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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나라에서 돌아온 스파이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41
존 르 카레 지음, 임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내가 르카레라는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영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때문이었다. 그야말로 초호화캐스팅이었던 그 영화는 일단 주연 배우들의 연기만으로도 본전을 뽑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러니까 내용을 떠나서(내용이 별로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눈빛과 말투만 따라가도 영화의 특유의 분위기에 젖어드는 느낌이 좋았는데, 그 떄문에 영화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다 이 책이 르카레라는 소설가의 소설을 바탕으로 하며, 그 소설가는 이 영화의 원작이 되는 소설 말고도 수많은 스파이 소설을 썼고, 실제 그 유명한 MI6에서 일을 했다는 정보도 접하게 되었다. 그 때문에 필명을 썼고, 지금도 그가 한 일들은 기밀에 붙여져 있다는 사실도 함께.
이 소설도 영상화된 적이 있는 것 같다. 참고로 이 소설이 대박을 치면서 작가는 사표를 썼고, 그 전까지는 영국 정부를 위해서 일을 하며 작가 일을 병행했으나 이 소설 이후로는 전업 작가의 길로 접어든다고 한다. 자녀가 3명이라 부양할 가족 때문에 그랬다는 이야기가 있다. 아마 혼자였으며 진작에 사표를 썼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국가 기밀을 다루는 정보원이라기보다는 짠내나는 직장인의 느낌이 나는데, 실제로 그의 소설 속 스파이들도 그런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소설도 등장인물들도 기름기 없이 건조하다.
당연히 반전이 있는데, 사실 이 소설의 반전을 어느 정도 지점에서 눈치를 챘던 것 같다. 정확히 어느 지점인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꽤 빨리. 왜냐하면 초반에 죽은 사람에 대한 대화 부분을 기억한다면, 이 똑같은 실수를 주인공이 생각보다 빨리 저지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책의 어느 한 부분도 작가가 허투루 쓰지는 않았을테니, 그렇다면 앞의 그 부분은 결말을 암시하는 복선인가? 하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다. 물론 어떤 경로로 거기까지 가는지가 이 소설의 매력이기는 한데, 그 부분은 개인적인 호불호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은 소설의 특징에서 기인했을 수도 있고, 여러 블로거들이 지적한 대로 이 책의 번역 문제일 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나의 현재 상태에서 기인했을 수도 있다. 아마도 지금이 아닌 다른 어느 시점에서 이 책을 읽는다면 갑자기 흥미롭게 달려들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내 평가는 딱 여기까지이다. 뭐랄까, 소설 속 인물들이 적어도 지금의 나에게는 그렇게 매력적이지는 않다, 이 인물들의 앞으로의 이야기가 미치도록 궁금하다, 이런 느낌이 들지 않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