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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의 비극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38
엘러리 퀸 지음, 이가형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시작은 너무 연극적이다.
엘러리 퀸도 그런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버너비 로스는 대놓고 더하다.
이렇게 연극적으로 멋을 부리고 싶어서 일부러 별도의 부캐 작가를 만든 다음, 그 작가가 쓰는 소설의 탐정을 은퇴한 연극배우로 설정한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이다.
좋아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내 스타일은 아니다.
크림과 치즈와 과일로 한껏 치장해 놓은 케이크를 먹는 느낌이다. 맛은 있는데, 계속 먹다보면 어느 순간 한계에 부딪치는 느낌. 다시 맛있게 먹을 수 있으려면 시간이 조금 흘러야 한다.
때로는 과감히 생략할 부분은 생략해서 독자로 하여금 상상하는 재미도 주어야 하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전부 다 작가가 설명해놓으려고 하니 소화가 안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물론 이것은 나의 문제일 수도 있다. 어쨌든 내 취향은 아니다.
굳이 고르라면 나는 건조한 쪽이 좋다. 하드보일드 쪽을 더 좋아한다. 이건 그냥 취향의 문제이겠지.
드루리 레인이 등장하는 부분까지 읽은 나의 감상은 이랬다.
참 신기하게도, 앞에만 그러고 읽으면 읽을 수록 속도감이 붙고 담백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상대적으로 담백하다는 거다.
주인공이 변장을 하고 활약하는 설정은 홈즈에서도 루팡에서도 나온다. 아예 여기에서는 연극 배우라고 설정을 했고, 자신의 정체를 감추고 가상의 인물을 만들어내는 정도가 아니라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람으로 변장하여 그 사람의 직장 동료까지 속이는 장면도 있는데...
이 설정은 좀 너무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뭐랄까 미스터리 활극 같은 그런 느낌이다.
순서상으로는 y의 비극보다 이 책이 앞서지만, 동서미스터리북스 순서로는y의 비극이 앞에 있어서 그 책을 먼저 읽었는데, 그 책도 제1막 제1장... 이런 식으로 목차를 구분해 놓았다.
마지막에는 무대 뒤에서 라는 부분도 있었고.
그러고보니 이 소설 다음의 y의 비극은 그저 처음부터 감탄, 감탄, 감탄의 연발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렇게 정상의 작가라도 소설을 쓰면 쓸수록 진화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튼 y의 비극은 말할 것도 없이 최고이고, 이 소설도 y까지는 아니어도 훌륭하고. z 가 궁금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