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일기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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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집회가 끝나고 나는 자리를 떴지만 많은 이들이 어젯밤, 한강진 관저 앞을 떠나지 않았다.

'한강진 대첩'과 '키세스단'이라는 이름이 생겼다. 아침뉴스를 통해 그들을 보았다. 서울 지역에 대설주의보가 내린 날 사람들 몸을 덮은 은박 담요 위로 눈이 쌓여 있었다. 전날처럼 또 누군가는 남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많은 이들이 그런 모습으로 밤을 보낼 줄은 몰랐다. 그렇게 다시 서로를 돕고 살피며 밤을 보낼 줄은.

남태령 이후로도 이런 사건을 목격했다는 것은 이 나라 구성원으로서 내가 누리는 복일까.

도대체 이 마음을 어떻게 글이나 말로 정리해야 할지 모르겠다.

너무 미안하고.

놀랍고.

고맙고.

그리고 미안하고.

고맙고.'(87쪽)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이후 작가가 느꼈던 일련의 감정을 일기 형식으로 기록한 책이다.

물리적 시간보다 훨씬 길고도 가슴앓이가 많았던 이 땅의 시민들에게, 그 나날들의 감정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다시 정리하게 해준 책이다.

그가 거리의 시민들에게 고마워하듯, 험난했지만 가슴 벅찬 연대를 느낄 수 있었던 기간을 정리해준 작가분께도 '고맙다'는 말을 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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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밥이 되다 - 논물에 서서 기록한 쌀밥의 서사
김혜형 지음 / 목수책방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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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 한 배미 안에 우주가 있다.‘

농약과 비료, 제초제 없이 농사 짓는 십수년차 귀농부부의 한해살이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책이다.
벼를 키우며 수시로 닥치는 많은 고민과 판단과 수고가 오롯이 담겨 있다.
추수를 마치는 장면에서 나 역시 한시름 놓게 되는 독서였다.

‘물멀미‘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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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역배우 김순효 씨 - 제4회 고창신재효문학상 수상작
이수정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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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 구성작가인 주인공과 41년생의 어머니가 과거를 함께 정리해가는 줄거리가 매우 인상적으로 전개됩니다.
(집 근처 도서관에서 대출) 잘 읽었습니다.
구매해서 선물할 만한 책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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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왕 형제의 모험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장편동화 재미있다! 세계명작 4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김경희 옮김, 일론 비클란드 그림 / 창비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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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당시 일흔네 살이던 저자가 이 책을 한국어로 번역하겠다는 유학생(김경희)에게 전한 말이 따뜻하다.

"그 나라에도 내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어린이들이 있거든 나 대신 얼마든지 들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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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만난 해양민속학자의 물고기 인문학
김창일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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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해풍과 방해받지 않고 쏟아지는 햇살. 바닷가는 낭만적이다. 온갖 생명의 안식처인 바다는 푸근하다. 하지만 여기도 삶은 치열하다.'(294쪽)


바다에 관한 국내 저자로 유명한 분들로는 [등대의 세계사] [조기평전] 등의 주강현 박사, [바다의 황금시대, 파시] [섬 택리지] 등의 강제윤 소장, 방대한 [섬문화 답사기] 시리즈와 [바닷마을 인문학] 등의 김준 선생 등을 들 수 있다.(수산물에 관해서는 황선도, 김지민 등의 필자들도 필력이 뛰어나다.)


이 책의 저자는 생소했다. 그럴 수밖에.. 단행본으로는 첫 책이다.

그런데 차례를 보니, 120여 꼭지에 담긴 글들은 바다와 물고기, 그리고 바닷가 사람들을 크게 망라하고 있다. 

바다에 관한 여러 글들을 찾아읽다 보니, 과연 저자가 이 방대한 주제들을 잘 섭렵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와 기대 속에 책을 펼쳐보았다.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과 물고기를 바라보는 시선이 매우 따뜻한 작가였다.

그리고 이런 알찬 글을 쓸 수 있었던 그의 내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린 아들이 아비를 어부로 착각할 만큼 가족과 떨어져서 바닷가를 다녔다. 남해도, 연평도, 삼척, 울산의 어촌에서 각각 1년씩 상주하며 해양문화를 조사했다. 사계절을 주민처럼 살며 어민들 삶으로 들어갔다. 또한 부산 영도와 가덕도, 강화도를 수없이 들락날락하며 섬 문화를 장기간 조사했다. 제주 바다를 공부하기 위해 인사교류를 신청해 국립제주박물관에서 1년 근무하며 틈만 나면 바다를 탐색했다. 심지어 국내외 여행도 바닷가만 다녔다.'('저자의 말' 중에서)


그는 남해 창선도에서 태어났고, 해양민속지 18권을 집필했다. 그랬군. 결과적으로 나는 바다를 중심으로 하는 깊은 내공을 가진 작가를 새로 만났다. 앞으로 그의 새로운 책들은 모두 읽을 것 같다.


(제주 할망바당) '물질 능력이 떨어진 노인 해녀들을 위해 해안선과 가까운 바다를 할망바당으로 지정한다. 제주 해녀들은 수심이 깊은 바다에서 잡은 소라 중 크기가 작은 것을 할망바당에 뿌려 노령의 해녀들이 물질할 수 있도록 한다. 노동력이 약한 사람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우리의 어촌에 존재하고 있다.'(265)


기억에 오래 남을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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