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 인 러브 (1disc) - 할인행사
존 매든 감독, 제프리 러시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00년 1월
평점 :
품절


중학교 때 이 영화를 보고 완전히 반해버렸던 기억이 난다. 

한참 감수성 예민하고 나름(!) 문학소녀였던 그 때, 중세 영국을 배경으로 한 셰익스피어의 사랑 이야기는 나를 감동시키기엔 충분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제치고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해서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보지 못해서 장담할 수는 없지만 이 영화만 놓고 보면 결코 작품상을 수상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 오히려 잔잔한 감동이나 아기자기한 재미는 훨씬 더 뛰어나다고 평가받았다. 당시 어린 나의 시각에서도 영화의 이야기는 기가 막히게 참신했던 걸로 기억한다. 

제목처럼 이 영화는 영국의 시인이자 극작가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사랑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누구나 알고 있는 역사적 실제 인물이지만 영화의 이야기는 100% 허구이다. 하지만 셰익스피어를 포함하여 영화에 등장하는 몇몇 인물들은 실제로 존재했었던 인물들이다. 또한 영화의 이야기와 대사들을 실제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몇몇 작품들 속의 이야기와 대사들을 인용하여 이들과 절묘하게 연결시켜 관객들로 하여금 '셰익스피어 인 러브'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아닐까 하는 착각을 일으키게끔 하고 있다. 특히 셰익스피어와 바이올라의 사랑이야기를 셰익스피어의 비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와 영리하게 중첩시켜 마치 셰익스피어가 자신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로미오와 줄리엣'을 쓴 것처럼 이야기가 설정되어 있다.  

셰익스피어가 무도장에서 바이올라에게 첫눈에 반한 경험과 발코니에서 바이올라와 사랑의 대화를 나눈 경험은 그대로 '로미오와 줄리엣'에 담겼으며, 로즈 극장과 커튼 극장 사이의 세력 다툼은 몬터규가와 캐퓰렛가의 집안 싸움으로, 신분의 차이로 이루지 못한 사랑은 집안 싸움으로 이루지 못한 로미오와 줄리엣의 죽음을 초월한 사랑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영화의 이야기와 셰익스피어의 실제 작품들과의 중첩을 통해 허구와 실화의 구분이 안되게끔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영화 속 이야기의 실제 상황과 영화 속 무대 위의 '로미오와 줄리엣' 연극에서의 상황을 중첩시켜 영화 속의 실제 상황과 연극상에서의 상황 구분이 안되게끔 만드는데 묘미가 있다. 그 대표적인 장면들로 셰익스피어와 바이올라가 사랑을 나누면서하는 대사와 리허설에서의 연극 대사가 교묘하게 중첩된 장면이나 '로미오와 줄리엣'의 몬터규가와 캐퓰렛가의 결투 리허설 도중에 로즈 극장 사람들과 커튼 극장 사람들 사이에 벌어지는 결투 장면, 그리고 영화 후반부에서 셰익스피어와 바이올라가 각각 로미오와 줄리엣 역을 맡고서 실제 상황과 연극에서의 상황 구분이 안되는 사랑을 보여주는 연극 공연 장면 등을 들 수 있다. 

등장 인물 몇몇은 실제로 존재했엇던 인물들인데, 벤 애플렉이 연기한 네드 알레인은 당시에도 인기있는 연극 배우였으며, 로즈 극장의 주인인 필립 헨슬로우도 실제로 로즈 극장을 세우고 운영한 사업가였다. 커튼 극장의 주인이자 연극 배우인 리차드 버베이지 역시 실존 인물이다. 셰익스피어의 경쟁 상대로 나오는 극작가 크리스토퍼 말로우는 당시에도 셰익스피어에 버금 가는 시인이자 극작가였으며, 영화에서처럼 29세의 젊은 나이에 술집에서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영화에서 쥐를 가지고 다니는, 조금은 섬뜩한 아이로 나오는 존 웹스터는 비극 '백마'와 '몰피 공작부인'으로 유명한 극작가이다. 이 두 작품 또한 다소 섬뜩하고 엽기적이라고 한다. 

바이올라를 연기한 기네스 펠트로와 엘리자베스 여왕을 연기한 주디 덴치는 각각 아카데미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을 수상한다. 이 영화에서 기네스 펠트로는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우아하면서도 청순하고, 귀족적이면서도 장난스러운 미소년의 모습 등 다양한 매력을 보인다. 당연히 영국 배우일 줄 알았는데 미국인이라는 사실에 속은 느낌이 들 정도이다. 주디 덴치는 몇 장면 나오지는 않지만 카리스마 있으면서도 노회한 여왕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 그 당시에도 셰익스피어를 연기한 배우는 이름조차 기억하지 않았는데 다시 보아도 여전히 매력이 없다. 하지만 눈빛만큼은 멋지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 영화를 보고 나면 기억에 남는 것은 기네스 펠트로의 청순한 모습뿐이다. 그리고 그것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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