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와 학생운동 혁신을 위한
전/국/학/생/연/대/회/의/(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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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소 결의문
전국학생연대회의는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와 학생운동 혁신’이라는 기치로 97년 출범하여 2005년 연대회의를 마지막으로 오늘에 이르고 있다. 2006년 지금, 우리가 걸어왔던 궤적을 회상하고 왜 해소하는가를 다시 곱씹으며 전국학생연대회의의 생을 마감하고자 한다.
Ⅰ. 전국학생연대회의가 걸어온 길
전국학생연대회의는 96년 학생운동에 대한 지배계급의 비상식적 탄압에 맞서 이를 전체 학생운동 전체의 위기임을 인식하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학생운동의 위기와 임계를 넘어 전환을 선도하기 위한 계획으로써 제출되었다. 이로부터 97년 학생운동 사수-혁신과 대선투쟁으로 위치 지워졌던 정세에 대응하기 위한 좌파학생운동의 아래로부터의 합력 창출의 거점으로서 1기 전국학생연대회의는 공안당국의 침탈위협과 폭력경찰의 원천봉쇄를 뚫고 극적으로 출범한다.
2기 전국학생연대회의는 IMF와 함께 몰아치던 남한사회 위로부터의 반동적 재편과 신자유주의로의 적극 편입으로 인한 노동자 민중에 대한 대대적 공격과 폭력에 맞서 선도적인 실천을 벌여 왔다. 또한 학원사회에 대한 지배계급의 재편전략에 맞서 지배이데올로기에 대한 반경향의 창출, 반신자유주의 대중운동을 통한 학원사회의 정치적 발언의 극대화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다른 한편으로 1기의 평가지점들을 공유하면서, 극복할 지점과 계승할 지점을 명확히 하며 출범하였다. 1기 전국학생연대회의가 통합적 대중운동연대체로서 자기규정했던 지점을 평가하면서 2기 전국학생연대회의는 '대중운동 협의체' 로서의 자기위상을 명확히 하였다.
99년부터 가속화된 좌익적 학생연대운동의 위기 속에서 3기 전국학생연대회의는 ‘단일 연합체 구성을 위한 초동주체’로서의 자기규정을 명확히 하면서 ‘통합적 대중운동 실현’을 위한 학생대중운동의 역량을 축적시켜나가고 기층 학생회 단위를 튼실하게 구축하는 것, 그리고 제 좌파학생운동 간의 활발한 교류와 연대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을 자기임무로 부여하였다. 또한 ’학생운동 중흥의 역사를 다시 재현하기 위한 실천적 연대의 전진기지’ 로서의 자기 위치를 자임하게 되었다.
00년 좌파연대체로서의 의미가 해체된 이후, 전국학생연대회의는 스스로를 ‘좌파 활동가 블록’으로서 명명하며, 반신자유주의 전선 형성에 복무하는 학생운동 세력군으로서 자기임무를 부여받아왔다. 03년 전학투련(준)은 바로 그러한 노력과 과정의 일환이었으며, 좌파라는 선험적 정체성(좌파선결집론)에 반대, 정세적 진리효과를 창출해내고자 했던 계획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하나의 노선과 하나의 조직을 절대화 하지 않고, 정세 속에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재구성해왔던 과정. 전선형성에 복무하는 학생운동의 임무를 수행해왔던 시간. 오류를 반복하지 않기를, 자기를 끊임없이 성찰하고 비판하고자 했던 역사. 진심의 단결과 연대의 결의결사로 무장하고 결코 후회하지 않을 길고 긴 시간의 길. 그리고 결코 적지 않은 동지들과 함께 걸어왔던 길. 지난날의 추억이 아닌 망각에 대한 기억의 투쟁으로, 그래서 더더욱 잊혀 질 수 없는 민중의 피로 기억될 그 과정, 그 시간, 그 역사, 그 길을 전국학생연대회의가 걸어왔다. 진정 아쉬운 것이 하나 있다면, 다만 대중과 함께 이데올로기적 반역을 실행하지 못한 것이리라.
Ⅱ. 전국학생연대회의의 자기소멸의 근거
1997년 전국학생연대회의는 ‘노동자 민중의 정치세력화와 학생운동 혁신’이라는 기치가 웅변하듯이, ①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에 대한 비판적 지지론(이른바 보수야당 추종주의)에 대한 단호한 비판으로서 정세적 진리효과를 획득했던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 ②1997년 한총련 운동의 위기에 따른 학생운동의 당파적 강화 및 한총련 개혁을 통한 학생운동 혁신, 이 두 가지를 결집의 근거로 삼는 좌파연대운동이라는 외연을 통해 형성된 질서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러한 결집의 근거는 98년 한총련 운동의 역사적 표상의 붕괴와 함께 시효가 만료되었다. 그리고 2000년 전국학생연대회의는 좌파연대체로서의 의미가 해체되면서, 한총련 개혁이라는 정세적 진리효과의 시효만료를 사후적으로 확인하게 되었다. 이에 전국학생연대회의는 현존하는 모든 불완전한 자기 완결적 질서에 대한 비판과 만료된 자기운동의 시효를 적극적으로 넘어서기 위한 자기정정과 자기전망을 모색해 왔으며, 2003년 전학투련(준) 역시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었다.
그 외에도 수많은 실험 속에서 시효만료를 넘어서 새로운 결집의 근거를 창출해내고자 했으나, 몇 가지 오류와 한계 속에 이를 실물화하지 못하게 되었다. 따라서 ‘왜 전국학생연대회의는 해소하는가?’라는 질문은 ‘왜 아직까지도 전국학생연대회의는 해소하지 않았던가?’라는 질문으로 전위되어야 옳다. 그리고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이야 말로 진정 전국학생연대회의 운동이 우리에게 던져준 가장 큰 교훈이자 오늘날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학생운동 위기의 역사다.
Ⅲ. 전국학생연대회의 운동이 우리에게 남긴 과제
1> 학생회로 포괄되지 않는 다양한 대중운동단위에 착목하자!
우리는 97년 전국학생연대회의 운동의 목표였던 것 중 하나로써 학생회에 대한 과도한 의존성을 벗어나자는 점에 대해서도 평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97년 당시의 학생회를 중심으로 한 운영원리 및 의결-집행 체계가 최근까지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은 지금 우리의 과제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우리의 과제는 학생회운동의 유의미성을 사고하면서도, 동시에 학생회에 대한 과도한 중심성을 벗어나는 것이다. 또한 학생회만으로 포괄되지 않는 무수한 대중운동단위들과 개인들에 주목하고 이들의 지속적인 반신자유주의 대중운동 창출의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2>대안적 삶의 양식을 창출하는 운동을 재개하자!
전국학생연대회의 소멸 이후 운동의 과제로서 대학사회에 침투한 신자유주의적 주체화 양식에 맞선 ‘대안적 삶의 양식’을 창출하기 위해 ‘문화운동’과 ‘예술운동’에 대해 주목해야 할 것이다. ‘문화’와 ‘예술’은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차원의 보편적 주제들로부터 출발하여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특수한 사회적 세계로 접근한다는 점과 대중이 자기욕구를 실현하는 실천들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유력한 경로다. 즉 신자유주의가 강요하는 삶의 양식에 대한 거부와 함께 새로운 삶의 양식을 창출하는 자기해방을 위한 자기운동으로서 문화와 예술이라는 경로를 통해 학생운동을 재개하는 것이며 대학인의 새로운 저항-주체와 양식을 발굴하자는 것이다.
3>여성주의를 전면화하자!
기간 전국학생연대회의 운동에 대한 처절한 반성으로부터 우리는 새로운 삶의 양식을 창출하는 유력한 경로로서 ‘학생사회의 여성주의적 재구조화’를 이후 우리의 주요 과제로 제시하는 바이다. 이는 지난 학생운동을 비롯한 민중운동 전체의 반여성성을 지양해나가고자 함이며, 새로운 저항-주체화 경로를 모색해 나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따라서 여성의 저항주체화와 여성적 저항주체화라는 두 가지 경로를 동시적으로 구축하며, 이것을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기획과 실험을 감행해야 할 때이다. 마지막으로 여성주의 운동을 전면화하자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실천적으로 ‘인민중의 인민’―여성의 얼굴과 마음으로 살아가겠다는 결의다.
Ⅳ. 전국학생연대회의의 해소를 결의한다!
전국학생연대회의에 부여될 마지막이자 역사적 임무로서 전국학생연대회의 해소투쟁을 결의한다! 존재하는 모든 것이 소멸하듯 전국학생연대회의는 소멸한다. 이미 그 생(生)을 다하였다. 그러나 소멸에는 방식이 있다. 비록 지금 우리는 해소라는 이름으로 소멸하지만 때로는 결집하고 때로는 논쟁하기위해 대중 속으로 산개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택하는 소멸의 방식이다. 따라서 우리의 소멸은 그저 불살라 없어져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임계를 넘어서기 위한 다른 방식으로의 전화다. 하기에 오늘날 역사적 자본주의가 배태하는 구조적 폭력에 맞서, 착취의 모순에 이데올로기적 반역이 해후하는 그 날 까지, 우리의 운동, 우리의 투쟁, 우리의 실험은 중단 없이 계속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정세적 진리효과와 자기결집의 근거를 상실한 전국학생연대회의를 포함한 모든 현존하는 질서를 해체하고, 평등-자유-연대의 원리로 반신자유주의에 전선형성의 한 길로 달려 나갈 것을 주장한다. 그것이 이 시대를 좌파의 이름으로 살아가는 이 땅의 모든 동지들의 사명이자 시대적 요구이다.
동지여! 대중운동의 너른 바다에서 다시 만나자! 鬪爭!!
학생운동 혁신과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를 위한
전국학생연대회의 해소를 결의한다 !
야만과 폭력의 신자유주의에 맞서 평등-자유-연대의 원리로
중단 없는 투쟁과 새로운 실험을 단행하자 !
단결을 아는가 그대 청년학생이여
길었던 침묵의 어둠을 갈라 버릴 수 있는 단결의 노래를
연대를 아는가 그대 해방 불꽃이여
마침내 쟁취할 민중의 새 세상을 부르는 연대의 투쟁을
거리에 울려 퍼지는 연대의 함성과
노동의 싸움은 자본의 태양을 녹여 내는 힘찬 불꽃이라
혁신하라 관성의 낡은 굴레 모두 벗어 던지고
건설하라 민중의 새 세상 전국학생연대회의여 !
노동자민중의 정치세력화와 학생운동 혁신을 위한
전국학생연대회의(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