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주류 언론에서 칼럼을 빌어 제대로 된 목소리들이 하나씩 나오는구나. 그러나 언론사의 공식적인 입장이 아니고, 또한 삼성에 불리한 기사는 다 제거되고, 유리한 기사만 나오는 걸로 봐서는 정신차리려면 멀었다. 오늘은 또 영국 왕실이었나, 거기서 삼성 LCD와 TV를 쓰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내던데 -_- 그런 사소한(?) 건 기사화시키면서 왜 정작 중요도가 높은 건 기사화시키지 못하는건데.


서해재앙 - '무책임'의 한 달 (한국일보, 최예용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부위원장)
삼성중공업과 기름유출사고 (한국일보,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오늘자 한국일보에 실린 전성인 교수의 글은 노골적으로 삼성을 겨냥하고 있다. 이런 질타와 책임에 대한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 방송이고, 신문이고, 지식인들이고, 죄다 너무들 조용하시다. 그동안 삼성에서 받아 먹은게 너무들 많아서 그러신지 모르겠지만. 이 상황에선 침묵으로 그들이 그간 받은 값을 하고 있는 셈인가? 참 편리한 기여다. 따로 옹호해주거나 나서지 않아도 침묵만으로 그들을 감싸줄 수 있다는 것이.

언론을 겨냥해서도 한 소리씩 해줘야 한다. 현 상황은 침묵하고 있는 언론이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데도 잘못이 있다. 원인제공자인 삼성에 대해서, 또 침묵하는 언론과 지식인계에 대해서, 또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대충 얼버무리려는 경찰과 검찰에 대해서, 채찍을 날려야 한다. 사고지역 경찰들의 조사가 얼마전 끝났다고 하는데, 핵심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하나도 명확히 결정된 것이 없고, 대충 끝나버렸다.


보너스 :
바람구두님 손문상 화백 - 성탄과 태안 (2007.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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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1-07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득, 911사건 직전에 무역센터가 거액의 보험을 들어놓았다는 내용이 생각났어요ㅡ.ㅡ;;;

Mephistopheles 2008-01-07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과 검찰은 삼성의 충실한 하수인 역활을 해나갈 껍니다.
요즘 전 신문 안봐요. 구역질나는 MB당선자의 서적과 업적(?)칭송일색인지라..
미리 벌써부터 발발발 기고 있는 모습이 눈에 확 들어오더라구요.

바람돌이 2008-01-07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명히 잘못하고 책임져야 할 놈이 있는데 그 놈이 덩치가 크고 힘이있다는 이유로 오히려 빠져나가버리는 이놈의 나라는 정말.....

미즈행복 2008-01-08 0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여태 조용하고 잠잠한게 너무 이상하고 웃기는거 있죠. 어떻게 그럴수가 있죠? 이렇게 큰 사건에 말예요.
 


일요일 아침이면 눈 비비고 일어나 제일 먼저 티비를 켠다. 아침 10시가 되면 <퀴즈 대한민국>을, 이 프로그램이 끝나고 채널을 돌리면 11시에 <육감대결(?)>을 보는데 오늘은 요 프로그램을 보다 머리 속에서 핀 생각을 풀어볼까 한다. 

  육감대결 게임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서 잠시 설명을 하자면, 일단 둘씩 짝을 지은 여섯 팀이 함께 출발한다. 한 팀씩 제시어를 골라가며 나머지 다섯 팀에게 문제를 내는데, 문제에 따라 최상부터 최하까지 난이도가 정해진다. 최상을 고르게 되면 나머지 다섯 팀이 거의 다 못 풀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틀린 상대를 지목하기 쉽다.

  하지만 난이도 최하의 문제를 골랐을 경우엔 대부분의 출연자들이 풀 확률이 높아지고, 틀린 상대를 찾기 위해 문제를 낸 팀이 머리를 굴려야 한다. 요때 문제를 맞추는 다섯 팀 중 어느 한 팀이 일부러 틀리게 답을 써놓고 당연히 아는 척 하면서 '연기'를 할 수도 있는데, 여기에 걸려들면 오히려 문제를 맞춘 팀에게 X표가 하나 돌아가고, 이런 식으로 반복하다가 X표가 세 개가 되는 팀이 '육감옥'으로 끌려(?)간다.

  매주 일요일마다 재밌게 보고 있는 프로그램인데, 문제를 맞췄으면서도 아닌 척, 혹은 모르면서도 맞게 쓴 척 연기를 하는 출연자들의 쇼를 보는 것이 매우 즐겁다.  개인적으로 문제를 푸는 재미도 있고. 그런데 한번도 이 프로그램을 보다가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오늘 어떤 출연자가 - 아침에 봤으면서 누가 그런말 했는지 기억도 안 난다 - 세 팀이 탈락하고 세 팀이 남았을 때 이런 말을 하더라. 솔직하고 순진한 사람들은 다 탈락하고 여기 남아있는 팀들은 다 두 얼굴의 인물들이라는 비슷한 말을.

  그러니깐 그 출연진이 한 말의 의미는 이기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하는가를 잘 아는 사람들만이 마지막 세 팀 안에 포함된 것이고,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의 게임이 지금부터 시작된다, 라는 뜻이었다. 문득 티비 속 그 작은 스튜디오 무대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순해빠지고 솔직한 사람들은 남을 속이지 못해 인생의 초반부터 피라미드의 아래에 위치해야하고, 꾸준히 자신을 관리해 두 얼굴을 보여준 사람들은 인생의 후반부로 갈수록 점차 피라미드의 위쪽으로 향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

  그 출연자는 농담삼아 한 말일지 모르지만, 그것은 어느 정도 사실을 포함하고 있었다. 스튜디오에 짝을 지어 앉아있는 출연자들 중 끝까지 살아남는 사람들은 문제를 잘 맞추거나 똑똑해서라기보다는 상대를 잘 속이거나 지목받지 않음으로써 매 고비를 넘기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출연한 연예인들의 실제 삶과는 조금 다를 수 있겠지만. 이 프로그램을 본지 꽤 오래되었는데 매번 출연하는 신정환이 포함된 팀은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확률이 매우 높았던 것 같다. 떨어지더라도 초반에 탈락하지는 않으며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일부러 깐죽대거나 장난을 치다 자연스레 공공의 적이 됨으로써 탈락되는 경우였다.  

  반면 박미선과 김영철로 이루어진 오늘의 조는 초반에는 어느 정도 버텼을지 모르지만 결국 자신에게 패가 돌아와도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하거나 혹은 문제를 맞추는 입장에서 상대를 속이지 못함으로써 금방 탈락하고 말았다. 이계인이 포함된 팀도 대개 그런 식으로 떨어졌다. 이계인의 오늘의 짝꿍은 강수정이었지만 - 강수정은 평소엔 신정환 못지 않은 활약을 보여준다 - 무게감이 이계인에게 실림으로써 강수정의 살아남는 기술(?)이 빛을 발하지 못했다.

  내가 하고픈 말은 신정환이 교활하거나 두 얼굴의 사나이라는 것이 아니라, 결국 티비를 끄고 현실을 돌아봤을 때 사회에서 돈이든, 명예든, 권력이든 힘을 가진 사람들은 그간 자신의 인생에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속이거나 누르며 그 자리에 올라왔고, 그들은 그런 식의 게임과 경쟁에 매우 익숙해져있다는 사실이다. 피라미드의 가장 높은 곳으로 향하지는 않더라도, 소박하게(?) 어느 정도 중간 자리에 머물기 위해서, 비극적이지만, 우리는 누군가를 속이거나 연기를 하는 어느 정도의 교활함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함께 사는 길이 있으면 좋으련만 지금 사회는 점점 경쟁을 요구하고 있고, 누군가를 짓밟고 올라서기를 종용하고 있다. 내가 누군가를 밟거나 속이지 않는 한, 내가 상대에게 나의 패를 솔직하게 다 보여주는 한, 내가 설 자리는 없다는 것을 알게된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로 나온지 3년이 흘렀다. 사회는 생각보다 냉정했고, 개인에게 자신이 가진 무기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무기를 가진 어떤 자는 열심히 속이고 올라설 것이고, 무기를 가진 어떤 자는 자신의 무기를 다 내려놓고 피라미드의 아래로 내려가기를 자청할 것이다. 그리고 또 어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놓을 무기도 없어 자의건 타의건 누군가의 사다리 역할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느 길을 택할 것인가. 주어진 길을 택하지 않는다면 함께 또다른 길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그게 개인이 처한 오늘의 현실이다. '또다른 길'이 보인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에겐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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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8-01-06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피아 게임 같은 건가봐요. 학교 때 이 게임 처음 알고 무지 재밌었는데, 선배들 사이에선 거짓말을 조장하는 게임이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았어요.

바람돌이 2008-01-06 2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래서 골든벨이 좋아요. 적어도 퀴즈 방식에서 누군가보다 많이 맞춰야 하는게 아니라 문제와만 대결하면 되니까요. 사회에서 살아남기도 점점 어려워지는데 저 퀴즈 프로그램조차도 그런 경쟁을 통해야 한다면 참.....

이잘코군 2008-01-06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 마피아 게임은 뭔지 모르겠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게임같은거 잘 못해서. 게임이 어떤 종류가 있는지도 잘 모르고요. 매번 누군가 가르쳐줘서 해도 그때뿐 나중에 다시 하면 처음 하는거 같은 그런 느낌.

바람돌이님 / 아 골든벨도 오늘 잠깐 봤는데, 그쵸. 골든벨은 푸는 자와 문제 둘 간의 대결이니까요. 누군가를 제쳐가며 자신이 살아남는 구조는 아니죠. 게다가 나중에는 '찬스'라고 해서 추첨으로 뽑힌 친구 세 명한테 힌트까지 얻을 수 있는 도와주는 시스템이고.

깐따삐야 2008-01-07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임이나 경쟁은 자꾸 지면서 당하다 보면 배우는 게 있더라구요.
그러면서 마음가짐이 달라지고 나름의 수들이 늘기도 하고.
그래도 사람은 타고난 본성을 억지로 거스르며 살면 점점 이상해지더라는!

이잘코군 2008-01-07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청님 / 음...음...음...
깐따삐야님 / 그게 배우는게 있긴 한데, 살아남기 위한 교묘한 기술을 배운달까요. -_- 더 계산적으로 변하고, 붙었다 떨어지기에 능하게 되고 그렇더라고요. 여러명이 보드게임을 해도 뻔히 다 보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절대 패가 보이지 않는 사람도 있고 그렇죠. 밴드 연습 끝나고 보드겜방 가는게 일이었는데, 가면 꼭 난 4-5000원씩 물고 온다는. -_- 그래서 걔네들하고 보드겜방 가는거 별로 안좋아했는데.

루니앤 2008-01-07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일요일에는 주주클럽 후에 비됴여행을 보는지라
deal or no deal의 아류인 듯한 "100대 1"도 재밋죠 [안본지 꽤됐네..]
육감대결이라~ 평민인생들은, 시집살이건 노예살이건간에 333이면 적응되겠죠 뭐
에고, 사회초년생때 나도 꽤나 고생했던 기억이 납니다~

보석 2008-01-07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기술은 익혀야 한다고 생각해요. 안 그러면 정말 인생 팍팍해지죠. 전 아직도 기술을 배우고 있는 중인데, 일부러 배워야 한다고 생각해서 배우는 사람과 선천적으로 어느 정도 타고난 사람의 차이는 메우기 힘들더군요.(요즘 고수에게 걸려 고전 중입니다. 에휴;)

이잘코군 2008-01-07 1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샐리님 / -_- 그럼 12시에 일어나신다는건가요? 흐흐. 전 저 두 개 보고는 방구석으로 들어와요.

보석님 / 음, 이기는 기술을 타고난 사람들은 인생을 참 편안하게 살죠. 자신이 수없이 제치고 지나온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지 못한 채. 별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진 않지만 밑바닥 인생도 안땡깁니다. -_-

2008-01-08 22: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08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08 2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08 2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09 0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경찰서 진정서 접수 이후 별다른 소식이 들려오지 않는데, 내가 전화를 해서 어찌 돌아가는건지 알아봐야하는걸까. 하긴 이런 사건이 어디 한둘이 아니니 경찰도 접수만 하고 손놓고 있는 일이 다반사일게다. 신고를 한다고 하니 못하게 할 수는 없고, 일단 신고는 받되 큰 건이 아니면 마냥 기다리고 있는 식이 아닐까. 뭐를? 웬만큼 크게 노는 사기범이 아니고서는 수사 착수를 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지 않고서야 기존에 접수된 건수가 꽤나 있고, 내가 신고한지도 이렇게 오래(?) 됐는데 아직까지 잡히지 않을리가 없다. 

  내가 신고한 이후 벌써 당했다고 인터넷에 알린 사람만 여덟 명이다. 혼자 묵묵히 삭히고 있거나, 에이 새해 초부터 된통 당했다 하고 있을 분들까지 치면 이 녀석의 실적(?)이 꽤나 높다. 실력이 좋은건지 아니면 당하는 사람이 순진한건지 모르겠지만, 하루 건너 한 명 꼴로 접수되고 있는 판국이 예사롭지만은 않다. 11월말부터 시작해서 벌써 내가 알고 있는 것만 해도 30건은 되는 듯 하다. 그럼 두 달도 안되는 사이에 이 엄청난 사람들이 다 걸려들었다는 이야긴데 내가 이 녀석에게 상납한(?) 돈은 액수가 엄청 작은 편이다. 8만 8천원. 다른 분들은 보니 20-30만원씩이다.

  계속 이 녀석에게 걸려드는 사람들이 없도록 하기 위해 주무대인 모 사이트에 사기범 경고의 글을 올리고 있음에도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그래서 좀 더 구체적으로 그 녀석의 사기패턴을 세세히 묘사해서 더 이상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고 있는데, 주기적으로 글을 업댓하는 것도 힘들다. 이렇게 내가 이 짓 하고 있어도 나 이후로 같은 사이트에서 또 여러명이 걸렸다고 하니 이 사람들이 게시판을 제대로 보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그렇다.

  사기범의 패턴은 이렇다. 일단 표를 구한다고 게시글을 올린 이에게 문자를 보낸다. 표 두 장 있습니다. 그럼 표를 구하는 사람과 사기범 사이에 문자가 오간다. 어디서 거래할까요, 어떻게 거래할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다소 멀더라도 직접 만나는 것이 좋다. 얼굴 보고 전화번호 알고 표와 돈을 맞바꾸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지만, 사기범은 절대 만나지 않는다. 일단 나는 내가 먼저 내가 사는 지역을 밝혀선 안 된다. 내가 먼저 밝히게 되면 저는 지방인데요, 직거래는 안 될거 같아요, 라고 대꾸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먼저 사는 지역을 밝히도록 해야 한다.

  어디 사세요? 네 저 대구에 삽니다. 미심쩍으면 거짓말로 선수친다. 아 저도 대구인데 직거래 가능할까요? 그러면 사기범은 아 제가 머 아파서 어쩌구 저쩌고 하면서 만나기를 회피하고 시간이 안 된다는 둥 하며 핑계를 대는데, 결국은 내가 먼저 사는 지역을 밝히나 그 녀석이 먼저 밝히나 만날 수 없다는 결론은 똑같으므로 내가 불리할 수밖에 없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 하지만, 소기의 성과는 있는데, 녀석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 그때부터 의심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

  일단 만나는 건 어려워졌고, 그렇다면 어떤 식으로 거래를 할 것인가, 가 둘 사이에 풀어야 할 가장 큰 문제인데, 전에 말했듯이 옥션 안전거래를 해야한다. 옥션 그냥 거래는 안 된단다. 나는 안해봤는데, 아는 동생 말로는 안전거래가 아닌 그냥거래는 확실히 안전성이 보장되는 않는다고. 어떻게 그런지는 나는 잘 모르겠고. 고로 일단 '옥션 안전거래'를 하도록 유도한다. 의심하는건 미안하지만 옥션 안전거래를 하도록 하자, 그게 가장 낫지 않겠나, 하는 식으로. 그런데 녀석이 또 다른 방법을 제시한다. 자기가 잘 아는 안전거래 사이트가 있는데 그곳에서 하자고. 편리하다고. 

  나한테 사기친 녀석은 나 이후의 작업 대상들에게 그런 식으로 유도했다. 안전거래 사이트를 만들어놓고 - 실제로 안전하진 않다 녀석의 함정이다 - 그곳에서 거래를 하자고 한다. 표를 구하는 사람 역시 안전거래 사이트라고 써있고, 이런저런 조항들이 씌여있는 사이트니 믿고 거래를 흔쾌히 허락한다. 그러나 그곳은 사기 사이트였다. 사이트에 적힌 안전거래 계좌 역시 녀석의 또다른 대포 통장을 이용한 계좌에 불과하다. 피해자는 여지없이 말려들었다. 안전 거래 사이트라고 써있지만 실제로는 사기 사이트인 곳에서 거래를 한 것이고, 녀석의 계좌로 돈을 상납(?)한 꼴이 되었다.

  이후 시나리오는 뻔하다. 확인했습니다, 보냈습니다, 까지의 문자가 피해자에게 도착하고 이후 깜깜무소식이다. 피해자는 다음날까지 물건을 기다리는 동안 사기범은 빠져나갈 시간을 벌 수 있다. 계좌에 돈이 들어갔고, 계좌에 있는 돈을 몽창 다 빼돌리고, 잠적한다. 그렇게 되면 피해자가 이미 피해 사실을 인지한 뒤에 은행에 가서 '지급정지'를 신청한다 한들 상황은 되돌릴 수 없게 된 이후다. 녀석의 통장에 돈이 없는 한 돈을 돌려 받을 길은 녀석을 잡은 뒤 내놓으라고 윽박지르는 길 뿐이다. '지급정지-환급신청'이 가능한 것도 녀석의 통장에 내 돈이 온전히 보관되어있고, 이후 은행이 녀석에게 전화를 해서 환급요청을 하고, 녀석이 이를 수락했을 때에만 가능하다. 그러니 꿈깨야한다.

  피해자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조치는 경찰서로 향하는 길 뿐인데, 증거자료를 가지고 가서 진정서 또는 고소장을 접수한다. 고소장은 잘 안해준다. 상대가 대포통장을 사용하는지 아니면 사기당시의 실명 그대로를 쓰는 본인인지 알아봐야하기 때문에. 증거자료로는 핸드폰에 온 문자들 - 핸드폰을 제출할 순 없으므로 해당 텔레콤 지점에 가서 문자 내역을 뽑아야 한다. 그런데 문자 내역을 뽑는 것도 욕설이나 비방 등이 섞여 있을 때만 가능해서 뽑아내기 힘들다. 또 문자 도착 후 6일 내에만 가능하다. 핸드폰의 문자는 절대 지우지 않도록 한다. 추후 필요할 수 있으므로. - 과 송금 내역서, 그리고 내가 최초 게시판에 표를 구한다고 썼던 게시물 등이 되겠다. 동일 사기범의 경우 다른 이들이 당한 내역까지 문서로 뽑아 제출하면 더 좋다.

  여기까지가 피해자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다. 그 이후는 경찰에게 달려있는데 경찰이 수사를 바로 하면 금방 잡히겠지만 신고만 접수하고 서류 쌓아놓고 있으면 녀석은 활개칠 것이다. 지금이 딱 그 꼴. 신고된 내역이 꽤 많음에도 불구하고 전국 각지의 경찰은 아직까지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아니 안 내고 있다? 나에게 수사권을 넘겨주면 벌써 잡았겠구만. 녀석이 사용하는 이름, 통장계좌, 핸드폰 번호만 해도 벌써 여러 개 알고 있다. 사기패턴도 알고 있고, 녀석이 유도하는, 녀석이 만든 '안전거래 사이트'라는 사기 사이트도 알고 있고, 메신저 이메일과 아이디, 사기칠 대상을 물색하는 주요 활동 장소까지 다 알고 있다. 그러니 잡히지 않는게 신기할 뿐이다.  


- 인터넷 사기 주의보 1
- 인터넷 사기 주의보 2


Q : 이 글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투표기간 : 2008-01-06~2008-01-13 (현재 투표인원 : 8명)

1.걸려든 내가 바보지
25% (2명)

2.나에게 수사권을 달라
37% (3명)

3.넌 잡혔어
12% (1명)

4.8만8천원이면 책이 몇권인데!
37%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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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8-01-06 1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냥 경찰에 신고하고 잊고 있었어요- 저야 카드사기니까 법적으로 범인을 못잡아도 카드사 쪽에서 다 물어줘야 했던 거였으니 굳이 맘졸이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죠- 워낙 또 잘 까먹기도 하구요 ;; 근데 경찰은 정말 뜨문뜨문 수사를 하더라고요= 신고하고 2-3주 있다가 전화오고, 경찰서 나가야 되냐고 물어봤더니 그럴 필요 없다고 그러고, 잊을만 하면 한두달에 한번쯤 계속 수사하고 있다고 문자 보내다가 지난달엔가 영구미제 처리됐다고 문자가 왔거든요 -_-

Mephistopheles 2008-01-06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교묘하게 법망을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인간형이군요..
파렴치범입니다..이건 중죄로 다스려야 해요.

이잘코군 2008-01-06 2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디양님 / 아니 그런 사건도 영구미제가 있나요? -_- 카드사기를 못 잡아서? 저는 아직까지 별 연락이 온 적이 없어요. 제가 먼저 물어봐야할지.

메피스토님 / 꾼이더군요. 그냥 에이 한번 해볼까 해서 하는 놈이 아닌거 같아요. 녀석에 대한 껀수는 계속 쌓여가고 있는데 수사는 깜깜무소식이군요.

바람돌이 2008-01-06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인터넷 사기가 정말 많은가봐요. 방법도 나날이 지능적으로 변해가니 참 대처하기도 어렵겠단 생각이 들어요. 그나저나 아프님 피같은 돈 가져간 녀석이 잡혀야 할텐데 아직도 활개치고 다니면서 계속 사기 행각이나 쯧쯧....

도넛공주 2008-01-06 2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아프락사스님의 수염을 뽑은 범죄자를 잡아들여라!

이잘코군 2008-01-06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 넵, 방법이 점점 낚이지 않을 수 없게 변하고 있네요. -_- 안전거래 사이트로 둔갑한 사기 사이트라.
도넛공주님 / 아침에 수염 다 깎았는데 저녁에 다시 자란거 어떻게 아시고.

깐따삐야 2008-01-07 0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 먹고 사기치려고 드는 사람은 못 당해요.
부리나케 휘젓고 다니는 것 같으니 머잖아 꼬리가 밟혀 잡히겠죠.
살청님은 이럴 때 애들을 푸셔야지. 쯧!

이잘코군 2008-01-07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청님 / -_- 애들을 풀어주세요. 비글족들.
깐따삐야님 / 새로운 방법이 접수 됐는데, 이제는 티켓 구매 내역 결과까지 조작해서 보여줬다네요. -_- 이 정도면 안 믿을수가 없겠죠.

미즈행복 2008-01-08 0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투표하기가 압권이군요 ^^

이잘코군 2008-01-08 09:20   좋아요 0 | URL
:)
 
쾌도난마 한국경제 - 장하준.정승일의 격정대화
장하준 외 지음, 이종태 엮음 / 부키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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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의 기본 특징이 바로 저투자, 저성장, 고용 불안이에요. 예컨대 고용이 불안하니까 노동자(소비자)들은 돈이 생겨도 쓸 수가 없습니다. 모아둬야 하니까요. 또 기업들의 투자가 줄어든 주요한 이유 중 하나가 신자유주의의 특징인 적대적 M&A(인수합병) 때문입니다. 기업들은 적대적 M&A로 경영권이 불안해지니까 수익금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자사주나 사들이는 거죠. 때문에 어느 나라나 신자유주의 체제로 들어가면 성장률이 떨어지게 마련인데, 우리도 이제 그런 체제로 들어가고 있는 겁니다. (장하준)-16쪽

그런 점에서 박세일 의원의 주장, 즉 386 정치인들이 '반시장, 반민주, 반민족' 세력이라는 견해는 옳지 않습니다. 먼저 반시장에 관해 말한다면, 저는 경제 개발에 관한 한 박정희가 성공했다고 보는데, 그 이유는 그가 시장 주도형이 아닌 국가 주도형 경제 개발 노선을 선택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반시장주의 덕분에 경제 개발에 성공했다는 것이죠. 그런데 386 정치인들이 박정희의 경제 개발 방식을 줄곧 공격해 온 점을 감안하면 그분들의 입장은 친시장이지 반시장이 될 수가 없습니다. 둘째로 반민주에 대해 말한다면, 박정희 세력은 경제 개발 과정에서 민주화 세력을 엄청나게 탄압한 반민주 세력이었습니다. 이런 박정희 식 정치 체제를 반대하는 386 정치인들이 반민주 세력일 리는 없겠죠. 셋째로 반민족에 대해 말한다면 386 정치인들이 박정희 시대의 한국 경제를 식민지로 간주했던 인식은 완전히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박정희 체제는 경제 문제와 관련 오히려 종속당하지 않기 위해 상당히 민족주의적인 입장을 표방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정승일)-46-47쪽

<이코노미스트> 유의 시장주의자들은 후진국들도 개방하고 자유화해야 경제 개발에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요. 남미가 좋은 사례입니다. 개방하고 자유화하다가 수출 주도형 공업화에 실패하게 된 거니까요. 자동차 같은 산업의 경우 남미 국가들 중 자력으로 생산해서 수출할 역량을 갖춘 나라가 한 군데도 없습니다. (정승일) -66쪽

그에 비해 한국은 1970-1980년대 내내 개방은커녕 엄격한 수입규제를 실시했습니다. 그러니 벤츠나 도요타 자동차가 아무리 좋으면 뭐해요. 우리나라에 들여오지를 못하는데... . 이런 식으로 국내 시장을 보호하면서 수출 주도형 공업화를 추진한 것이고, 그 과정에서 국적 기업들을 키워 내는 데 성공한 겁니다. 그리고 이렇게 성장한 국적 기업들이 경쟁력을 얻고 난 이후엔 마음껏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었던 것이고요. (정승일) -67쪽

이종태 : 과연 국가 폭력의 시대였군요. 박정희 정권은 노동자들에게만 폭력을 휘두른 것이 아니라 자본가들에게도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한 셈이고요. 그러나 그 폭력이 결국 자본을 통제하는 산업 정책의 한 수단이었고, 결과적으로는 한국 경제를 고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 왠지 씁쓸하군요.

장하준 : 그래서 박정희 체제의 특징을 첫째, 민주주의가 아니었고, 둘째, 자유주의도 아니었다고 하는 겁니다. 박정희가 민주주의자가 아니라는 것은 더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겁니다. 또 박정희가 자본을 통제해서 자본가들의 사적 재산권을 침해한 것을 보면 '사적 소유권과 시장을 절대시'하는 자유주의자도 아니었다는 증거가 되는 셈이고요. 그러니까 박정희가 경제 발전에 성공한 이유는 한마디로 말해 '민주주의가 아니었기 때문'이 아니라 '자유주의가 아니었기 때문'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제 경우에는 민주주의가 이루어지지만 동시에 자유주의에 매몰되어 있지 않은 나라를 바람직한 모델이라고 생각합니다. 핀란드의 경험을 연구하고 있는 것도 그래서이고요. -81-82쪽

그 과정에서 재벌들이 바보 같은 짓을 한 거에요. 시장주의(자유주의)를 들여오면 정부의 간섭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으니까 1990년대 중반 자유기업원 등을 만들어 미국 공화당 극우파들의 극단적 개인주의나 수입하고, 주주 자본주의 이론 들여오고 그랬거든요. 자기 발등을 자기가 찍은 거죠. 자유주의를 수입해서 '정부는 기업에 간섭하지 말라'고 해놓고 보니, 그 논리대로 하면 그룹의 전체 주식 중 극소수만 보유했을 뿐인데도 그룹 전체의 주인 노릇을 하고 있는 재벌 가문이야말로 대다수 주주들의 소유권을 침해하고 있는 셈이었거든요. 참여연대가 '그렇다면 당신들이 기업 주인이냐?'하고 물었을 때 재벌 가문들이 할 말이 없었던 것도 사실 그 때문입니다. 이런 걸 자승자박이라고 하겠죠. (장하준)-83쪽

각주

한국의 시장(개혁)주의자들에게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신고전학파 경제학에서 시장은 가격 변동을 통해 기업, 가계 등 각 경제 주체들을 완벽하게 만족시킬 수 있는 신과 같은 기구이다. 예컨대 정부가 인위적인 개입만 하지 않는다면 시장은 기업이 이윤을 최대화할 수 있는 산업 부문에 적정한 투자를 하게 하고, 소비자들은 자신의 효용을 최대화하는 상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조절 기능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시장의 조절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경우를 '시장 실패'라고 부른다.-93쪽

신자유주의 혹은 주주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저투자 현상이 발생하는 것도 어떻게 보면 시장이 너무 잘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신이 투자한 기업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길 기미가 보인다면 바로 그 돈을 빼낼 수 있는 시스템이 바로 신자유주의 혹은 주주 자본주의 시스템이니까요. (장하준) -94쪽

각주

오늘날의 신자유주의는 금융 세계화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극단적으로 추구된다. 그 결과 돈이 이 산업에서 저 산업으로,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신속하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고, 그에 따라 금융 자산 계급, 즉 금리 생활자들의 이익이 가장 잘 보장된다. 따라서 이 체제 아래에서는 국제적 금융 자산가 계급, 특히 선진국의 금융 자산가 계급이 가장 큰 이익을 보게 되어 있다. 외환 위기 이후의 IMF 와 김대중 정부의 사장 개혁 과정에서 한국의 자본시장은 완전히 대외적으로 개방되었고 재벌 개혁과 금융 개혁, 노동 개혁, 공기업 민영화 등이 추진되었다. 그 결과 이제 한국에도 재벌, 즉 산업 자본을 대체하여 금융 자산가 계급의 경제지배가 본격화되고 있는데, 주주 자본주의가 그러한 현상의 일부라 할 수 있다. 변호사, 회계사 등 금융 자산가 계급을 지원하는 직업군의 지배 계층화 역시 금융 자산가 자본주의 현상의 일환이다.
-95쪽

(위에 이어서) 한편 19세기 말 이래 식민지 지배를 통해 수탈한 전 세계의 부를 금융적 방식으로 취득했던 영국의 금리 생활자 혹은 금융 자산가 계급이 유지하고자 했던 자유주의 국제는 1929년 대공황의 원인이 되어 무너졌다. 그와 관련 케인즈는 자유주의 경제학과 경제 정책, 그리고 그 배경으로서의 금융 자산가 자본주의를 통렬하게 비판한 바 있다. 또 레닌 역시 제 1차 세계 대전을 일으킨 자유주의적 제국주의와 그 토대인 금융 자산가 계급의 전일적 지배에서 '자본주의의 마지막 단계'를 보였다.-95쪽

외환 위기 이후 시장주의의 이름으로 재벌에 대한 공격이 대대적으로 이루어진 바 있습니다. 재벌 자체가 비시장주의적으로 조직된 기업 집단이니까 시장을 무기로 재벌을 통제하려고 한 거죠. 그러나 그 결과는 외국의 더 큰 자본들이 한국 재벌들을 통제하게 된 겁니다. 그런 만큼 아무리 재벌이 밉다고 해도 시장 근본주의를 용인해서는 안 되겠죠. (장하준)-118쪽

미국에서 주주 자본주의와 소액 주주 운동이 강화된 게 1980년대부터인데, 그 이후 기업의 배당 비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거기서 재미있는 현상 중의 하나는, 처음에는 전문 경영인들을 감시하기 위해 소액 주주 운동을 해야 한다고 했는데, 지금 보면 미국 최고 경영자들의 봉급이 엄청나게 올랐다는 겁니다. 1950년대엔 종업원 평균 임금과 사장의 봉급 차이가 30배 정도였는데, 요즘엔 500배, 계산 방법에 따라서는 1000배까지 나오는 식이죠. 결국 주주들과 경영자들이 짜고 노동자를 벗겨 먹는 식으로 굴러가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셈입니다. (장하준) -134쪽

각주

로우-로드, 하이-로드는 각각 나름대로의 내용을 가진 기업 및 국민 경제의 발전 전략이다. 전자인 로우-로드에서 기업 및 국민 경제는 저임금, 노동 시장의 수량적 유연화 등을 통해 비숙련 노동자로 하여금 저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고, 국제 시장에서는 저가격으로 승부한다.

그에 반해 하이-로드에서 기업 및 국민 경제는 고용 안정과 노사 신뢰에 기반해 종업원들이 자발적으로 숙련 기술을 익혀 고부가가치 상품을 생산하기를 기대한다. 일반적으로 영미식 주주 자본주의 모델은 단기간에 높은 수익을 거두는 가장 신속하고 확실한 방법은 노동자들을 줄여서 인건비를 삭감하는 것이다. 때문에 주주 자본주의 시스템은 로우-로드 전략으로 수렴되는 경향이 있다.

지금 한국에 수용되고 있는 노사 관계는 영미식 주주 자본주의 모델에 해당된다. 그에 반해 노사 화합과 노동자의 숙련 축적을 중시하는 하이-로드는 독일과 일본의 발전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147쪽

현재 정부나 자본은 중국이 값싼 임금으로 우리나라에 도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임금 인상 투쟁이 말이 되느냐는 식인데, 그게 어떤 총제적, 국민경제적 비전을 가지고 이야기되는 것 같지가 않아요. 저기서 '2만 달러 시대로 가자'고 하던 분들이 여기서는 노동 시장 유연성이니 어쩌니 하면서 비정규직 늘리고 중국의 저임금이나 강조하니 말이에요. 국민의 일부만 2만 달러로 가고, 나머지는 2000달러로 가자는 말인지...

경우에 따라서는 선진국을 좇아가자는 게 아니라 중국 수준으로 하향 평준화 하자는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해요. 왜, 재벌과 보수 언론들이 하향 평준화란 단어를 참 좋아하잖습니까? '노동 운동 세력이 강해지면 하향 평준화 현상이 일어난다'하는 식으로요, 그런데 지금 실제로 하향 평준화를 주장하는 것은 재벌과 보수 언론들인 셈이에요. (장하준)-148-149쪽

한국의 경우 일본보다는 약하지만 기업별 노조 체계가 존재했고, 1997년까지 대기업 같은 사업장에서는 종신 고용에 대한 일종의 암묵적인 약속이 있었어요. 최근 영국의 로버 자동차와 한국의 현대 자동차를 비교했는데, 현대차의 로봇 도입률이 훨씬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것도 그 때문입니다.

현대 자동차의 경우 아무리 노사 관계가 대립적이라 할지라도 50-60대까지 근무할 수 있다는 암묵적 약속 같은게 있기 때문에 로봇 도입에 대한 노동자들의 저항이 적었다는거죠. 또 로봇을 도입할 때도 로봇 때문에 일거리를 잃게 된 노동자들에 대해서는 회사 측에서 전직 훈련을 시킨 뒤 다른 라인에 배치해줬습니다. 영국과는 달랐던 거죠.

그런데 1997년 외환 위기 직후 정부와 재벌, 언론이 합헤해서 '고비용, 저효율 경제 타도하자'며 노동자들을 대폭 해고해버렸잖아요? 당시 현대차도 그랬습니다. 30%인가 잘랐지요. 바로 그때 완전히 믿음이 깨졌다는 거에요. ...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 생각이 어떻게 흘러가겠어요. 회사 경영 상태가 안 좋아지면 잘릴 수 있으니 근무하는 동안에 파업 많이해서 노후 보장 대책을 마련해 놓자는 식이 된 거죠. (정승일) -151-152쪽

'메이드 인 코리아' 인 삼성 제품은 사지만 '메이드 인 말레이시아' 인 소니 제품은 사지 않아요. 우리나라도 2만 달러 시대로 가려면 이런 일본의 경험에서 미리 배워야 합니다. 물론 일부 사양 산업이 중국으로 가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그게 대안은 아니라는 거죠. 지금 당장 급하다고 모두 중국으로 몰리면 이후 한국의 산업은 어떻게 되겠어요? 국내 산업을 고부가가치화해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인지도를 높여야 합니다. 싼 가격으로 경쟁할 것이 아니라 '메이드 인 코리아'의 한국 제품이 '메이드 인 차이나'의 일본 제품보다 비싸도 더 잘 팔리게 해야 한다는 겁니다. (정승일) -157쪽

아주 재미있는 사례가 있습니다. 스웨덴이 의외로 외국 기업들에게 인기를 끄는 나라거든요. '의외로'라는 표현을 사용한 이유가 있는데, 이 스웨덴이란 국가가, 우리나라 보수층의 논리를 빌면, 기업하기 어렵게 만드는 '빨갱이 나라'란 말입니다. 임금 높죠, 노동조합 강하죠, 행정부는 사회민주당에 장악되어 누진세로 따지면 소득의 60%까지 긁어 갈 정도로 부자들을 괴롭히는 식이니까요. 이런 나라니까 외국 자본이 안 들어갈 것 같죠? 아닙니다. 외국 자본들이 기꺼이 들어온다는 겁니다. 그것도 악착같이.

그렇다면 외국 자본들이 스웨덴의 시장을 보고 이러는걸까요? 아닙니다. 스웨덴은 시장 규모가 작은 나라에요. 인구가 남한의 4분의 1 정도에 불과하잖아요. 외국 자본이 노리는 것은 스웨덴의 우수한 사회보장 제도와 무료로 제공되는 기술 훈련 시스템, 그에 따라 숙련된 현장 노동자들과 대학 교육을 받은 엔지니어들, 그리고 노동 조합 전국 조직과 경영자 전국 조직 같에 유지되는 산업 평화라는 겁니다. (정승일)
-162-163쪽

따라서 영국에서 우리가 정말 얻어야 할 교훈은, 공기업 민영화를 했더니 단기적으로 큰 수익을 얻으려 할 뿐 설비 투자는 기피하는 경향이 매우 뚜렷하게 나타나더라는 거예요. 하지만 공기업이 뭡니까? 시민들의 생활에 필수 불가결한 서비스, 즉 교통, 에너지, 물, 통신 등을 책임지는 업체 아닙니까? 때문에 공기업 활동의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가 공공성이고요. 그런데 이 공기업들이 민영화되어 주주 이익 극대화라는 주주 자본주의 원리에 매몰되면서 공공성이 무너질 수밖에 없게 된 거예요.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이 서민층이고요. (장하준) -167쪽

그게 바로 신자유주의의 기본 정신과 통하는 거예요. 단기주의! 그냥 우선 쉬운 것을 하는 거죠 축산업 규제 풀어 주면 고기를 싸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이후엔 결국 광우병으로 돌아오는 겁니다. 공기업인 철도 산업을 민영화한 뒤에 투자를 안하고 수익률 높인건 좋았는데, 10년쯤 지나니까 열차 사고가 빈발하잖아요. 이렇게 단기 수익 올리려고 노조 탄압하고 해외에서 저임금 노동자 수입하다 보면 당장엔 기업이 살아날 것 같은데, 장기적으로 업그레이드를 못하게 됩니다. 결국 망하는 거죠. (장하준) -171쪽

성공회 대학에서 노조 지도자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강의에 참석한 분들 중에서도 주주 자본주의의 논리를 지지하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하도 답답해서 이런 이야기를 했죠. '최소한 여러분들은 주주 자본주의적인 논리를 지지하면 안 됩니다. 주주들이 기업을 통해 돈을 신속하게 많이 벌기 위해 가장 먼저 손대는 대상이 노동자들입니다. 어떻게 노동 운동가들이 주주 자본주의를 지지하실 수 있습니까?' 그러니까 긍정하시더라고요. 어떤 분들은 주주 자본주의적 논리를 통해 재벌과 싸우는 것을 독립 운동처럼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오산입니다. (장하준) -177쪽

그리고 한국 기업과 외국 자본은 인원 배치에 대한 개념 자체에서부터 달라요. 우리나라 백화점이나 큰 빌딩에 가 보면 주차장 입구에 발권기가 있잖아요. 그 옆에 사람이 서 있습니다. 젊은 여성이 서서 뽑아 줘요. 사실 발권기는 그 젊은 여성을 해고하려고 만든 기계인데, 그 기계와 젊은 여성이 함께 서 있는 거에요. 이건 아주 희한한 일입니다. 우리나라에서만 볼 수 있어요. 후진국의 경우엔 주차장 입구에 사람만 서서 주차권을 나눠주고, 선진국에서는 기계만 설치해 두죠. 기계와 사람이 함께 서 있는 모습은 우리나라가 후진국과 선진국 사이의 어떤 중간 단계에 와 있다는 것을 상징하는 겁니다. 소버린 같은 외국 자본 입장에서 볼 때 이 젊은 여성의 인건비는 낭비거든요. 이런 외국자본들이 들어와서, 특히 우리나라의 서비스 업계 같은 곳은 아직 개방이 덜 되어 있으니까, 인원 정리에 들어가면 실업률이 현재 수준에서 그치지는 않을 겁니다. 삽시간에 10-15%를 넘어갈 수도 있어요. (장하준) -178-179쪽

'국가의 역할' 에 대한 인식이 이 정도까지 왜곡 되어 있는 겁니다. 결국 '정부는 무조건 나쁜 것'이란 인식이 개혁, 보수, 진보 세력 모두에게 깊숙이 박혀 버린 셈이죠. 그 경우 기업들이 마음껏 이윤을 추구할 수 있도록 내버려두고, 정부가 경제에 개입하지 않으면 '모든 게 잘 된다'는 식인데, 그거 정말 무식한 소리예요. 그렇게 시장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준다면 정부라는 게 왜 필요합니까? 그냥 무정부로 살아야죠. (장하준)-187쪽

제 이야기는 한국 경제가 노동자들을 업그레이드해야 할 시기에 왔다는 겁니다. 한국은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개방되면서 엄청난 외부 충격을 감당하고 있는 사회이고, 기업들도 세계적으로 움직이면서 국제 시장 변화에 신속하게 움직여야 하는 시대가 왔다는거죠. 반드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지만 기왕 이런 시대가 와 버렸으니, 이에 성공적으로 대처하려면 복지 국가 시스템을 건설하는 것이 한국 경제의 발전에도 이롭다는 겁니다. 제가 만나본 기업가들 중에서도 생각이 있는 분들은 마음대로 해고를 못하는 것보다 노조가 작업장에서 전환 배치를 저지하는 것에 더 불만이 크더군요. 이른바 노동 경제학적인 용어로 표현하면 수량적인 유연성이 문제가 아니라 기능적 유연성이 문제라는 거죠. ... 사실 한국에서 수량적 유연성은 더 이상 높아질 수도 없습니다. 선진국 중에 국민의 50% 이상이 임시직인 나라가 어디 있습니까? 그러니까 한국 경제의 문제점을 수량적 유연성을 높여 해결하려는 길은 이미 끝났다고 봅니다. 앞으로는 오히려 비정규직을 줄여야 할 겁니다. (장하준)
-214쪽

각주

스웨덴은 사회적 타협에 이르기 전인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의 하나인데다, 1920년대에는 노동자 1인당 파업 일수가 세계 1위였을 정도로 노사 갈등이 치열했다. 그런데 노동자 정당인 사회민주당이 집권한 1932년 이후 이 나라에 변화가 일어났다. 스웨덴 노총과 경총(SAF;경영자총연합)이 1938년 잘츠요바덴 협약을 통해 각각의 무기인 파업과 직장 폐쇄, 국유화와 소득세 인상 반대를 포기한 것이다. 그와 함께 노총과 경총은 임금 교섭을 노사 양 진영의 중앙 조직인 노총와 경총의 협의에 따라 결정하는 중앙 임금 교섭 방식을 추진하기로 했다. 대신 노총은 점차적으로 국가의 경제, 사회 정책 결정에 참여해 조세, 복지, 의료 등 각종 사회 개역 의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경총은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것을 통해 얻어 낸 이윤 부분에 대해서는 일정한 사회적 통제를 감수해야 했다. 임금 억제를 통해 증가된 이윤을 자본이 멋대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생산적 투자를 통해 일자리 창출 등 국민 경제에 이바지하도록 강제당한 것이다.-223-224쪽

(이어서) 결국 스웨덴 노동자들은 중앙 조직인 노총에 임금 인상 등의 결정을 맡겨 버리는 방식으로 '단결'한 셈인데, 이 또한 '단결'임에는 분명하다. 게다가 이런 '단결'은 국익에도 도움이 되었다. 그 사례 중 하나가 기업 이윤에 상관없이 동일 노동에는 동일 임금을 지급한다는 스웨덴의 연대임금제이다. 이 정책에 따르면 A사의 한 해 이윤이 2000억 원이고, B사의 이윤은 20억 원이라 해도, 두 회사는 자사에 근무하는 동일 노동 직종의 노동자들에게 동일한 임금을 지급해야 했다. 이 정책을 통해 스웨덴은 산업 구조 조정을 촉진할 수 있었다. 충분한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회사는 임금을 감당할 수 없어 문을 닫아야 하는 관계로 산업 전체 차원에서 볼 때 '저효율 기업'의 자연스러운 퇴출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그와 함께 대부분 수출 기업인 '고수익 기업'의 임금을 억제함으로써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는 효과도 거뒀다. 자본의 입장에서는 임금 협상 때마다 실랑이를 벌일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유리했다.-223-224쪽

(이어서) 또 노총 입장에서는 연대임금제를 통해 저소득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림으로써 자기 조직의 대표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노동자 계급의 단결 정도를 높일 수 있었다. 이 모두가 최대의 피해자라 할 수 있는 '고수익 기업' 노동자들이 '저소득 노동자와의 사회적 연대'를 위해 기꺼이 손해를 감수했던 결과였다. 물론 이런 상황이 가능했던 이유 중 하나는 노동자들의 소득 중 상당 부분이 연금, 가족 수당, 주택 보조금, 질병 수당 등의 형태로 국가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임금은 소득의 전체가 아니라 일부에 불과했던 것이다. 복지 제도는 이 같은 형태로 노동자의 단결에 이바지했던 것이다. 이렇듯 스웨덴 노동 운동은 분명히 국가의 일부다. 심술궂게 이야기하면, 유례없는 '어용 노조'인 셈이다. 노동자들은 복지를 얻은 대신 자주성을 잃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같은 '어용 노조'가 역설적으로 세계 최고의 복지 국가를 만드는데 크게 기여한 셈이다.-223-2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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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de 2008-01-06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 심심하셨군요. 밑줄긋기만 주루룩 ㅋㅋ

이잘코군 2008-01-06 20:20   좋아요 0 | URL
-_-a 음... 전에 하다 만 밑줄긋기랑 이번에 읽은 책이랑 머... :)

2008-01-06 16: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1-06 2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롤즈의 민주적 자유주의
염수균 지음 / 천지 / 2001년 12월
품절


롤즈는 입헌적 민주정치 체제가 정의롭다는 전제 위에 입헌적 민주정치 체제 중에서 어떤 체제가 가장 정의로운가에 대해 고찰한다. 따라서 그의 정의론은 정의론이면서 동시에 입헌민주주의론이 되며, 그런 점에서 그의 정의론은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 등 고대의 정의론과는 성격이 다르다.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는 어떤 특정한 정치 체제가 정의롭다는 전제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그들은 어떤 체제가 정의로운가를 따지기 위해 국가의 발생과 정치 체제의 종류 등에 대해 살펴본 후 나름대로의 근거에 의해 정의로운 체제를 결정한다. -22쪽

롤즈가 기본 자유의 체계에 포함되는 자유로 생각하는 것들에는 자유주의적 전통 속에서 인정되어 왔던 자유들이 대부분 포함되지만, 소유권의 자유 중에서 생산수단에 대한 소유권이라든지 상속권과 같은 것들은 기본 자유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가 그것들을 기본 자유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기본 자유의 기준을 '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데 필수적인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25쪽

플라톤의 논변은 사람들이 어떤 행위의 결과가 자신에게 손해라고 생각하게 되면 그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전제 위에서 이루어진다. 그렇지만 롤즈는 사람들이 어떤 행위의 결과가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고 생각할 때에만 행위하고 자신에게 손해가 된다고 생각하면 결코 행위하지 않을 정도로 이기적이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그는 사람들이 설사 자신에게 손해가 되는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해도 그 행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할 수 있다고 본다.-31쪽

좋은 질서를 갖는 것은 국가의 법과 제도가 실제로 정의로운가 정의롭지 않은가와 관계없이 모든 국민들이 정의롭다고 인정할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모든 시민들이 사회의 법과 제도가 정의롭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그들이 어느 정도의 정의감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조건과 함께 사회가 좋은 질서의 사회가 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32쪽

합리적인 것은 어떤 단일한 행위자(개인이든 단체이든)가 자기 자신의 고유한 이해 관심이나 목적을 추구하는 방식에 적용된다. 그것은 또한 그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의 선택에 대해서도 적용된다.

합리성과는 달리 합당성은 단일한 행위자의 행위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의 협력 행위에 대해 적용된다. 다른 사람들과의 협력을 위해서는 합리적 태도도 필요할 것이다. 대개의 경우 사람들은 자신에게 이익이 된다고 생각할 경우에만 협력 행위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 중략 ... 경우에 따라서는 협동 체계가 요구하는 것이 자신의 이해 관심을 희생할 것을 요구하더라도 그것을 따를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자신에게 이익이 된닫는 확신이 없는데도 그런 행위를 하게 하는 것은 합리성이 아니다. 그런 행위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합리성과는 다른 것이 요구되는데, 롤즈는 그것을 합당성에서 찾는다.-38-39쪽

롤즈의 정의관은 민주주의적 정의관으로서 자유롭고 평등하며 전 생애에 걸쳐 협동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간주된 시민들 사이에서 성립하는 협동 관계의 정의에 대한 견해이다. 그리고 그 협동 관계는 단순히 한 세대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세대를 넘어서 전세대에 걸쳐서 이루어진다고 가정된다. -51쪽

롤즈는 더 나아가 인간 존재 일반이 공동 목적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공동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서로를 동반자로서 필요로 하며, 타인의 성공과 즐거움은 자신의 선을 위해 필요하고 상보적이 될 수 있다. ... 중략 ... 어떤 개인의 능력이 실현되는 것은 다른 사람들과의 실질적 협력을 통해서이며, 그들은 함께 자신들의 본질을 실현시키게 되는 셈이다. 즉 사회적 연햡의 행위 속에서만 각 개인은 완전해질 수 있다.-58쪽

롤즈는 시민들이 스스로를 자기 확증적 원천으로 간주하는 것은 특정한 정의관 즉 자유주의적 정의관에서만 성립할 수 있다고 본다. 다른 정의관에서는 시민들이 주장할 권리의 근거가 오직 그들이 사회에서 부과한 의무에 따라 행하거나, 또는 종교적이거나 귀족적인 가치에 근거해서 정당화되는 위계적 질서 안에서 행하는 역할에만 놓여져 있다. 그것은 시민들을 그 자신들이 주장하는 것의 자기 확증적 원천으로 간주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들이 사회에 주장할 권리는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해서가 아니라 도덕적 능력을 가진 자유로운 시민이라는데 근거한다.

... 중략 ...

사람에 따라 그런 능력에서의 차이는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최소한 협력적 성원으로서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는 모든 사람들이 갖고 있어야 민주주의가 가능한 것이다. 그런 정도만 갖고 있다면 그 이상의 능력과는 관계없이, 그리고 도덕적 능력 이외의 다른 능력의 유무와는 관계없이 평등하다고 간주되고, 그렇기 때문에 정치적 권리의 측면에서 평등하게 대우받는다. -63쪽

로크는 사람들의 사회적 환경과 그들의 서로서로에 대한 관계가 공정하게 이루어진 공정한 합의에 따라 지속적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출발한다. 롤즈는 로크의 견해를 이상적인 역사적 과정의 견해로 규정한다. 그것에 따르면 모든 사람들의 소유가 정당하게 이루어진 정의로운 시초적 상황에서 출발한다고 가정한다면,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개인적 권리와 의무들을 존중하고 재산을 획득하고 양도하는 원칙들을 존중한다면, 이어지는 상황들도 또한 정의롭게 된다.
-70-71쪽

롤즈는 로크나 노직의 견해가 인정하는 원칙들에만 의존할 경우 상당한 정도의 재산이 소수 사람들의 손에 축적되어서 공정한 기회나 정치적 자유의 공정한 가치들을 손상시킬 수 있게 된다고 본다. 로크의 견해가 제시하는 자연 상태 안에 있는 개인과 단체들의 개개의 교환에 직접 적용되는 한계와 단서들만 갖고는 공정한 배경적 조건들이 유지되는 것이 보장되지 않는다. 사회의 기본 구조가 지속적으로 규제되지 않는다면, 초기의 정의로운 분배가 이후의 분배들에서의 정의를 보장하지 않는다. 그것이 아무리 공정하게 이루어지는 교환이맂라도 그 결과는 온갖 종류의 우연과 예측할 수 없는 결과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개별 계약에 직접 적용되는 원칙만으로는 배경적 제도가 되는 기본 구조의 정의를 보존하기가 어렵다.-70-71쪽

원초적 입장의 당사자들은 오직 자신의 이해 관심만을 생각하는 합리적인 사람으로 가정한다. 당사자들이 공평한 사람들이라면 합의가 필요없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들의 주장이 서로 충돌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롤즈는 "계약론적 입장에서는 합리적 사려의 원칙을 공평한 관찰자에 의해 구성된 욕구들의 체계에로 확장함으로써 하나의 사회 선택 이론에 도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것은 개개인의 다수성과 독특성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으로 사람들이 합의하는 것을 정의의 기초로 인정하지 않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83쪽

차등의 원칙에 따르면, 최소 수혜자의 소득이 동일한 경우에는 다른 사람들의 소득이 어떠하든 동일한 정도로 정의롭다. 어떤 상태를 변경해서 최소 수혜자에게 더 유리할 수 있다면 그런 상태로 변화시켜야 한다. 가장 정의로운 상태는 어떤 방식으로든 최소 수혜자의 이익을 늘릴 수 있는 방안이 없는 경우이다. -103쪽

차등의 원칙은 불리한 처지에 있는 자의 여건을 향상시켜 주는 조건 아래에서는 천부적으로 보다 유리한 처지에 있는 자들이 그들의 행우에 의해 이익을 얻는 것을 정당하다고 간주한다. 그렇지만 보상의 원칙은 마땅하지 않은 행운으로부터 이익을 취하는 것을 어느 경우에나 부당하다고 간주한다.

... 중략 ...

롤즈는 차등의 원칙이 보상의 원칙을 온전하게 함축하고 있지는 않지만 차등의 원칙은 보상의 원칙이 요구하는 것을 상당 부분 함께 요구한다고 생각한다. 보상의 원칙은 사회가 보다 적은 천부적 자질을 가진 자와 보다 불리한 사회적 지위에 태어난 자에게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요구한다. -109쪽

차등의 원칙은 최소 수혜자의 장기적 기대를 증진시킬 수 있도록 교육에 자원을 할당할 것이다. 그럴 때에만 보다 운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운이 좋은 사람들의 행운이 자기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 것이고, 지나친 시기심을 가진 자가 아니라면 그런 상태를 긍정하게 될 것이다. 롤즈는 그런 원칙에서는 결국 천부적 재능을 공동의 자산으로 생각할 수 있다고 말한다. -110쪽

이하 밑줄긋기 생략. -0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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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8-01-06 1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간의 본성에,
이기심과 더불어 '협동심'역시 내재되어있는 듯합니다.


이잘코군 2008-01-06 12:19   좋아요 0 | URL
네. 그걸 본성이라고 하면 본성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협동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었다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롤즈는 입헌 민주사회에 살아가는 시민들이 '합리적'이라고 보았는데, 그 합리성은 롤즈의 장치로 인해 '합당성'으로 변모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는 '합당성'이 결국 '협동심'을 '어쩔 수 없이' 조성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