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웃는다 창비시선 268
유홍준 지음 / 창비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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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꿈틀거린다 요새는 자주 눈썹이 꿈틀거리는 걸 느낀다 지금도 가느다란 경련이 오고 있다 손을 뻗어 꿈틀거리는 눈썹을 문질러본다 도망가지 못하도록 꼬옥 눌러본다 조금 걱정이 된다 눈썹이 달아나면 어떡하지, 나는 죽을지도 모른다 달아난 눈썹을 따라 머나먼 곳으로 가야할지도 모른다 눈썹이 달아난 내 얼굴을 사람들은 잘 알아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안되겠다 내일은 한의원에 갈까 성형외과에 가서 벌레문신을 할까, 걱정이다 오늘도 내 푸른 눈썹벌레 한 마리가 자꾸만 어딘가 기어가려고 꿈틀거린다-80쪽

꿈틀거리는 눈썹. 화가난 시인? 눈썹벌레가 기어가려고 한다. 끊임없이 시인의 육체는 변형되고, 시인의 시 속에서는 온전하지 못한 육체들과, 동물로 변화된, 아니 원래는 동물인데 탈을 쓰고 있는 인간들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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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웃는다 창비시선 268
유홍준 지음 / 창비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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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팡이가 피었다 곰팡이가 슬었다
연화대 위 부처의 눈동자에
허옇게

백태가 꼈다

시치미 뚝 떼고 제 똥 위에 꼿꼿하게 앉아 있는 부처,
저 지독한 부처의 똥냄새를 지우려고 날이면 날마다 피워대는
대웅전의 싸구려 향냄새

뭐라고, 대웅전이 아니라 여긴 영안실이라고?
뭐라고, 영안실이 아니라 여긴
똥덩어리 위에 허연 곰팡이 백련이 피어 있는

천년 묵은 해우소 연못이라고? 뭐라고, 연화대가 아니라
부처가 앉아 있는 저곳은 궁둥이 싸늘한 변기, 뭐라고?

치질 걸린 부처처럼 퍼질러 앉아 바라보는
절 밑 사하촌.....

담장 밑에 쪼그려 앉아 동백 몇그루
지금
시뻘건 꽃 떨어뜨리는 중, 시뻘건 피똥 싸지르고 있는 중

만화방창 꽃들의 똥냄새에 취해 재배 삼배 절을 올리고
엉거주춤 괴춤 추스르는 오늘은
오래오래 변비 앓던 꽃들의 배설일

백태 낀 부처의 눈동자 속으로
뻐얼건
동백 꽃덩이들 뚝뚝 싸갈기는 봄날-84-85쪽

부처님의 오묘한 미소가 '시치미 뚝 떼고 제 똥위에 앉아'서 뭉개고 있는 자의 표정으로 바뀌고, 화려한 동백꽃의 낙화가 '똥백꽃'들의 '꽃떵이'들을 싸갈기는 것으로 바뀐다. 시인이여!

마지막연, '동백 꽃덩이'가 자연스레 '똥백 꽃떵이'로 발음되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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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웃는다 창비시선 268
유홍준 지음 / 창비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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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쪼가리 오후가 저물고 있었다
반쪼가리 함석지붕 그림자가 허물어지고 있었다
-너 먹을래?
반쪼가리 옆집 누나의 손이 불쑥
반쪼가리 빵을 내밀었다
반쪼가리 빵을 쪼개 동생들에게 주었다
반쪼가리 빵 물고 어둠 내리는 교회 담장 밑에 앉아 울었다
반쪼가리 지붕 밑에서
반쪼가리 인간 부침개가 뒤집히고 있었다
반쪼가리 아버지가 반쪼가리 어머니 또 패대기치고 있었다
반쪼가리 밥상이 오리처럼 날아갔다
반쪼가리 마당 가득 반쪼가리 밥그릇들이 흩어졌다
반쪼가리 교과서를 북북 찢었다 나는
반쪼가리 교과서를 찢고 또 짖으며 울부짖었다
반쪼가리 아버지 런닝구도 너덜너덜했다
반쪼가리 달이 떠서
반쪼가리 잠 자고 어머니 또 행상 나갔다
반쪼가리 아버지 또 검은 고무튜브 옷 입고 시장바닥 기어다녔다
반쪼가리 아버지가 부르는 노래
반쪼가리 동생 업고 시장 입구에 서서 들었다
반쪼가리 태양이 썩은 재래시장 지붕 위로 느릿느릿 지나가고 있었다-42-43쪽

이 시를 읽으면서는 두번 놀라게 된다. '반쪼가리'라는 것이, 반쪼가리 아버지 '또 검은 고무튜브 옷 입고 시장바닥 기어다녔다'라는 것에서, 그 '반쪼가리'의 의미를 잠복시켰다가 터뜨린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폭력적이고 잔인한 비유에 대해서.

현실의 '재현'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는 너무 큰 폭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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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알라딘도서팀 > <엘리펀트맨> 서평단 모집!

안녕하세요,
알라딘 편집팀 박하영입니다.

작가정신 출판사에서 출간된 <엘리펀트맨>을 읽고 리뷰를 써주실 독자 10분을 찾습니다.
이전에 진행된 <러브>, < 마술은 속삭인다>, <구아바>, <체인지링>, <스텝파더 스텝> 서평단에 뽑히신 분들은 다른 분들에게 기회를 양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1862년 영국의 한 소도시에서 태어난 기형인간 조지프 캐리 메릭의 삶과 죽음을 그린 실화소설이다. 이야기는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동명 영화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려졌다.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을 사람에게만 권하겠다'는 옮긴이의 말처럼, '생명을 가진 존재로서 마땅히 지켜나가야 할 존엄성이란 과연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자각을 주는 작품이다.

뒤통수에 달린 꽃양배추 모양의 종양, 입안의 속살덩이가 상아처럼 비어져 나와 뒤집어진 윗입술, 투박한 나무뿌리 같은 오른팔... 비할 데 없이 추하고 일그러진 외모로 스물일곱 해의 짧은 생을 마감한 존 메릭(작중이름)은 다섯 살 때부터 시작된 기형 징후로 부모에게 버림을 받는다.

부랑자 수용 시설인 구빈원을 전전하던 메릭은 구빈원에서 떠돌이 흥행사에게로, 흥행사에게서 다시 곡예단에게 팔린다. 마침내 유원지의 '괴물쇼'에서 희대의 괴물인간으로 만인의 구경거리가 된다. 뭇사람들의 욕설과 경멸, 온갖 학대 속에 짐승처럼 살아가던 메릭은, 그를 도와준 런던병원의 외과의사 트리브스를 만나 인생의 결정적인 전환점을 맞는다.

'엘리펀트맨'을 다룬 책들 중 가장 많이 읽히는 이 책은, 시나리오작가 출신의 작품답게 영상을 보는 듯한 속도감과 스토리텔링이 돋보인다. 영국 작가 크리스탄 스팍스가 애슐리 몬테규 박사의 <엘리펀트맨 - 인간의 존엄성에 관한 연구>와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영화 <엘리펀트맨>을 토대로 소설화했다.

*  서평단에 참여하길 원하시는 분은 댓글로 "신청합니다"라고 써주시면 됩니다.
*  신청해주신 분들 가운데 10분께 책을 보내드리겠습니다. 
*  신청은 11월 10일 금요일 오전 10시까지 받습니다.

서평단 모집에 관심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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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인 2006-11-15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상하게 서평은 꼭 한번 될때 두개씩 되는 것 같다. 둘 다 흥미로운 작품일 듯 해서 기대된다. ㅎ 공익하니까 내가 읽고 싶은 책, 읽을 수 있어서 좋다. :)
 
 전출처 : 알라딘도서팀 > <산 자와 죽은 자 1, 2> 서평단 모집!

안녕하세요,
알라딘 편집팀 박하영입니다.

현대문학 출판사에서 출간된 화제작 <산 자와 죽은 자 1, 2>를 읽고 리뷰를 써주실 독자 10분을 찾습니다.
전2권인데다 책 분량이 상당하니, 기간 내에 반드시 책을 읽고 서평을 올려주실 수 있는 분들만 신청해주셨으면 합니다.
이전에 진행된 <러브>, < 마술은 속삭인다>, <구아바>, <체인지링>, <스텝파더 스텝> 서평단에 뽑히신 분들은 다른 분들에게 기회를 양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탈공업화 시대 노동자들의 삶을 그린 장대한 스케일의 사회소설. '보기 드문 서사의 힘과 서정성을 간직한 대작'이라 평가 받으며, 2005년 프랑스 RTL-LIRE 대상을 수상했다. 신자유주의의 가차 없는 메커니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21세기 현실을 직시하며, 인간의 삶과 욕망, 노동과 행복의 본질을 모색하는 작품이다.

소설은 두 층위에서 진행된다. 전형적 다국적 기업인 플라스틱 섬유 제조 공장 코스의 모(母) 기업 경영진이 기업 윤리를 저버리고, 1단계로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하며, 2단계로 폐업 조치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그에 맞선 노동자들의 대응과 그저 조속히 사태를 수습하기만을 원하는 정계의 반응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50여명에 달하는 등장인물들의 개별적 삶이 인간희극을 방불케 하며 전개된다. 이들은 소설 속에서 고용주에 대항하는 노동자들로서만 기능하지 않는다. 작가는 꿈과 희망, 절망, 슬픔, 기쁨, 비밀을 간직한 그들 개개인의 삶을 소설 내에 적절하게 배치한다. 그리고 그들 나름의 소중한 삶이 자본주의 메커니즘과 부딪히며 어떻게 산산조각이 나는지를 보여준다.

*  서평단에 참여하길 원하시는 분은 댓글로 "신청합니다"라고 써주시면 됩니다.
*  신청해주신 분들 가운데 10분께 책을 보내드리겠습니다. 
*  신청은 11월 14일 화요일 오전 10시까지 받습니다. 서평은 12월 5일까지 올려주시면 됩니다.

서평단 모집에 관심을 보여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한 주 보내셔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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