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쪼가리 오후가 저물고 있었다
반쪼가리 함석지붕 그림자가 허물어지고 있었다
-너 먹을래?
반쪼가리 옆집 누나의 손이 불쑥
반쪼가리 빵을 내밀었다
반쪼가리 빵을 쪼개 동생들에게 주었다
반쪼가리 빵 물고 어둠 내리는 교회 담장 밑에 앉아 울었다
반쪼가리 지붕 밑에서
반쪼가리 인간 부침개가 뒤집히고 있었다
반쪼가리 아버지가 반쪼가리 어머니 또 패대기치고 있었다
반쪼가리 밥상이 오리처럼 날아갔다
반쪼가리 마당 가득 반쪼가리 밥그릇들이 흩어졌다
반쪼가리 교과서를 북북 찢었다 나는
반쪼가리 교과서를 찢고 또 짖으며 울부짖었다
반쪼가리 아버지 런닝구도 너덜너덜했다
반쪼가리 달이 떠서
반쪼가리 잠 자고 어머니 또 행상 나갔다
반쪼가리 아버지 또 검은 고무튜브 옷 입고 시장바닥 기어다녔다
반쪼가리 아버지가 부르는 노래
반쪼가리 동생 업고 시장 입구에 서서 들었다
반쪼가리 태양이 썩은 재래시장 지붕 위로 느릿느릿 지나가고 있었다-42-43쪽
이 시를 읽으면서는 두번 놀라게 된다. '반쪼가리'라는 것이, 반쪼가리 아버지 '또 검은 고무튜브 옷 입고 시장바닥 기어다녔다'라는 것에서, 그 '반쪼가리'의 의미를 잠복시켰다가 터뜨린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 폭력적이고 잔인한 비유에 대해서.
현실의 '재현'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이는 너무 큰 폭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