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복종
에티엔느 드 라 보에티 지음, 박설호 옮김 / 울력 / 2004년 10월
구판절판


독재자는 다른 사람들이 그에게 부여한 그 이상의 권력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인민들이 그를 참고 견디는 만큼, 독재자는 그들에게 동일한 정도의 해악을 저지른다. 따라서 인민들이 모든 해악을 감수하지 않고, 무조건 참고 견디는 태도를 옳지 않다고 생각하면, 독재자는 인민들에게 어떠한 해악도 끼치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놀라운 것은 인민들이 마땅히 느껴야 할 고통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태도이다. 실제로 인민들은 폭정을 묵묵히 참고 견디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기고, 이를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여긴다. 이러한 태도는 정말로 기이하지 않는가? 수백만의 사람들은 비참한 노예 상태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는 어떤 막강한 권력에 의해서 강요당한 게 아니다. 오히려 인민들은 결코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권력을 휘두르는 절대자의 명성에 홀리거나 그의 마법에 사로잡힌 것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독재자는 홀몸이며, 자신에게 주어진 고유한 특권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러한 신비로운 특성을 도외시하면 그는 비인간적이고 잔혹하지 않는가? -14-15쪽

인민이 이와 같은 억압에 이끌리는 태도는 비겁함이고 명명되는 것인가? 그렇다면 권력에 아부하는 자들 역시 겁쟁이들이고 졸장부들인가? 만약 두세 명의 사람들이 독재자의 모든 폭력 행위에 대해 저항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이를 기이하게 생각하겠지만, 그래도 현실에서 있을 수 있다고 여길 것이다. 이 경우 사람들은 용기의 결핍으로 인하여 모든 것을 참고 견딘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수백 명, 수천 명의 사람들이 유일한 한 사람에 의해서 고통을 당하고 있다면, 우리는 그들이 저항할 수밖에 없는 게 아니라, 저항을 원하지 않고 있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그것은 비겁함이 아니라, 굴욕이고 부끄러움이 아니겠는가? -17쪽

인민 가운데 누군가 자유를 획득하기를 원한다면, 그는 권력에 대항하여 싸울 수밖에 없다. 비록 가장 고귀한 목적인 자유의 천부적 권리를 쟁취하기 위해 싸우려 한다 하더라도, 나는 그에게 그러한 모험을 권유하지는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혼자만의 힘으로는 인민 전체의 동물적 신분이 보편적으로 고유한 신분으로 바뀔 수 없기 때문이다. 개개인 각자에게 커다란 용맹심을 발휘하라고 무리하게 요구할 정도로 나는 욕심을 부리고 싶지는 않다. 인민들은 제각기 고유의 취향에 따라 자유로운 삶에 대한 막연한 희망과 확신을 가지고 불행한 삶을 계속 영위하려고 한다. 나는 이러한 태도를 무조건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권력에 봉사하느냐, 저항하느냐 하는 물음은 결코 개개인이 제각기 선택해야 하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 -24쪽

그러나 사람들은 자유를 그저 "열망"하기만 하였으며, 단순히 그러한 의지만 품는 것으로 만족하고 살아왔다. 실제로 언젠가는 반드시 자유를 쟁취해야 했을 텐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이 땅의 인민들은 자유가 주어지지 않고 있다는 단 하나의 사실만이라도 깨달아야 했었는데, 그렇지 못했다. 이는 사람들이 자유에 대한 열망과 의지를 다만 우연히 수동적으로 얻으려고 하기 때문이 아닐까? 일단 자유를 느끼면서 누리는 행복감은 엄청난 피를 흘려야 쟁취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가정해보자. 자유에 대한 열망조차 지니지 않은 나라의 경우, 그 나라 사람들은 자유에 대한 행복감을 쟁취하려는 노력을 쉽사리 포기할 것이다. 자유란 오로지 그것을 깨닫는 사람에게만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가? (계속)-24-25쪽

그렇다, 폭군은 사람들이 모시고 떠받들기를 그만둔다면, 즉시 스러져버릴 것이다. 폭군으로 하여금 더욱 많이 먹게 하면 해줄수록, 더욱 약탈하여 삼키게 하면 그렇게 해줄수록 그는 더욱더 강력하게 된다. 폭군은 그를 모시는 인민들에 의해서 점점 더 강해지고, 파괴와 약탈을 일삼는다. -25쪽

겁쟁이나 바보는 불행을 간파하거나 행복을 획득하는 방법을 전혀 알지 못한다. 이들이 끝내 성취하는 것은 눈앞에 보이는 개인적 욕망에 불과하다. 이들은 천성적으로 걸핏하면 자신을 불행하게 하는 무엇만을 차지하려고 한다. 근본적으로 고찰할 때 이러한 개인의 욕망이 내면에서 자유를 열망하는 어떤 힘을 배척한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 즉 신중한 자와 변덕스러운 자, 용기 있는 자와 비겁한 자들, 누구나 할 것 없이 행복해지고 싶어하며, 선을 바란다. 그러나 많은 선 가운데는 단 하나의 고결한 선이 있다. 그것은 자유이다. -26쪽

동물이라 하더라도 너희가 지금 좋아하고 있는 그따위 짓은 참지 못할 것이다. 너희는 차제에 우연히라도 결코 자유를 얻지 못한다. 오로지 자유롭게 되려는 욕구를 마음속에 지녀야만 즉시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롭게 될 것이다. 너희에게는 자유에 대한 욕구와 의지만으로도 충분하다. 독재자에게 복종하지 않을 것을 결심하라. 너희들은 자유롭게 되 것이다! 그를 창으로 찌를 필요도 없고, 뒤엎을 필요도 없다. 다만 그를 지지하지 않으면 족하다. 그러면 너희는 조만간 목격하게 될 것이다. 토대가 사라지면, 독재자는 마치 제 무게에 못 이겨 저절로 붕괴되어, 산산조각 나는 거대한 입상처럼 무너지고 말리라는 것을. -29쪽

"참주는 세 가지 사항을 추구한다. 첫째로 그는 인민들을 소심한 사람들로 만들어야 한다. 왜냐하면 소심한 자는 어느 누구에 대해서 반항하지 않기 때문이다. 둘째로 참주는 피지배자들 스스로 불신하도록 그들을 이간질시켜야 한다. 몇몇 중요한 사람들이 서로 신뢰하게 되면, 참주 체제는 위태롭게 변한다. 따라서 참주들은 지배에 해를 끼치는 자들보다도 더욱 혹독하게 고결한 지조를 지닌 자들과 싸워야 한다. (...) 셋째로 참주는 누구에게도 권력의 수단을 이양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어느 누구도 불가능한 것을 시도하지 않기 때문이다. 권력 수단 없이는 주어진 폭정을 사라지게 할 수 없다."(라 보에티, Von der freiwilligen Knechschft)-30-31쪽

자연이 우리 모두에게 고유한 권한을 가지고 살아가도록 허용했음을 고려한다면, 어느 누구도 자신이 주어진 사회에서 평생 노예로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36쪽

자고로 인간은 여태 한번도 가져보지 않은 무엇 때문에 한탄하지는 않는 법이다. 만약 과거에 겪었던 찬란한 기쁨의 삶을 기억한다면, 인간은 주어진 불행을 제대로 의식할 수 있다. 만일 과거로 사라진 즐거움에 대한 기억이 있다면, 현재의 좋지 못한 상태는 그제야 비로소 제대로 인지될 수 있다. 정말 그렇다. 인간은 본성, 기질, 천성에 의해 자유로우며, 자유롭게 되려고 한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한 가지 조건이 붙는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인간이 교육에 의해 배워온 관습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이다. 교육받고 익숙하게 된 모든 일들은 마치 처음부터 주어져 있는 일감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일들은 어느 한 사람의 임의에 의해 정해진 것이다. 인간의 기질이나 본성은 처음부터 상대적인 것인데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을 변하기 어렵고, 천성적으로 주어진 것이라고 여기고 있다. 이는 참으로 유감스러운 선입견이 아닐 수 없다. (계속)-56쪽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결론이 도출될 수 있다. 인간의 자발적 복종에 대한 첫 번째 근거는 습관이다. 인간의 순응 과정은 말의 태도와 같다. 사람들은, 처음에는 고삐를 당기고 물어뜯지만 나중에는 얌전하게 변하는 말과 다를 바 없이 변한다. 안장이 등에 얹힐 때, 말들은 난폭하게 이를 팽개치지만, 길들여진 다음에는 안장을 단 채 경쾌한 걸음으로 걷는다. 사람들은 지금까지 신하로 살아왔으며, 그들의 조상도 그렇게 살아왔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불행한 삶을 하나의 의무로 생각하고, 심지어는 의무를 위한 삶을 자랑하기도 한다. 이로써 독재자의 소유권은 더욱 공고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로 장기 집권은 어떠한 부정도 정당화시키지 못한다. 그것은 부도덕하고 부정한 짓거리를 확대시킬 따름이다. -56쪽

역사를 탐구하는 자는 다음의 사실을 분명히 발견할 수 있다. 만약 사람들이 순수한 용기와 곧은 정신으로써 나쁜 지배자로부터 나라를 해방시키려고 한다면, 거사는 항상 성공한다는 사실 말이다. -59쪽

인간이 자유를 잃으면, 용기 또한 상실한다. 노예로 살아가는 인민들에게는 투쟁 욕구도 없고, 강인함도 없다. 독재자는 일반 사람들의 의지와는 반대로 얼마든지 그들을 괴롭힐 수 있다. 일반 사람들은 완전히 경직되어 있으며, 자유의 불길은 그들의 마음속에서 활활 타오르지 않는다. 원래 자유를 품은 사람은 어떠한 위험도 아랑곳하지 않고, 동지들과 함께 고귀한 명예를 위해서 장렬하게 자신의 몸을 바치려고 생각하지 않는가? 자유로운 인간들은 고결하게 투쟁하며 싸워 나간다. 그들은 가능하다면 만인과 자기 자신의 안녕을 위해서 각자 싸운다. 그리하여 그들은 패배의 불행 혹은 승리의 행복을 서로 나눈다. 이에 반해서 노예들에게는 투쟁의 용기도 없고, 다른 모든 사람들의 안녕을 위한 살아 있는 희생적 충동력도 없다. 노예들은 소심하고, 나약하며, 위대하게 행동할 능력을 지니고 있지 않다. 그래, 독재자들은 이를 분명히 꿰뚫어보고 있으리라. 만약 인민이 노예로 변화되는 과정에 있다면, 독재자는 그들을 더욱더 느슨하고 무기력하게 만들기 위해서 온갖 조처를 취할 것이다. -64-65쪽

오늘날에도 권력을 지닌 자들은 마구잡이로 불법을 자행하면서, 이른바 공공의 안녕, 인민을 위한 허울 좋은 "모델"로써 그것을 은폐하고 있다. 이러한 짓거리는 옛날의 그것보다 심했으면 심했지, 결코 나아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71쪽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에게 해악을 가한 자에게 복수하지 않고 그저 참고 살아간다. 이 사실에 대해 독재자 자신도 소스라치게 놀란다. 어리석은 사람들이 종교의 배후에 숨기 때문에, 신성의 끝자락은 교묘하게 감추어진다. 이를 통해서 비열한 압제자들은 마치 어떤 신적 존재로 군림할 수 있었다. -73쪽

독재자는 인간적 기쁨, 우정 그리고 사랑을 누릴 수 없으며, 권력 유지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현명한 철학자를 두려워하고, 양심 있는 자를 증오해야 한다.
(<히에른>에서 크세노폰이 독재자의 입장에서 심적 상황을 묘사한 부분을 라 보에티가 요약)-77쪽

한마디로 말해서 많은 사람들은 독재자의 비호를 받으며 전리품을 챙기기를 원한다. 그리하여 독재를 통해 이윤을 챙기려는 사람들의 수는 마치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수만큼이나 대대적으로 확장된다. 자고로 인간의 신체에서 나쁜 피는 항상 곪아가는 상처 부위로 집결하기 마련이다. 마찬가지로 왕이 전제 정치를 행하면, 그의 주위에는 온갖 쓰레기 내지 거품과 같은 인간들이 모인다. 그들은 대부분의 경우 소인배, 혹은 속물들이 아니다. 그들은 불타는 공명심과 놀라운 탐욕으로 독재자를 도우려고 한다. 그렇게 해야만 그들은 착취한 이득의 일부를 얻을 수 있으며, 거대한 독재자 아래에서 작은 폭군들로 군림할 수 있다. -85-86쪽

오히려 그들은(신하 : 전제 군주의 추종자) 자신과 마찬가지로 고통당하면서도 저항할 줄 모르는 자들만을 골라 불법을 저지르곤 한다. 이들은 인민을 억압하고 불법을 자행함으로써 이득을 창출해 낸다. 이러한 짓거리를 행하기 위해서 그들은 독재자를 향하여 칭송의 목소리를 높인다. 이러한 더러운 인간들을 바라볼 때마다, 나는 그들의 사악함에 대해 깜짝 놀라곤 한다. -87쪽

배우자, 올바르게 행동하는 것을 배우자! 위를 향하여 응시하자! 우리의 명예를, 우리의 사랑을, 우리의 선을 위하여! 우리의 행동을 깨닫고, 우리의 오류를 바른 방향으로 인도하게 하는 신의 사랑과 영광을 위하여! 내가 다음과 같이 말한다고 해서, 나 자신을 속인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즉 신은 저 아래의 전제 군주와 그 패거리들에게 어떤 특별한 형벌을 내릴 준비가 되어 있다. 즉 선량한 자와 신의 은총을 받는 자라면 누구든지 폭정을 가장 저주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10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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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복귀했습니다. 어디서부터 말씀드려야할지 모르겠습니다. 감당하기에 너무나 화가 나고 미칠 것만 같은 일들이 다양하게 일어났기에 도대체 어디서부터 말씀드려야할지 모르겠습니다. 그제, 어제 퇴근하고 피곤한 몸 이끌고 11시 15분까지 버티고 오느라고 힘들어서 오늘은 쉬려 했습니다. 하지만, 어제 제게 속삭인 분이 계셔서 그 분과 함께 하기 위해, 그리고 또 인터넷으로 동영상, 뉴스 등을 찾아보면서 직장에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결국 또 연 삼일째 청계천으로 향했습니다.

  내 인생 삼십년 동안 거리에서 시위니 집회니 하는 것들을 경험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청계천에 모인 일반 소시민들처럼 저도 동영상과 뉴스를 보고 도저히 뜨거워지는 몸을 주체할 수 없어 그래, 나가자 하고 나갔던 게 벌써 삼일째입니다. 정말 피곤합니다. 아침에 일어나기도 힘들고, 직장에서 일하고 퇴근하고 청계천에 모여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손피켓들고, 거리로 나가 계속 걷고 뛰고. 피곤합니다. 그래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왜. 한 번 나가봤더니 이건 머릿수 싸움입니다. 조금이라도 줄어들면 다음날 조중동엔 이렇게 나옵니다. 촛불시위 서서히 사그라들어. -_- 

  오늘도 청계천에 갔습니다. 도착하니 딱 7시. 사람들은 이백여명 정도밖에 없었습니다. 아직 시작도 안했습니다. 곳곳에 산발적으로 퍼져있었습니다. 앞쪽에 자리를 잡고 홀로 앉아 고래고래 또 소리를 질렀습니다. 승주나무님이 오셨다가 가셨고, yayanim님과 그 분이 아는 동생분은 저와 함께 행진대열부터 함께 했습니다. 오늘도 역시나 중고생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습니다. 교복을 입고 오는지라 안 띌 수가 없습니다. :) 오늘 무대엔 열일곱번이나 참석했다는 안양예고 촛불소녀가 올라와 그 앞에 모인 만여명의 사람들을 뭉클하게 해주었습니다.

  집회는 아홉시반경에 끝나 또다시 행진이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행진은 오분도 지나지 않아 막혀버렸습니다. 전경들이 쫙 깔려있었습니다. 청계천에서 종로로, 명동으로, 광화문으로, 시청으로 통하는 모든 통로를 다 닭장차로 다닥다닥 붙여 막고, 빈틈엔 전경을 수십명씩 배치했습니다. 닭장차는 보도블록 위까지 올라와 있었고, 청계천에서 연애하던 연인들과 노부부, 그리고 청계천 주변 건물의 직장인들까지도 못가게 막았습니다. 시위대는 분산되어 양쪽에서 구호를 외쳤습니다. "불.법.주.차.차.빼.라.", "집.에.가.자.비.켜.라.", "애.엄.마.를.보.내.줘.라.", "이.명.박.은.물.러.가.라." 

  그 누구도 시키지 않았습니다. 선동하지 않았습니다. 여러 구호가 난무하다가 한 명이 크게 외치면 다들 따라했습니다. 수십명의 전경은 시청방향으로 통하는 곳에 오와 열을 갖춰 무장하고 비켜주지 않았습니다. 거리 시위를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집회를 마치고 집에 가고자 하는 사람들까지도 못가게 막았습니다. 집회에 참가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막았습니다. 우리를 에워싼 전경대열의 뒤쪽에 있는 구경하는 시민들이 보다못해 함께 구호를 외쳐줬습니다. "불.법.주.차.차.빼.라.", "집.에.가.자.비.켜.라." 그래도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를 업고 온 애엄마만 보내주자고 말해도 꿈쩍도 안했습니다. KBS, MBC, MBN, 한겨레 등등의 많은 언론이 그 광경을 취재했습니다. 내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분명 그들이 보도블록 위까지 치고 들어와 막고 있는 건 '불법'이었습니다. 이 전경들과 경찰들을 잡아가야 마땅했습니다. 그네들이 그동안 그렇게 외치던 불법이었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자기네들 치면 불법이랍니다. 어이가 집을 두 번 나갔습니다. 한 번 나간 어이는 다시 나가기도 쉽습니다. 돌아오는가 싶더니 이젠 멀리 나갔습니다. 원.천.봉.쇄. 그곳은 섬이었습니다. 그들은 우리를 거대한 섬에 가뒀습니다. 집에도 못가게. 쓰바. 누가 보도블록 위에다 주차를 그따위로 해. 똑바로 세운 것도 아니고 도로에 세로로 걸쳐서. 애엄마도 안보내주는 이 꼴통들에게 말이 먹힐 거 같지 않아 시위대는 청계천으로 돌아갔습니다. 모두 흩어져서.

  청계천엔 어떤 잔머리 잘 돌아가는 시위자 한 명이 생각해냈는지 원천봉쇄 당한 그 섬에서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바로 청계천이었습니다. 누가 만든? 이명박이 만든! 아 이명박이 만든 청계천이 이렇게 고마울 때가. 아니 이명박이 이렇게 고마울 때가. 흐흐. 쓱삭쓱삭. 좋았어. 요때만큼은 칭찬해줄게. 사람들은 오와 열 없이 삼삼오오 그곳으로 줄을 이었습니다. 청계천으로 내려갔습니다. 가다보면 길이 나올 것이므로. 연인들이 참 많았습니다. 시위대가 삼삼오오 뭉쳐 구호를 외치며 지나가는데도 열심히 키스하더라고요. -_-;;; 좀 그르타. 낭만적인 자리도 아닌데. 연인이 꽤나 많더군요. 살짝 부럽기도. 므흣.

  흩어진 시위대는 청계천을 따라 쭉 가다가 계단을 발견하고 위로 올라갔습니다. 아웃백 스테이크가 있는 그곳이었던거 같은데, 위에선 누군가가 빨리 올라오라고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왜 그럴까 싶었는데, 올라가봤더니 수십명의 전경들이 또 포진해 있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또 그리 가는걸 알고서. 그런데 이 녀석들이 마구 달려오더니 오와 열을 갖춰 전진하는 것입니다. 아직 올라오지 못한 많은 시위자들은 어떡하라고. 그러니까 다시 원천봉쇄를 하려했던거지요. 아 나오면 집에 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중권이 형의 말마따나 꼭지가 돌았습니다. 에이 쒸벌. 나 집에 안가! 정말 안가려고 했습니다.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게 직장인데, 에이 내년 연차 끌어다가 쓰지머. 대리님께 부탁해서 연차 올리자. 그런 생각이 들더라는.  

  내 옆의 누군가가 스크럼을 짜자고 했고, 나를 포함한 건장한(?) 젊은(?) 남정네들이 다리 위의 전경과 마주보고 스크럼을 짰습니다. 우리 뒤에도 한 줄 더 짰습니다. 대치하자는게 아니라, 싸우자는게 아니라, 아직 못올라온 시위대가 다 올라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그리고 시위대가 다 올라오고 우리는 스스로 스크럼을 풀고 거리로 나갔습니다. 드디어 거리로 나갔습니다. 삼삼오오 흩어진 시위대는 여전히 산발적으로 구호를 외치며 거리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발견했습니다. 한 뭉텅이의 거대한 시위대 대열을. 아니 이들은 어떻게 벌써 빠져나왔지. 내가 꽁지에 붙어있었던건가. 양측이 만나자 너무 반가웠던지 모두 함성을 질렀습니다.   

  어렵게 거리행진이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이 거대한 무리는 그제, 어제와 비슷한 코스대로 다시 저벅저벅 걸었습니다. "이.명.박.은.물.러.나.라.", "평.화.행.진.보.장.하.라.", "협.상.무.효.고.시.철.회." 어떤 시위자는 불평했습니다. 전에 걸렸던 그 코스잖아! 가면 뻔히 보이는데 어쩌자고. 그러나 우리는 뒤꽁지에 있었기에 방향을 틀 수 없었습니다. 다시 흩어지면 모두 연행될 것이므로. 함정으로 가더라도 뭉쳐서 가야합니다. 지금 이 시간 아마도 경찰과 또 대치중이겠지요. 아니면 벌써 연행됐거나. 중간에 빠져나오기 매번 미안하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매일 참석할 수 있으므로 이 못난 직장인은 여기서 나왔습니다. 꼭 경찰 대치 바로 전 상황에서.
  
  청계천에서 있었던 한 가지 사건을 빼먹었습니다. 위 난간에도 닭장차가 다닥다닥 붙어있었고, 전경들이 길을 막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난간에 한 중년 남녀가 난간 안쪽으로 가고자 했으나 그들은 내버려두지 않았습니다. 아니 그러면 청계천으로 떨어지는 방법밖에는 없는데 어쩌라고. 청계천으로 향하던 이들은 잠시 멈추었습니다. 안전을 보장하라고, 난간 안으로만 들어가게 해달라고 사정사정했으나 그들은 놔주지 않았습니다. 한겨레 카메라맨와 기자가 도착했고, 그 장면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핸드폰, 디카 등의 플래쉬가 작렬했습니다. 이것도 내일 뜰겁니다. 난간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 했는데 그들은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떨어지라는거죠.  

  곳곳에서 분노를 금치 못할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원천봉쇄해놓고 건드리면 불법이다, 이 지랄 하고 있으니 건드리지도 못하고, 그냥 다음날 아침까지(?) 그곳에서 버티라는 말인지 어쩌라는건지. 아니겠죠. 다음날 아침까지 그곳에 있다 온전히 빠져나오지도 못하겠죠. 차가운 공기가 스며드는 새벽이 오면 그들은 기다렸다 지친 우리들을 기습하여 닭장차로 끌고 가려는 수작이겠죠. 이번엔 천 단위로 잡아가려고. 닭장차가 무지 많기는 했으나 그 인원이 다 들어가기엔 어려워보이던데. 좀 더 차를 가지고 오던가 아니면 그냥 보내주던가 해야지. 집에 가겠다는데 왜 보도를 막아. 불법 어쩌고 꿍시렁꿍시렁하더니 지네들이 몸소 불법을 저지르고 있어요.

  참, 아까 무대에 오른 어떤 인권 무슨 단체 아저씨 왈, 차도에서 돌아다니는건 벌금 20만원인지 50만원인지가 다라고 합니다. 그러니 연행하는건 그네들이 불법을 저지르는거라고. 현행법상으로 따져도. 이런 미친. 그럼 여태 이것도 제대로 모르고 당한거잖아. 쟤들이 불법 막 저지르는거 눈으로 지켜보면서. 고작(?) 20만원주면 땡치는걸. (20만원이 뉘집 애이름이냐.) 월드컵 때 남의 차 벅벅 긁고다니고 벌거벗고 다닌 애들은 왜 안 잡아가고, 응~!, 평화행진하는 시위자들은 잡아가겠다고 지랄이야 지랄은. 법을 적용할거면 매번 똑같이 적용하든가요. 아니면 말든가. 그나마 이것도 법을 적용해도 지금 이대로가 아니라며. 응? 왜 데려가. 데려가길. 가슴에 불덩이만 점점 뜨거워집니다. 분노는 갈수록 배가 됩니다. 왜? 와서 본게 너무 많으니까.

  미국이 압박해서 장관고시 하겠다고 했답니다. 아마도 내일. 고시되면 촛불집회는 시청에서 합니다. 월드컵 사진을 재현해봅시다. 머릿수 싸움입니다. 미국 광우병 쇠고기 건에 대해 시위대와 같은 의견이시라면 머릿수 늘려주십시오.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건 당연히 올 필요가 없는거고요. 동의하신다면 -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만 - 머릿수를 늘려주시기 바랍니다. 만명정도로는 얘네가 꿈쩍을 안하네요. 십만은 모여야 되나 봅니다. 장관고시되면 시청입니다. 그리고 토요일은 네시반부터 마로니에 공원에서 시청으로 행진한답니다. 참고하시길. 집회는 매일 열리니 혹시 오늘 할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장관고시 안하면 청계천 소라광장으로, 하면 시청으로, 토요일은 마로니에로. 당신의 분노를 보여주십시오. 촛불을 들어주십시오.

p.s. 위에 적힌 내용은 모두 '객관적인' 사실입니다. 거짓이라면 난 이명박보다 못한 놈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심한 욕이잖아. 부시보다 못한 놈<이명박보다 못한 놈.)



* 제가 있던 곳입니다. 인도까지 원천봉쇄한 '불법' 경찰들이 아기 엄마를 안 보내주고 있습니다. 
   (사진은 오마이뉴스에서 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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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일필휘지
    from perfect stranger 2008-05-29 03:27 
    이 런 개 ㅅ ㄲ 들 을 봤 나 . . . . 민 중 의 지 팡 이 냐 아 님 민 중 의 홍 두 깨 냐
 
 
순오기 2008-05-29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기막힌 현실이 매일 중계되는데... 날마다 수고가 많으십니다.
오늘 아이들이 일기를 쓰는데, 수입소 문제를 글감으로 한 아이들이 다섯이나 되었어요. 집에서 부모님이나 TV로 보니까 4학년 아이들도 알건 다 알더군요. 그 일기를 읽으며 여기가 '광주'확실하구나 새삼 느꼈답니다.

이잘코군 2008-05-29 01:31   좋아요 0 | URL
아이들도 알거 다 알아야 합니다. 숨기려해도 숨길 수 없는 현실이죠. 젖먹이일 때 일어났던 광주항쟁이라 '기억'하는 바 하나도 없으나, 영상과 사진으로 본 그 장면이 맞습니다. 초기 광주입니다.

마노아 2008-05-29 0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로니에가 대학로죠? 마로니에가 두 개 있단 소리를 들어서... 아프님 고생 많으셨어요. 내일 봐요.

이잘코군 2008-05-29 01:31   좋아요 0 | URL
네 대학로에요. :) 내일 봐요.

2008-05-29 08: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5-29 09: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호인 2008-05-29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과 정의를 가진 많은 분들의 노력에 가슴이 뜨거워집니다.
수고많으셨어요

이잘코군 2008-05-29 09:10   좋아요 0 | URL
오늘은 조국교수 강연회에 당첨되어 거기를 가려합니다. 갔다가 끝나고 시위대에 동참하려 합니다. 오늘 고시한다 하더라고요.

무스탕 2008-05-29 0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일매일 아프님의 글을 보면서 난 여기서 같이 발을 구르고 있어요.
정말 같이 동참하지 못해 속상하고 아쉽고 화가 납니다.
아프님.(다른 분들도 물론!) 몸 다치지 않게 조심하세요.

이잘코군 2008-05-29 09:52   좋아요 0 | URL
넵! 감사.

2008-05-29 09: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5-29 1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5-29 1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5-29 10: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08-05-29 1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일 피곤하시겠네요.
엊그제는 부산에서도 있었다던데...
저도 토요일쯤엔 나가보려고 하고 있답니다.
낮에 좀 쉬시고 밤에 힘내시길~~~

이잘코군 2008-05-29 11:29   좋아요 0 | URL
네 부산에서도 거리행진 시작됐답니다. 규모가 상당하다고 들었는데. 오늘 4시 여의도에서 장관고시 발표하겠다네요. 아고라에서는 광화문 12시에 시위진행한답니다. 피곤해도 해야죠. 머릿수 싸움인지라 나 하나쯤 하는 생각 버렸습니다. 경찰이 그짓하기 전엔 여의도 침묵 시위 나간게 다였는데, 분노를 벌고 있습니다.

블루캣 2008-05-29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거기 있었는데 스크럼 짜셨군요~그렇게 해서 사람들 다 올라 올 수 있었죠...도대체가 가둬두고 뭐 하잔 건지, 집에 간다는 사람들까지 막고 있어서 한숨만 나오네요!!!

이잘코군 2008-05-29 12:12   좋아요 0 | URL
엇, 저랑 비슷한 지점에 계셨나봅니다. :) 집회 끝나고 집에 가겠다는 사람들까지 막으면 어쩌자는 겁니까. 정말.
 


  여의도, 청계천, 청계천. 세번째입니다. '이명박과 미친소'(무슨 댄스그룹명 같습니다. 근데 잘 어울립니다.)로 인해 집회에 참여한게 오늘로 세번째 입니다. 여의도의 침묵시위보다 청계천의 어마어마한 사람들이 모인 자리가 훨씬 좋았습니다. 오늘은 어제만큼은 아니었지만, 어제와 비슷한 규모로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퇴근 후 집에 들르지 않고 곧장 청계천으로 향했습니다. 이미 집회는 시작했고, 대략 천여명 정도가 모여있는 듯 했습니다. 어제와 같은 위치로 가서 자리를 지키며 구호를 외치고, 함성을 지르고, 촛불을 높이들며 시간 가는 줄 몰랐는데, 아니 이게 뭡니까. 앞에 있어서 몰랐는데 어느새 사람들이 벌떼같이 모였습니다. 

  여덟시에 마친다 했습니다. 사회자는. 그러나 상황은 바뀌었습니다. 엠비씨가 아홉시 뉴스에 생방송을 하겠으니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답니다.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엠비씨 엠비씨를 외치는데 큭큭 어찌나 재밌던지. 마치 엠비씨라는 댄스그룹을 부르는 듯 했달까요. 어제 집회에 참여했고, 두 눈으로 연행 전까지의 장면을 모두 보고 왔는데, 아침 신문은 역시나 역시나 왜곡하더군요. 숫자를 줄이는건 이제 그네들의 일상이고 - 집회인원을 아마도 경찰에 물어보고 쓰나봅니다 - 평화집회가 폭력집회로 바뀌었다느니 어쩌구저쩌고. 어이가 없어라. 집나간 어이를 찾습니다.

  역시나 어제 새벽에도 스물몇명이 연행됐다고 하지요. 지나번 연행된 서른몇명은 '불구속 입건'되었다고 하고. 불구속 입건. -_- 뭡니까 장난합니까. 출근할 직장인 잡아다, 집에서 애볼 주부 잡아다, 뭐하겠다는겁니까. 월드컵 때 거리로 나와 광분하던 시민들은 왜 잡아들이지 않았답니까. 만단위가 아닌 십만단위라서 안잡아넣었답니까. 어이 없는 쉐끼들. 검찰 스스로 그랬다죠. 지금의 시위 양상은 특정 배후 세력이나 주도 세력이 없이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우후죽순 참여하는지라 월드컵 때와 비슷하다고. 그래서 구속시키기 난감하다고. 구속시키려거든 우리처럼 질서정연하게 줄지어 다닌 애들이 아닌 월드컵에 거리에 발가벗고 나와 미친듯이 돌아댕기던 그네들을 잡아들여라 꼴통들아.
 
  대통령은 애써 이런 장면들을 보기 싫었던지 중국으로 토껴버리고, 경찰청장이며 검찰총장이며 아주 오랫만에 어이쿠 월척이다 잘 걸렸다 하는 마음인지, 다 잡아들이겠다고 하고. 어휴. 왜 그동안 경찰들 스트레스 풀 기회를 마련하지 못해 고민이 많았나보지. 잘됐다 이녀석들. 오랫만에 비오는 날 개패듯이 - 다행히 비가 오지 않았다 - 한번 패보자 이런 심보인가요?  오늘도 거리행진은 계속 됐습니다. 아홉시 엠비씨 방송이 끝나고 집회를 마쳤고, 사람들은 다시 행진! 행진! 을 외쳤습니다. 집회를 마쳤으니 갈 사람들은 가고, 남을 사람들은 남아 행진을 시작했습니다. 절대 주동자, 배후세력 없습니다.  

  한 손에는 촛불을, 한 손에는 작은 카드를 들고, 저벅저벅 앞으로 나가며, 외쳤습니다. "이.명.박.은. 물.러.나.라!", "연.행.자.를.석.방.하.라!", "협.상.무.효. 고.시.철.회!" 심심하지 않게 구호를 바꿔가며 때로는 "이명박은 물러가라 울라울라!" 노래를 부르며 한 발짝 한 발짝 내디뎠습니다. 청계천에서 종로로, 종로에서 명동으로, 주변을 빙빙 돌면서 어제와는 조금 다른 코스로 행진을 계속 했습니다. 어제보다 많은 전경들이 주변에 포진해있었고, 그들은 거리행진 한 시간(?)만에 우리의 앞을 막았습니다. 사거리에서 두 곳을 원천봉쇄했습니다. 우리는 고집하지 않았습니다. 길은 많았으니까. 오던 길을 돌아 명동으로 다시 향했습니다. 이번에는 명동거리 안쪽으로.

  사람들은 건물에서 구경하고, 어떤 분은 호텔 노래방에서 손을 흔들며 호응을 하고(왜 있잖아요. 안과 밖이 서로를 볼 수 있는 누드노래방. 호텔건물인데 이런게 있더라구요.), 길거리 악세사리 아저씨는 함께 플랜카드를 들고 응원했습니다. 그곳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밖으로 나와 우리를 바라봤습니다. 그들 중 상당수는 역시나 우리의 대열에 동참했고, 처음에 어제보다 못했던 인원으로 시작한 대열은 거대한 한 집단을 만나 두 배가 되었습니다. 어제와 맞먹는 인원이 모두 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많이 지나고 그들은 지쳤고, 목소리는 작아졌으나, 분노를 보여주기 위해 있는 힘껏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리고, 명동 밀리오레 근처에서 전경은 우리를 압박해왔습니다. 그들은 방패를 들고 우르르 달려들었습니다. 시위대 앞을 막았고, 다시 대치했습니다.

  제가 본 건 또 여기까지입니다. 항상 사건은 제가 집에 돌아온 뒤에 생기더군요. 경찰과 대치 중인 상황에서 어제도, 오늘도, 밥벌이를 위해 발을 뗐습니다. 그들을 남겨놓고 오는 것이 너무 가슴이 아팠습니다. 11시를 넘어가면서 규모는 절반이하로 줄었고, 전경들은 그때를 기다려 압박해왔습니다. 현재 시각 한시 십분. 조만간 또 사태가 벌어질 것이고, 내일 아침엔 스물 몇명이 또 강제연행되었다는 기사가 나오겠지요. 일부는 방패에 맞아 쓰러질 것이고, 일부는 땅바닥에 질질 끌려다니겠지요.

  오늘도, 고등학생들이 많이 참여했습니다. 손에 손을 잡고 자연스럽게 촛불을 들고 시위대 한 편을 차지하고 있던 여고생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청계천 단상에 오른 이들 중에는 직장인와 아이엄마를 제외하고 여고생이 셋이나 됐습니다. 친구들은 학원에서, 독서실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 시간에, 그들은 해야 할 공부가 많을텐데, 친구들과의 경쟁에서 한참 뒤쳐질 것이 뻔한데, 분노를 삭히지 못해 그곳에 올라왔습니다. 교복을 입은채로.

  10대가 시작한 촛불 시위, 이제 20대와 30대가 이어받습니다. 그들은 이미 충분히 제 몫 이상을 해주었습니다. 아니 그들의 몫이 아니었으나 그들이 대신 나왔습니다. 20대와 30대가 이어받는 촛불시위, 전 국민이 이어받습니다. 내일과 토요일 집중 촛불 시위 합니다. 이제 천 단위가 아니라 만 단위의 사람들이 청계천에 모입니다. 10만 단위, 100만 단위가 될 때까지 모입시다. 국민의 머슴이 머슴 역할을 할 때까지 모입시다. 자신을 고용한, 주인을 배신한 머슴을 따끔히 혼내줍시다. 주인이 주인 노릇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머슴이 머슴 노릇을 할 때까지 촛불은 꺼지지 않습니다. 

 

현재 밝힌 촛불 25842개 (http://www.sealtale.com)


p.s. 어제 오늘 연달아 나갔더니 체력이 바닥났는지 오늘은 힘들더군요. 이게 별 거 아닌거 같아도 몇시간 동안 고래고래 소리지르면서 서있고, 행진하면서 에너지 소모가 많은 듯 합니다. 내일은 몸상태를 봐서 갈지 안갈지를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오늘 페이퍼에 속삭여주신 분, 댓글을 집에 돌아와 봤습니다. 다음에 함께해요. 
 

p.s.2 아침 뉴스를 보니 연행인원 100명이 넘는다 하더군요. -_- 폭력/강제 연행이 되자 남은 시위자들이 경찰들이 폭력행사하지 않도록 자발적으로 닭장차에 들어갔다 합니다. 나 잡아가라고. 참 대단한 분들입니다. 정말로. 좋다. 나 잡아가라. 서로들 잡아가라고. 이런 식으로 수만명이 함께 외치면 다 잡아갈 수는 있으려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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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alia 2008-05-28 0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 님, 고단하신 중에도 유머를 잃지 않으시는군요. 본받고 싶습니다. 힘내시구요.

이잘코군 2008-05-28 09:28   좋아요 0 | URL
^^ 이거 쓰고 자서 잠을 별로 못잤어요. -_- 회사 가는 날엔 6시간 이상 자줘야 하는데. 오늘은 비가 오네요. 비가 와도 집회를 하려나 모르겠습니다. 아침 뉴스보고 100여명 연행됐다고 해서 피곤해도 나가야지 했는데 비가 오네요.

여울 2008-05-28 0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도, 오늘도, 밥벌이도 중요하고, 시간을 안분하는 것도 중요하죠. 미안한 마음을 갖지 않으셔도 될 듯한데요. 한방울, 한점...다 소중하겠죠. 마음 속에 촛불한점 가져갑니다아.

이잘코군 2008-05-28 09:29   좋아요 0 | URL
고시가 오늘내일인지라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요. 분명 강행할텐데 앉아서 당할 수는 없죠. 자발적으로 닭장에 들어가신 백여명의 사람들이 참 고맙게 느껴집니다. 폭력경찰 만들지 않으려고, 강제연행되지 않으려고, 자발적으로. 4천만 촛불이 켜질 때까지 계속 갑니다.

드팀전 2008-05-28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산에서도 어제 있었는데....가려고 집에 전화를 했는데..^^ 아내가 아이가 아프다고 일찍 들어오랍디다... 쯥....다음에 가족이 함께 가자는데 요즘 추세를 봐서는 이제 아기들은 빠져야할 것 같아요.

이잘코군 2008-05-28 09:30   좋아요 0 | URL
부산에서는 아직 거리행진은 안하고 있죠? 서울 이외의 지역에선 어떤 양상으로 진행되는지 파악이 안돼요. 보도를 안해주니. ^^

지호 2008-05-28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회사다니면서 집회까지 참가하실려면 정말 힘드시겠네요..
몸도 좀 챙기셨으면 좋겠습니다.여기는 광준데요 금남로에서 늘 촛불집회 열리고있습니다.
사람들이 꽤 많이 모이는데 지역뉴스나 신문에서는 다뤄지지 않고 있네요.

이잘코군 2008-05-28 09:58   좋아요 0 | URL
넵. 광주 한 번 가보고 싶습니다. 역사의 현장인 금남로. 요즘 아주 바쁜 일은 없어서 퇴근하고 가면 할 만합니다. ^^

p.s. 전북의 지식인 강준만과 전남의 철학자 김상봉이 믿음직스럽습니다. :)

블루캣 2008-05-28 1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새벽에 누군가 인터넷에 '하늘도 울고 있다고 했죠' 표현이 고전틱하긴 하지만...달리 다른 표현은 생각나지 않는군요! 저녁에 다시 모일 사람들을 위해 오후엔 울음을 그친다고 했습니다.(기상청이...)

이잘코군 2008-05-28 11:09   좋아요 0 | URL
네.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오늘 저녁에도 모여야 하니까요. 하루라도 빠질 순 없죠.

무스탕 2008-05-28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민심은 천심이라고.. 광우병 없던시절, 달나라에 토끼 산다고 믿던 시절부터 나랏님들은 백성을 받들고 사는 법을 알았는데 자기를 나라 대표로 만들어준 국민들을 언제까지 무시하고 모른척하고 잘 먹고 잘 살런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지켜볼겁니다!!

이잘코군 2008-05-28 11:10   좋아요 0 | URL
주인이 한표씩 행사해서 고용한 머슴이 주인 말을 듣지 않고 있습니다. 그럼 해고해야죠.

caren 2008-05-28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엊그제 청계광장 갔는데 정말이지 평화스런 집회였어요.
어제는 못 가고 오늘은 우산이라도 받쳐 들고 다시 가봐야 겠네요.
대통령을 뽑은 건지, 독재자를 낳은 건지 답답~한 요즘이지만
미래 한국을 위해서라도 시민들이 나서서 막아야죠.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같이 해요^^

이잘코군 2008-05-28 11:10   좋아요 0 | URL
네. 평화집회였습니다. 어제 코스가 이상하게 도는 바람에 - 그제처럼 해야하는데 - 도로 양쪽이 잠시 혼란스러워지긴 했지만요. 같이 해요. :)

순오기 2008-05-28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민들이 아우성쳐도 귓구멍 틀어막고 모른 척하는 저들에게 국민의 힘을 보여주는 방법으론 딱이겠죠. 외신들도 보도를 하는 것 같은데...정부보다 똑똑한 국민이 주인 정신을 확실히 보여줘야죠. 수고하시고요~ 응원합니다!

이잘코군 2008-05-28 12:27   좋아요 0 | URL
네 이준기가 그랬다죠. 신문고를 두드리다 못해 반응을 않으니 거리로 나오는거라고. :) 맞는 말입니다. 국내 언론 통제하면 끝나는줄 아나본데 외신이 조명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망신을 당해봐야 정신 차리려나 봅니다.

yayanim 2008-05-28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엊저녁 청계천으로 가지않고 얼떨결에 광화문역 근처 작은 규모의 집회에 참여하게 됐는데 쁘락찌들과의 신경전이 상당하더군요. 큰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단 수십명이서 인도로 행진을 하는데도 한개 중대가 막아서질 않나... 황급하게 다들 가게안으로 피신(?)하고 두명은 연행됐는데 연행된 그 두명마저도 쁘락찌였다더군요. 그러다 어찌하다보니 단 네명만이 남아 밀리오레까지는 가긴 했습니다만 결국 시위대열에 합류한건 저 한명뿐이었네요.
아무튼 오늘 나오실거라면 한번 뵜으면 좋겠습니다.

이잘코군 2008-05-28 17:22   좋아요 0 | URL
어제 광화문쪽에서도 작게 뭐가 있었군요. 사복경찰들이 시위대 안에 들어와서 자꾸 폭력시위를 조장하는거 같습니다. 이건 뭐 배후세력이 경찰이니, 경찰이 경찰 잡겠다고 하는 형국입니다. -_- 형사-도둑놈 놀이하나. 어릴적 하고팠는데 왕따여서 못했던지 나이 먹고 그 놀이가 갑자기 하고파졌나봅니다. 큭큭. 어제 저도 밀리오레에 있었습니다. 거기서 집에 왔는데, 대치상황이었어요. 그리고는 아마도 뉴스를 보니 길을 터주는 척 하면서 에워쌌나봅니다. 개xx들. 에혀 오늘, 쉴까 했는데 가봐야겠네요. 7시 넘어 도착할거 같은데 전화드리겠습니다.

비로그인 2008-05-28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로그에서는 어떻게 하는걸까 궁금했는데 주소 밝혀주셔서 고마워요. 저도 촛불 밝힐게요


그런데 다 잡아가고도 남지 않을까요. 매우 씁쓸합니다.

이잘코군 2008-05-28 17:20   좋아요 0 | URL
네 주소 모르셔서 못하시는 분 계실까봐. 저도 글샘님 블로그 통해서 갔는데, 이상하게 제 촛불은 링크가 안되더라고요. 몇명까지 잡아가나 한번 해보라죠 뭐. 쩝. 잡아가는 시간이 점점 빨라지는거 같습니다. 이젠 시민들이 봐도 상관없다는 식인가 봅니다.

전호인 2008-05-28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거로의 회귀인 듯 하여 그저 씁쓸함을 금할 길 없습니다.
여러 일정이 겹치는 바람에 같이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음만은 같이 할 거고요 기회가 되면 가족과 같이 다녀오겠습니다.

이잘코군 2008-05-28 17:49   좋아요 0 | URL
네. 제가 태어나던 시점으로 돌아가나봅니다. 인생 다시 시작하라고. -_- 지금 인생도 나쁘지 않은데 말여요. 그렇게 배려(?)해줄 필요 없는데. 다녀오겠습니다.

2008-05-28 2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5-28 2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BRINY 2008-05-28 2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008년도에 그런 광경을 뉴스마다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래도 우리나라 좀 변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잘코군 2008-05-28 23:56   좋아요 0 | URL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지금 집에 들어왔는데 오늘은 아주 가관이 아니었습니다. 페이퍼 올리겠습니다.
 


  내일 아침이면 몇몇 언론들이 사진과 함께 기사를 내보낼 것이다. 회사에서 칼퇴근하고 떡볶이를 사들고 집에 돌아와 맛있게 먹고는 알란질을 잠시하다 24일 밤에서 25일 새벽까지 발생한 사건 동영상을 다시 찾아보았다. 그리고, 가만 있을 수가 없어 외출한다하고 집을 나섰다. 몇몇 지인들에게 함께 가자 메세지를 보냈지만 아마도 바빴던지 동참할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뿐이었다. 밴드의 보컬이었던 녀석인데 휴학을 밥먹듯(?) 했던 녀석이라 아직 대학생이다. 동참 의사는 밝혔지만 그 녀석이 촛불집회에 참가하기엔 이미 우리의 발걸음이 시작되고 있던지라 어쩔 수 없이 홀로, 아니 수만명의 남녀노소 사람들과 함께, 걸었다.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행진을 주도하는 차량이 앞장 서고 그 뒤를 플랜카드가 따랐다. 그리고 난 그 뒤에 있었다. 어쩌면 내일 나갈 수많은 온/오프 언론에서 내 얼굴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앞자리는 어쩔 수 없다. 이뻐서 찍어간거면 좋겠다만 못생겨도 앞에 있으면 찍힐 수밖에 없다. 엠비씨, 케이비에스가 보였고, 알 수 없는 수많은 언론들이 앞에서 뒤에서 옆에서 우리를 따라다니며 연신 플래시를 터뜨려댔다. 소라광장에서 시작된 집회는 예상보다 빠르게 열시경 끝났고, 행진이 시작됐다. 행진! 행진! 사람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모두 대열을 지어 거리로 나갔다. 그곳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쩌면 모든 사람들이.

  끝을 알 수 없는 행렬이었다. 어마어마했다. 소라광장에 모인 인원보다도 행진 인원이 더 많아 보였다. 착시현상이 아니었다. 분명. 소라광장에서 종로일대, 시청옆을 돌아 명동으로, 그리고 명동과 남산방향 터널을 통과해 다시 명동으로, 종로로, 참 많이 걸었다. 시계는 어느덧 열한시를 훌쩍 넘겼고, 구경하던 많은 시민들 중 일부는 우리의 행진에 동참했다. 사람이 붐비는 종로와 명동 일대를 한바퀴 돌다보니 꼬리에 꼬리를 잇는 행렬이 끝을 알 수 없었다. 길다란 일직선 도로에서 뒤를 돌아보아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어떤 언론은 분명 3천명이라 할 것이다. 또. 그러나 그건 3만명이면 3만명이지 고작 3천명은 아니었다.
 
  폭력경찰의 행태에 분노한 시민들이 어제도 모였고, 오늘도 모였다. 나와 같은 전형적인 직장인 가방을 맨 이들도 있었고, 빡빡이 남중생도 있었고, 여고생은 엄청 많았다. 할아버지도 동참했고, 부부가 함께 온 경우도 있었고, 엄마와 딸이 손잡고 나온 장면도 목격했다. 그들은 빨갱이도, 특정단체에 소속되어 지시를 받은 이들도 아니었다. 그들은 그야말로 가슴에 담은 분노를 안고 분노를 보여주기 위해 그 자리에 자발적으로 모인 이들이었다. 나처럼 혼자 온 이들도 많았다. 혼자여서 외롭겠단 생각은, 버스에서 내리며 이미 끝났다. 누구와 왔느냐, 몇명이서 왔느냐는 중요치 않았다. 거기 있는 이들 모두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으므로.  

  열한시십분경. 다시 종로로 돌아온 우리들을, 경찰이 막아섰다. 얼마 되지 않는 경찰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전경이었다. 밖에서 만나면 나한테 형 하고 부를 그런 나이의 전경이었다. 그런 '애들'이 내 앞을 막아섰다. 우리 앞을 막아섰다. 물러나라 외쳤다. 비키라고 외쳤다. 하지만 비키지 않았다. 나와 함께 맨 앞에 있던 건장한 남정네 하나는 매우 분노했고 욕을 했고, 뭔가를 던지고 싶어했으나 던질 게 없었다. 그래 고작 던진다는게 가지고 있던 팜플릿 한 장이었다. 그러나 그걸 막았다. 그가 종이를 던지든, 돌멩이를 던지든, 다음날 신문엔 폭력시위대라고 보도될 것이므로 그런 사태가 벌어지지 않도록 던질 것도 없고, 가슴에 분노만 가득한 그를 막아섰다.

  나는 밥벌이를 위해 집으로 돌아왔다. 내일은 쉬는 날이 아니므로. 그러나 그 자리에서 이탈하는 사람은 나를 포함한 대여섯정도였다. 혹 보이지 않는 저 뒤 행렬에 더러 몇이 더 있을지 모르겠다만, 내가 있던 그곳에선 정확히 대여섯 정도만이 귀가를 서둘렀다. 내일 출근하더라도 열한시반까지는 그곳에 있자고 다짐했었다. 하지만, 경찰과 마주하며 땅바닥에 주저앉은 상황에서 이미 장시간 대치는 불보듯 뻔한 일이었고, 그 '장시간'을 버틸 시간이 내겐 주어지지 않았다. 오늘밤, 내일새벽 무슨 일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부디 어제와 같은 강제연행과 폭력사태가 없길 바랄 뿐이다. 그 자리에 모여있던 중학생, 고등학생, 아저씨, 아줌마, 부부, 아줌마와 딸, 할아버지, 직장인들이 모두 무사히 집으로 돌아가 내일 다시 만날 수 있길 바란다.

  행진은 오늘로 끝이 아닐 것이다. 이제 촛불시위는 그 분노를 감당할 수 없다. 거리행진으로 머릿수를 늘리며 분노의 목소리를 들려줄 수밖에 없다. 5만명, 10만명, 50만명이 거리로 나오는데 이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오늘로 그치지 않는다. 절대로. 나는 내일도 오늘 만난 그들을 만나러 소라광장으로 향할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분노했는지를 보여줄 것이다. 거리에 구경하던 이들이  속속들이 행렬에 동참하던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마치 영화 <브이 포 벤데타>의 마지막 장면 같았다. 정해진 시간에 모두 브이의 가면을 쓰고 나와 거리를 행진하는. 이대로 주저앉지 않는다.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어디 한번 해보자.

  내일 나오실 분은 번호와 함께 속삭여주시면 그곳에서 연락드리겠습니다. (제 연락처를 아시는 분은 따로 연락주셔도.) 판단은 각자의 몫입니다.  




 "집회, 시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본권이란다. 양심, 사상의 자유가 기본권으로 인정된다면 그것을 표현하는 집회, 시위, 출판, 언론의 자유 또한 인정되어야 완전한 기본권이 된다는 생각에서란다. 그러므로 시위는 타인에게 심각한 손해를 끼칠 위험성이 없는 한 허용되어야 하는 거란다. 그것이 민주주의 정신이야." (<10대와 통하는 정치학> 中)

  그렇다면 질문.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일까? 답은 각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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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05-27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촛불 시위에도 꿈쩍 않는 정부를 향해, 우리가 얼마나 분노했는지를 보여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참 막막합니다~~ 부디 다치는 사람들이 없기를...

Arm 2008-05-27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은 승리가 약속되어 있어서 싸우는 것이 아니다. 불의가 넘쳐나기 때문에 정의에 대해 묻고, 허위가 뒤덮고 있기 때문에 진실을 말하기 위해 싸운다."
- 서경식의 <난민과 국민 사이> 중에서.

Mephistopheles 2008-05-27 0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이 포 벤데터..
지금 시국과 어쩌면 맞아 떨어지는 영화로 볼 수 있어요..
영화 속에선 브이 라는 도화선 같은 열성 혁명가가 있었다는 차이점을 빼곤요..^^

비로그인 2008-05-27 08: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멋있어요.

무스탕 2008-05-27 08: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애' 같은 전경들도 지금 신분이 '전경'이라서 어쩔수 없이 시키는 대로 하고 있지 아니었으면 아프님의 뒷줄에 늘어서 있었을 거에요.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2008-05-27 1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글샘 2008-05-27 1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님... 제 몫까지 소리질러 주세요!!!

2008-05-27 14: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블루캣 2008-05-27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미친소보다 혈압올라 먼저 쓰러질거 같다는...국민을 위한 정부, 국민을 위한 경찰 이게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에휴~!!!

2008-05-27 1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5-28 0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5-28 2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5-31 1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돈 키호테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18
미겔 데 세르반테스 지음, 김정우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7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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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읽고나니 기왕에 읽는거 시공사에서 나온 두꺼운 완역본으로 읽었으면 하는 생각도 들지만, 쉽고 편하게 재밌게 읽었다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듯 하다. 청소년용으로 나온 책이라 완역본을 읽지 않은 상태에서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자르고 붙여 편집한 것인지 알 수 없어,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치만, 돈 키호테라는 인물에 대해서는 딱 최소한 접할 만큼은 접한 듯하니 이 정도로 만족.

  철학자 김용규씨가 얼마전(?) 한겨레신문 토요일자 칼럼란을 통해 - 지금은 연재를 안하신다 - 두 차례에 걸쳐 돈 키호테 이야기를 하신 바 있다. 그만큼 다른 고전작품들보다 돈 키호테를 가지고 하고픈 말이 많으셨던듯 하다. 먼저 김용규는 "돈 키호테는 이상주의자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는데, "이상주의를 ‘현실적 가능성을 무시하고 이상의 실현을 삶의 목표로 하는 공상적 또는 광신적 태도’ "라고 규정하면 그렇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가 가진 이상은 순결한 이상이었다. 돈 키호테를 둘러싼 전자의 해석은 칼 마르크스에 의한 것인데 마르크스는 돈 키호테를 " "유토피아 사회주의자들과 같이 "추상적 원칙에 의해" 세계를 해석한 "잘못된 의식의 화신" "으로 평가했다고 한다.

  김용규는 그럼에도 돈 키호테에게는 다른 이상주의자들이 가지기 어려운 미덕이 있다고 한다. 그것은 "자기 희생에 의한 이상 실현"이라고 한다. "더 나은 삶과 세상을 위한 인류의 이상은 숱한 사상가, 혁명가, 종교인에 의해서 시대를 거르지 않고 주장되었다. 하지만 그 어느 것도 ‘온전하게’ 성취되지는 못했다. 각각의 이유야 많다. 그러나 공통적인 원인들 가운데 중요한 하나는 모두들 자신의 이상에 대해서는 열변을 토하면서도, 그 이상을 실현하는 데 요구되는 희생은 떠맡으려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 넘겨버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역사가 증명하듯이 누구도 “남의 뺨에 흐르는 땀에서 제 먹을 빵을 짜내면서” 더 나은 삶과 세상을 만들 수는 없는 법이다. 이상이란 ‘단지 꿈꾸고 바라기만 하는 공허한 어떤 상태’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희생을 대가로 이루어가야만 하는 고귀한 어떤 상태’인 것이다."

  돈 키호테는 성직자들이 앉아서 기도나 드리고 있던 시절, 비록 사람들에게 조롱을 받기는 했지만 자신을 희생해가면서 사회를 변화시키고자 몸으로 노력했다는데 의미를 둘 수 있을 것이다. 이 책 곳곳에서는 그런 장면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못생긴 동네처녀를 공주라고 하질 않나, 낡은 여관을 뻑쩍지근한 성이라는둥 엉뚱한 소리, 엉뚱한 짓을 일삼고 만나는 사람들로부터 놀림을 받는다. 그러나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편력기사로서 꿋꿋이 나아간다. 그는 헛된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니다. 비록 소설 속에서 그렇게 묘사되고 있지만 그는 사람들이 바라는 이상사회를 위해 한발 한발 정진해나가고 있다. 비록 주변 사람들이 그것을 헛된 망상이라고 놀리지만. 

  이상사회는 완전하지만 도달하기 어렵다. 현실이기보단 비현실에 가까우며, 그것은 차라리 꿈꾸지 않느니만 못해 보인다. 수많은 철학자들이 자기 나름의 이상사회를 그리고 그 이상사회로 다가가기 위한 철학을 세웠다. 많은 철학자들이 자신의 철학을 완성시키는 부문은 이상사회였다. 플라톤이 그러했고, 헤겔도 그러했고, 칸트도 그러했다. 이들의 철학을 분야로 나누는 건 우습지만, 그들이 마지막에 자신의 철학을 완성한 곳은 정치철학이었다.

  과거 역사 속에서 수많은 이들이 이상사회를 꿈꿨지만 아무도 그곳에 도달하지 못했다. 실현 불가능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현불가능하다하여 꿈꾸지 말란 법도 없다. 개인의 자아실현은 꿈을 꾸면서부터 시작되고 완성된다. 국가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더 나은 사회를 향한 열망과 노력이야말로 사회를 좀 더 낫게 만드는 변화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이상이란 언제나 ‘아직은’ 실현되지 않음으로써 현실에 안주하려는 우리를 부추기고 불편하게 하고 변화하게 한다. 이것이 이상의 본래적 가치이며 역할이다. 따라서 진정한 이상주의자는 밤마다 희망을 쓸어안고 잠들고 아침마다 길 떠나는 자다."

  우리는 이상사회를 꿈꾸고 있는가. 그리고 있는가. 우리가 꿈꾸는 이상사회는 어떤 모습인가. 현실을 보면 너무나 멀고 암울하기만 하다. 국민으로서 누리고자 하는 기본적인 가치조차 무시당하는 현실에서, 집나간 민주주의를 찾아 길떠난 시점에서, 우리에게 이상사회는 너무나 멀리 떨어져있다. 그러나 현실이 암울하다 하여 이상을 접어버릴 순 없다. 이토록 참담한 현실에서도 우리는 이상을 꿈꿔야 한다. 그리고 한 발짝 나아가야 한다. 거꾸로 퇴행하는 역사를 되돌리고, 우리의 권리를 지키며 이상을 실현해야 한다.

  어쩌면 이상사회는 국민 모두가 그들의 기본권을 보장받고 누릴 수 있는 사회인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해본다. 그것이야말로 이상사회가 아닐까하고. 별다른게 없다. 그 옛날 선비들이 꿈꿨던 무릉도원이나 기독교의 천국이 이상사회가 아니다. 우리가 기본권을 보장받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그날이 이상이 실현된 날이 아닐까 싶다. 그 날을 위해 한 발씩 내디디기에도 우리는 갈 길이 멀다. 이상을 위해 함께 가자. 돈 키호테처럼. 돈 키호테는 혼자여서 세상이 그를 비웃었을지 모르나, 우리가 함께 가면 우리가 세상을 비웃는다. 한 두명의 돈 키호테로는 세상이 변하지 않는다. 많은 이들이 동참해야 한다. 수많은 돈 키호테들이 필요한 시점이다.

p.s. 파란색 인용문은 모두 김용규씨의 한겨레 칼럼을 인용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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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05-25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키호테 완역본을 사놓고도 보지않고 곱게 책장에 꽂아두기만 했는데....
돈키호테들이 세상을 비웃을 수 있는 그런날이 보고싶네요. 먼저 책을 읽어야할까요?

이잘코군 2008-05-26 00:01   좋아요 0 | URL
시공사 것을 가지고 계시는군요. ^^ 매우 두껍다고 들었는데. 저 역시 수많은 돈 키호테가 거리로 나와 세상을 비웃기를 희망합니다. 그들의 편력을 끝낼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