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프다.. 요즘은 시 해설 쓰느냐고 낮밤이 바뀌었다. 그것도 글이라고 -_-; 밤이나 새벽에 잘 써진다... 라기 보다는 얼마 안 있으면 훈련소 가고 짜여진 공익 생활을 할 것이니 자유로움을 느끼고자 자기 맘대로 자고 일어나고 하다보니 이렇게 밤과 새벽에 깨어있게 된다. 6시부터 12시 또는 2시 까정은 푹 자고. ㅋ 입소전 건강 다 망치지 않나 몰러;;
새삼 왜 '백수=인문학도'의 삶이 고달프다고 주위에서 벌떼처럼 일어나 말하는 지 조금은 알것 같다. 역시, 과정을 다닌 중에는 밀려드는 수업과 읽어야'만'하는 책들 (읽고 싶은 책과는 3.9광년 정도 떨어진) 논문에 대한 압박과 선생님들의 심부름과 과제에 생각이 없어졌다면. 이제 석사논문을 끝내고 남은 삶의 계획을 천천히 짜야 할 요즘은, 역시 '백수=인문학도'의 삶이 왜 고달픈지 알겠다. (요즘 박주영의 백수생활백서를 읽고 있는데, 나름 부자 아빠 집에서 얹혀 살면서 읽고 싶은 책 다 읽고 하는 그런 백수는 정말 선택받은 백수여.. 한달한달 밥값 걱정도 안하고, 미래에 대한 걱정도 없고. 그게 바로 '상팔자'지.. )

학기를 다니면서는 장학금도 받을 수 있고, 학진 프로젝트도 하면 대충 입에 풀칠은 가능하다. 차를 사거나 옷을 사거나 책을 사거나 비싼 곳에서 밥을 먹을 수는 없지만, 대에충 살 수 있는 것이다. 원룸에 자취를 하면서! (그래도, 학교는 등록금을 내면 먹고 살게 해준다. 허.. 장학금도 알아봐주고, 어디서 프로젝트도 주고. 물론 나는 조금 운이 좋은 경우이기는 하지만.. )
어쨌든, 이제 나는 공익인생. 학교에 적을 두지 않으니, 장학금도 학진 프로젝트도 없다. 완! 전! 히! 무수입. 이제 드디어, 신세기가 열렸도다. 나보고 '학출' '학삐리'라고 비아냥(?)되던 선배도, 지금 잘 먹고 잘 산다.
아으... 9월은 훈련소에서 먹여주고 재워주니,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 10월부터는 매달 빠져나갈 방값 35만원 + 생활비. 막막하구나... 그래도, 굶어죽지는 않겠지.
요즘은 등록금을 버느냐 3군데에서 고등학생용 시 문제집/참고서/해설서를 쓰고 있다. (사실 이런 중복 출현에 대한 '금지' 규정이 계약서에 없었던 것 같다. 굳이 이야기는 안했지만 ^^; )
1군데는 인세니까 언제 받을지 모르고, 얼마가 나올지도 모른다. 최악의 경우 10만원 가량 받을 각오-_-; 도 하고 있는 상황.
나머지 2곳은 건당/페이지당 계약이다. 인터넷 제공업체는 1시 해설당 4만원. 20개 해설했으니 80. 하지만 이거 보장된 건지 모르겠다. 왠지 심하게 많이 빠꾸를 받을 듯... -_-;
1곳은 페이지당 계약. 많이 쓰면 80만원 적게 쓰면 50만원 정도.
정작 두 개 더해봤자, 등록금에 턱도 없는 상황. 흠...
등록금은 등록금이고 훈련소 갔다 나오면, 굶을까봐 걱정이구나. 아싸리 집에 들어갈까 (다시 식민지로?) 생각도 하지만. 꾿꾿하게 살아야겠다.
오늘도, 배고픔에 별이 스치운다. 토마토 쥬스 마시고, 백수생활백서나 마저 읽어야겠다.

생각해보니, Sex & City가 여성들의 환타지를 환타지가 아닌척 제시하는 거라면
백수생활백서는 백수 인문학도들의 환타지를 환타지가 아닌척 내놓고 있다.
박주영씨, 부럽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