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물 만난 해양민속학자의 물고기 인문학
김창일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24년 11월
평점 :
'시원한 해풍과 방해받지 않고 쏟아지는 햇살. 바닷가는 낭만적이다. 온갖 생명의 안식처인 바다는 푸근하다. 하지만 여기도 삶은 치열하다.'(294쪽)
바다에 관한 국내 저자로 유명한 분들로는 [등대의 세계사] [조기평전] 등의 주강현 박사, [바다의 황금시대, 파시] [섬 택리지] 등의 강제윤 소장, 방대한 [섬문화 답사기] 시리즈와 [바닷마을 인문학] 등의 김준 선생 등을 들 수 있다.(수산물에 관해서는 황선도, 김지민 등의 필자들도 필력이 뛰어나다.)
이 책의 저자는 생소했다. 그럴 수밖에.. 단행본으로는 첫 책이다.
그런데 차례를 보니, 120여 꼭지에 담긴 글들은 바다와 물고기, 그리고 바닷가 사람들을 크게 망라하고 있다.
바다에 관한 여러 글들을 찾아읽다 보니, 과연 저자가 이 방대한 주제들을 잘 섭렵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와 기대 속에 책을 펼쳐보았다.
바다를 바라보는, 사람과 물고기를 바라보는 시선이 매우 따뜻한 작가였다.
그리고 이런 알찬 글을 쓸 수 있었던 그의 내력을 확인할 수 있었다.
'어린 아들이 아비를 어부로 착각할 만큼 가족과 떨어져서 바닷가를 다녔다. 남해도, 연평도, 삼척, 울산의 어촌에서 각각 1년씩 상주하며 해양문화를 조사했다. 사계절을 주민처럼 살며 어민들 삶으로 들어갔다. 또한 부산 영도와 가덕도, 강화도를 수없이 들락날락하며 섬 문화를 장기간 조사했다. 제주 바다를 공부하기 위해 인사교류를 신청해 국립제주박물관에서 1년 근무하며 틈만 나면 바다를 탐색했다. 심지어 국내외 여행도 바닷가만 다녔다.'('저자의 말' 중에서)
그는 남해 창선도에서 태어났고, 해양민속지 18권을 집필했다. 그랬군. 결과적으로 나는 바다를 중심으로 하는 깊은 내공을 가진 작가를 새로 만났다. 앞으로 그의 새로운 책들은 모두 읽을 것 같다.
(제주 할망바당) '물질 능력이 떨어진 노인 해녀들을 위해 해안선과 가까운 바다를 할망바당으로 지정한다. 제주 해녀들은 수심이 깊은 바다에서 잡은 소라 중 크기가 작은 것을 할망바당에 뿌려 노령의 해녀들이 물질할 수 있도록 한다. 노동력이 약한 사람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우리의 어촌에 존재하고 있다.'(265)
기억에 오래 남을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