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를 꼽으라면 난 주저않고 배종옥을 꼽는다. 내 주변의 모씨는 그말을 듣고 날 참 특이한 사람이라는 투로 쳐다보던데 내가 그녀를 좋아하게 됐던 <칠수와 만수>에서 그녀는 정말 예뻤고 그뒤 <왕룽 일가>, <젊은 날의 초상> 등에서 딱히 지적인 모습은 아니지만 똑부러지고 당찬 배우의 모습을 보여줬었다. 그녀의 그런 모습은 당시 다른 예쁜 또래 배우들보다도 내겐 더 오랫동안 머릿 속에 남는 여배우였다.
그런 그녀가 제대로 배우로 대중들에게 대접받게 된 작품은 <거짓말>이었을 것이다. 아쉽게도 난 그때부터 그녀가 출연한 작품을 제대로 보질 못했다. 가끔 잠시잠시 스쳐 지나듯 그녀가 출연한 드라마나 영화의 장면장면들과 만날뿐 온전히 그녀의 연기를 감상할 기회가 없었다.
언젠가부턴 그녀가 로맨스의 주연이 아니라 엄마로 출연하는 모습을 보며 그녀도 나도 이젠 나이를 먹어가는구나 하고 생각했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그녀의 자식으로 나오는 배우들은 아역이었는데 이번에 개봉하는 <허브>에선 강혜정의 엄마로 나온다. 정말 세월의 무상함을 느낀다. 이제는 거울 앞에 돌아온 내누이 같은 그녀가 어떤 모습인지 이번엔 억지로라도 그녀를 보러갈까 생각은 하는데 혹시 영화가 내가 여지껏 가지고 있던 그녀에 대한 환상(?)을 깨뜨리진 않을까 겁도 나서 쉽게 결정을 못내리고 있다.
P.S. 난 원래 발음이나 음성이 좋지 않은 배우는 별로라고 생각하고 사는데 그녀에게만은 유독 관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