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D] 슬라이딩 도어즈
기타 (DVD)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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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된 영화이다. 

슬라이딩 도어즈... 미끄러지는 지하철 문 사이를 통과하여 지하철에 타느냐, 못 타느냐. 

그 사소한 차이에서부터 우리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지기 시작한다. 

이 영화의 광고를 어렸을 때 신문에서 보고 무척 보고 싶어했던 기억이 난다. 한 때 선풍적인 인기였던 이휘재의 '그래 결심했어!'라고 시작되는 인생극장이라는 코너 때문이었던 것 같다. 

결말에 대해서는 평들이 많이 갈린다. 나는 개인적으로는 맘에 들지 않았다. 이상하게 나비 효과도 그렇고 이프 온리도 그렇고 결국 정해진 운명은 아무리 인간이 바꾸려 노력해도 어쩔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는 것 같다. 예전에는 이런 결말이 왠지 멋있어 보였는데 요새는 자꾸 거부감이 든다.  

주인공 헬렌이 너무 남자들에게 휘둘리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도 캐릭터가 답답하게 느껴지는데에 한 몫한다. 또 상대 남자들이 죄다 단신이라 갸냘프고 청순한 기네스 펠틀의 매력이 살아나지 않은 것 같아서 아쉽다. 하지만 그래도 기네스는 너무나 아름답다^^ 

영화가 그닥 맘에 들지 않아서 블로그에 쓰지 않으려 했는데, 이상하게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새록새록 떠올라서 블로그에 쓰게 되었다.  

                                                                                                                                    

위에까지 쓴 후, 내가 놓친 점이 있나해서 이 영화에 대한 인터넷 검색을 해 보았다. 별로인 영화라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자꾸 머리에 남는 이유가 무엇 때문이지 해소하고 싶어서였다. 

인터넷을 통해 찾아본 결론들은 정말 놀라웠다. 그렇게 해석되는 내용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한번 더 보고 싶다. 그럼 나도 나만의 의미를 찾을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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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 인 러브 (1disc) - 할인행사
존 매든 감독, 제프리 러시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0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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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때 이 영화를 보고 완전히 반해버렸던 기억이 난다. 

한참 감수성 예민하고 나름(!) 문학소녀였던 그 때, 중세 영국을 배경으로 한 셰익스피어의 사랑 이야기는 나를 감동시키기엔 충분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제치고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해서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보지 못해서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이 영화만 놓고 보면 결코 작품상을 수상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잔잔한 감동이나 아기자기한 재미는 훨씬 더 뛰어나다고 평가받았다. 당시 어린 나의 시각에서도 영화의 이야기는 기가 막히게 참신했던 걸로 기억한다. 

제목처럼 이 영화는 영국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역사적 실제 인물이지만 영화의 이야기는 100% 허구이다. 하지만 셰익스피어를 포함하여 영화에 등장하는 몇몇 인물들은 실제로 존재했었던 인물들이다. 또한 영화의 이야기와 대사들을 실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몇몇 작품들 속의 이야기와 대사들을 인용하여 이들과 절묘하게 연결시켜 관객들로 하여금 '셰익스피어 인 러브'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아닐까 하는 착각을 일으키게끔 하고 있다. 특히 셰익스피어와 바이올라의 사랑이야기를 셰익스피어의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와 영리하게 중첩시켜 마치 셰익스피어가 자신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을 쓴 것처럼 이야기가 설정되어 있다.  

셰익스피어가 무도장에서 바이올라에게 첫눈에 반한 경험과 발코니에서 바이올라와 사랑의 대화를 나눈 경험은 그대로 '로미오와 줄리엣'에 담겼으며, 로즈 극장과 커튼 극장 사이의 세력 다툼은 몬터규가와 캐퓰렛가의 집안 싸움으로, 신분의 차이로 이루지 못한 사랑은 집안 싸움으로 이루지 못한 로미오와 줄리엣의 죽음을 초월한 사랑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영화의 이야기와 셰익스피어의 실제 작품들과의 중첩을 통해 허구와 실화의 구분이 안되게끔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영화 속 이야기의 실제 상황과 영화 속 무대 위의 '로미오와 줄리엣' 연극에서의 상황을 중첩시켜 영화 속의 실제 상황과 연극상에서의 상황 구분이 안되게끔 만드는데 묘미가 있다. 그 대표적인 장면들로 셰익스피어와 바이올라가 사랑을 나누면서하는 대사와 리허설에서의 연극 대사가 교묘하게 중첩된 장면이나 '로미오와 줄리엣'의 몬터규가와 캐퓰렛가의 결투 리허설 도중에 로즈 극장 사람들과 커튼 극장 사람들 사이에 벌어지는 결투 장면, 그리고 영화 후반부에서 셰익스피어와 바이올라가 각각 로미오와 줄리엣 역을 맡고서 실제 상황과 연극에서의 상황 구분이 안되는 사랑을 보여주는 연극 공연 장면 등을 들 수 있다. 

등장 인물 몇몇은 실제로 존재했엇던 인물들인데, 벤 애플렉이 연기한 네드 알레인은 당시에도 인기있는 연극 배우였으며, 로즈 극장의 주인인 필립 헨슬로우도 실제로 로즈 극장을 세우고 운영한 사업가였다. 커튼 극장의 주인이자 연극 배우인 리차드 버베이지 역시 실존 인물이다. 셰익스피어의 경쟁 상대로 나오는 극작가 크리스토퍼 말로우는 당시에도 셰익스피어에 버금 가는 시인이자 극작가였으며, 영화에서처럼 29세의 젊은 나이에 술집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영화에서 쥐를 가지고 다니는, 조금은 섬뜩한 아이로 나오는 존 웹스터는 비극 '백마'와 '몰피 공작부인'으로 유명한 극작가이다. 이 두 작품 또한 다소 섬뜩하고 엽기적이라고 한다. 

바이올라를 연기한 기네스 펠트로와 엘리자베스 여왕을 연기한 주디 덴치는 각각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을 수상한다. 이 영화에서 기네스 펠트로는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우아하면서도 청순하고, 귀족적이면서도 장난스러운 미소년의 모습 등 다양한 매력을 보인다. 당연히 영국 배우일 줄 알았는데 미국인이라는 사실에 속은 느낌이 들 정도이다. 주디 덴치는 몇 장면 나오지는 않지만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노회한 여왕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 그 당시에도 셰익스피어를 연기한 배우는 이름조차 기억하지 않았는데 다시 보아도 여전히 매력이 없다. 하지만 눈빛만큼은 멋지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기억에 남는 것은 기네스 펠트로의 청순한 모습뿐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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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카사노바 - 한번 찍은 고객은 반드시 사로잡는 작업의 정석
김기완.차영미 지음 / 다산북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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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나

브랜드명: 나도전

상품분류: R제과회사 3년차 마케터

제조년도: 1979년

가공처: 대한대학교 경영학과 졸업

상품외형: 귀여운 인상, 안경을 끼면 지적으로 보임.

용량: 키 175cm, 몸무게 70kg

제조원: 퇴직하신 아버지와 전업주부 어머니

자매품: 시집간 누이 나영지

상품특성: 친절하고 성실함, 가끔 눈치 없다는 소리도 들음

원재료 및 함량: 성실60%(국산), 열정20%(국산), 재력 및 능력15%, 센스5%

포장재질: DDM(동대문표)60%, 아울렛 수트40%

* 스트레스로 인한 상품의 부패를 막기 위해 흡연과 알코올 충전을 수시로 하고 있음.

 

연애와 마케팅의 공통점

1. 열정으로 시작한다.

2. 고객을 제대로 간파해야한다.

3. 전략적으로 다가가되 전략을 노출시켜서는 안 된다.

4. 타이밍과 속도조절이 관건이다.

5. 방심은 금물!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6. 밀고 당기는 심리게임이다.

7. 이론과 실제가 많이 다르다.

8. 믿음과 신뢰가 조성되면 작업이 쉬워진다.

9. 진도가 나갈수록 흥미롭지만 빠져들수록 해답이 보이지 않는다.

10. 당신이나 당신의 브랜드를 사랑하게 된 고객은 쉽게 떠나지 않는다.

 

만일 모든 여자들이 똑같은 얼굴, 똑같은 성질, 똑같은 마음씨를 갖고 있다면 남자는 절대로 부정한 행동을 하지 않을뿐더러 사랑을 하는 일마저 없었을 것이다.

-카사노바Casanova

 

목표고객이 정해지면 이전의 성공방식과 관점을 떨쳐버리고 원점에서 고객의 니즈를 파악해야 한다. 마케팅의 성공 열쇠는 과거가 아닌 지금의 목표고객이 쥐고 있으므로 객관적으로 정확하게 파악해야한다.

 

모든 걸 다 걸거나, 아니면 아무것도 걸지 말라.

하지만 모든 것을 어떻게 거느냐가 문제였다.

- 카사노바Casanova

 

지금 내가 이렇게 화가 나는 건 이동준이라는 남자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날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남자를 만나고 있는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다.
 

                                                                                                                                 

 상대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점에서 연애와 마케팅은 분명 통한다. 이 두가지를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낸 것이 흥미로웠다. 전공자들이 보기에는 얄팍한 지식에 불과해도 나같은 문외한에게는 쉽고 재미있게 마케팅에 관한 책 한 권을 읽었냈다는 사실로도 뿌듯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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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의 개들 - [초특가판]
쿠엔틴 타란티노 외 출연 / 시네마 크로스 (Cinema Cross)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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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같은 남자들이 모이면 하는 얘기는 뻔하다. 자신이 경험하고 싶은 여성에 대한 판타지를 경험한것인 마냥 떠드는 허풍, 수컷으로서 자신의 입지를 확고하게 해줄만한 무용담을 개처럼 시끄럽게 짖어댄다. 그리고 온갖 개들이 모인 범죄집단(마피아 혹은 야쿠자등)을 상업영화에서는 미화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쿠엔틴 타란티노는 그런 환상에 찬물을 제대로 끼얹으며 이 영화, 저수지의 개들(Reservoir Dogs)로 데뷔를 한다. 

Reservoir Dogs



우리는 서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사실은 나 자신외에는 아무도 믿지 못한다. 그리고 저수지의 개들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이 개들이 계획한 다이아몬드 강도짓이 실패하는 순간부터 모든 준비과정을 재 조립해 보여준다. 치밀했던 계획(최소한 그들 스스로에게는)은 조직내에 파고든 비밀경찰로 인해 실패하고 각자 누가 첩자인지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모든 개는 처참하게 죽는다. 오래 살아 남은 개는 똑똑하지만 결국에는 아무도 믿지 못하는데서 오는 고독감을 더 크게 느낀다. 그 황량함은 결국 의미없는 개싸움, 암흑가의 환상을 개밥그릇처럼 별볼일 없는 것으로 비추어준다. 

저수지의 개들은 비선형적 영화다. 사건을 도모하는 계획이 군대군대 떡밥으로 뿌려진다. 그리고 정작 강도짓을 하는 거사 자체는 비춰주지 않는다. 하지만 실패한 계획에 따른 댓가(죽어가는 동료 개들 혹은 낭자하는 피)는 확실하게 다 보여준다. 그 결과 막강한 보스 죠는 허술한 3류 조직의 대가리로 전락하고 미스터 블론드는 그저 광견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멋지고 폼나는 갱(혹은 마피아든 뭐든)은 그저 이유없이 꼬리를 흔들어대며 덤벼드는 개다.


미스터 블론드가 물어온다. 하루종일 짖어대기만 할건지, 아니면 한번 물어 볼건지. 그렇게 서로를 뜯어 먹지 못해 안달한 개들은 결국 서로를 물어뜯어 죽인다.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썩은 물이 고인 저수지로 더러운 개들이 몰려온다. 그리고 그 개들은 서로를 물어 뜯는다. 살점이 뜯겨져 나가고 시뻘건 피가 저수지를 물들인다. 불편하지만 흥미롭게 우리는 그 개싸움을 보게된다. 그리고 그 개싸움은 치열하게 생존해 나가는 우리의 자화상이다. 

                                                                                                      

위의 글은 한 블로그에서 퍼온 글이다. 글쎄... 남자라면 모르겠지만 나는 이 영화가 공감보다는 낯섬이 크다. 큰 일을 앞두고 갱들이 한다는 말이 고작 음담패설이라든지, 사소한 일로 흥분하고, 지기 싫어하고... 이런 남자들의 특징이 잘 드러난 영화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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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천사의 시 SE - [초특가판]
빔 벤더스 감독, 브루노 간즈 외 출연 / 기타 (DVD)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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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아이였을 때 팔을 휘저으며 다녔다
시냇물은 하천이 되고 하천은 강이 되고
강도 바다가 된다고 생각했다
아이였을 때 자신이 아이라는 걸 모르고
완벽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세상에 대한 주관도, 습관도 없었다
책상다리를 하기도 하고 뛰어다니기도 하고,
사진 찍을 때도 억지 표정을 짓지 않았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질문의 연속이었다
왜 나는 나이고 네가 아닐까?
왜 난 여기에 있고
저기에는 없을까?
시간은 언제 시작되었고
우주의 끝은 어디일까?
태양 아래 살고 있는 것이 내가 보고 듣는 모든 것이
모였다 흩어지는 구름조각은 아닐까?
악마는 존재하는지, 악마인 사람이 정말 있는 것인지,
내가 내가 되기 전에는 대체 무엇이었을까?
지금의 나는 어떻게 나일까?
과거엔 존재하지 않았고 미래에도 존재하지 않는
다만 나일뿐인데 그것이 나일 수 있을까

아이가 아이였을 때
시금치와 콩, 양배추를 억지로 삼켰다
그리고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게 모든 것을 잘 먹는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낯선 침대에서 잠을 깼다
그리고 지금은 항상 그렇다
옛날에는 인간이 아름답게 보였지만
지금은 그렇지가 않다
옛날에는 천국이 확실하게 보였지만
지금은 상상만 한다
허무 따위는 생각 안 했지만
지금은 허무에 눌려 있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딸기만 손에 꼭 쥐었다
지금도 그렇다
덜 익은 호두를 먹으면
떨떠름했는데 지금도 그렇다
산에 오를 땐 더 높은 산을 동경했고
도시에 갈 때는 더 큰 도시를 동경했는데 지금도 역시 그렇다
버찌를 따러 높은 나무에 오르면 기분이 좋았는데 지금도 그렇다
어릴 땐 낯을 가렸는데 지금도 그렇다
항상 첫눈을 기다렸는데 지금도 그렇다

아이가 아이였을 때 막대기를 창 삼아서 나무에 던지곤 했는데
창은 아직도 꽂혀 있다


난 이 세상에 뛰어들겠어. '기회 속으로 파고들어라' 라는 뜻을 알겠어
지금 아니면 할 수 없고 흐름 속으로 들어와야만 여울물도 있는 거야
시간의 강, 죽음의 강으로 뛰어들겠어
천사의 누각에서 내려오게 되겠지
위에서 보지 않고 눈높이에서 볼거야
우선 목욕을 해야지
그리고 면도할 거야. 터키인 가게에 가서 손끝까지 마사지도 하고
그리고 신문을 사서 1면부터 운세까지 봐야지
첫날엔 대우만 받을 거야
그 어느 누가 부탁을 해도 나는 거절할 테야
누가 내 다리를 걸면 사과하라고 할 거야
술집에 가면 주인이 자리를 정해 주고
시장이 리무진을 보내면서 나를 초대할 거야
그 누구도 나를 타인이라 생각지 않을걸
난 말없이 듣기만 할 거야
그게 첫날에 내가 할 일이지

하지만 그건 공상일 뿐이야

과연 공상일 뿐일까.

원제는 베를린의 하늘이라는 이 영화는 한글 제목이 훨씬 더 의미 있고 멋있다. 세상 모든 것들을 느낄 수 있던 아이 때에는 천사를 볼 수 있지만 어른들은 그럴 수 없다. 단지 천사가 어깨에 손을 올리면 간지러운 느낌이 드는지 어깨를 만질 뿐이다. 은연중에 손으로 건드리는 부위에는 천사의 손길이 닿았던 것일까.

그 전에만 하더라도 천사들은 구원해주는 존재라고 생각했는데 이 영화를 보니 위로해주는 존재이다. 천사들은 보통 근심 중에 있거나 극단적인 경우 자살 직전인 사람들 곁에서 그들을 위로한다. 그들이 하는 것은 정말 위로에 그칠 뿐이다. 많은 사람들은 천사의 위로를 통해 다시 한 번 삶에 대한 희망을 가져보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대로 아래로 추락하다. 결국 추락해버린 한 남자. 그리고 천사의 절규 “Nein!(안 돼!)”, 그리고 차마 확인하지 못하고 자리를 떠버리는 천사의 모습. 이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내내 흑백으로 진행되다가 서서히 컬러 화면으로 바뀌는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아름답다.

베를린이라는 도시에 가보지는 못했지만, 이 영화는 특히 베를린이라는 도시의 특색을 잘 살린 것 같다. 영화가 나온 시기에는 막 통일이 되었거나, 아직 되지 않았을 무렵이다. 흑백의 화면, 그리고 삶의 무게에 짓눌린 사람들을 표현하기에 시끌벅적하고 즐거운 도시는 어울리지 않을 것이다.

한 가지 인상 깊은 것은, 사람들의 독백을 끝없이 들으면서 그 누구보다 인간의 고뇌에 대해 잘 알고 있을 천사들이 어떻게 감히 인간이 되겠다고 결심할 수 있는 지였다. 자신들 또한 힘든 길을 가야 할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모든 고통이란 자신이 직접 겪어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것이 아닐까. 아무리 많이 알더라도 말이다. 그래서 마지막에 “나는 이제 안다, 그 어떤 천사도 모르는 것을”이라는 독백이 의미심장한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아는’ 것이 과연 즐겁고 행복하기만 한 것일까. 아니,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살아가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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