고 호스트인 친구의 부모님께도 인사드리며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시간이 되었다.

결혼하며 여러 사정이 생겨 나같은 경우 벌써 고등학생 자식을 둔 경우도 있는데 이제야 돌잔치를 하고 다음달에 둘째를 만나게 된다니 축하하는 마음과 함께 자식들 키우려는 나이먹어서까지 고생이 많겠다는 괜한 걱정도 따랐다. 그렇다해도 아들 안고 함박 웃음짓는 친구녀석 얼굴을 보니 행복한 가정을 이룬 평안함이 느껴져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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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중1 세트 (최신판, 전3권) (특별부록 : 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100% 활용하기) 국어 교과서 작품 읽기 시리즈
김규중 외 엮음 / 창비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중학교 입학하면서 수필이 뭔지도 모르는 녀석에게 문학이 공부를 위한 수단이 아니라 자신의 내면을 살찌우는 영양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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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4-03-01 0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1이면 이 책만 읽어도 큰 도움이 됩니다.
센스 있으시네요~~

antitheme 2014-03-01 09:07   좋아요 0 | URL
세실님 너무 과한 칭찬이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