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프다.. 요즘은 시 해설 쓰느냐고 낮밤이 바뀌었다. 그것도 글이라고 -_-; 밤이나 새벽에 잘 써진다... 라기 보다는 얼마 안 있으면 훈련소 가고 짜여진 공익 생활을 할 것이니 자유로움을 느끼고자 자기 맘대로 자고 일어나고 하다보니 이렇게 밤과 새벽에 깨어있게 된다. 6시부터 12시 또는 2시 까정은 푹 자고. ㅋ 입소전 건강 다 망치지 않나 몰러;;

새삼 왜 '백수=인문학도'의 삶이 고달프다고 주위에서 벌떼처럼 일어나 말하는 지 조금은 알것 같다. 역시, 과정을 다닌 중에는 밀려드는 수업과 읽어야'만'하는 책들 (읽고 싶은 책과는 3.9광년 정도 떨어진) 논문에 대한 압박과 선생님들의 심부름과 과제에 생각이 없어졌다면. 이제 석사논문을 끝내고 남은 삶의 계획을 천천히 짜야 할 요즘은, 역시 '백수=인문학도'의 삶이 왜 고달픈지 알겠다. (요즘 박주영의 백수생활백서를 읽고 있는데, 나름 부자 아빠 집에서 얹혀 살면서 읽고 싶은 책 다 읽고 하는 그런 백수는 정말 선택받은 백수여.. 한달한달 밥값 걱정도 안하고, 미래에 대한 걱정도 없고. 그게 바로 '상팔자'지.. )

학기를 다니면서는 장학금도 받을 수 있고, 학진 프로젝트도 하면 대충 입에 풀칠은 가능하다. 차를 사거나 옷을 사거나 책을 사거나 비싼 곳에서 밥을 먹을 수는 없지만, 대에충 살 수 있는 것이다. 원룸에 자취를 하면서! (그래도, 학교는 등록금을 내면 먹고 살게 해준다. 허.. 장학금도 알아봐주고, 어디서 프로젝트도 주고. 물론 나는 조금 운이 좋은 경우이기는 하지만.. )

어쨌든, 이제 나는 공익인생. 학교에 적을 두지 않으니, 장학금도 학진 프로젝트도 없다. 완! 전! 히! 무수입. 이제 드디어, 신세기가 열렸도다. 나보고 '학출' '학삐리'라고 비아냥(?)되던 선배도, 지금 잘 먹고 잘 산다.

아으... 9월은 훈련소에서 먹여주고 재워주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10월부터는 매달 빠져나갈 방값 35만원 + 생활비. 막막하구나... 그래도, 굶어죽지는 않겠지.

요즘은 등록금을 버느냐 3군데에서 고등학생용 시 문제집/참고서/해설서를 쓰고 있다. (사실 이런 중복 출현에 대한 '금지' 규정이 계약서에 없었던 것 같다. 굳이 이야기는 안했지만 ^^; )

1군데는 인세니까 언제 받을지 모르고, 얼마가 나올지도 모른다. 최악의 경우 10만원 가량 받을 각오-_-; 도 하고 있는 상황.

나머지 2곳은 건당/페이지당 계약이다. 인터넷 제공업체는 1시 해설당 4만원. 20개 해설했으니 80. 하지만 이거 보장된 건지 모르겠다. 왠지 심하게 많이 빠꾸를 받을 듯... -_-;

1곳은 페이지당 계약. 많이 쓰면 80만원 적게 쓰면 50만원 정도.

정작 두 개 더해봤자, 등록금에 턱도 없는 상황. 흠...

등록금은 등록금이고 훈련소 갔다 나오면, 굶을까봐 걱정이구나. 아싸리 집에 들어갈까 (다시 식민지로?) 생각도 하지만. 꾿꾿하게 살아야겠다.

오늘도, 배고픔에 별이 스치운다. 토마토 쥬스 마시고, 백수생활백서나 마저 읽어야겠다.



생각해보니, Sex & City가 여성들의 환타지를 환타지가 아닌척 제시하는 거라면

백수생활백서는 백수 인문학도들의 환타지를 환타지가 아닌척 내놓고 있다.

 

박주영씨, 부럽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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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6-08-19 03: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웃어야 되는 건가??? -_-;;;)

기인 2006-08-19 0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민망하옵니다. 참; 백수생활백서 발마스님이 보내주신 것 :) 감사히 읽고 있습니다용~ ^^
 
 전출처 : balmas > 학술 강좌 안내 - 근대의 고전을 읽는다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2학기부터 "근대의 고전을 읽는다"는 주제로

대중 학술 강좌를 개최한다고 합니다. 보니까 강사들도 실력있는 분들로 잘

섭외했고 강의 커리큘럼도 상당히 짜임새가 있네요. 수강료도 싸고요. ^^;

관심있는 분들은 한번씩 수강해보시면 좋을 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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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대학원학술협동조합(준) 2학기 강좌: 근대의 고전을 읽는다


1. 철학: 스피노자 『윤리학』3․4부 읽기

강사: 박기순
서울대 미학과 및 동대학원 철학과 졸업
프랑스 파리4대학에서 스피노자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 취득
서울대 및 서울시립대 강사
교재: 『윤리학』3․4부
일시: 매주 금요일 6시 30분-9시 30분(9월 1일 시작)

2. 정치: 맑스의 정치적 저작들 읽기

강사: 한형식
연세대학교 철학과 박사수료
교재: 『공산당 선언』, 『프랑스 내전』, 『고타 강령 비판』(이상 박종철 출판사)
일시: 매주 월요일 6시 30분-9시 30분(9월 4일 시작)

3. 경제: 『자본론』제1권 읽기

강사: 김동수
『자본의 두 얼굴』저자.
교재: 『자본론』제1권 (김수행 역, 비봉출판사)
일시: 매주 화요일 6시 30분-9시 30분(9월 5일 시작)

4. 문화예술: 도시의 형성과 근현대 건축의 흐름

강사: 최성희
연세대학교 주생활학과 졸업
프랑스 국립 건축 6대학 졸업, 프랑스 건축사
2005 노들섬 오페라 국제 아이디어 공모 최우수상 당선
교재: 별도 교재
일시: 매주 목요일 6시 30분-9시 30분(9월 7일 시작)



강의장소: 연세대학교 백양관 507호

연락처: 대학원 총학생회 홈페이지 http://yonsei.tmrc.info

eco09@hanmail.net. 011-9975-1392

접수: 대학원 총학생회 (본관 왼편 스팀슨관 1층)

강의료: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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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ar friends, Right now a tragedy is unfolding in the Middle East. Thousands of innocent civilians have been killed or wounded in the bombings in Lebanon, Palestine and Israel and the death toll is rising every day. If the US, Syria or Iran get involved, there is a chance of a catastrophic larger war.   UN Secretary General Kofi Annan has called for an immediate ceasefire and the deployment of international troops to the Israel-Lebanon border, and been strongly supported by almost every world leader. This is the best proposal yet to stop the violence, but the US, the UK, and Israel have refused to accept it. I have just signed a petition calling on US President Bush, UK Prime Minister Blair, and Israeli Prime Minister Olmert to support Kofi Annan's proposal. If millions of people join this call, and we advertise our views in newspapers in the US, UK, and Israel, we can help pressure these leaders to stop the fighting. Go to the link below and sign up now! http://www.ceasefirecampaign.org With hope,

 

  친구여, 중동에서 비극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레바논과 팔레스타인, 이스라엘에서 수천 명의 무고한 시민들이 폭발로 죽거나 다쳤습니다. 사망자 수는 매일 늘어나고 있습니다. 미국이나 시리아 이라크가 이 사태에 관여한다면 대재앙에 가까운 큰 전쟁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유엔 사무총장 코피 아난은 즉각적인 전쟁 종결과 다국적군의 이스라엘-레바논 국경 배치를 요구했으며, 이는 거의 모든 세계 지도자들에게 강력히 지지되었습니다. 이것은 폭력을 중지시킬 가장 좋은 제안이지만, 미국과 영국, 이스라엘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미국 대통령과 영국 수상, 이스라엘 수상에게 코피 아난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을 요청하는 청원서에 서명했습니다. 수백만의 사람들이 이 요청에 참여한다면, 그리고 우리가 우리의 견해를 미국과 영국, 이스라엘의 신문들에 공표한다면, 우리는 이 지도자들이 싸움을 그치도록 압력을 넣을 수 있습니다.

 

  아래 링크로 가셔서 지금 사인해 주십시오!

 

http://www.ceasefirecampaig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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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문제의 본질은 번역자다

필요 때문에 번역 문제에 관한 자료들을 검색하다가 작년 봄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에서 발행하는 <기획회의> 18호(2005년 4월) 특집이 '번역출판의 오늘을 말한다'였다는 걸 알게 됐다. 특집기사들 중에서 한기호 소장의 글 '문제의 본질은 번역자다: 번역출판의 제도적 측면'을 옮겨온다.

 

 

 

 

-이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내내 나는 <아나 트롤>(창비, 1991)의 경험을 순간적으로 떠올렸다. 뛰어난 서정시인이자 정치풍자시의 대가 하인리히  하이네의 대표적 장편풍자시 <아나 트롤>과 12편의 시사시를 번역 수록한 이  책은 1991년에 시인 김남주의 번역으로  창비에서 출간됐다(*이 책은 현재 절판중이다). 당시 그 회사 영업책임자이던 나는 교정지에서 접한  번역문의 유려한 문장에 반해 <아나 트롤>에 대해 더 상세하게 알고 싶었다. 그래서 <아나 트롤>을 다룬 석사논문을 찾아 읽어보았는데 논문 속의 인용문은 교정지의 번역문과는  전혀 다른 맛이었다. 석사논문 속의 인용문은 그냥 뜻이나 통하게 옮겨놓았다고나 할까? 내가 만약 그 인용문 수준의 글부터 읽었다면 과연 <아나 트롤>에 대한 아름다운 추억을  가지게 되었을지, 책이 만약 그런 수준이었다면 책을 구해 읽었을지 장담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오늘날 표면적으로는 번역출판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전체 발행종수 가운데 번역서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5년 15%에서 2003년 29.1%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만화와 아동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 두 분야를 제외하고는 역사 분야가 평균 성장률과 비슷하고 나머지는 모두 밑돌고  있다. 결국 출판시장의 성장에 비추어보면 질적으로 상당한 퇴보를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동안 번역출판을 놓고 단순한 통계수치만으로 ‘상당한 양적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 없지 않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속빈 강정’임을 알 수 있다.  

-이런 흐름은 2004년에도 어느 정도 유지됐다. 2004년에  번역서는 전체 발행종수 35만394종의 28.5%인 10만88종으로 2003년과 비슷하다. 만화(3108종)와 아동(2245종)을 합하면 여전히 번역서의 절반을 넘는다. 단지 아동은 늘어나고 만화가 줄어들었을 뿐이다.

 

 

 


-번역서의 번역 수준은 우리 출판의 아킬레스건이다. 한 마디로  앞에서 예를 든 석사학위논문 인용문 수준의 번역문을 그대로 담은 책들이 줄줄이  출간되고 있다. 영미문학연구회 번역평가사업단이 영미 문학 대표작 가운데 ‘친숙하게 읽혀온’ 작품의 변역 수준을  평가한 결과에 따르면 “영미문학의 번역은 양적인 풍요와 질적인 빈곤으로  요약될 수 있다. 대상 작품들의 번역서로 최종 검토 대상이 된 완역본은 총 573종인데 이중 추천할 만한 번역본은 모두 61종(11%)에 불과하다.

-대략 10권  중 한 권 정도가 믿고  읽을만한 번역본인 셈이다. 추천본이 없는 작품도 전체 작품의 3분의 1이 넘는다. 소설의 경우에는 추천본이 전체 번역본의 6%에 불과”했다. “비소설의  경우는 추천본 비율이  높으며(29%), 추천본의 종수가 가장 많은 것도 ‘햄릿’(10종)”이었지만 “검토본 가운데 반수 이상(54%ㅎ310종)이  표절본으로 그대로 베낀 것부터 짜집기, 윤문潤文까지 다양한 형태를 확인” (1) 할 수 있었다.

-여기서 표절의 책임은 대부분 출판사에 있다. 특히 잘 팔리는 책, 독자에게 친숙하게 읽혀온 문학서적의 경우에는 출판사가 기존에 출간된 책을 적당히 윤문해 중복 출판하는 경우가 성행했기 때문이다. 번역출판으로 꽤 명성을  날린 출판사들도 실제로 이런  행태를 자행하고 있음을 수없이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영미문학연구회의 평가결과는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것일까? 책임은 먼저 번역가가 질 수밖에 없다. 미디어 평론가 변정수는 그 자신을 비롯해 수많은 편집자들이 “번역 텍스트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거의 ‘공역자’ 수준의 역할을 떠맡고 있다”고  지적한다. “명목상의 역자는 결과적으로 고작해야 초벌 번역의 수고를 해 주는 보조적인 역할”에 머물게 되고 편집자가 “사실상의 번역자 노릇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국내 저작물에  빗대자면 거의 ‘섀도 라이터’에 해당될 정도의 역할”(2)을 하고 있는 셈이다.

-꼼꼼하게 공들인 번역으로 소문난 유명 역자들은 편집자가 거의 손을 볼 필요가 없는 완벽에 가까운 텍스트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더 이상 이야기할 것도 없겠지만 대부분은 편집자가 ‘공역자’에 준하는 역할을 하거나 심지어 거의 ‘재번역’을 해야 하는 수준의  번역문이 들어온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편집자가 그리 많은 것은  아니다. 사실상 대다수의 편집자는 원문대조도 하지 않고 오탈자나 잡아내는 수준의 교열에  머무른다. 그래서 전문편집자의 필요성이 절실하지만 그런  편집자들이라도 ‘교수’의 직함을 달고 있는 학자 번역자의 경우에는 십중팔구 재번역해야 하는 결과가 나오기 때문에 교수들과 일하는 것을 매우 꺼린다.  

-학자들이 번역에서 그들만이 이해하는 용어로  그들만의 ‘언어게임’을 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앞에서 언급한 <아나 트롤>
수준의 번역보다 못한 번역 원고가 그대로 출판사로 들어오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럴 경우  편집자들은 ‘교수’가  직접 번역한  것이 아니라 ‘조교’나 다른 대행자들이 번역을 대신한 것으로 간주해버리는 것이 다반사다.  

-상황이 이런데도 편집자들이 ‘사실상의 번역자’ 노릇을 감수하면서 십중팔구 믿지 못하는 교수에게 매달리는 것은 ‘손을 볼 필요가 없는’ 번역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나마 유능한  몇몇 번역가들은 밀린 일이 많아 접근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차선으로 선택하는 것이 전문번역회사다. 한 출판번역전문회사의  대표는 “국내 산업번역 규모가  1조원 대에 달하고 그리고 영상미디어 번역이 5천억 원, 출판번역시장이 5천억 원에 달한다”고 전망했는데 시장은 이렇게 크지만 양질의 번역을 빠르게  해줄 수 있는 번역가가 많지 않아 이런 업체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번역전문회사는 대부분  번역지망생과 출판사를 연결시켜주고  커미션을 챙기는 중간업자에 불과하다. 이 회사들은  보통 번역료의 30% 가까이를 챙긴다.  출판사가 지급번역을 요청할 경우에는 원고를 여러 사람에게  쪼개서 번역한 것을 모아 한두  사람이 죽 읽어가면서 획일성만 기하기 마련인데 이런  원고의 수준은 ‘눈 뜨고 봐주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전문번역회사들은 출판사와 번역자들이 만나는  것을 철저하게 차단해 번역자들이 편집자와 만나 번역의 질을 상승시키는 길 자체를 원천적으로 차단해 버리고 번역자가 교열을 볼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하는 병폐가 있다. 하지만 속도를 요하는 분야에서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출판사들까지 이런 전문번역회사를 애용하는 현실이다.

-그렇다면 더 많은 전문번역자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히 번역료가 낮기 때문이다. 상위 출판사의 경우 영어는 3500-4000원, 일본어는 2500-3500원, 프랑스어나 독일어는 3500-4000원 수준이다. 물론 수준이 보장되는 전문번역가는 이보다  높은 경우도 있지만 실제로는 낮은 경우가 더 많다.  일본의 법인 또는 단체가 일본책의  한국어 번역료를 통상 10,000-15,000원 수준에서 지원하는 것과 비교하면  우리 번역료가 어느 수준인가를 절실하게 깨달을 수 있다.

-더구나 지금의 번역료는 몇 년  전의 수준에 머문 것이어서 물가상승을 감안한다면 오히려 갈수록 뒤쳐지고 있어 번역에 ‘목숨’을 거는 번역자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최근 학술진흥재단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고전 번역 지원사업에서는 번역 원고료를 10,000원 안팎으로 책정하고 있다. 나도 신청중인 과제가 있긴 하지만 이 정도의 대우가 보장되지 않는다면 번역에 나서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더구나 인세일 경우 한달 평균 100여 만원 정도의 보상을 기대하면서 번역에 '목숨' 걸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특히 전문영역에 속하는 책들을 맡아주어야 할 학자들은 번역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개인적인 사명감에 충만하거나 특별한 인간관계가 아니면 일부러 나서려  들지 않는 것이다. 우선 번역료가 너무 싸고,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번역을 학문적  업적으로 여겨주지도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부 출판사는 고육책으로  번역료와 인세를 병행하는 정책을 쓰기도  한다. 기본 번역료는 보장하되 번역료 이상으로 책이 팔리는 경우에는 인세를 추가로 지급하는 방식인데 실제로는 추가 인세가 지급되는 경우가 흔치 않아 확실한 ‘유인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셜록 홈즈’ 시리즈의 사례처럼 인세로 계약한  대중서가 1백만 부나 팔려 평생의 고생을 보상할 수준의 인세가  나오는 경우도 없지 않다. 이런  경우가 매우 드물기는 해도 이런 제도가 도입되면 번역자가 어느 정도 번역에 책임을 지려 들 것이다. 하지만 출판사는 기본 번역료를 감당하기도 어렵다.

-인문학, 철학, 과학 분야의 전문분야 출판사인 이제이북스는 지난 3년 동안 60권의 책을 펴냈지만 2쇄를 발행한 책이 단 2종에  불과하다고 밝히고 있다.(3)  이 출판사가  나름대로 번역에 매우  많은 공을  들여왔고 초판을 1000부 밖에 발행하지 않는 것을 감안하면 출판사의 출혈투자가 없이는 도저히 책 출간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이제이북스의 경우는 며칠 전에 다룬 바 있다). 15,000원  정가의 책인 경우 1000부가 다 팔린다  해도 매출액은 1천만 원 내외다. 이 금액 모두가 번역료로  지급되어도 시원치 않을 텐데 여기에 제작비, 인건비, 일반관리비 등을 부담해야 하므로 출간 즉시 적자가 발생하는 일이  다반사니 대다수 출판인은 출판을 기피한다.

-번역료가 낮은 근본적인 원인을 출판사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그렇다면 책을 읽지 않는 독자를 탓해야 할까? 물론 탓해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독자들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독자들은 철학을 쉽게 풀어주고 독해가 가능한 책을  만들어주지 못하고 부실한 번역이 독자들을 떠나가게 만들었다는 이제이북스 전응주 사장의 뼈아픈 지적을 더 수용하려 들 것이다.


-결국 이 땅의 번역출판 부실은 어느 일방의 책임이라기보다는 구조적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내수시장이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시스템을  극복할 수 있는 사회제도적 후원시스템을 ‘억지로’라도 만들어야 한다. 그 점에 대해서는 선험적인 연구자들이 결론내린 바  있다.

-김선남(원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한 연구논문(4)에서 “전문 번역가의 부족, 낮은 번역료, 오역 및 중복 출판, 출판사의 과도한 저작권 확보 경쟁 등과 같은 출판사 내·외적인 문제”를 극복하고 번역출판이 활성화되기 위한 방안으로  전문번역인 양성 프로그램 개발, 번역활동 지원 단체의 확충, 번역 출판물 기획의 다양성 확보 등을 제시했다.

-이런 결론은 지난 수십 년간 내려졌고 물론 간헐적인 대응책은 있어왔지만 근원적인 대책은 세워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전문 번역인은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 지원자만 모아놓고 교육만 시키면 해결이 될 것인가? 그보다는 전문적인 번역자가 전문편집자와 함께 일을 해가면서 번역의 질적 수준을 높여가는 것이 유리할 것이다. 그래서 ‘연구공간 수유+너머’를 주도하는 사람들이 주요 인문출판사와 공동작업을 하면서 번역학교를 따로 꾸리고 있는  것은 모범적인 사례가 된다. 이 단체는 이미 상업적으로도 성공한 책을 여럿 내고 있으며 고전을 재해석한 ‘리라이팅’ 시리즈처럼 저작의 단계로도 올라서서 인문출판의 성공적인  모델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앞으로 이런 모임이 더욱 많아져야 할 것이다(*한데, 이 리라이팅 시리즈도 작년부터는 한 권의 책도 내지 못하고 있다).

 

 

 


-다음으로 출판시장이 갈수록 자본의 논리에 지배되는 상황에서 상업성이 부족하지만 꼭  필요한 번역출판이 이뤄지려면 공공적인  지원시스템이 본격적으로 가동되어야  한다. 국가나 기업에서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이 근원적으로 가동되어야  할 것이다. 비단 이것은 번역서뿐만이 아니라 출판 전반에 적용되는 것이지만 도서관의 기본적인 존립목적인 정보 접근 평등성을 위해 도서관 스스로가 양서를 다양하게 구비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공공도서관은 너무 ‘빈약’하다.

-따라서 소기의 성과를 빨리 이루려면 각급 학교도서관의 활성화가 시대적 소명이다. 학교도서관을 활성화하고 이를 지역 주민도 이용하는 기초생활문화공간으로 거듭나게 한 다음  공신력 있는 기구가 선정한 우수도서를 학교도서관이 의무적으로 구비할 수 있는  정책적·사회적 시스템을 갖추어 양서의 경우 5000-10,000부 정도가 소비될 수 있다면, 출판사들은 구태여 시류에 영합하는 책을 만들지  않고도 안정된 경영을 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출판뿐만 아니라 기초학문과 교육이 사는 길이고 결국 국가가  경쟁력을 갖는 일이다. 우수한 번역서를 여기에서 제외시킬 이유가 없기에 번역출판도 자연스럽게 활성화될 수 있을 것이다. 정책당국자들은 예산타령만을 일삼지만 이런 일이 이뤄지지 않는 것은 예산이 없어서가 아니라 의지가 없어서일 뿐이다.

-다양성은 무척 중요하다. 그 문제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하지만 전문성도 중요하다. 지금 구조에서는 번역출판을 통해 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기가 쉽지 않다. “어떤 약삭빠른 출판사가 입도선매식으로 저자권계약을 맺어놓은 다음”에 “자격 없는 역자들을 동원하여 오역·졸역본의 출판을 남발하는 경우”에는 “저작권을 보호함으로써  마구잡이 번역을 막겠다는 원래의 정신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역설적 결과”(5)가 수시로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모든 물건이나 언어에는 반드시 그 배경에 주류와 계통을 갖고 있다. 그런데 이런 계통도에서 상위에 올라있는 책을 먼저 계약해놓고 책을 출간하지 않으면 하위에  해당하는 책을 펴낸 출판사는 고통만 겪을 확률이 높다. 이것은 원저작은 보지 못하고 비평서만 보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상호 협조와 양해를 통해  바람직한 조정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상황이 매우 열악하지만 우리에게 희망이 없는 것이 아니다.  앞의 ‘연구공간 수유+너머’도 희망적인 사례지만 영미문학연구회가 분석한 책들이 출간된 같은 시기에도 “고전  번역에 가담한 새로운 세대 전문연구자들의 활약은 고무적이다. 또  초기에 나온 번역본이 이후 어떤 번역본보다 더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 경우도 적지 않아 우수한 번역진의 층이 얇다고 만은 할 수 없다. 더 좋은 번역환경이 마련되고, 다수의 독자들이 좋은 번역을 선별해  읽을 수 있다면 번역 풍토의 획기적인 개선도 기대”(6)할 수 있다는 지적도 우리에게 기대를 갖게 만든다. 따라서 바람직한 비평을 통해 좋은 책을 선별해주는  사회적 시스템이 다양하게 정착되는 일 또한 바람직한 번역출판이 이뤄지기 위한 필요조건이라 할 것이다.

(1)「번역 평가 왜 필요한가」<한국일보> 2004.2.16
(2)변정수,「번역 출판의 원숭이들」<기획회의> 8호 2004.11.5
(3)김현미,「우리말로, 철학하기, 출판으로 철학하기 - 이제이북스 전응주 사장」
   <기획회의>10호 2004.12.5
(4)김선남,「국내 번역 출판물의 현황과 화성화 방안 연구」<한국출판학연구> 제43호 2001
(5)한정숙,「학술서적 번역 이것이 문제다」<국민일보> 1996.8.12
(6)김영희, 같은 글

06. 0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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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푸른고개 2006-08-18 0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퍼갑니다.

기인 2006-08-18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ㅎㅎ 저도 퍼온 건데요 뭐~ ^^*
 
 전출처 : 로쟈 > 문학적 교양과 문학 엘리트의 종언

몇 주 전 기사이긴 한데, 원로 문학평론가 유종호 교수의 인터뷰 기사를 옮겨놓는다. 얼마전 예술원상 문학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하여 이루어진 것인데, 그의 대담을 여럿 읽어본 나로선 새로운 내용과 접할 수 없었지만, '압축'의 의미는 있어 보인다.

국민일보(06. 07. 25) “우리사회 교양없는 걸 부끄러워 안해” 유종호 문학평론가

-원로 문학평론가 유종호(71) 전 연세대 교수가 최근 예술원상 문학부문 수상자로 결정됐다. 영문학자이면서 한국문학을 편향 없이 공정하게 논평해온 것으로 정평 있는 유 교수의 평생 공적을 평가한 상이다. 유 교수는 올해 46년에 걸친 강단 생활을 접었다. 1959년 청주사범을 시작으로 이화여대에서 20년을 보내고 1996년부터 10년간 재직한 연세대에서 문과대 특임교수직을 마지막으로 지난 2월 퇴임식을 가진 것(*지난 2월에 이를 기념하여 <유종호 깊이 읽기>가 출간됐다). 신망받는 심판이 퇴장함으로써 문단이 얼마쯤 쓸쓸해진 것도 사실이다. 수상 소식을 계기로 근황을 물었다.

 

 

 



-예술원상 수상자로 선정된 것을 축하합니다. 교단에서 내려온 후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아주 편하게,아주 즐겁게 소일하고 있습니다. 학교를 그만두니까 서운하지 않으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너무나 홀가분하고 한가해서 진작 그만둘 것을 괜히 남보다 5년이나 더 했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그러면서 사두기만 하고 읽지는 못한 책들을 골라 읽고 있다며 요즘 듣고 있는 소포클레스의 비극이 녹음된 영어 오디오북을 보여주었다. 또 책을 고를 때는 페이퍼백 대신 비싸더라도 양장본을 사야 오래 볼 수 있다고 했다. 매일 집 근처를 산책하는 것이 운동이며, 외출은 가끔 있는 친구들 모임과 문학상 심사 모임에 나가는 정도라고.

-학교에서는 영문학자로, 대학 밖에서는 한국문학의 명 평론가로 활약했습니다. 어느 쪽에 본업이라는 의식이 있었는지요.

광복 직후 3년간 활발한 비평활동을 했던 김동석이라는 평론가와 시인 정지용을 어려서 좋아했는데 두 사람이 모두 영문과 출신입니다. 이들처럼 글을 잘 쓰려면 영문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특히 ‘문학을 하기 위해 영문학을 택했다’는 김동석의 말에 영향을 받았습니다. 외국문학과 한국문학을 별개로 의식하지는 않았고 외국문학에서 무언가를 얻어서 한국문학에 기여하자는 생각이었지요.”

-김동석(1913∼?)은 경성제대 영문과 출신으로 1947년부터 1950년 월북할 때까지 좌우 문단간 논쟁을 주도하며, 유 교수의 표현으로는 ‘사납게’ 비평활동을 했다.

-계간지 세계의문학 편집위원으로 장기간 활동했던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고 봐야겠군요.

“한국문학이 세계 수준에 이르기 위해서는 외국문학에도 관심을 가져야 하고,또 사회와 역사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으로 잡지 편집에 임했습니다. 1976년 창간 때부터 1985년까지 한 10년간은 김우창 고려대 교수와 함께 실질적으로 주도했고 그 뒤에는 이남호 고려대 교수가 책임을 이어 받았지요.”

-당시는 창작과비평 문학과지성 같은 계간지의 전성시대였는데 그 사이에서 입지는 어떠했습니까.

“창비와 문지는 동인들이 동시에 경영자였지만 세계의 문학은 민음사라는 출판사가 경영주체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었지요. 독자와 부수 면에서는 두 잡지에는 못 미쳤지만 함께 잘 됐던 것으로 압니다.”

-유 교수는 몇몇 문학상의 심사위원으로 요즘도 한국 작가들의 작품에 관심을 놓지 않고 있다. 요즘 작가들의 단편집은 2000∼3000부 판매가 고작이라고 전한다.

-한국문학의 부진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1980년대에 번창했던 리얼리즘 문학이 이른바 민주화 이후에는 스스로 열기를 상실했고 독자들의 관심도 잃었지요. 그 시대의 문학이 사회운동의 기운과 맞물려서 독자의 호응은 받았지만 문학으로서의 매력이 부족했던 것이 그 이유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 뒤에 젊은 사람들의 생활과 스타일을 드러내는 감각파 문학이 나오고 있는데 깊이가 별로 없지요.그렇다고 작품의 질이 저하됐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여기에도 잘 쓴 작품과 그렇지 못한 작품이 있게 마련이고 문제는 무엇을 쓰든 잘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지고 보면 문학작품이 안 팔린다는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반열에 오른 작가들의 작품은 지금도 꾸준히 잘 팔리고 있지요.”

-요즘 소설 시장은 일본소설들이 득세하고 있습니다. 영화 드라마는 한류(韓流)지만 소설은 일류(日流)인 셈인데요.

“일본문학도 과거에 비해 취향이 떨어졌습니다. 소설도 오에 겐자부로를 마지막으로 깊이가 사라졌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작가는 TV 영화 스포츠와 경쟁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문학이 위엄을 잃은 것이지요.”(*유종호 교수의 하루키 문학 비판에 대해서는 이전에 소개한 바 있다.)

-그렇지만 이 시대의 작가는 더 이상 엘리트가 아니지 않습니까. 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과거 교수 문인 기자 등 소수가 지면을 독점하던 체제가 붕괴된 뒤로 작가들의 위상 저하가 두드러져 보입니다.

톨스토이나 토마스 만 시대의 독자들은 이들 작가에게서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진지한 고민의 해답이나 암시를 구했습니다. 작가는 동시에 삶의 교사였던 것이지요. 일본에서도 나쓰메 소세키 같은 작가가 그런 경우였고요. 그러나 전자민주주의 시대가 되면서 모든 계층이 평등해지고 나는 나대로 산다는 생각이 팽배해졌습니다. 지금의 작가는 엘리트도 아니고 사회도 작가에게 엘리트가 되기를 요청하지 않습니다. 대중사회는 엘리트에 거부감이 있어요.”(*근대 문학의 종언은 문학-엘리트의 종언이기도 하다.)

-엘리트에의 거부감과 함께 반(反) 교양현상도 두드러집니다. 특히 정치권에서 심한 것 같고요.

“과거에도 정치인들이 교양이 높았던 것은 아니지만 교양 없는 것을 부끄러워할 줄은 알았지요. 그런데 지금은 부끄러워하지도 않아요. 기자회견에서도 막말을 하잖아요. 외국에 나가본 일이 없는 것을 자랑하는 사람까지 있는 세상입니다.”

-요즘 한국영화 중에는 욕으로 시작해서 욕으로 끝나는 영화가 적지 않습니다. 조폭과 형사들만 욕을 하는 게 아니라 점잖은 검사도 상욕을 합니다.

“점잖은 척 해봐야 별 수 있느냐라는 거지요. 권위의 붕괴를 노리는 겁니다. 심한 욕 다음에는 폭력이 따릅니다. 욕설이 폭력의 예고 지표가 되는 거지요. 미국영화를 보니 대통령의 부인도 상욕을 하더군요. 욕설과 폭력이 창궐하는 것은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인 것 같아요. 칼 포퍼 같은 철학자는 큰 폭력의 근원은 TV라며 TV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TV를 통해 폭력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어린이들까지 감염시킨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사회는 노인들의 걱정을 흘려듣고 있다. 늙은 사람들이 젊은이들의 미래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며 투표장에 나오지 말라고 한 정치인도 있는 현실이다.

-노년의 지혜를 경청해야 할 텐데요.

“미국 방송의 뉴스 앵커는 노인이 많습니다. 한 사람이 30년 이상 하지요. 그렇지만 우리나라 방송은 40대가 한계입니다. 젊음을 숭배하는 현상이지요. 사회 변화의 규모와 속도가 크고 빠른 근대 이후에 노인들은 과거 농경사회에서 누렸던 영향력을 유지할 수 없습니다. 노인의 권위 상실은 앞으로도 가속될 것이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청해야 할 노년의 지혜가 있다면 젊은이들이 살아보지 않은 시대에 대해 직접적인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유 교수가 재작년 펴낸 <나의 해방 전후 1940∼1949>은 당시의 경험과 지식을 과장된 해석 없이 전하고 있다. 일제 시대 국민학교 때부터 광복을 거쳐 한국전쟁이 일어나던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의 기록이다. 우리 사회에 문필가가 대필한 정치가나 기업인의 자서전은 많지만 지식인의 회고록은 희귀하다.

“자기가 산 시대에 대해 객관적이고 정확한 지식을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쓴 책입니다만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썼다고 지적하는 기자도 있어 놀랐습니다. 사회사란 원래 미시적인,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이 쌓여서 이뤄지는 것입니다.

-유 교수는 마지막으로 과거 중국의 문화대혁명에 대해 국내외 지식인들이 잘못된 인식으로 일반인을 오도한 것을 예로 들며 우리 사회의 지적 풍토에 관해 충고했다.

“우리 사회가 늘 한쪽으로 편향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우파가 승할 때는 좌파는 말도 꺼내지 못했지만 지금은 좌쪽으로 승한 세상이지요. 이런 풍토에서는 정보와 지식의 편식이 일어나기 쉬운데, 명망가의 말이라고 해서 곧이 듣지 말고 검토하고 확인하는 지적 훈련을 쌓아야 합니다.”(문일 편집위원)

06. 0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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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인 2006-08-18 0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항상 유종호 선생님이랑 어떠한 주제에 대해서든 의견이 다른 경우가 많았는데, '작가=엘리트'가 붕괴되었다는 것이 생각할 꺼리가 있어서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