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소셜 네트워크 (2disc) - 아웃케이스 없음
데이빗 핀처 감독, 앤드류 가필드 외 출연 / 소니픽쳐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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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뭐 저런 놈이 있나 생각했는데, 보면 볼수록 마크 주커버그의 인간미(?)가 느껴지는 영화다. 특히 도입부에 여자친구와의 대화는 짜증이 날 정도였는데, 오히려 뒤에 가면 마음에 없는 가식적인 말은 하지 못하고, 술수를 쓰지 못하고, 한 번 몰입하면 주변을 다 잊어버릴 정도의 성격이 잘 드러난다고 생각된다. 세계 최고의 천재들만 모인 곳, 모두가 자기 자신의 이익만을 신경쓰는 곳에서 자칫하면 상처만 받고 낙오될 수도 있는 곳에서 마크 주커버그가 묵묵히 자기 길을 밀고 나가는 장면을 보면 처음에 얄미웠던 생각은 없어지고 그를 응원해주고 싶어진다. 실제로 영화 개봉 전에 굉장히 불쾌해했다던 마크 주커버그는 영화 개봉 후 여자친구와의 일화만 빼놓으면 사실에 근접하다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 영화는 그저 그런 성공담이 아니다. 역시 데이빗 핀처 감독은 대단하다. 아마도 뭔가 부족한 느낌이 드는 것은 감독의 역량의 문제도 아니고 배우들의 연기 문제도 아니다. 태생적으로 이 스토리가 가지고 있는 한계일 뿐이다. 사실 이 사건 자체가 크게 극적인 소재는 아니다. 뷰티풀 마인드처럼 천재적인 능력의 주인공이 정신병에 걸린 것도 아니고, 행복을 찾아서처럼 노숙자로 전락한 싱글대디가 굴지의 투자사를 설립할 정도로 고난과 역경을 딛고 일어난 경우도 아니기 때문이다. 머리 좋은 하버드생이, 뛰어난 능력을 지닌 사람들과 함께 타고난 센스로 20대에 세계적 갑부가 되었다는 이 이야기에는 타고난 핸디캡을 극복했거나,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의 스토리도 없다. 아직 30대 초반인 주인공의 인생을 평가하기에는 사실 내용이 빈약할 수 밖에 없다. 오히려 이만한 이야기를 최고의 감독과 훌륭한 배우들이 살려냈다고 봐야 옳을 것이다.

 

제시 아이젠버그,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정말 탁월한 감독의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 젊은 배우들이 뛰어난 연기를 해냈고, 그 열정은 부가 영상의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그것 또한 감독이 이끌어낸 거라고 물론 생각은 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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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 마인드 (1disc) - 리마스터 버전
론 하워드 감독, 에드 해리스 (Ed Harris)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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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의 일치였을까, 얼마 전에 포털사이트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제니퍼 코넬리'의 모습이 메인에 등장했다. 당시 10대 소녀로 주인공의 첫사랑으로 등장했던 제니퍼 코넬리의 모습은 브룩 쉴즈를 닮은 것 같기도 했고, 올리비아 핫세의 느낌도 나왔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라는 칭송도 한 때 들었다고. 그 영화를 보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영화 개봉 후 단박에 스타덤에 오르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러고 보니 올 해 초에 개봉한 영화 '노아'에서도, 그보다 훨씬 더 이전의 영화인 '그는 당신에게 반하지 않았다'에서도 제니퍼 코넬리는 출연했었다. 그 영화들을 보았는데도 제니퍼 코넬리의 이름은 특별히 기억에 나지 않았다. 절정으로 아름다웠던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더 빨리 시들어버리는 것일까. 오히려 전형적인 미인에서 벗어나 있던 여배우들은 시간이 갈수록 더 고혹적이 되거나 원숙해져서 그 아름다움이 풋풋했던 시절보다 더 발하는 것 같은데, 젊은 시절 정석으로 아름다웠던 여배우들은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밋밋해지고 평범해진다는 생각이 드는 게 절대 편견이나 선입관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는 제니퍼 코넬리 개인에게 아주 의미 있는 영화라고 생각된다. 러셀 크로우야 이 영화 이전의 LA 컨피덴셜, 인사이더, 글래디에이터, 프루프 오브 라이프, 그리고 이 영화 이후의 신데렐라맨, 어느 멋진 순간, 로빈후드, 레미제라블, 그리고 노아에 이르기까지 영화 자체의 흥행뿐 아니라, 한번 영화를 보면 관객의 머리에서 그 모습을 지울 수 없을 정도로 출연하는 그 어떤 배우보다 강하게 기억에 남는 배우이지만, 제니퍼 코넬리는 뛰어난 미모는 물론이고, 예일과 스탠포드의 졸업장을 받은, 아마도 할리우드에서 흔치 않을 지성을 보유한 배우일텐데, 인상깊은 작품은 한 손에 꼽을 정도이니 말이다. 이 영화는 제니퍼 코넬리라는 한 여성의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때인 20대 후반에 촬영되었고, 영화의 성공은 물론, 호평과 함께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의 상까지 획득했다. 이 영화에서의 제니퍼 코넬리는, 정신분열병인 남편을 끌어안고, 한동안 수입이 없는 남편을 위해 일을 해야 했으며, 육아까지 혼자 전담해야 하는 역할이다. 심신이 바닥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꿋꿋이 버텨내며, 끝까지 남편 곁을 지킨다. 러셀 크로우는 굉장히 기가 센 배우라서 웬만하면 상대역이 압도당하기 마련인데, 남편이 전적으로 아내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이 이야기에서만큼은, 제니퍼 코넬리의 외유내강의 캐릭터가 상대를 끌어안으며 정점을 찍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부분이 가장 영화에서 빛나는 부분이며, 또 '뷰티풀 마인드'라는 영화의 제목(이며 동시에 이 영화의 원작의 제목)에 가장 부합한다.

 

눈물 흘리는 모습이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여러 번 들었고, 남편을 떠나고 싶은 마음, 그로 인한 죄책감, 그리고 애써 걱정이나 슬픔을 누르는 모습은 보석같이 느껴져서, 참 재능있는 여배우가 생각보다 활발하게 활동을 못 한 것 같아 아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그래서 더 그 장면들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아카데미가 좋아하는 요소는 정신병, 사랑, 성공, 휴머니즘이라고 한다. 이 모든 것들이 이 영화에는 맞춘 것처럼 들어있다. 실제 존 내쉬는 영화에서보다 사생활에서 더 비판받을 부분이 많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그것 때문에 평생을 환각에 시달렸고 정신병원을 몇차례나 드나들었던 존 내쉬의 불행에 공감과 안타까움이 몇 그램 덜해진다 하더라도, 노벨상을 수상한 그 순간까지 옆을 든든하게 지킨 아내의 헌신의 무게는 절대 줄어들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이 실화라는 것이 정말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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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티파니에서 아침을
블레이크 에드워즈 감독, 오드리 헵번 외 출연 / 파라마운트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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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래는 마릴린 먼로가 1순위였다고. 원작자도 처음에는 먼로를 염두에 두었다고 한다. 의외로 오드리 헵번이 한다고 해서 관계자들이 놀랐다고, 마릴린 먼로가 했어도 굉장히 잘 어울렸을 것 같지만 아마 완전히 다른 영화가 되었을 것 같다.

 

2. 이 영화는 오드리 헵번의 대표작이 되었다. 티파니 유리창을 들여다보며 크루아상과 커피를 먹고 있는, 검정 드레스에 진주 목걸이를 한, 오드리 헵번의 모습과, 동일한 복장을 하고 긴 담뱃대를 손에 들고 정면을 보며 웃고 있는 사진은 이제 오드리 헵번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되었다.

 

3. 개인적으로 오드리 헵번의 이미지에 가장 맞는 영화는 로마의 휴일이 아니었나 싶다. 유럽의 공주, 우아하고 고상한, 또 보호해주고 싶을 정도로 아이같이 순수하면서도 귀엽고 발랄하고 청순한 느낌이 딱 맞아 떨어졌다는 생각이다. 이 영화에서 콜걸치고는 오드리 헵번은 지나치게 우아하고 고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보는 내내 마릴린 먼로가 했더라면 먼로 특유의 백치미와 잘 어울렸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지만, 만약 그랬다면 이 영화는 길이길이 남지는 못하지 않았을까. 창녀이면서도 함부로 대하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묘한 분위기 때문에 이 영화가 자꾸 잔상에 남는 것 같다.

 

4. 대사 중 남자가 여자에게 선물하는 귀걸이는 그 남자가 여자를 어떻게 보고 있느냐는 뜻이라는 대사가 와닿았다. 진주 귀걸이가 어울릴 것 같다며 선물한 남자가, 여자를 떠올리며 어떤 생각을 했을지 상상하니 흐뭇하다.

 

5. "Moon river"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또 남는 명장면 하나! 영화를 안 봐도 알고 있는, 창문에서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하는 오드리 헵번의 모습. 개인적으로 유럽 여행 갔을 때 네덜란드 풍차마을의 기념품 가게에서 이 노래를 연주하던 오르골이 생각이 났다. 음악은 가장 강력한 기억의 매개체이다.

 

6. 그러고 보면 이 영화는, 영화 자체로 훌륭하다기 보다는 음악, 패션으로 오래오래 생명력을 유지한다는 생각이 든다. 오드리 헵번이 창가에 걸터 앉아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그 유명한 장면은 영화사 사장은 삭제하자고 했으나 헵번의 고집으로 살아남은 장면이며, 영화 속 헵번의 의상 또한 당시의 글래머러스한 미인의 기준에서 벗어나 있던 헵번이 자신의 매력을 가장 잘 살려낼 수 있는 디자이너 지방시를 선택하고, 끊임없이 그와 교류하며, 스스로도 엄청나게 연구한 결과로 현대까지 사랑받는 스타일이 되었다. 그러고 보면 이 영화는 정말 오드리 헵번이 온전히 좌우한 영화라 할 수 있겠다. 극적인 사건이 있거나 눈을 떼지 못할 배경이 펼쳐진다거나 기가 막힌 대사가 나온다거나 하지 않는다. 늘 등장하는 장면도 극히 단조롭고, 나오는 사람도 제한되어 있다. 수없이 많은 영화와 수많은 스타들이 명멸하는 할리우드에서 왜 그녀가 당대의 스타에 머물지 않고 시대를 초월하는 아이콘이 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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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크 하우스 - [할인행사]
알레한드로 아그레스티 감독, 산드라 블록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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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시월애를 워낙 좋아한지라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했다는 작품을 꼭 보고 싶었다.

할리우드 리메이크 1호 한국 영화라는 궁금증도 있지만,

그보다 키아누 리브스, 산드라 블록 둘 다 너무나 좋아하는 배우이고,

각각의 작품도 좋아하지만, 특히나 두 명 다 젊었을 때 출연했던 스피드의 감동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서, 스피드 이후 10여년 만에 두 배우가 함께 출연했다는 것도

호기심을 자극했다.

 

할리우드로 넘어가면서 원작의 기본 틀은 그대로 가져갔고,

강아지의 발자국, 주고받는 편지들, 역에서 잃어버린 물건을 찾아주는 일,

그리고 처음 편지를 주고받던 시점으로부터 2년 후 일어난, 바로 그 사건이 어떻게 바뀌는지까지,

아주 오래 전에 본 시월애를 떠올리게 하는 요소가 많아서 반가웠다.

 

하지만 상당부분 바뀐 경우도 있었다.

여자 주인공의 직업이 성우에서 의사로 바뀌었고,

지나간 남자친구에 대한 여자친구의 반응, 그리고 여주인공의 캐릭터,

무엇보다 원작보다 더 많아진 두 남녀의 교감 등은 아마도 미국식 로맨스로 바뀌는 과정이었을 것이다.

 

워낙에 원작이 사랑을 받았고,

아무래도 풋풋했던 이정재, 전지현에 비해,

전성기를 훨씬 지난 키아누 리브스와 산드라 블록의 모습으로 실망한 영화광들도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리메이크 작이 훨씬 더 좋았다.

비록 원작에서의 몽환적인 느낌, 그리고 순수하고 신비스럽고 아련한 느낌은 줄어들었지만,

미국으로 건너온 스토리는 보다 현실적인 삶을 반영하는 느낌이 들어서,

오히려 이런 판타지가 마치 꼭 있을 것 같은, 또 있었으면, 하고 바라는 느낌이 더 강했다.

 

너무나 뽀송뽀송했던 우리나라 배우들에 비해,

할리우드의 두 배우는 연륜이 풍겨나왔고, 그로 인해 화면에서 느껴지는 시각적 아름다움은

떨어졌을 지언정, 둘의 사랑은 오히려 각자의 인생에서 힘든 순간을 이겨내고 드디어 만난

어른의 사랑처럼 느껴져서 더 좋았다.

 

또 지나간 남자친구에 연연하는 여자 주인공이 그 당시 어린 마음에도 답답했는데

케이트는 그보다 좀 더 주체적이고, 또 자신의 일에 대해 뚜렷한 주관과 애정이 있어서

더 공감이 갔다.

 

과거에 진한 교감을 나누었던 에피소드 때문에 오히려 둘의 사랑이 더 진실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우리나라에서 개봉했을 때는 반응이 썩 좋지 않았다고. 8월에 개봉했다는데 지금쯤 개봉했으면 훨씬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고보니 가을이구나. 로맨스 영화가 어울리는 계절이다. 어쩌면 이런 계절에 이 영화를 보는 것도 이 계절을 만끽하는 방법인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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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리틀 선샤인 - 할인행사
조나단 데이턴 외 감독, 토니 콜레트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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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드비코의 만화영화라는 웹툰에서 보고 호기심이 생겼다. 가족이 주는 무게, 지긋지긋해도 대체할 수 없는 그 존재란 한국이나 미국이나 다를 게 없는 것 같다.

아비게일의 연기가 귀여웠고, 보는 내내 결말은 어떻게 될까 궁금해하면서 봤는데 약간 허를 찔린 느낌?
더도 덜도 아닌 딱 좋은 그런영화였다.

석가모니의 일화가 생각난다. 자식을 잃고 살려달라는 어머니에게,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죽음을 겪지 않은 집을 찾아 공양을 받아오면 살려주겠다고 말했다는 일화. 결국 죽음을 겪지 않은 가족을 찾지 못한 어머니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고. 이 영화와 딱 들어맞는 일화는 아니지만, 결국 세상 모든 가족은 나름대로의 슬픔과 괴로움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문제가 없는 가족은 없다. 문제의 모양은 전부 다를지라도, 무게는 전부 같다고 생각한다. 모양은 비교할 수 있어도, 어떤 게 더 가볍고 무거운지는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죽음, 이혼, 파산, 자살 시도, 신체적 결함... 한 가족에서 하나만 있어도 고달파지는 문제들을 이 가족은 구성원 한 명도 빼놓지 않고 참 골고루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가족이니까. 세상 모두가 승자를 원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나를 볼 때, 가족만은 어떤 때라도 나의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되어줄 테니까.

 

한 때는 훌훌 털어버리고 마음 가벼워지고 싶을 때도 많고, 최근 들어 그 빈도가 점점 많아지는 느낌이지만, 영화를 보고 다소 마음 가벼워지는 위안을 얻었다. 마지막 장면, 사회가 인정하는 엔딩은 아닐지라도 그 가족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완벽한 엔딩. 저게 가족만이 줄 수 있는 것이고, 또 요즘 같은 사회에 여전히 가족이 유효한 이유일 것이라고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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