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웃는다 창비시선 268
유홍준 지음 / 창비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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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꿈틀거린다 요새는 자주 눈썹이 꿈틀거리는 걸 느낀다 지금도 가느다란 경련이 오고 있다 손을 뻗어 꿈틀거리는 눈썹을 문질러본다 도망가지 못하도록 꼬옥 눌러본다 조금 걱정이 된다 눈썹이 달아나면 어떡하지, 나는 죽을지도 모른다 달아난 눈썹을 따라 머나먼 곳으로 가야할지도 모른다 눈썹이 달아난 내 얼굴을 사람들은 잘 알아보지 못할지도 모른다 안되겠다 내일은 한의원에 갈까 성형외과에 가서 벌레문신을 할까, 걱정이다 오늘도 내 푸른 눈썹벌레 한 마리가 자꾸만 어딘가 기어가려고 꿈틀거린다-80쪽

꿈틀거리는 눈썹. 화가난 시인? 눈썹벌레가 기어가려고 한다. 끊임없이 시인의 육체는 변형되고, 시인의 시 속에서는 온전하지 못한 육체들과, 동물로 변화된, 아니 원래는 동물인데 탈을 쓰고 있는 인간들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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