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니까, 일명 체셔고양이 사건 때 '체셔고양이'를 몰아내려고 했던 건, 그냥 '싫어서'다. 이게 도대체 말이나 되는지 모르겠다. 그냥 '싫어서' 토끼몰이를 하다니. 이때부터 계속 봐왔던 건데, 그녀의 비아냥과 막말은 대상과 수위를 가리지 않는다. 무엇이 옳다 그르다,에 관해서 논하려면 개인의 호불호의 감정을 개입해선 안 된다고 본다. 체셔고양이 사건의 발단이 되었던 하이드님의 코멘트는 '싫어서'였다. '싫어서'가 결국 세를 얻어 한 사람을 몰아냈다. 체셔고양이의 페이퍼가 좋든 싫든, 그 감정이 그녀를 몰아내는 동기가 되어선 안 된다. 마찬가지로 누군가 하이드님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그녀를 공격하는 동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마태우스님이 몇 시간 전 올린 페이퍼는 그동안 하이드님의 행적을 모르면 사실 이해하기 어렵다. 그냥 마태우스님이 하이드님이 단지 '싫어서' 그렇게 하는 것 같지만, 이전의 몇차례의 논쟁을 살펴본 사람이라면, 다 안다. 하이드님의 누군가를 향한 비아냥과 막말을 지적하는데서부터 시작되었음을. 지난번 나의 페이퍼 역시 그 연장에 있었다. 오히려 이전 이야기를 들먹이지 않으려고 했으나 사건이 커져서 일부분 둘러둘러 언급했던 것이다. 구체적인 증거들은 꺼내지도 않았다. 이건 그 중 하나다. 부족하다면 더 꺼내겠다. 하도 많은 사람들이 상처를 받길래 이때부터 보는대로 모으고 있었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이 욕하는 대상 - 가령 예를 들면 이명박 - 에 대해서는 쉽게 욕을 첨가한다. 그는 내 곁에 있는 대상이 아니고, 나와 친분을 쌓은 대상도 아니기에 더 욕하기 쉽다. 평생 만날 일이 없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러나, 내 주변에 있는, 더더군다나 나와 친한 사람이 잘못된 행동을 보이면 그걸 지적하기는커녕 감싸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러나, 그래선 안 된다고 본다. 그런 사람은 그 어느 누구도 비판하거나 욕할 자격이 없다고 본다. 제 주변 사람의 잘못부터 객관적으로 보고 조언하는 것이 기본이다. 나와 친분이 있는 이곳 사람들 몇몇에게 실망감을 느낀 건 그런 부분이다.
호불호의 감정을 마치 객관적인 사실인양 포장해서 내놓는데, 그게 의외로 먹힌다. 그게 참 묘했다. 왜 사람들이 그걸 모를까, 아니면 알면서도 호응해주는 걸까, 오래전부터 참 궁금했다. 재밌고 의미있는 페이퍼 많이 올라온다. 그런데, 그런 페이퍼로 팬층을 끌어모아 누군가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 자신의 감정을 내놓는데 지지세력으로 활용한다. 평소 하이드님의 페이퍼를 좋아했던 사람이고, 하이드님이 서재에서 발언한 내용들을 잘 모르면, 또, 다른 사람들이 왜 이럴까, 싶은 생각도 들 것이다.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앞뒤 사정 안 보고 무조건 지지를 보내는 데 대해선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마을에선 항상 먼저 문제제기하는 자가 '악'이 된다. 밖의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곳보다도 진보적이고 열려있지만, 내부의 문제에 대해서는 상당히 닫혀있다. (보수적이라고 말하는 게 타당한지는 잘 모르겠고, 닫혀있는 건 분명하다.) 다들 말하기 조심스러워한다. 그냥 조용히 서재 꾸리면서 쉬고 싶은 사람들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한 사람의 말과 행동으로 다른 누군가가 상처받고 피해입는다면, 거기에 대해서는 적극 나서서 말해주지는 못하더라도, 관심을 갖고 바라봐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집회에 참가하지는 못할지라도 적어도 차 밀린다고 투덜대는 사람이 되지는 말자, 그런 비슷한 말이다.
마태우스님은 '정혜윤'의 책을 소재로 문제제기를 했지만, 중요한 건 정혜윤의 책이 읽을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게 아니다. 난 그녀의 책은 구경도 못했고, 글도 읽어 본 적이 없다. 관심 인물이 아니기에. 정혜윤의 책에 대한 타인의 서평에 어떻게 접근했느냐가 문제의 핵이다. 책이 아닌 알라딘에 리뷰든 페이퍼든 한 개라도 글을 쓴 사람들, '타인'에 관한 문제다. 예전부터 말하지만, 나는 하이드님이 '싫어서' 이런 페이퍼 쓰고 욕먹는 게 아니다. 하이드님에게 당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자꾸 말하는 거다. 삼겹살 구워먹으며 사이 좋게 잘 지내던 내가 이렇게 대립각을 세우게 된 이유도 거기에 있다.
내부의 문제를 비판하면 외로운 법이다. 그래서 전보다 많이 외로워졌다. 어떻게든 엮이는 다른 사람들과도 알게 모르게 사이가 벌어지니 말이다. 모르고 조용히 지내는 게 차라리 나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이렇게 첨언하는 내 심정을 이해해주기 바란다. 할 말이 없다면서 또 이렇게 말을 쏟아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