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학교 - 영국의 교육은 왜 실패했는가
닉 데이비스 지음, 이병곤 옮김 / 우리교육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내가 영국인이었다면, 혹은 영국 언저리에 위치한 비슷한 교육 체제를 가진 또다른 국가의 국민이었다면, 이 책은 더욱 절실하게 피부에 와닿았을 것이다. 하지만, 내 국적과 내가 살고 있는 위치는, 그곳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있기에 극찬을 받은 닉 데이비스의 '가디언'지 연재 기사는 기대한만큼 깊숙히 들어서진 않는다. 흔히 실패한 교육의 예를 찾을 때 영국을 이야기하곤 하는데, 그 이유는 이 책이 대신 대답해줄 수 있을 것이다. 

  <위기의 학교>는 닉 데이비스가 영국의 가디언지에 18개월 동안 연재했던 학교 현장 보고서를 묶어 낸 결과물이다. 그는 기사로 인해 2000년에 '올해의 기자상'을 수상했고, 탐사보도 언론인을 위해 제정된 '마사 겔혼 상'의 첫번째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고 한다. '학교 현장 보고서'라는 이름답게 각각의 연재 기사 내용은 매우 구체적이고 분석적이다. 영국 정부의 전반적인 교육 정책과 교육부 장관의 정치성이 현장에서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를 적나라하게 까발겨주었다. 

  "영국의 교육은 왜 실패했는가"라는 부제는, 영국의 교육이 '이미 실패했음'을 전제하고 있고, 이 책은 전제를 뒷받침해주는 온갖 근거들로 가득차 있다. 특정 지역, 특정 인종, 특정 학교에 예산을 더 많이 사용함으로써 특정 지역과 특정 인종과 특정 학교는 뛰어난 교육적 효과와 높은 통계 수치를 보였을지 모르지만, 그와 비교되는 다른 특정 지역과 특정 인종과 특정 학교에서는 '교육'을 찾아볼래야 찾아 볼 수 없다. 그들에게 학교는 단지 또래 아이들이 머물다 가는 청소년 집단 수용소 같은 곳이다.

  이 책에 묘사된 상황을 상상해보면 영국 교육 현장의 모습은 한국의 현실보다 훨씬 심각하단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생각과 더불어 한국의 현실 또한 이대로 간다면 오래 지나지 않아 이 책에 묘사된 그 상황 그대로 눈 앞에서 재현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이대로 계속 진행된다면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영국의 현실과 지금 한국의 현실은 단지 '강도의 차이'일 뿐으로 보여진다.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사건들은 매우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현장에 1년 동안 머문다면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눈으로 목격하게 될 것이다. 뉴스화될 만큼 큰 사건들은 어쩌다 가끔 일어나지만, 10년 전이라면 기사화될 만한 사건들도 이제는 너무나 익숙하고 자연스러워져 기사거리도 되지 않는 일들이 허다하다. 문제의 원인을 특정한 누군가에게 돌리기는 어렵다. 하나의 사건엔 관련된 여러가지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보여지는 삐삐선생을 바쁘게 만드는 사건들이나 우리네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이나 모두 마찬가지다. 가정에서의 부모의 교육과, 자질이 의심되는 교사와, 나날이 과격해지는 아이들과, 정부의 교육 정책, 입시 정책들이 모두 한데 엮여 있다. 마땅히 누군가의 책임으로만 돌려버리기에도, 그렇다고 사건 당사자에게 죄가 없다고 보기도 어려운 일들이 많이 벌어진다.

  닉 데이비스는 교육의 위기를 그중에서 정부의 정책에 촛점을 맞추어 분석한다. 정부의 정책은 대개 돈 문제이고, 예산이 어떻게 책정되고 분배됐느냐에 따라서 학교 현장에서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보여준다. 한국의 현실과 곧바로 대응하여 살펴볼 수는 없지만 영국의 실패한 교육을 따라가지 않기 위해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는 충분히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닉 데이비스는 연재 기사의 후반부에 영국의 교육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바를 네덜란드의 사례를 통해 슬며시 제시해주었다. 수입이 적은 가정에 교육 예산을 더 분배하고, 국외이민자 가정과 부랑자, 소수 인종에 특별한 배려를 하는 그들의 교육 정책이 성공을 거두고 있음을 언급한다.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보다는 직업 교육을 받는 학생들에게 세 배 이상의 예산이 책정된다는 사실은 놀라운 동시에 네덜란드 답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동시에 한국에서 실업계 학교, 실업계 학생들이 받는 시선과 대우는 어떠한지를 생각해보게 만든다. 

  "우파들은 필요에 따른 재정 지원 방식을 혐오한다. 그런 정책은 한 개인의 학업 실패를 공적 자금으로 보상하는 것이며, 나아가 공부를 잘하는 중산층 아이들에게 쏟아 부어야 할 돈을 가난한 아이들에게 퍼 주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네덜란드 사람들은 협상을 통해 그런 정치적인 격랑을 헤쳐 왔고, 이제 교육 소외가 세대를 거듭하며 세습되는 현상을 극복했다는 실질적인 증거를 보여 주고 있다. 네덜란드 교육부 장관의 발표에 따르면, 부모의 교육 수준이 낮아 기본 단위의 1.25배의 재정을 지원받은 수혜 대상자 수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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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8-01-29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 마이리뷰 당선 축하드려요.^^
전 요즘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는 큰아이 대학입시가 어떻게 바뀔지 걱정이 앞섭니다.

마늘빵 2008-01-29 15:2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요새 리뷰 별로 쓴 것도 없는데 요렇게 또 뽑아주시니. 대학입시는 정말 종 잡을수가 없습니다. 논술이 막 중요해지다가 하루만에 폭삭 내려앉기도 하고. -_-

네꼬 2008-01-29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췟 아프님은 툭하면 당선이야. (투덜투덜)

^^

축하해요. 맥주를 쏘시오. (응? 무슨 결론?)

마늘빵 2008-01-29 15:40   좋아요 0 | URL
저기 그게... 나보다는 멜기세덱님이 더 자주 된다는. <프레임 전쟁> 이후로 처음인거 같은데. 얼마전엔 리뷰대회 1등을 ( '') 근데 전제로부터 결론이 도출되지 않았으므로 무효.

멜기세덱 2008-01-30 01:58   좋아요 0 | URL
오히려 전 피해자에요. 그것때문에 덜 뽑히는게 아닐런지...ㅋㅋㅋㅋㅋ

근데, 네꼬님은 아프님한테만 쏘라고 하시넹....흠칫 편애!!!

마늘빵 2008-01-30 10:01   좋아요 0 | URL
멜기세덱님 좋아요 그럼 쏘세요. ^^ (아싸)

이매지 2008-01-29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하는데
요새는 무슨 백년은 커녕 일 년 앞도 내다보기 힘든 -_-
아프님~ 함께 마이리뷰 나눠먹어서 더 기뻐요 ㅎㅎ

해적오리 2008-01-29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주의 마이리뷰 축하드려요~^^

사고용량 2메가 짜리 대통령(이거 인신공격인가???) 땜에 요즘 하루에 한번씩 발끈한다죠...

순오기 2008-01-29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당선 축하합니다!
우리 나라도 5년 후엔 많은 차이가 생겨나겠죠? ㅠㅠ

마노아 2008-01-30 0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주의 리뷰 당선된 것을 아까 몰랐어요. 알았다면 축하 멘트를 날렸을 텐데 말이죠.
오랜만에 또 보아서 반가웠어요. 근데 얘기는 생각보다 많이 못했네요. 다음엔 좀 일찍 보자구용^^;;; 리뷰 당선 축하해요~

마늘빵 2008-01-30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매지님 / 그러게요. 우리나라는 맘대로 고쳐먹는데요 머. 고생은 애들이 다 하고. 매지님 축하해요. 올해 들어 처음 당선. :)

해적없다님 / 감사합니다. 저도 발끈발끈합니다. -_- 어휴 어쩜 그렇게 발끈할 꺼리를 많이도 내놓는지. 일일히 챙겨서 확인하기도 힘들 지경.

순오기님 / 감사합니다. 더 나빠지겠죠? -_- 벌써 싹이 보이는데

마노아님 / 그러게요 마노아님 일찍 가시는 바람에... 저도 새벽에 택시타고 왔어요 졸면서. 아니 자면서. -_-a 김상봉 샘, 서경식 샘 너무 좋아요.

구름의무게 2008-01-31 0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축하드려요! ^^

마늘빵 2008-01-31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름의 무게님, 정아무개님 / 두 분 모두 감사합니다. 아무개님은 지금 미쿡인가요? 얼마전에 그렇게 본거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