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베이 감독, 윌 스미스 주연의 <나쁜 녀석들>. 그다지 끌리는 제목은 아니지만, 괜찮은 감독에 괜찮은 주연이라 그들 보는 재미에 볼만한 킬링타임용 액션. 키크고 잘생긴 멋진 돈 많은 형사와 세 아이의 아버지이자 키 작고 볼품없는 돈도 없는 형사가 단짝이 되었다. 마이크 라우리는 홀로 호화로운 아파트에 살며 고급 포르쉐를 몰고 다니고, 매일 밤 여자와 함께 황홀한 시간을 보낸다. 반면, 마커스 버넷은 끝을 모르는 야근에 매일같이 늦게 들어가 아내에게 잔소리 들으며, 정신없는 아이들과 아침 식사하며 하루하루를 일상의 피곤함 속에 살아가고 있다. 아니 같은 형사인데 너무한거 아냐? 원래 유전자가 뛰어나 잘생기고 키크고 멋있는데다가 아버지가 돈도 많아 많이 물려받았는걸 어떡해. 그래. 어휴.



* 사진은 둘다 참 멋있게 나왔다. 전방에 있는 녀석이 세 아이의 아빠 버넷, 뒤에 멋있게 선그라스 끼고 차 위에 걸터앉은 녀석이 바람둥이 라우리. 흰 정장은 아무나 입을 있는 옷이 아닌데 멋있군.

  절대 빠질 것 없어 보이는 성격까지 좋은 매력남과 함께 있으면 정신이 없고 배려란걸 모르는 불평불만주의자, 정 반대의 두 사람이 만났으니 한놈은 더 뛰어나보이고, 한놈은 더 작아보이는 것이 인지상정. 대비의 효과가 아주 극명하게 적용되고 있다. 그치만 두 사람의 임무는 똑같다. 사건해결.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를 보호하라. 버넷은 라우리가 없는 사이 반장의 성화에 못이겨 라우리가 되어버리고, 라우리는 뒤늦게 나타나 버넷이 되어버렸다. 서로에게 불만이 가득했던 그들은 서로의 캐릭터로 잠시나마 살아가며 상대를 이해하게 된다. 역지사지이니라. 돈 많은 잘생긴 라우리는 세 아이의 아빠가 되었고, 아내의 잔소리에 치여살던 버넷은 돈 많은 바람둥이가 되었다. 각자의 인생엔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나니. 그것을 이해하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을 지어다.

  단순한 액션영화는 이제 식상하다. 캐릭터의 극명한 대비를 통해, 서로의 역할 놀이를 통해 새로운 재미와 유머를 제공하는 영화이다. 중간중간 터지는 웃음보를 참아낼 수 없다. 액션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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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07-20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영화 마지막 추격씬에서 포르쉐를 애지중지 아낄려고 하는
제작진들의 노고에 감동했습니다...

책방마니아 2006-07-24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편도 꼭 봐라 훨씬 더 스펙터클하다 ㅋ
 



  꼬시고 버리고 꼬시고 버리고, 진정한 선수들의 작업장으로 안내한다. 나를 포함한 이 세상 젊은 청춘 남녀들에 있어서 연애에 관심이 없다면 그것은 거짓말. 관심의 정도에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아예 관심이 없다면 그것은 정말 거짓말. 남자가 여자를 꼬시고, 여자가 남자를 꼬시는데는 나름의 비법이 있다. 그렇다고 내가 작업남은 아니고. -_- 있다는건 알잖아. 다들.



* 분위기 있게 전망 좋은 공간에서 오봇하게 차마시며 슬쩍 작업 들어가는 지원과 민준.



* 오 제대로인걸! 바로 이 장면, 그리고 이어지는 물쑈. 영화 광고 제대로 먹힌 장면이다. 손예진의 저 뇌쇠적인 눈빛과 몸짓. 촬영하는 스텝들은 온전히 바라볼 수 있었을까. -_-

  영화속 민준(송일국)과 지원(손예진)은 자칭 타칭 작업남 작업녀. 내 손에 걸려든 놈년은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 뒤에서 차로 들이받고는 "엄머 엄머 죄송해요. 저기요... 옆에서 어떤차가 횡하고 지나가는 바람에" 라고 시작되는 지원의 멘트는 뒷통수 얻어맞고 따지러 다가온 남자를 살살 녹이고는 수리비는커녕 식사대접에 선물공세까지 이끌어낸다. 과연 고수일세. 민준 역시 이에 못지 않다. 작업 한번 살며시 들어갔다 하면 안넘어오는 여자가 없고, 왠만한 여자는 이제 시시하다. 그러나. 작업에도 기본은 있다. 일단 여자건 남자건 반반한 얼굴과 매끈한 몸매는 기본, 여기에 넉넉한 작업 자금도 필요. 기본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면 작업은 물 건너갔다. 그러나 작업남과 작업녀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혹 가끔 돌연변이로 얼굴도, 몸매도, 돈도 안되는 남과 녀가 작업에 성공할 때가 있는 데 이건 예외. 그 비법은 나도 몰라.

  선수는 선수를 알아본다. 딱 마주친 그녀와 그. 대번에 상대를 알아보고 뒷조사 들어간다. 그동안 써먹었던 왠만한 작업 기술들은 여기에 먹히지 않는다. 오랫만에 짱구 좀 굴려야겠는걸. 나는 너를 원해, 그리고 너는 나를 원해, 다 안다. 알지만 상대가 내게 먼저 다가오도록 만드는 것이 작업의 묘미. 내가 먼저 숙이고 들어가면 재미없잖아. 그건 작업에서 지는 거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작업은 이보다 좀더 넓은 범위. 일단 내가 숙이건 상대가 숙이건 내 여자 내 남자 만들면 그만이지. 이건 하수. -_-

  진정은 프로들의 세계. 제주도 와서 뱅기표 없다고, 통통배도 없다고 서로 뻥을 치고는, 호텔에 갔더니 방도 하나네. 게다가 침대도 더블로. 아주 딱인걸. 그러나 여건상 여인숙으로 향하고, 옆방에선 웬간 남녀의 신음소리가 아아아아. 둘다 마음 속엔 딴 생각 뿐이지, 작업은 안먹히지. 야 니가 먼저 나 좋다고 해. 싫어 니가 먼저 해, 소리 없이 오가는 대화들. 결국 같이 잠자리에 들 것을 이리도 시간을 오래 끌었단 말이야. 사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작업은 쉽게 넘어오면 재미 없다. -_- 내가 그렇다는게 아니고. 낚시를 걸면 바로 물고기가 떡밥 먹으면 재미없잖아. 낚시의 재미가 뭔데. 오랜 기다림 끝에 올라오는 월척 아니겠어? 그러니 두 남녀 오랜동안 시간끌며 돈부어가며 작업 할 맛 나겠다. 인내 끝에 오는 열매는 매우 달콤하나니. 하지만, 작업은 성공한 순간 그것으로 게임끝. 더 이상의 재미는 없다. 그러니 남자와 여자를 찾음에 있어 '작업'만이 존재한다면 그처럼 또 허무한 것도 없을 터이다. 작업 뒤에 '사랑'이 있다면 그건 하나의 즐거움 끝에 또다른 즐거움이 이어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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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인디 영화제 개막작 <좋아해>. 영화 맛배기 광고를 통해 기대했던 그런 영화는 아니었다. 104분이라는 그다지 길지 않은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중간중간 꾸벅꾸벅 졸기도 하며 봤던 영화였다. 영화는 여러컷의 사진들을 이어붙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려 한 듯 장면장면은 단절되었고, 장면과 장면 사이에 보여지는 파란하늘은 감독의 의도는 알겠지만 그다지 와닿지 않았다.

  17세의 유(미야자키 아오이)는 사랑하는 사람을 반년 전에 떠나보낸 언니와 함께 살고 있다. 방과 후 강변에서 언제나 같은 소절만 연주하는 친구 요스케(에이타)에게 마음을 기울이고 있던 유는 언젠가부터 그 소절을 흥얼거리며 다닌다. 한 발짝만 다가서면 잡힐 것 같지만 알 수 없는 두려움으로 서로를 향해 다가서지 못하던 두 사람은 예기치 못한 사고로 인해 멀어지게 된다. 17년 후, 음반회사의 영업을 하고 있던 요스케와 역시 음악제작회사에서 일하던 유는 우연히 재회하게 되는데… (줄거리 엠파스 협찬)

   좋아해, 라는 말 한마디 못한 채 17년이 지났다. 보면서 애절하고 슬펐지만 한편으로 답답하기도 했던 한국 영화 <사랑을 놓치다>의 우재와 연수보다도 긴 시간이 소요되었고, 더 어렵게 좋아한단 말을 던져놓는다. 관객은 '좋아해'란 말을 듣기 위해 104분을 기다렸고, 그것은 오랜 기다림의 가치를 충분히 보상해주지 못한다. 내가 너무나 순수하지 못하기 때문에 영화가 나를 파고 들지 못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 하지만 그렇다고 영화를 깎아내리고 싶지도 않다. 그것은 사랑고백에 도달하기 위한 감독의 서술방식의 차이였을 뿐. <사랑을 놓치다>는 좀더 확실히 스토리와 순간순간 적절한 감정이입으로 관객을 울렸다면, <좋아해>는 그저 끊어진 장면을 불친절하게 연결해보여주고 별다른 대사나 줄거리 없이, 보여지는 화면을 통해 관객과 공감을 이루려 한 영화가 아니었을까 한다. 다만 그것이 내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을 뿐. 별다른 대사와 줄거리 없이 장면의 이어붙임으로써 조용한 공감을 이루기를 원하는 관객이라면 이 영화는 괜찮다.

  하나 더. <사랑을 놓치다>가 영화를 보는 나의 마음 속에 파고 들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그들의 나이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물론 이것은 나를 울리게 한 하나의 원인으로 추정할 뿐이다. 감독의 영화 서술 방식, 줄거리, 대사, 시기적절하게 들어맞는 주변상황들, 안타까운 어긋남 등등의 영화적 설정 뿐 아니라 주인공에게 애초 부여된 그들의 나이는 내가 영화 속으로 들어갈 수 있게 한 또 하나의 원인이었다고 생각한다. 20살 대학신입생으로 만나, 졸업후 직장을 갖고 한참을 방황하다 만난 30살의 남과 여. 내 나이 서른 안됐지만, 여건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 사랑의 따스한 감정을 갖기 시작할 15,16살 정도의 청소년도 아니고, 30살씩이나 먹은 그들의 힘겨운 사랑고백은 충분히 답답하고 애절하고 안타깝다. 영화 <좋아해>에는 이런 설정이 전혀 없이 흰 도화지 위에 찍어놓은 사진들을 하나하나 툭툭 던져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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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스 2006-07-16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을 놓치다>가 해물잡탕이라면 <좋아해>는 복지리.. 같달까? <좋아해>는 기대를 너무 한탓인지 막상 보고나서는 별로. 포스터를 받아온 것은 좋았음.ㅎㅎ 두 영화 다 별로 맘에 안들지만 하나를 택하라면 복지리가 낫다는 생각.

마늘빵 2006-07-17 0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사랑을 놓치다>는 <봄날은 간다> 만큼이나 좋았는데. 음. <좋아해>는 나도 너무 기대를 많이 한 나머지 별로. 포스터는 그거 예매한 사람들만 주는거라 난 못받았는데...

플로라 2006-07-17 1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구두님의 복지리 표현, 정말 압권이네요.ㅋㅋ <사랑을 놓치다>는 못봤지만 <좋아해>랑 비교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죠. 보다가 지루하고 답답했지만 <좋아해>의 담백함이 저도 무척 좋았어요..^^
 

* 스포일러 경고

  의외로 나쁘지 않았던, 재밌게 본 영화다. 개봉당시의 旣 관람객들의 평에 비해선 꽤나 재밌는 영화였다. 나름 연애에 대해서, 사랑에 대해서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해주기도 했고.



* 천하의 바람둥이. 저 느끼한 눈빛 좀 봐. 네 이 녀석.

  내 사전에 작업 실패란 없다! 매끈한 외모와 탁월한 작업 기술로 단 한번의 실패도 하지 않은, 매번 여자가 바뀌도, 동시에 몇명씩 생기기도 하는, 이 타고난 바람둥이. 꼬시는 기술도 가지가지. 은은한 눈빛을 한번 흘려주고, 주차장에 차 가로막기, 마술쇼로 없어졌던 차키 꺼내기 등등의 나름의 비법으로 온갖 여성들을 꼬드긴다. 치과의사 현주도 역시 어쩔 수 없다. 그에게 넘어가 하룻밤을 보낸다. "우리 진도 너무 빠른거 아냐?" "진도가 빨라야 예습도 하고 복습도 하지" 말이나 못하면.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그의 과거 수많은 애정행각 중 하나가 몰카에 포착되어 인터넷에 떴다. 헉. 이럴 수가. 어디 그를 그쳐간 여자가 한 둘이어야 말이지. 도대체 누굴까. 미연이, 수진이, 지혜, 지아, 현주, 희수, 현희 등등 여자이름은 끊이지 않고 입에 오르고, 이름과 얼굴이 매치나 되는지 어쩌는지 그의 머리 속에서는 그때 그 여자를 찾을 길이 없다.



* 이제 난 끝났다. 어떡하면 좋아. 엘리베이터 한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흐느끼는 그녀가 너무나 안쓰러웠다. 도대체 뭘 잘못한건데.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러고 있는거야. 잘못한거 없어. 괜찮아.
  
  떠올랐다. 희수. "희수야" "희원이다" 이런. 얼굴을 봐도 이름을 모른다. 아니 도대체 얼마나 많길래. 완전 꾼. 몰카의 남녀 주인공 지훈과 희원은 결국 다녔던 동네의 모텔을 찾아나서고, 몰카탐지기까지 장만하며 가망없어 보이는 작업을 시작한다. 그 과정에 두 사람의 옛 기억은 서로의 머리 속에 아른아른 떠오르고, 그때 그 순수했던 행복했던 시절을 그리워하나니. 서로 못잡아먹어 안달이면서도 두 사람은 과거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몰카로 학교에서 쫓겨나고 학생들에게 놀림받고 프로포즈 들어온 남자로부터 차이고 내 인생 몰카 한방에 쫑났다.

   기억은 스멀스멀, 추억은 아른아른, 옛 사랑의 감정은 서서히 꿈틀꿈틀 기어나온다. 아 그래 나는 너를 사랑하는 거였어. 지훈은 희원이를 찾아나서고 희연이는 이런 지훈의 맘을 알까. 주체할 수 없는 끊임없는 바람기는 여기서 이제 끝나는건가.

  하나. 아마도 감독이 영화를 통해 무언가 메세지를 전해주고 싶었던게다. 그렇게 살지 말지어다. 이 여자, 저 여자, 얼굴도 기억하지 못할 여자들과 하룻밤 보내며 한 순간의 욕정을 채우기 위해 그렇게 살지 말지어다. 네가 상처준 수많은 여자들의 맘을 아는가. 누군가에게는 결혼과 연애가 별개라고 한다지만, 적어도 사랑과 연애가 별개여서는 안되지 않겠는가. 그런 말을 하고팠던게다. 물론 두 사람 모두 한순간의 욕정을 원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또 그들이 자신의 행위를 통해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주지 않을 수만 있다면, 한 사람은 사랑을, 한 사람은 욕정을 원했다면, 이는 신중해야한다. 다른 한쪽이 또다른 한쪽을 상처줄 수 있으므로. 그것이 계획된 것이라면 더욱.

 둘. 몰카에 찍혔다고 당했다고 그것이 인터넷에 떠 누군가에게 발각되었다고 내가 잘못한 것은 아니다. 몰카를 찍은 놈 혹은 년이 잘못을 한 것이지 왜 몰카에 찍힌 내가 잘못한게 되느냔 말이다. 그래 맞다. 잘못없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 나와 관계맺고 있는 모든 이들 중 단 한명이 이걸 보게 된다면 내 인생은 그야말로 쫑.  "그저 사랑했을 뿐인데, 남들과 똑같이 사랑했을 뿐인데..." 라는 희원의 말은 이런 부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그저 남들과 같이 사랑해서, 사랑해서 관계했을 뿐인데, 비록, 그것이 또 과거가 되었고, 지금까지 지속된 사랑이 아니라고 해서 소중하지 않은 것은,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름다웠던 사랑의 순간을 그저 쾌락의 수단으로 삼는 그들이 나쁜 것이지, 내가 잘못한 것은 없다. 사랑한 것이 죄라고 하지 않는다면.

  혼자 큭큭 거리며 보기보다는 연인과 둘이서 본다면 더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 서로의 과거를 막 캐물으며 니가 어땠느니 내가 어땠느니 싸우면서(?) 또 함께 서로의 다짐을 들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을 듯. 뭐 나처럼 조용한 방안에서 혼자 키득거리며 봐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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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 인정한다. 야한거 기대하고 봤다. -_- 포스터도 꽤나 야하다. 아주 제대로 체위를 잡아놨는걸. <정사1>은 봤지만, <정사2>는 보지 못했고, <정사3>를 봐버렸다. 하지만 이건 무슨 <에일리언> 시리즈나 <매트릭스> 시리즈같은 영화가 아닌지라 1,2,3는 서로 아무런 관계도 가지고 있지 않다. 감독도 제각각, 내용도 제각각, 장르도 제각각 - 어떤건 에로, 어떤건 멜로, 배우도 제각각, 영화제작국도 제각각인 이 영화들이 어떤 상관관계가 있어서 같은 제목에 1,2,3을 붙였을까. 이건 의문.

  핀란드와 일본이 공동제작(?)한 영화인 <정사3>는 - 일본인은 안나오는데 - 야하지만 야하지 않은 영화다. 아니 그런 말이 어딨어. 야하면 야한거고 안야하면 안야한거지. 있어. 있다면 있어. 장면은 야하게 내용을 오히려 슬프다. 아 야한 영화 한편 보려다가 감상에 젖어버리고 말았다. 저 야한 장면들을 보면서도 몸이 반응을 하지 않는건 영화가 슬프기 때문이다.





  이 한 몸 가눌 곳 없어 친구집에 의탁하며 집세내라는 독촉을 받는 밀라와 어린 꼬마녀석 둔 이혼남 아키의 만남. 그것을 우연이라 하면 우연이요, 운명이라 하면 운명이라 할 수 있는 - 우연과 운명은 별개의 것은 아니다. 때로 그것은 무엇이 먼저, 그리고 함께 오기도 한다 - 두 방랑자의 만남은, 사랑으로 연결되었다. 두 사람 모두 희망없는 인생을 사는 젊다면 젊은 이들. 그들은 서로를 통해 자신이 꿈꾸는 막연한 환상을 본다. 그리고 상대가 나의 꿈을 실현해줄 운명이라 믿는다. 두 사람은 서로의 육체를 탐닉하고 어찌보면 병적으로까지 매달린다. 나쁘지 않다. 하지만 상대를 통해 나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거라는, 근거없는 희망따위는, 아무 것도 아닌 것에 대한 집착일 뿐이다.

  될 줄 알았다. 사랑하면, 두 사람의 사랑이면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질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서로의 사랑으로, 서로의 육체를 탐하면서 가졌던 꿈은 시간이 지날 수록 헛되게만 느껴진다. 아니다. 이건 아니다. 어쩌다 이렇게 된거지. 여기까지 오지 말았어야 했어. 꿈을 위해 준비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꿈은 이상이지만, 꿈의 실현은 현실이다. 이상은 있지만 현실의 문제는 언제나 이상의 발목을 잡기마련이다. 꿈만으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그것은 너무나 가혹하고 슬프다.

   두 사람의 화면을 가득 메우는 격렬한 섹스신(너무나 리얼해서 진짜 하는 거 같다) 과 아무 것도 가리지 않는 적나라한 노출(남성의 성기가 여지없이 수초간 드러나는, 하지만 배나온 뚱보아저씨의 몸매인지라 역시 성적흥분은 그다지)은 영화 제목에 어울리는, 영화 제목에 거는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19금'이라는 딱지를 붙일만 하지만, 갈 곳 없는 영혼들의 슬픈 멜로디는 몸의 자극보다는 가슴의 울림을 우선시하게 만든다. 몸의 자극을 원한다면 <정사1>이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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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마니아 2006-07-15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아프락사스 님 요즘 영화 많이 보네요. 대체 누구랑 보는 거요? 혹시 여친이라도 생긴 거요? ㅋ

마늘빵 2006-07-15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 이거 혼자 봤는데요. 집에서 구운걸로.

마늘빵 2006-07-16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나침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