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지음, 조석현 옮김 / 알마 / 201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의학계의 계관시인.

영국 태생으로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 태생으로 영국에 거주했던 빌 브라이슨이 묘하게 겹치는 지점이다.

 

유럽의 마인드를 가지고 미국에 정착했고, 그가 죽고나서야 밝혀졌지만 동성애자였으며, 살아있을 때 밝혔던 것처럼 그는 강박적인 부분도 있었다. 여러 모로 입체적이며 흥미있는 사람이다. 부모가 모두 의사이지만 그는 당대 의학계와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환자에 접근했다는 점도 재미있다. 어쩌면 제대로 주류의 삶을 살 수도 있었던 사람이 평생 마이너를 지향하며 산 것이 아닌가 하고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그 마이너란 그가 선택한 것이며, 메인스트림 내에 있는 마이너라는 점을 고려해야 하겠지만.

 

나는 인간이 어떤 부분을 상실하거나 손상당한 상태에서 그것을 이겨내고 새롭게 적응해가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이 책은 제 1부 상실, 2부 과잉, 3부 이행, 4부 단순함의 세계로 구성되어 있다. 뇌의 어떤 능력이 상실되거나, 과잉되거나, 이행되거나 단순해지는 사례를 이야기하고 있다.

 

저자가 스스로 밝혔듯 저자는 의사와 자연학자의 양면성을 가지고 있고, 질병과 사람 양쪽에 관심을 가지고 있고, 이론가이자 극작가며, 과학적인 것과 낭만적인 것 모두에 푹 빠져 있다고 했다. 또한 이 책은 연구서이며 이야기 혹은 임상 보고서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어쩌면 우리 인간도 몇 마디 말로 정의되기 힘든 존재이며, 다양한 면으로 복합적으로 설명 가능하며, 그것은 의사 앞에 선 환자도 똑같다. 히포크라테스 이후 환자를 인간 자체로서 중시하던 관습은 객관적인 과학의 성장과 함께 쇠퇴하였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전통의로의 회귀라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사례 하나하나를 읽다 보면 이런 책을 쓰기 위해서는 글솜씨 이전에 환자에 대한 애정과, 자신의 일에 대한 즐거움을 평생 놓지 않은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과정을 몇 십 년 해 왔다니. 이제 고작 사회 생활 시작한 지 몇 년 되지도 않으면서 매너리즘에 빠져 버린 내가 부끄러워 견디기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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