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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크 하우스 - [할인행사]
알레한드로 아그레스티 감독, 산드라 블록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원작 시월애를 워낙 좋아한지라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했다는 작품을 꼭 보고 싶었다.
할리우드 리메이크 1호 한국 영화라는 궁금증도 있지만,
그보다 키아누 리브스, 산드라 블록 둘 다 너무나 좋아하는 배우이고,
각각의 작품도 좋아하지만, 특히나 두 명 다 젊었을 때 출연했던 스피드의 감동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서, 스피드 이후 10여년 만에 두 배우가 함께 출연했다는 것도
호기심을 자극했다.
할리우드로 넘어가면서 원작의 기본 틀은 그대로 가져갔고,
강아지의 발자국, 주고받는 편지들, 역에서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주는 일,
그리고 처음 편지를 주고받던 시점으로부터 2년 후 일어난, 바로 그 사건이 어떻게 바뀌는지까지,
아주 오래 전에 본 시월애를 떠올리게 하는 요소가 많아서 반가웠다.
하지만 상당부분 바뀐 경우도 있었다.
여자 주인공의 직업이 성우에서 의사로 바뀌었고,
지나간 남자친구에 대한 여자친구의 반응, 그리고 여주인공의 캐릭터,
무엇보다 원작보다 더 많아진 두 남녀의 교감 등은 아마도 미국식 로맨스로 바뀌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워낙에 원작이 사랑을 받았고,
아무래도 풋풋했던 이정재, 전지현에 비해,
전성기를 훨씬 지난 키아누 리브스와 산드라 블록의 모습으로 실망한 영화광들도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리메이크 작이 훨씬 더 좋았다.
비록 원작에서의 몽환적인 느낌, 그리고 순수하고 신비스럽고 아련한 느낌은 줄어들었지만,
미국으로 건너온 스토리는 보다 현실적인 삶을 반영하는 느낌이 들어서,
오히려 이런 판타지가 마치 꼭 있을 것 같은, 또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느낌이 더 강했다.
너무나 뽀송뽀송했던 우리나라 배우들에 비해,
할리우드의 두 배우는 연륜이 풍겨나왔고, 그로 인해 화면에서 느껴지는 시각적 아름다움은
떨어졌을 지언정, 둘의 사랑은 오히려 각자의 인생에서 힘든 순간을 이겨내고 드디어 만난
어른의 사랑처럼 느껴져서 더 좋았다.
또 지나간 남자친구에 연연하는 여자 주인공이 그 당시 어린 마음에도 답답했는데
케이트는 그보다 좀 더 주체적이고, 또 자신의 일에 대해 뚜렷한 주관과 애정이 있어서
더 공감이 갔다.
과거에 진한 교감을 나누었던 에피소드 때문에 오히려 둘의 사랑이 더 진실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우리나라에서 개봉했을 때는 반응이 썩 좋지 않았다고. 8월에 개봉했다는데 지금쯤 개봉했으면 훨씬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보니 가을이구나. 로맨스 영화가 어울리는 계절이다. 어쩌면 이런 계절에 이 영화를 보는 것도 이 계절을 만끽하는 방법인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