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일러 경고

  의외로 나쁘지 않았던, 재밌게 본 영화다. 개봉당시의 旣 관람객들의 평에 비해선 꽤나 재밌는 영화였다. 나름 연애에 대해서, 사랑에 대해서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해주기도 했고.



* 천하의 바람둥이. 저 느끼한 눈빛 좀 봐. 네 이 녀석.

  내 사전에 작업 실패란 없다! 매끈한 외모와 탁월한 작업 기술로 단 한번의 실패도 하지 않은, 매번 여자가 바뀌도, 동시에 몇명씩 생기기도 하는, 이 타고난 바람둥이. 꼬시는 기술도 가지가지. 은은한 눈빛을 한번 흘려주고, 주차장에 차 가로막기, 마술쇼로 없어졌던 차키 꺼내기 등등의 나름의 비법으로 온갖 여성들을 꼬드긴다. 치과의사 현주도 역시 어쩔 수 없다. 그에게 넘어가 하룻밤을 보낸다. "우리 진도 너무 빠른거 아냐?" "진도가 빨라야 예습도 하고 복습도 하지" 말이나 못하면.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그의 과거 수많은 애정행각 중 하나가 몰카에 포착되어 인터넷에 떴다. 헉. 이럴 수가. 어디 그를 그쳐간 여자가 한 둘이어야 말이지. 도대체 누굴까. 미연이, 수진이, 지혜, 지아, 현주, 희수, 현희 등등 여자이름은 끊이지 않고 입에 오르고, 이름과 얼굴이 매치나 되는지 어쩌는지 그의 머리 속에서는 그때 그 여자를 찾을 길이 없다.



* 이제 난 끝났다. 어떡하면 좋아. 엘리베이터 한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흐느끼는 그녀가 너무나 안쓰러웠다. 도대체 뭘 잘못한건데.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러고 있는거야. 잘못한거 없어. 괜찮아.
  
  떠올랐다. 희수. "희수야" "희원이다" 이런. 얼굴을 봐도 이름을 모른다. 아니 도대체 얼마나 많길래. 완전 꾼. 몰카의 남녀 주인공 지훈과 희원은 결국 다녔던 동네의 모텔을 찾아나서고, 몰카탐지기까지 장만하며 가망없어 보이는 작업을 시작한다. 그 과정에 두 사람의 옛 기억은 서로의 머리 속에 아른아른 떠오르고, 그때 그 순수했던 행복했던 시절을 그리워하나니. 서로 못잡아먹어 안달이면서도 두 사람은 과거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몰카로 학교에서 쫓겨나고 학생들에게 놀림받고 프로포즈 들어온 남자로부터 차이고 내 인생 몰카 한방에 쫑났다.

   기억은 스멀스멀, 추억은 아른아른, 옛 사랑의 감정은 서서히 꿈틀꿈틀 기어나온다. 아 그래 나는 너를 사랑하는 거였어. 지훈은 희원이를 찾아나서고 희연이는 이런 지훈의 맘을 알까. 주체할 수 없는 끊임없는 바람기는 여기서 이제 끝나는건가.

  하나. 아마도 감독이 영화를 통해 무언가 메세지를 전해주고 싶었던게다. 그렇게 살지 말지어다. 이 여자, 저 여자, 얼굴도 기억하지 못할 여자들과 하룻밤 보내며 한 순간의 욕정을 채우기 위해 그렇게 살지 말지어다. 네가 상처준 수많은 여자들의 맘을 아는가. 누군가에게는 결혼과 연애가 별개라고 한다지만, 적어도 사랑과 연애가 별개여서는 안되지 않겠는가. 그런 말을 하고팠던게다. 물론 두 사람 모두 한순간의 욕정을 원한다면 문제될 것이 없겠지만, 또 그들이 자신의 행위를 통해 다른 누군가에게 상처주지 않을 수만 있다면, 한 사람은 사랑을, 한 사람은 욕정을 원했다면, 이는 신중해야한다. 다른 한쪽이 또다른 한쪽을 상처줄 수 있으므로. 그것이 계획된 것이라면 더욱.

 둘. 몰카에 찍혔다고 당했다고 그것이 인터넷에 떠 누군가에게 발각되었다고 내가 잘못한 것은 아니다. 몰카를 찍은 놈 혹은 년이 잘못을 한 것이지 왜 몰카에 찍힌 내가 잘못한게 되느냔 말이다. 그래 맞다. 잘못없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 나와 관계맺고 있는 모든 이들 중 단 한명이 이걸 보게 된다면 내 인생은 그야말로 쫑.  "그저 사랑했을 뿐인데, 남들과 똑같이 사랑했을 뿐인데..." 라는 희원의 말은 이런 부분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그저 남들과 같이 사랑해서, 사랑해서 관계했을 뿐인데, 비록, 그것이 또 과거가 되었고, 지금까지 지속된 사랑이 아니라고 해서 소중하지 않은 것은, 아무렇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름다웠던 사랑의 순간을 그저 쾌락의 수단으로 삼는 그들이 나쁜 것이지, 내가 잘못한 것은 없다. 사랑한 것이 죄라고 하지 않는다면.

  혼자 큭큭 거리며 보기보다는 연인과 둘이서 본다면 더 재밌지 않을까 하는 생각. 서로의 과거를 막 캐물으며 니가 어땠느니 내가 어땠느니 싸우면서(?) 또 함께 서로의 다짐을 들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을 듯. 뭐 나처럼 조용한 방안에서 혼자 키득거리며 봐도 나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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