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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 그 숨은 숨결 - 마종기 산문집
마종기 지음 / &(앤드) / 2021년 4월
평점 :
혹시 마종기 시인 알아. 나도 잘 안다고 말하기는 어려워. 언젠가 산 시집은 여전히 만나지 않고 그 뒤에 나온 시집과 루시드폴과 나눈 편지글만 만났어. 루시드폴과 나눈 전자편지를 보고 예전에 산 시집 보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못 봤어. 그때도 말했을 텐데 마종기 시인 아버지는 동화작가인 마해송이야. 잠깐 내가 동화를 본 적 있어서 이름은 알았어. 마해송 작가는 국어시간에 들었던가. 나도 잘 모르겠어. 어린이날을 만든 방정환 선생도 떠오르는군. 그리고 이원수 선생. 어쩐지 옛날 작가는 선생이라 해야 할 것 같군. 선생님이라는 말이 더 익숙하지만. 요새는 누구한테나 선생이라 하던가. 지금은 동화를 잘 안 보는군. 그래도 내가 생각하는 건 여전히 어린이 같기도 해. 멋진 소설 같은 이야기는 떠올리지 못한다는 말이야.
예전에도 나왔는지 모르겠는데 마종기 시인 어머니도 대단한 분이었더군. 잘 모르지만 한국에서 처음으로 현대무용을 했대. 동화작가와 현대무용가 부모를 둔 마종기 시인은 어릴 때부터 음악이나 미술을 아주 가까이 했대. 부모님이 어릴 때부터 그런 걸 즐기라고 말씀 하셨대. 예술은 어릴 때부터 만나면 나이를 먹어서도 좋겠지. 난 지금도 모르고 어릴 때는 더 몰랐어. 그저 책이나 볼 뿐이야. 책으로만 봐도 괜찮다 여기기도 하는군. 마종기 시인은 그것보다는 실제 듣고 그림을 보는 게 훨씬 좋다고 했어. 그건 맞는 말인 것 같아. 오래전 사람은 거의 연주회에 가서 음악을 들었잖아. 그래도 녹음기술을 발명해서 누구나 편하게 음악을 듣게 됐지. 축음기는 에디슨이 발명했던가. 갑자기 이런 게 생각나다니. 에디슨은 과학자라기보다 발명가에 가깝다는 말을 어디선가 본 것 같기도 해. 예전에는 귀족이나 신분이 높은 사람만 음악을 들을 수 있었지만, 축음기 인쇄술이 나오고는 많은 사람이 음악이나 문학을 즐기게 됐지. 난 그런 건 좋다고 생각해.
여러 번 말했는데 난 친구 별로 없어. 사람을 잘 사귀지 못해. 이 책 《아름다움, 그 숨은 숨결》을 보니 마종기 시인은 오랫동안 미국에서 의사로 살았다 해도 친구가 많더라고. 한사람을 사귀면 그 사람이 다른 사람을 소개해주기도 했어. 난 그런 적 없어. 친구의 친구와 친해지는 일. 그런 일이 있기를 바라는 건지. 나도 모르겠어. 나만 그런 거 잘 못한 거겠지. 난 친구의 친구와 친해지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을 하는군. 지금도 그래. 그러니 안 되지. 앞에서 말한 루시드폴도 출판사 사람이 이어준 거더군. 지금도 서로 연락하고 지낼까. 마종기 시인이 한국에 왔을 때 제주도에 가서 루시드폴 만났을지. 별걸 다 알고 싶어하는군. 마종기 시인 친구에는 세상을 떠난 사람도 있더라고. 그 친구가 살았을 때 마종기 시인이 한국에 오면 여러 가지 마음 써줬던데, 친구가 먼저 세상을 떠나서 슬펐겠어. 그건 슬프다는 말로 나타낼 수 없으려나.
사람이 사람을 만나 서로 좋아하면
두 사람 사이에 물길이 튼다.
한쪽이 슬퍼지면 친구도 가슴 메이고
기뻐서 출렁거리면 그 물살은 밝게 빛나서
친구의 웃음소리가 강물 끝에서도 들린다.
처음 열린 물길은 짧고 어색해서
서로 물을 보내고 자주 섞여야겠지만
한세상 유장한 정성의 물길이 흔할 수야 없겠지.
넘치지도 마르지도 않는 수려한 강물이 흔할 수야 없지.
긴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못해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아무려면 큰 강이 아무 뜻도 없이 흐르고 있으랴.
세상에서 사람을 만나 오래 좋아하는 것이
죽고 사는 일처럼 쉽게 가벼울 수 있으랴.
큰 강 시작과 끝은 어차피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물길을 항상 맑게 고집하는 사람과 친하고 싶다.
내 혼이 잠잘 때 그대가 나를 지켜보아 주고
그대를 생각할 때면 언제나 싱싱한 강물이 보이는
시원하고 고운 사람을 친하고 싶다.
-<우화의 강1>, 110쪽~111쪽
이 시 어떤 책에서 봤는지 모르겠어. 예전에 보고 괜찮게 생각했는데. 여러 사람 시가 담긴 시집이었을지도. 여기에는 마종기 시인 시도 여러 편 실렸어. 내 기억에 있는 시를 만나서 반가웠어. 마종기 시인은 <즐거운 편지>라는 시를 쓴 황동규 시인하고 친구기도 하다니. 친한지 어떤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황동규 시인 아버지는 황순원이라지. 이거 알았을 때도 놀랐던 것 같아.
‘나보다 나을 것이 없고 내게 알맞은 친구가 없거든 차라리 혼자서 길을 가라.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어리석은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 헛된 욕심에 사로잡힌 사람과 친구가 되지 마라. 오히려 네가 힘들게 살게 된다.‘ (205쪽)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는 말만 알았는데, 이 책을 보고 앞에 말도 알게 됐어. 이 말은 친구와 상관있는 말이었군. 내가 《법구경》을 볼 일이 없으니 알기 어려운 말이기는 해. 세상에는 좋은 사람도 있고 안 좋은 사람도 있어. 사람을 다 알기는 어렵지. 마종기 시인은 안 좋은 사람을 만나고 힘들어하다가 ‘법구경’에 나오는 말을 보고 친구를 가려 사귀게 됐대. 친구가 있다 해도 다른 나라에서 익숙하지 않은 말로 일하는 건 쉽지 않겠지. 그럴 때 마종기 시인한테 시 쓰기와 음악과 그림이 힘이 되어주었대. 시인은 외로운 거다는 생각도 늘 한다더군. 마종기 시인이 의사면서도 시와 예술에 관심을 놓지 않은 건 다행이야. 그래서 지금도 시인이잖아. 미국은 의대에 다니는 사람도 문학이나 인문학을 배운다더군. 의사는 아픈 사람을 보는 거잖아. 의사는 병이 아닌 사람을 봐야지. 시나 문학은 의사 마음을 잡아주기도 할 것 같아.
예술은 누구한테나 도움이 될 거야. 돈도 안 되고 그런 거 없어도 사는 데 문제 없겠지만, 그래도 아주 모르는 것보다는 낫겠지. 난 그렇게 믿어.
희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