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출퇴근 길에 지루함을 달래는 수단은 핸드폰에 설치한 미드/일드를 보는 앱을 활용하는 거다. 서울에서 수원으로 가는 버스에는 무선 인터넷을 제공하기 때문에 간간이 끊어질 때도 있곤 하지만 그닥 불편함 없이 쓸만하다.
지금 보고 있는 건 예전에 케이블 TV를 통해서 한번 봤던 일본 드라마 <비기너>. 2003년 작품이니 내가 봤던 시기도 그즈음일텐데 오늘 봤던 8회까지는 어느정도 기억이 날만큼 인상깊었던 것 같다.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연수원에 모인 8명의 예비법조인들이 성장해 나가는 모습인데, 그들 한명 한명이 범상치가 않다. 파견회사 여직원이었던 카에데, 불량스런(?) 학생시절을 보냈다가 마음을 다잡고 사법시험을 본 하자마, 잘 나가는 관료였다가 스캔들에 휘말려 실각하고 예전에 사법시험을 패스한 덕분에 새길을 찾는 키리하라, 야꾸자의 정부였다가 새로운 삶을 시작한 모리노 등 누구 하나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 8명의 사법연수원생들의 이야기다.
11회까지(물론 아직 다 본 상태는 아니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은 우리가 아는 전문직 드라마와 크게 다르진 않다. 서로 다른 배경에서 성장했지만 사법연수생이라는 동질성과 처음에는 다른 이들보다 뒤떨어지고 따돌림 당하는 캐릭터들이 서로의 장점을 전파하며 함께 성장하는 성장 드라마. 거기에 법률적인 사건을 냉정하게 사용하지 않고 각자의 힘들었던 시절과 인간에 대한 애정과 이해를 바탕으로 풀어나간다는 흐름. 마지막으로 남여배우들간의 멜로까지. 써먹을 수 있는 내용은 다 끌어다 써먹는데 그리 나빠보이진 않는다.
무언가 모자라고 덜 여물었지만, 서로의 자란 배경과 앞으로의 갈 길이 달라 충돌도 하지만 beginner라는 단어의 뜻처럼 새롭게 시작하는 이들의 시행착오로 봐 넘길 수 있는 모습. 그리고 그들이 인간적으로 법조인으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며 흐뭇하게 격려하는 시선으로 봐 줄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