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연휴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는 것을 택하고 아이들은 <해피피트>를 나와 애들 엄마는 <중천>을 택했다. 애들엄마가 이미 <카지노 로얄>을 본 상태라 선택의 폭이 그리 넓지 않았고 내가 무협액션을 선호하는 편이어서 큰 고민없이 극장에 들어갔다.
정우성의 경우 기존의 많은 영화들에서 모습을 보여줬는데 비슷한 이미지의 장동건이나 비슷한 또래의 이정재와 비교했을 때 아직 자신만의 아우라가 부족한 느낌이다. 김태희의 경우 그녀가 연기하는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다. 광고를 통해서 이미 낯이 익은 터지만 그녀가 출연하 드라마도 본게 없는 터라 선입견은 없었지만 뭔가 아직은 조금 부족한 느낌이었다.
정우성이 과거 <무사>에서 호흡을 맞췄던 장쯔이와 비교해서도 김태희의 사극은 아름답고 화려하긴 하지만 관객을 몰입하게 하기에는 조금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배우들의 연기력만의 문제가 아니라 감독이 관객들에게 얘기하고자 하는 게 사랑의 힘을 이야기 하는지 다른 것들을 이야기 하는지 도무지 감을 잡기가 어려웠다. 안티 히어로인 허준호가 왜 사랑이 무가치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었다.
허준호와 그의 처용대가 중천을 장악하고 바꾸고자 꿈꾸던 세상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었기에 모든 캐릭터들이 현실감을 잃어버렸다. 반추(허준호)의 아내가 귀족들에게 겁간을 당하고 자살했다는 내용보다는 처용가의 내용처럼 차라리 귀족의 자제들과 바람이 났다고 했다면 그의 분노와 광기가 살아날 수 있지 않았을까?
화려한 연등 아래서의 결투와 만천화우(滿天花雨)를 연상케 하는 장면에서 내심 와호장룡에서의 대나무 위에서의 결투를 기대했지만 마지막 보여준 반지의 제왕을 능가한다는 결투 장면은 오히려 여지껏 내용과는 연결되지 않는 폭력이었다.
이러한 엄청난 규모의 CG가 끝내 결말과 어우러지지 않아 마지막 결말을 더욱 허탈케 하지 않았나 싶다. 과거에 비해 많이 발전된 그래픽 효과였지만 이야기가 빠진 화려한 화면은 공허한 그림일뿐이란 걸 다시 깨닫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