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국문과생이 좋아하는 작가는 박완서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 최근 문학과 문예창작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의 관심이 기존의 순수문학보다는 대중문학으로 급격히 쏠리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같은 내용은 이경수 고려대 연구교수가 계간 '문학수첩'(여름호)이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재학생(이하 서울대생) 48명과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재학생(이하 중앙대생) 6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제기했다.
이 교수 논문과 설문 결과에 따르면 '대학 문학교육에서 개혁돼야 할 문제점을 지적해달라'는 문항에 대해 응답자 중 서울대생 20.8%(10명)와 중앙대생 20%(13명)는 수업이 이론에 치우쳐 있고, 옛 작품에 치중하는 수업이 많다는 불만과 함께 동시대 작품이나 장르문학에 관심을 가져달라는 의견을 제기했다.
'현재 전공교과목에는 없지만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교과목'에 대해 서울대생은 '소설창작연습', '문예창작론'과 같이 창작 관련 수업(18.8%, 9명)과 시나리오, 영상매체, 대중문학 관련 수업(18.8%, 9명)을 꼽았고, 중앙대생의 경우 37%(24명)가 시나리오와 드라마 관련 수업을, 15.4%(10명)가 게임시나리오, 장르문학, 대중문학에 관한 수업을 꼽았다.
반면 학생들은 전공 교과목에서 교체되거나 변경돼야 할 교과목으로 서울대생은 '한국어의 역사'(14.6%, 7명)와 '한국어 문법론(8.3%, 4명)을, 중앙대생은 문학사 관련수업(23%, 15명)을 꼽아 상대적으로 국어학 관련 과목에 흥미를 덜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실 '한국어의 역사'는 예전에 '국어사'라는 이름으로 강의되었는데, 전공필수과목이다. 학생들이 짜증을 내는 이유는 알겠지만, 꼭 필요한 수업이다. 문제는 역시 '어떻게' 가르치냐하는 것이지만... '한국어 문법론'은 촘스키 언어학같은 것을 적극 도입하면 진짜 재미있게 할 수 있으련만... 우리학교 어학 선생님들은 프라이드가 너무 강해서, 잘 바꾸려 하시지 않을 것 같아 걱정이다.)
(내가 듣기론 아직도 이 책을 교재로 한다고 한다. 이기문 선생이 30대에 쓴 것이라고 하던데. 지금 선생은 80이 넘으신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이 교수는 "학생들의 대중문학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는 결과이자 더 이상 문학의 권위를 고집하지 않는 요즘 학생들의 태도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학의 권위라...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다. 쩝....)
특히 학생들 사이에서 외국작가들의 약진이 두드러진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읽은 작품 가운데 가장 높이 평가하는 작품'에 대해 서울대생의 경우 국내 작가 작품을 선택한 경우는 50%(24명)로 해외 작가의 작품을 선택한 경우(38%, 18명)에 비해 약간 높은 편이었고, 중앙대생의 경우 외국작가 작품이 47.7%(31명)으로 국내작가 작품보다 오히려 높은 지지를 얻었다.
이 교수는 "예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본 작가의 작품이나 중남미 문학을 비롯한 제3세계 문학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것은 특기할 만한 현상"이라며 "일본작가 작품을 읽는 것이 국문과와 문창과 학생들에게 일반적 현상이 돼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로는 서울대생들의 경우 박완서(18.8%. 9명), 공지영(10.4%, 5명), 김영하(6.3%, 3명) 순이었고 중앙대생의 경우 오정희·김영하·성석제(각 6.2%, 4명씩), 신경숙(4.6%, 3명) 순이었다. (*으... 공지영이라니 -_-a)
이 교수는 "다양한 각도의 설문 문항에서 공통으로 드러난 현상 중 하나가 순문학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 저하와 대중문학에 대한 관심의 급증"이라며 "표본의 크기, 조사 대상의 특수성 등에 따른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조사결과는 시사해주는 바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학습자의 수요가 이렇게 변화하고 있는 데 비해 커리큘럼은 지극히 형식적으로만 수요를 반영하고 있고, 교수나 강사는 여전히 순문학의 우위를 고집하고 있다"며 "대중문학적 상상력을 수용하는 것에 무조건 비판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무엇이 문제이고 왜 안되는지를 학생들과 적극 토론하며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문학수첩'이 '대학에서 문학은 살아남을 것인가'라는 여름호 특집기사 작업 과정에서 함께 실시한 것으로 설문 자료 및 결과는 문학수첩 '여름호'에 수록됐다.
그 밖에도 '문학수첩' 여름호에는 구모룡 한국해양대 동아시아학과, 고명철 광운대 교양학부, 유성호 한국교원대학교 국어교육과, 고인화 경희대 교양학부 교수 등이 대학에서의 문학의 변화 양상에 대해 고찰한 논문들이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