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 인정한다. 야한거 기대하고 봤다. -_- 포스터도 꽤나 야하다. 아주 제대로 체위를 잡아놨는걸. <정사1>은 봤지만, <정사2>는 보지 못했고, <정사3>를 봐버렸다. 하지만 이건 무슨 <에일리언> 시리즈나 <매트릭스> 시리즈같은 영화가 아닌지라 1,2,3는 서로 아무런 관계도 가지고 있지 않다. 감독도 제각각, 내용도 제각각, 장르도 제각각 - 어떤건 에로, 어떤건 멜로, 배우도 제각각, 영화제작국도 제각각인 이 영화들이 어떤 상관관계가 있어서 같은 제목에 1,2,3을 붙였을까. 이건 의문.

  핀란드와 일본이 공동제작(?)한 영화인 <정사3>는 - 일본인은 안나오는데 - 야하지만 야하지 않은 영화다. 아니 그런 말이 어딨어. 야하면 야한거고 안야하면 안야한거지. 있어. 있다면 있어. 장면은 야하게 내용을 오히려 슬프다. 아 야한 영화 한편 보려다가 감상에 젖어버리고 말았다. 저 야한 장면들을 보면서도 몸이 반응을 하지 않는건 영화가 슬프기 때문이다.





  이 한 몸 가눌 곳 없어 친구집에 의탁하며 집세내라는 독촉을 받는 밀라와 어린 꼬마녀석 둔 이혼남 아키의 만남. 그것을 우연이라 하면 우연이요, 운명이라 하면 운명이라 할 수 있는 - 우연과 운명은 별개의 것은 아니다. 때로 그것은 무엇이 먼저, 그리고 함께 오기도 한다 - 두 방랑자의 만남은, 사랑으로 연결되었다. 두 사람 모두 희망없는 인생을 사는 젊다면 젊은 이들. 그들은 서로를 통해 자신이 꿈꾸는 막연한 환상을 본다. 그리고 상대가 나의 꿈을 실현해줄 운명이라 믿는다. 두 사람은 서로의 육체를 탐닉하고 어찌보면 병적으로까지 매달린다. 나쁘지 않다. 하지만 상대를 통해 나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을 거라는, 근거없는 희망따위는, 아무 것도 아닌 것에 대한 집착일 뿐이다.

  될 줄 알았다. 사랑하면, 두 사람의 사랑이면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질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서로의 사랑으로, 서로의 육체를 탐하면서 가졌던 꿈은 시간이 지날 수록 헛되게만 느껴진다. 아니다. 이건 아니다. 어쩌다 이렇게 된거지. 여기까지 오지 말았어야 했어. 꿈을 위해 준비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꿈은 이상이지만, 꿈의 실현은 현실이다. 이상은 있지만 현실의 문제는 언제나 이상의 발목을 잡기마련이다. 꿈만으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그것은 너무나 가혹하고 슬프다.

   두 사람의 화면을 가득 메우는 격렬한 섹스신(너무나 리얼해서 진짜 하는 거 같다) 과 아무 것도 가리지 않는 적나라한 노출(남성의 성기가 여지없이 수초간 드러나는, 하지만 배나온 뚱보아저씨의 몸매인지라 역시 성적흥분은 그다지)은 영화 제목에 어울리는, 영화 제목에 거는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19금'이라는 딱지를 붙일만 하지만, 갈 곳 없는 영혼들의 슬픈 멜로디는 몸의 자극보다는 가슴의 울림을 우선시하게 만든다. 몸의 자극을 원한다면 <정사1>이 더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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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마니아 2006-07-15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아프락사스 님 요즘 영화 많이 보네요. 대체 누구랑 보는 거요? 혹시 여친이라도 생긴 거요? ㅋ

마늘빵 2006-07-15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_- 이거 혼자 봤는데요. 집에서 구운걸로.

마늘빵 2006-07-16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핫... 나침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