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복귀했습니다. 어디서부터 말씀드려야할지 모르겠습니다. 감당하기에 너무나 화가 나고 미칠 것만 같은 일들이 다양하게 일어났기에 도대체 어디서부터 말씀드려야할지 모르겠습니다. 그제, 어제 퇴근하고 피곤한 몸 이끌고 11시 15분까지 버티고 오느라고 힘들어서 오늘은 쉬려 했습니다. 하지만, 어제 제게 속삭인 분이 계셔서 그 분과 함께 하기 위해, 그리고 또 인터넷으로 동영상, 뉴스 등을 찾아보면서 직장에서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결국 또 연 삼일째 청계천으로 향했습니다.
내 인생 삼십년 동안 거리에서 시위니 집회니 하는 것들을 경험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청계천에 모인 일반 소시민들처럼 저도 동영상과 뉴스를 보고 도저히 뜨거워지는 몸을 주체할 수 없어 그래, 나가자 하고 나갔던 게 벌써 삼일째입니다. 정말 피곤합니다. 아침에 일어나기도 힘들고, 직장에서 일하고 퇴근하고 청계천에 모여 고래고래 소리지르고, 손피켓들고, 거리로 나가 계속 걷고 뛰고. 피곤합니다. 그래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왜. 한 번 나가봤더니 이건 머릿수 싸움입니다. 조금이라도 줄어들면 다음날 조중동엔 이렇게 나옵니다. 촛불시위 서서히 사그라들어. -_-
오늘도 청계천에 갔습니다. 도착하니 딱 7시. 사람들은 이백여명 정도밖에 없었습니다. 아직 시작도 안했습니다. 곳곳에 산발적으로 퍼져있었습니다. 앞쪽에 자리를 잡고 홀로 앉아 고래고래 또 소리를 질렀습니다. 승주나무님이 오셨다가 가셨고, yayanim님과 그 분이 아는 동생분은 저와 함께 행진대열부터 함께 했습니다. 오늘도 역시나 중고생들이 곳곳에 눈에 띄었습니다. 교복을 입고 오는지라 안 띌 수가 없습니다. :) 오늘 무대엔 열일곱번이나 참석했다는 안양예고 촛불소녀가 올라와 그 앞에 모인 만여명의 사람들을 뭉클하게 해주었습니다.
집회는 아홉시반경에 끝나 또다시 행진이 시작됐습니다. 그러나, 행진은 오분도 지나지 않아 막혀버렸습니다. 전경들이 쫙 깔려있었습니다. 청계천에서 종로로, 명동으로, 광화문으로, 시청으로 통하는 모든 통로를 다 닭장차로 다닥다닥 붙여 막고, 빈틈엔 전경을 수십명씩 배치했습니다. 닭장차는 보도블록 위까지 올라와 있었고, 청계천에서 연애하던 연인들과 노부부, 그리고 청계천 주변 건물의 직장인들까지도 못가게 막았습니다. 시위대는 분산되어 양쪽에서 구호를 외쳤습니다. "불.법.주.차.차.빼.라.", "집.에.가.자.비.켜.라.", "애.엄.마.를.보.내.줘.라.", "이.명.박.은.물.러.가.라."
그 누구도 시키지 않았습니다. 선동하지 않았습니다. 여러 구호가 난무하다가 한 명이 크게 외치면 다들 따라했습니다. 수십명의 전경은 시청방향으로 통하는 곳에 오와 열을 갖춰 무장하고 비켜주지 않았습니다. 거리 시위를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집회를 마치고 집에 가고자 하는 사람들까지도 못가게 막았습니다. 집회에 참가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막았습니다. 우리를 에워싼 전경대열의 뒤쪽에 있는 구경하는 시민들이 보다못해 함께 구호를 외쳐줬습니다. "불.법.주.차.차.빼.라.", "집.에.가.자.비.켜.라." 그래도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를 업고 온 애엄마만 보내주자고 말해도 꿈쩍도 안했습니다. KBS, MBC, MBN, 한겨레 등등의 많은 언론이 그 광경을 취재했습니다. 내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분명 그들이 보도블록 위까지 치고 들어와 막고 있는 건 '불법'이었습니다. 이 전경들과 경찰들을 잡아가야 마땅했습니다. 그네들이 그동안 그렇게 외치던 불법이었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자기네들 치면 불법이랍니다. 어이가 집을 두 번 나갔습니다. 한 번 나간 어이는 다시 나가기도 쉽습니다. 돌아오는가 싶더니 이젠 멀리 나갔습니다. 원.천.봉.쇄. 그곳은 섬이었습니다. 그들은 우리를 거대한 섬에 가뒀습니다. 집에도 못가게. 쓰바. 누가 보도블록 위에다 주차를 그따위로 해. 똑바로 세운 것도 아니고 도로에 세로로 걸쳐서. 애엄마도 안보내주는 이 꼴통들에게 말이 먹힐 거 같지 않아 시위대는 청계천으로 돌아갔습니다. 모두 흩어져서.
청계천엔 어떤 잔머리 잘 돌아가는 시위자 한 명이 생각해냈는지 원천봉쇄 당한 그 섬에서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바로 청계천이었습니다. 누가 만든? 이명박이 만든! 아 이명박이 만든 청계천이 이렇게 고마울 때가. 아니 이명박이 이렇게 고마울 때가. 흐흐. 쓱삭쓱삭. 좋았어. 요때만큼은 칭찬해줄게. 사람들은 오와 열 없이 삼삼오오 그곳으로 줄을 이었습니다. 청계천으로 내려갔습니다. 가다보면 길이 나올 것이므로. 연인들이 참 많았습니다. 시위대가 삼삼오오 뭉쳐 구호를 외치며 지나가는데도 열심히 키스하더라고요. -_-;;; 좀 그르타. 낭만적인 자리도 아닌데. 연인이 꽤나 많더군요. 살짝 부럽기도. 므흣.
흩어진 시위대는 청계천을 따라 쭉 가다가 계단을 발견하고 위로 올라갔습니다. 아웃백 스테이크가 있는 그곳이었던거 같은데, 위에선 누군가가 빨리 올라오라고 소리치고 있었습니다. 왜 그럴까 싶었는데, 올라가봤더니 수십명의 전경들이 또 포진해 있었습니다. 우리가 어떻게 또 그리 가는걸 알고서. 그런데 이 녀석들이 마구 달려오더니 오와 열을 갖춰 전진하는 것입니다. 아직 올라오지 못한 많은 시위자들은 어떡하라고. 그러니까 다시 원천봉쇄를 하려했던거지요. 아 나오면 집에 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중권이 형의 말마따나 꼭지가 돌았습니다. 에이 쒸벌. 나 집에 안가! 정말 안가려고 했습니다.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게 직장인데, 에이 내년 연차 끌어다가 쓰지머. 대리님께 부탁해서 연차 올리자. 그런 생각이 들더라는.
내 옆의 누군가가 스크럼을 짜자고 했고, 나를 포함한 건장한(?) 젊은(?) 남정네들이 다리 위의 전경과 마주보고 스크럼을 짰습니다. 우리 뒤에도 한 줄 더 짰습니다. 대치하자는게 아니라, 싸우자는게 아니라, 아직 못올라온 시위대가 다 올라올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그리고 시위대가 다 올라오고 우리는 스스로 스크럼을 풀고 거리로 나갔습니다. 드디어 거리로 나갔습니다. 삼삼오오 흩어진 시위대는 여전히 산발적으로 구호를 외치며 거리로 나갔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발견했습니다. 한 뭉텅이의 거대한 시위대 대열을. 아니 이들은 어떻게 벌써 빠져나왔지. 내가 꽁지에 붙어있었던건가. 양측이 만나자 너무 반가웠던지 모두 함성을 질렀습니다.
어렵게 거리행진이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이 거대한 무리는 그제, 어제와 비슷한 코스대로 다시 저벅저벅 걸었습니다. "이.명.박.은.물.러.나.라.", "평.화.행.진.보.장.하.라.", "협.상.무.효.고.시.철.회." 어떤 시위자는 불평했습니다. 전에 걸렸던 그 코스잖아! 가면 뻔히 보이는데 어쩌자고. 그러나 우리는 뒤꽁지에 있었기에 방향을 틀 수 없었습니다. 다시 흩어지면 모두 연행될 것이므로. 함정으로 가더라도 뭉쳐서 가야합니다. 지금 이 시간 아마도 경찰과 또 대치중이겠지요. 아니면 벌써 연행됐거나. 중간에 빠져나오기 매번 미안하지만 이렇게라도 해야 매일 참석할 수 있으므로 이 못난 직장인은 여기서 나왔습니다. 꼭 경찰 대치 바로 전 상황에서.
청계천에서 있었던 한 가지 사건을 빼먹었습니다. 위 난간에도 닭장차가 다닥다닥 붙어있었고, 전경들이 길을 막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난간에 한 중년 남녀가 난간 안쪽으로 가고자 했으나 그들은 내버려두지 않았습니다. 아니 그러면 청계천으로 떨어지는 방법밖에는 없는데 어쩌라고. 청계천으로 향하던 이들은 잠시 멈추었습니다. 안전을 보장하라고, 난간 안으로만 들어가게 해달라고 사정사정했으나 그들은 놔주지 않았습니다. 한겨레 카메라맨와 기자가 도착했고, 그 장면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수많은 핸드폰, 디카 등의 플래쉬가 작렬했습니다. 이것도 내일 뜰겁니다. 난간 안쪽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 했는데 그들은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떨어지라는거죠.
곳곳에서 분노를 금치 못할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원천봉쇄해놓고 건드리면 불법이다, 이 지랄 하고 있으니 건드리지도 못하고, 그냥 다음날 아침까지(?) 그곳에서 버티라는 말인지 어쩌라는건지. 아니겠죠. 다음날 아침까지 그곳에 있다 온전히 빠져나오지도 못하겠죠. 차가운 공기가 스며드는 새벽이 오면 그들은 기다렸다 지친 우리들을 기습하여 닭장차로 끌고 가려는 수작이겠죠. 이번엔 천 단위로 잡아가려고. 닭장차가 무지 많기는 했으나 그 인원이 다 들어가기엔 어려워보이던데. 좀 더 차를 가지고 오던가 아니면 그냥 보내주던가 해야지. 집에 가겠다는데 왜 보도를 막아. 불법 어쩌고 꿍시렁꿍시렁하더니 지네들이 몸소 불법을 저지르고 있어요.
참, 아까 무대에 오른 어떤 인권 무슨 단체 아저씨 왈, 차도에서 돌아다니는건 벌금 20만원인지 50만원인지가 다라고 합니다. 그러니 연행하는건 그네들이 불법을 저지르는거라고. 현행법상으로 따져도. 이런 미친. 그럼 여태 이것도 제대로 모르고 당한거잖아. 쟤들이 불법 막 저지르는거 눈으로 지켜보면서. 고작(?) 20만원주면 땡치는걸. (20만원이 뉘집 애이름이냐.) 월드컵 때 남의 차 벅벅 긁고다니고 벌거벗고 다닌 애들은 왜 안 잡아가고, 응~!, 평화행진하는 시위자들은 잡아가겠다고 지랄이야 지랄은. 법을 적용할거면 매번 똑같이 적용하든가요. 아니면 말든가. 그나마 이것도 법을 적용해도 지금 이대로가 아니라며. 응? 왜 데려가. 데려가길. 가슴에 불덩이만 점점 뜨거워집니다. 분노는 갈수록 배가 됩니다. 왜? 와서 본게 너무 많으니까.
미국이 압박해서 장관고시 하겠다고 했답니다. 아마도 내일. 고시되면 촛불집회는 시청에서 합니다. 월드컵 사진을 재현해봅시다. 머릿수 싸움입니다. 미국 광우병 쇠고기 건에 대해 시위대와 같은 의견이시라면 머릿수 늘려주십시오.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건 당연히 올 필요가 없는거고요. 동의하신다면 -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만 - 머릿수를 늘려주시기 바랍니다. 만명정도로는 얘네가 꿈쩍을 안하네요. 십만은 모여야 되나 봅니다. 장관고시되면 시청입니다. 그리고 토요일은 네시반부터 마로니에 공원에서 시청으로 행진한답니다. 참고하시길. 집회는 매일 열리니 혹시 오늘 할까 하는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장관고시 안하면 청계천 소라광장으로, 하면 시청으로, 토요일은 마로니에로. 당신의 분노를 보여주십시오. 촛불을 들어주십시오.
p.s. 위에 적힌 내용은 모두 '객관적인' 사실입니다. 거짓이라면 난 이명박보다 못한 놈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심한 욕이잖아. 부시보다 못한 놈<이명박보다 못한 놈.)

* 제가 있던 곳입니다. 인도까지 원천봉쇄한 '불법' 경찰들이 아기 엄마를 안 보내주고 있습니다.
(사진은 오마이뉴스에서 빌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