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학교 - 영국의 교육은 왜 실패했는가
닉 데이비스 지음, 이병곤 옮김 / 우리교육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내가 영국인이었다면, 혹은 영국 언저리에 위치한 비슷한 교육 체제를 가진 또다른 국가의 국민이었다면, 이 책은 더욱 절실하게 피부에 와닿았을 것이다. 하지만, 내 국적과 내가 살고 있는 위치는, 그곳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있기에 극찬을 받은 닉 데이비스의 '가디언'지 연재 기사는 기대한만큼 깊숙히 들어서진 않는다. 흔히 실패한 교육의 예를 찾을 때 영국을 이야기하곤 하는데, 그 이유는 이 책이 대신 대답해줄 수 있을 것이다. 

  <위기의 학교>는 닉 데이비스가 영국의 가디언지에 18개월 동안 연재했던 학교 현장 보고서를 묶어 낸 결과물이다. 그는 기사로 인해 2000년에 '올해의 기자상'을 수상했고, 탐사보도 언론인을 위해 제정된 '마사 겔혼 상'의 첫번째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고 한다. '학교 현장 보고서'라는 이름답게 각각의 연재 기사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고 분석적이다. 영국 정부의 전반적인 교육 정책과 교육부 장관의 정치성이 현장에서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를 적나라하게 까발겨주었다. 

  "영국의 교육은 왜 실패했는가"라는 부제는, 영국의 교육이 '이미 실패했음'을 전제하고 있고, 이 책은 전제를 뒷받침해주는 온갖 근거들로 가득차 있다. 특정 지역, 특정 인종, 특정 학교에 예산을 더 많이 사용함으로써 특정 지역과 특정 인종과 특정 학교는 뛰어난 교육적 효과와 높은 통계 수치를 보였을지 모르지만, 그와 비교되는 다른 특정 지역과 특정 인종과 특정 학교에서는 '교육'을 찾아볼래야 찾아 볼 수 없다. 그들에게 학교는 단지 또래 아이들이 머물다 가는 청소년 집단 수용소 같은 곳이다.

  이 책에 묘사된 상황을 상상해보면 영국 교육 현장의 모습은 한국의 현실보다 훨씬 심각하단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생각과 더불어 한국의 현실 또한 이대로 간다면 오래 지나지 않아 이 책에 묘사된 그 상황 그대로 눈 앞에서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대로 계속 진행된다면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영국의 현실과 지금 한국의 현실은 단지 '강도의 차이'일 뿐으로 보여진다.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사건들은 매우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현장에 1년 동안 머문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눈으로 목격하게 될 것이다. 뉴스화될 만큼 큰 사건들은 어쩌다 가끔 일어나지만, 10년 전이라면 기사화될 만한 사건들도 이제는 너무나 익숙하고 자연스러워져 기사거리도 되지 않는 일들이 허다하다. 문제의 원인을 특정한 누군가에게 돌리기는 어렵다. 하나의 사건엔 관련된 여러가지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보여지는 삐삐선생을 바쁘게 만드는 사건들이나 우리네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나 모두 마찬가지다. 가정에서의 부모의 교육과, 자질이 의심되는 교사와, 나날이 과격해지는 아이들과, 정부의 교육 정책, 입시 정책들이 모두 한데 엮여 있다. 마땅히 누군가의 책임으로만 돌려버리기에도, 그렇다고 사건 당사자에게 죄가 없다고 보기도 어려운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

  닉 데이비스는 교육의 위기를 그중에서 정부의 정책에 촛점을 맞추어 분석한다. 정부의 정책은 대개 돈 문제이고, 예산이 어떻게 책정되고 분배됐느냐에 따라서 학교 현장에서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보여준다. 한국의 현실과 곧바로 대응하여 살펴볼 수는 없지만 영국의 실패한 교육을 따라가지 않기 위해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는 충분히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닉 데이비스는 연재 기사의 후반부에 영국의 교육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바를 네덜란드의 사례를 통해 슬며시 제시해주었다. 수입이 적은 가정에 교육 예산을 더 분배하고, 국외이민자 가정과 부랑자, 소수 인종에 특별한 배려를 하는 그들의 교육 정책이 성공을 거두고 있음을 언급한다.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보다는 직업 교육을 받는 학생들에게 세 배 이상의 예산이 책정된다는 사실은 놀라운 동시에 네덜란드 답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동시에 한국에서 실업계 학교, 실업계 학생들이 받는 시선과 대우는 어떠한지를 생각해보게 만든다. 

  "우파들은 필요에 따른 재정 지원 방식을 혐오한다. 그런 정책은 한 개인의 학업 실패를 공적 자금으로 보상하는 것이며, 나아가 공부를 잘하는 중산층 아이들에게 쏟아 부어야 할 돈을 가난한 아이들에게 퍼 주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네덜란드 사람들은 협상을 통해 그런 정치적인 격랑을 헤쳐 왔고, 이제 교육 소외가 세대를 거듭하며 세습되는 현상을 극복했다는 실질적인 증거를 보여 주고 있다. 네덜란드 교육부 장관의 발표에 따르면, 부모의 교육 수준이 낮아 기본 단위의 1.25배의 재정을 지원받은 수혜 대상자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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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8-01-29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 마이리뷰 당선 축하드려요.^^
전 요즘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는 큰아이 대학입시가 어떻게 바뀔지 걱정이 앞섭니다.

이잘코군 2008-01-29 15:2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요새 리뷰 별로 쓴 것도 없는데 요렇게 또 뽑아주시니. 대학입시는 정말 종 잡을수가 없습니다. 논술이 막 중요해지다가 하루만에 폭삭 내려앉기도 하고. -_-

네꼬 2008-01-29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췟 아프님은 툭하면 당선이야. (투덜투덜)

^^

축하해요. 맥주를 쏘시오. (응? 무슨 결론?)

이잘코군 2008-01-29 15:40   좋아요 0 | URL
저기 그게... 나보다는 멜기세덱님이 더 자주 된다는. <프레임 전쟁> 이후로 처음인거 같은데. 얼마전엔 리뷰대회 1등을 ( '') 근데 전제로부터 결론이 도출되지 않았으므로 무효.

멜기세덱 2008-01-30 01:58   좋아요 0 | URL
오히려 전 피해자에요. 그것때문에 덜 뽑히는게 아닐런지...ㅋㅋㅋㅋㅋ

근데, 네꼬님은 아프님한테만 쏘라고 하시넹....흠칫 편애!!!

이잘코군 2008-01-30 10:01   좋아요 0 | URL
멜기세덱님 좋아요 그럼 쏘세요. ^^ (아싸)

이매지 2008-01-29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하는데
요새는 무슨 백년은 커녕 일 년 앞도 내다보기 힘든 -_-
아프님~ 함께 마이리뷰 나눠먹어서 더 기뻐요 ㅎㅎ

해적오리 2008-01-29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주의 마이리뷰 축하드려요~^^

사고용량 2메가 짜리 대통령(이거 인신공격인가???) 땜에 요즘 하루에 한번씩 발끈한다죠...

순오기 2008-01-29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당선 축하합니다!
우리 나라도 5년 후엔 많은 차이가 생겨나겠죠? ㅠㅠ

마노아 2008-01-30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주의 리뷰 당선된 것을 아까 몰랐어요. 알았다면 축하 멘트를 날렸을 텐데 말이죠.
오랜만에 또 보아서 반가웠어요. 근데 얘기는 생각보다 많이 못했네요. 다음엔 좀 일찍 보자구용^^;;; 리뷰 당선 축하해요~

이잘코군 2008-01-30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매지님 / 그러게요. 우리나라는 맘대로 고쳐먹는데요 머. 고생은 애들이 다 하고. 매지님 축하해요. 올해 들어 처음 당선. :)

해적없다님 / 감사합니다. 저도 발끈발끈합니다. -_- 어휴 어쩜 그렇게 발끈할 꺼리를 많이도 내놓는지. 일일히 챙겨서 확인하기도 힘들 지경.

순오기님 / 감사합니다. 더 나빠지겠죠? -_- 벌써 싹이 보이는데

마노아님 / 그러게요 마노아님 일찍 가시는 바람에... 저도 새벽에 택시타고 왔어요 졸면서. 아니 자면서. -_-a 김상봉 샘, 서경식 샘 너무 좋아요.

구름의무게 2008-01-31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축하드려요! ^^

이잘코군 2008-01-31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름의 무게님, 정아무개님 / 두 분 모두 감사합니다. 아무개님은 지금 미쿡인가요? 얼마전에 그렇게 본거 같은데.
 
위기의 학교 - 영국의 교육은 왜 실패했는가
닉 데이비스 지음, 이병곤 옮김 / 우리교육 / 2007년 9월
절판


영국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규율 해이와 무단결석이 문제 되고 있지만 한국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무기력이 더 문제다. 학교와 학원의 형광등 불빛 아래서 파리하게 시들어 가는 대부분의 중고교 학생들은 어서 빨리 19세를 넘겨서 이 지긋지긋한 '교실 감옥'을 벗어날 수 있기만을 기다린다. 그리하여 이 아이들은 학교 규율은 그냥 따라 주는 척 하면서 학교 생활에 적응하는 동시에 지식에 대한 호기심, 사람 사이의 상호 작용에 대한 기쁨, 자기 능력을 발견해 나가는 경외감에서 자신을 완벽히 차단한 채 무기력이라는 단단한 껍질 속으로 스스로를 은닉한다. 책상 위에 엎드려 청하는 '잠'이 소극적 무기력이라면, 동료 학생들에게 휘둘러 대는 거친 '욕'과 '집단 따돌림'은 적극적 무기력이다. (옮긴이의 말 중)-18-19쪽

(여기서부터 본문)

우리 교육 체제에서 유급 제도의 부재와 상대평가의 결합은, 단순히 학업 실패를 방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학업 실패를 조장하는 역할을 해 왔다. 그런데도 정치인들은 자신들이 구조적으로 학업 실패를 양산해 낼 수밖에 없는 교육 체제를 만들어 관리해 오고 있다는 사실은 간과한 채, 도리어 학업 실패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 결과 이 같은 구조적인 경향이 만들어 낸 학업 실패로 인해, 아이들만 정서적으로 상처를 받고 진로에서의 좌절을 맛보고 있다.-264-265쪽

네덜란드에 있는 초등학교에서는 모든 학생들에게 기본 단위의 교육 예산을 지급하지만, 부모의 교육 수준이 낮은 가정의 자녀들에게는 기본 단위의 1.25배를 지급한다. 또 선원의 자녀는 1.4배, 이민자나 부랑자의 자녀들은 1.7배, 교육을 받지 못한 소수 인종의 자녀들은 기본 단위의 1.9배를 받는다. 여기에는 지역 차이도, 시스템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예외도 없다. 이것이 교육 예산의 핵심을 이룬다. 이에 더하여 중등학교에서는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보다 직업 교육 과정을 이수하는 학생들에게 더 많은 교육비를 지원한다. 그들이 사용핳는 실습실을 청소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는 단순한 이유에서이다. 네덜란드의 전형적인 중등학교에서는 직업 교육을 받는 학생에게 135만 원의 교육비를 투자하는 반면,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생에게는 많아야 40만 원 정도의 교육비만 지원하고 있다. -265쪽

우파들은 필요에 따른 재정 지원 방식을 혐오한다. 그런 정책은 한 개인의 학업 실패를 공적 자금으로 보상하는 것이며, 나아가 공부를 잘하는 중산층 아이들에게 쏟아 부어야 할 돈을 가난한 아이들에게 퍼 주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네덜란드 사람들은 협상을 통해 그런 정치적인 격랑을 헤쳐 왔고, 이제 교육 소외가 세대를 거듭하며 세습되는 현상을 극복했다는 실질적인 증거를 보여 주고 있다. 네덜란드 교육부 장관의 발표에 따르면, 부모의 교육 수준이 낮아 기본 단위의 1.25배의 재정을 지원받은 수혜 대상자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265-266쪽

영국의 낡은 선발 체제는 학생들을 특정한 과정에 붙잡아 두는 반면, 네덜란드에서는 여러 과정 사이를 옮겨 다니도록 권장하고 있다. 네덜란드 학교에서는 학업에 실패한 아이들을 직업 교육 과정을 통해 학교에 끌어들여 자기 수준에 맞는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치도록 한 다음, 좀 더 높은 수준의 과정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고 있는 것이다.-268쪽

무엇보다, 낙인 효과에 대한 가장 확실한 대안은 학습자의 필요에 바탕을 둔 교육 정책에 있다. 즉 직업 교육과정에 더 많은 재정을 지원한 것인데, 이를 통해 직업 교육과정을 밟는 학생들에게 더욱 강한 자기 존중감을 심어주고 성공을 위한 실질적인 기회를 주며, 그 결과 학부모와 기업체 고용주들 모두가 직업 교육 과정을 인정하게 만드는 것이다. 최근 네덜란드의 교육부 장관은 학력이 가장 낮은 두 과정을 통합하고, 학생이 원할 경우 더 많은 인문 교과를 공부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학생들의 자기 존중감을 더욱 높여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2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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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찾는 아이 아이를 찾는 사회
조한혜정 지음 / 또하나의문화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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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에는 때가 있다"면서 아이들이 휴학하거나 대학 가는 것을 미루는 일을 못 견뎌 하는 어른들이 적지 않다. "배움에는 때가 있다"는 말은 맞는 말이다. 그런데 지금 시대에 그때의 '때'란 바로 '자기가 하고 싶을 때'가 아닐까? 국가 고시 시대에서 말하는 '머리가 굳기 전의 때'는 아닐 것이다. 졸업장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는 시대는 지났고, 24세에 대학을 졸업해야 하는 때도 지났다. 사실은 평생을 배워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무기력의 시대, 불안과 혼돈의 21세기에 기성 세대가 가장 우려해야 할 것은 '시키는 대로 살고 싶어하는 수동적 인간' 또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무기력한 인간'을 양산하게 되는 일일 것이다. 강조하건대 이 시대에 맞는 '배움의 때'란 바로 '무엇인가 하고 싶은 때'이다. 그때를 놓쳐 버리면 아이들은 배움의 재미를 잃게 되고 평생 배움의 즐거움을 모르는 인간이 되어 버릴지 모른다. 벌써 통찰력 있는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네 꿈을 미루지 마"라며 조언을 주고 받는다. 이때 어른들이 해야 하는 일은 그 일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다. -48-49쪽

이인규 교사의 글을 빌리면 학급 붕괴 양상의 원인은 상당히 분명해진다. 1. 교사와 학생 간의 세대차, 기존 학교 체제에 더 이상 적응할 수 없는 학생들의 감수성 등으로 사제간 의사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2. 학교에서 가르치는 지식이 유용성을 상실하여 교사들은 가르칠 맛을 잃고 학생들은 배울 의욕이 없다. 3. 여전히 학교에서 교사들이 해야 하는 일이 많지만 그것은 교육적 경험을 풍요롭게 하는 것과는 무관하다. 4. 교사와 학생들은 학교에서 벗어나기만을 희망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60쪽

이 두 세대는 정보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판이하게 다르다. 정보와 지식이 과소했던 시대를 산 구세대들에게 책이 있고, 정보가 있는 학교는 ㄱ도 '생명줄'이었으며, 책은 사두기만 해도 뿌듯한 보물이었다. 그러나 정보 홍수 속에 사는 신세대에게 학교는 뒤처진 정보를 가르치는 후진 곳이다. 새로운 지식이면 무엇이든 게걸스럽게 먹으려 했던 구세대에 비해 신세대들은 정보 홍수에 휘말려 들지 않기 위해서 새로운 정보 앞에서 몸을 사리며 취사 선택력을 높여야 하는 것이다. 무조건 고등 교육만 받으면 대우를 받고 취직이 보장되던 시대를 살았던 구세대가 공교육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갖는 데 비해 졸업장이 취업을 보장하지 않는 시대를 사는 신세대는 학교에 대해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86쪽

건강한 문화를 가진 사회란 개인이 구조로부터 소외당하지 않는 체제, 도구적 합리성이 일상성을 지배하지 않는 체제, 구성원들의 감수성과 상상력과 분석력이 현실을 바꾸어 가는 데 적극적으로 작용하는 체제이다. 한국의 미래 교육은 당장 문화 산업 역군을 배출해야 하는 급박함을 안고 있으면서 동시에 심하게 식민화된 일상성을 회복해낼 문화적 주체들을 배출해야 한다. 갈수록 거대해지는 기술력과 자본력에 지배당하지 않고 그 힘을 관리해낼 수 있는 문화적 주체들을 길러 내야 한다는 것이다. -121쪽

이제 더 이상 학생을 배움의 시기에 있는 '어른 이전의 존재'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지금 어른이 살던 시절에는 배우는 나이가 정해져있었고, 교육 기회도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후기 자본주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학교는 학생을 유인하기 위해 광고를 해야 하는 서비스 업종이 되었고, 급변하는 상황에 적응하기 위한 평생 교육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어른들이 직장인이면서 학생이듯이, 학생들 역시 학생이면서 소비자이며, 때로 아르바이트로 돈을 버는 노동자이며, 자기 발언의 권리를 가진 문화적 주체로서 확실한 자기 위치를 갖는 것이다. -134쪽

"우리는 인류대 합격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학교에 들어왔다. 선배의 빛난 얼을 오늘에 되살려 안으로 절대 정숙의 자세를 확립하고 밖으로 모의 수능 점수 향상에 이바지할 때다. 이에, 우리의 나아갈 바를 밝혀 학습의 지표로 삼는다. 적당한 학습지와 믿을 만한 과외로 사탐과 과탐을 외우고 익히며 타고난 저마다의 어문계열 지망의 꿈을 계발하고 우리의 방학을 약진의 발판으로 삼아 밤샘의 힘과 침묵의 정신을 기른다. 자기 반의 이익을 앞세우며 위선과 이유 없는 반항을 묵인하고 불신과 비난이 어색하지 않는 사제 관계의 전통을 이어받아 공감대 없고 타성에 젖은 수업 정신을 북돋운다. 우리의 내신과 수학 능력을 바탕으로 학교가 발전하며 학교의 융성이 곧 나의 발전의 근본임을 깨달아 육성회비와 등록금에 따르는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학교의 운명을 좌우하는 막강한 배후로서의 학부모 정신을 드높인다. -149-150쪽

(이어서)

'반A고'(경쟁하는 학교 이름) 정신에 투철한 '愛석차 愛통계'가 우리의 삶의 길이며 대명 세계의 이상을 실현하는 기반이다. 길이 후배에 물려줄 영광된 고합격률 대명의 앞날을 내다보며, 이기심과 욕심을 지닌 근면한 학생으로서, 전교생의 '죽어지낸 3년을 모아 줄기찬 노력으로, 새 합격률을 창조하자. (3학년 7반 허은영. '대명'이라는 학교 이름은 가명)

(1996년 고3학생이 국민교육헌장을 풍자해 쓴 글) -150쪽

경제주의 사회에서 부모 자식 관계는 이미 나빠질 대로 나빠져 왔다. 경제 성장 과정에서 돈을 버느라 바빴던 부모들은 부모 노릇을 자녀의 학비를 대고 피아노를 사주고 생일 파티를 해주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그래서 부모의 능력은 자녀가 원하는 것을 소비할 수 있게 자금을 대는 능력에 비례하게 되었다. 요즘 대학생들은 자신들이 "계속 부모를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괴로워한다. 충분히 돈을 주지 못하는 부모에 대한 적개심과 충분히 돈을 줄 수 있는 경우에는 존경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은 괴로워한다. 자녀들은 지금까지 "공부만 잘해 달라"는 어머니의 요구에 따라 부모를 위해서 공부를 했는데, 지금 그 공부가 앞으로 자신이 살아갈 세상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속았다고 느끼고 있으며, 마음 깊이 원망과 적개심을 품고 있다. 청소년들은 지금 사회에게도, 학교에게도, 부모에게도 전혀 기대를 하고 있지 않다. 어떤 면에선 그 동안 지속된 경제 성장은 문제가 표현화되는 것을 돈으로 막아 왔다. 살고자 하는 동기도 없고 생각하기도 싫은 아이들은 돈 쓰는 재미로 나름대로 견뎠던 것이다. -156-15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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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e - 시즌 1 가슴으로 읽는 우리 시대의 智識 지식e 1
EBS 지식채널ⓔ 엮음 / 북하우스 / 2007년 4월
품절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은

암기하는 정보가 아니라
생각하는 힘입니다.

현학적인 수사가 아니라
마음을 움직이는 메시지입니다

빈틈 없는 논리가 아니라
비어 있는 공간입니다

사고를 구속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자유롭게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필요로 하는 지식은

엄격히 구분짓는 잣대가 아니라
경계를 넘나드는 이해입니다

말하는 쪽의 입이 아니라
듣는 쪽의 귀입니다

책 속의 깨알같은 글씨가 아니라
책을 쥔 손에 맺힌 작은 땀방울입니다

머리를 높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낮게 하는 것입니다 -12-13쪽

"나는 미국 영웅들의 얼굴을 조각했다.
그리고 한 인디언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자신들에게도 영웅이 있음을 알아달라고.
1948년, 나의 첫 망치질이 시작됐다.
1998년, 성난 말의 얼굴상이 완성되었다.
미래를 위해 오늘을 살려면
우리에겐 과거의 분별력이 있어야 한다."

(코자크 지올코브스키)-23쪽

"인간으로서 존중받지 못하는 한 영광은 아무 쓸모가 없다." (무하마드 알리)-147쪽

"매맞는 여성은 사실상 남성의 노예상태에 놓여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 상태에서 여성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완전히 박탈된다. 상습적으로 반복된느 남성에 의한 구타와 학대를 도저히 개선할 수 없는 조건하에서 여성은 육체적 고통을 느낄 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갖는 존엄과 가치를 완전히 상실한다. 살해만 되지 않았을 뿐 피살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조국)-167쪽

"술 마시되 취하지 말고
사랑을 하되 감정에 매몰되지 말고
훔치되 부자들의 것만 건드려라" (판초 비아)-235쪽

"민중이 이해할 수 없다면 그것은 더 이상 혁명적인 이론이 될 수 없다. 혁명을 하고도 민중이 여전히 가난하고 불행하다면 그것은 혁명이 아니다." (호치민)-2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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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1-09 0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 아프님 너무 빠르다!!

turnleft 2008-01-09 0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선물이 이 책이었다는게 드러나는군요 므흣

이잘코군 2008-01-09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 아 이 책은 순식간에 읽게 되더라고요. 읽은 시간이 '순식간'은 아니었지만, 손에서 떼지 않고 끝까지 다 봤어요. 눈물 찔끔 떨구면서 분노하면서.
턴레프트님 / ^^
 


이제야 주류 언론에서 칼럼을 빌어 제대로 된 목소리들이 하나씩 나오는구나. 그러나 언론사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고, 또한 삼성에 불리한 기사는 다 제거되고, 유리한 기사만 나오는 걸로 봐서는 정신차리려면 멀었다. 오늘은 또 영국 왕실이었나, 거기서 삼성 LCD와 TV를 쓰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내던데 -_- 그런 사소한(?) 건 기사화시키면서 왜 정작 중요도가 높은 건 기사화시키지 못하는건데.


서해재앙 - '무책임'의 한 달 (한국일보, 최예용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부위원장)
삼성중공업과 기름유출사고 (한국일보,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오늘자 한국일보에 실린 전성인 교수의 글은 노골적으로 삼성을 겨냥하고 있다. 이런 질타와 책임에 대한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 방송이고, 신문이고, 지식인들이고, 죄다 너무들 조용하시다. 그동안 삼성에서 받아 먹은게 너무들 많아서 그러신지 모르겠지만. 이 상황에선 침묵으로 그들이 그간 받은 값을 하고 있는 셈인가? 참 편리한 기여다. 따로 옹호해주거나 나서지 않아도 침묵만으로 그들을 감싸줄 수 있다는 것이.

언론을 겨냥해서도 한 소리씩 해줘야 한다. 현 상황은 침묵하고 있는 언론이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데도 잘못이 있다. 원인제공자인 삼성에 대해서, 또 침묵하는 언론과 지식인계에 대해서, 또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대충 얼버무리려는 경찰과 검찰에 대해서, 채찍을 날려야 한다. 사고지역 경찰들의 조사가 얼마전 끝났다고 하는데, 핵심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하나도 명확히 결정된 것이 없고, 대충 끝나버렸다.


보너스 :
바람구두님 손문상 화백 - 성탄과 태안 (2007.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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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1-07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득, 911사건 직전에 무역센터가 거액의 보험을 들어놓았다는 내용이 생각났어요ㅡ.ㅡ;;;

Mephistopheles 2008-01-07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과 검찰은 삼성의 충실한 하수인 역활을 해나갈 껍니다.
요즘 전 신문 안봐요. 구역질나는 MB당선자의 서적과 업적(?)칭송일색인지라..
미리 벌써부터 발발발 기고 있는 모습이 눈에 확 들어오더라구요.

바람돌이 2008-01-07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명히 잘못하고 책임져야 할 놈이 있는데 그 놈이 덩치가 크고 힘이있다는 이유로 오히려 빠져나가버리는 이놈의 나라는 정말.....

미즈행복 2008-01-08 0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여태 조용하고 잠잠한게 너무 이상하고 웃기는거 있죠. 어떻게 그럴수가 있죠? 이렇게 큰 사건에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