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가을날에

 

 

 

시월 병원생활 후 미루고 미루던 한약을 지으러 나게 되었다. 아직까지 기운을 못 차리고 있고

지난주말에 맞은 영양제의 효과도 없는것처럼 빙글빙글 하고 있으니 옆지기가 남들이 잘한다고

하는 한의원을 알아 보고는 가자고 하여 따라 가게 되었다. 나야 내가 다니던 동네 한의원도

좋기만 한데 낯선 그런곳이 좋다고 하니 뭐가 좋은지 그냥 따라가는 수준인데 한의원 간다는것

보다 가을날에 잠깐 콧바람 쐰다는 것이 좋아 차로 훌쩍 한바퀴 도는게 괜히 설레임.

 

울동네하고는 많이 떨어진 시장동네인데 그곳은 예전에는 명동과도 같은 곳이라 친구들과 엄청

다니던 곳인데 지금은 낯설고 너무도 많이 변했기도 했지만 왜 그리 딴세상 같은지.

겨우겨우 찾아서 들어 간 곳, 이것저것 검사를 하더니 아직은 이상이 없단다. 아직 기운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 수술후 상태가 괜찮게 호전되고 있으니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말씀.

수술후 빈혈주사에 뜻하지 않은 응급상황이 발생하여 수혈까지 받았으니 남의 피로 지금 한달은

건강하게 견디고 있다는 것,그러지 않아도 지난 주말에 내과에 갔을 때 약을 복용해야하는지

물었더니 수혈을 받으면 남의 피가 내 몸 안에서 한 달은 간다며 한 달 후에 검사하고 먹으란다.

한 달 후면 상태가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면서.그런데 이곳 한의원에서도 똑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보약도 한 달 후에 먹어야 한단다.아직은 수혈받은 피가 작용하고 있어서 상태를 더 두고 봐야

하다는 것이다. 별이상이 없다니 다행인데 오늘 간만의 외출이라 그런지 빙글빙글,허방다리를

짚고 있는 것처럼 왜 이리 어지럽고 기운이 없는지. 한의원에 들어 가는데 문을 밀고 들어가는 것도

힘든 내 몸,밖에 나갔던 여직원이 내 뒤를 따라오며 몹시 안좋은 것 같다며 말하는데 그래도

수혈 덕분에 건강상의 이상은 없다니 다행인데 이놈의 에너지는 언제쯤 활기차게 생겨나려는지.

 

이틀여동안 오른쪽 수술부위와 배가 너무 아파서 혹시나 충수염이 아닌가 혹여 또 걱정..

여기에 또 수술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몹시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 오늘은 통증이 가라앉았다.

어제 저녁에는 간만에 울엄니께 전화를 했더니 울노인네 와서 밥도 못해주고 병간호도 못해주어

미안하다니...에고 엄마 내가 엄마를 보살펴주어야지 엄마가 왜 다 큰 딸년 병수발을 든데요..

하고 되받아 말했지만 울엄니,수술했는데 가보지도 못하고 뭐 해주지도 못하고

김치나 담아 주겠다면서 김치를 담겠다고 하여 말리고 말리고...잘 먹어야 빨리 일어난다며

'한동안 움직이지 말고 니 몸이나 건사해라.애들이나 사위나 신경쓰지 말고 힘든것 사위보고

하라고 하고 그저 조금씩 자주 먹고 그래라.그래야 기운이 펄펄나지. 자꾸 아파서 걱정이네.'

울엄니 정말 걱정도 팔자다. 올해는 아버지 가신 후로 마늘이 제일 안되었다.물론 너무 가물어서

밑이 잘다. 밭에 마늘을 심어야 하니 그 마늘들 모두 쪼개느라 이틀동안 정신이 없다면서

겨우 저녁 드시고 한 숨 돌리고 계셨단다. 집에 가보지 못하고 전화도 못했으니 울엄니 얼마나

걱정을 하고 계셨을까. 젊은것이라 빨리 일어날 수 있고 괜찮다고 해도 '그저 조심해라.니 몸이

제일 중하니라..조심혀라..' 하시는 울엄니... 울엄니의 가을도 그렇게 깊어가고 있다.

옆지기는 내일 백양사로 단풍구경을 가는데 난 집근처에서도 단풍구경도 못하고 집콕...

그래도 이렇게라도 숨을 돌리고 들숨 날숨 제대로 쉴 수 있는게 어딘가.

내게 주어진 시간들은 덤인 인생,모든 것이 아름다울 수 밖에...

 

201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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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문 총장님처럼 되고 싶어요! - 세계를 빛낼 어린이에게 전하는 꿈과 겸손 리더십 이야기, 개정증보판 어린이 롤모델 시리즈 1
김경우 지음, 가랑비 그림 / 명진출판사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세계의 대통령'이라고 하는 유엔사무총장을 다시 연임하게 된 반가문 총장님,한번 하는것도 힘든데 다시 연임이니 모두가 총장님을 인정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이 책을 읽기 전에 어른들이 읽는 책을 읽어서일까 내용은 좀더 어린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게 간추려졌는가 하면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외교관'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되는지 '유엔'이 어떤 곳인지 그리고 '사무총장'이 하는 일들과 함께 반기문 총장님이 그동안 한 일들을 간추려 놓아서 한 눈에 알아 쉽게 알아 볼 수 있다. 그러고보면 '꿈'이란 참 중요한듯 하다. 꿈을 꾸고 있느냐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인생이 바뀔 수도 있으니 말이다.

 

영어를 좋아하던 소년은 무어이든 자신이 모자라다고 생각을 하면 '노력'을 하여 잘할 수 있도록 하는 '끈기'와 '인내'를 가지고 있으면서 부모로부터는 '겸손'을 배워 그 또한 몸에 베인듯 어려서부터 공부를 잘한다고 우쭐대지 않고 겸손하며 누구보다도 '노력형'으로 모든 일들을 이루어 나간 듯 하다. 그의 위로 자식이 있었지만 잘못되고 그가 맏이가 되어야 했으니 부모님은 얼마나 많이 그에게 기대가 많았을까? 하지만 그런 욕심을 밖으로 표현하지 않고 그가 원하는 것을 선택하도록 옆에서 지켜보며 든든한 힘이 되어 주었다는 것,수레를 앞에서 끌기만 해도 분명 움직이고 앞으로 나아가겠지만 뒤에서 조금만 밀어 준다면 더 쉽고 빠르게 나아갈 수 있다. 그런 힘을 부모님은 물론 그의 주변사람들은 그에게 그런 힘을 준 듯 하다. 선생님들도 그의 능력을 알고 보고 힘이 되어 주고 키워주려고 했으니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는,끌어 주고 밀어준다면 좀더 능력을 발휘하며 또 다른 사람의 멘토가 될 수 있는 그런 세상이 되지 않을까.

 

자신이 '외교관'의 꿈을 꾸고 있지만 속에 담아 두고 내 놓지 않다가 아버지가 '의사'가 되라고 했을 때 부모님 말씀을 들었다면 오늘날의 유엔사무총장 반기문은 없었을 것이다.하지만 자신의 꿈을 접지 않고 부모님께도 그리고 선생님들의 지도아래 자신의 꿈을 키우며 점점 꿈을 향하여 가던 그,미국에 갈 기회가 있어 열심히 꿈을 향해 노력하다보니 미국에도 가게 되고 케네디 대통령의 꿈이 무엇이냐는 말에도 자신안에 담고 있던 꿈을 자신 있게 내뱉음으로 인해 꿈은 점점 현실로 나타나게 되지 않았나싶다. 꿈은 담아두기 보다는 그것을 현실화 시킬 때 더 쉽게 이루어지고 현실의 꿈이 되는 것 같다. '체력을 튼튼히 길러야 합니다.그래야 열심히 공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열심히 공부해서 꼭 나라를 위한 큰 인물이 되어야 합니다.' 어린시절 학교를 찾은 변영태 장관의 말씀에 큰 감동을 받았던 그는 '나도 나라를 위해 일하면 좋겠다. 그러려면 지금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야겠지?'

 

반 총장이 세운 7가지 큰 기둥,1.겸손과 함께 우수함을 추구한다. 2.최고의 윤리 기준을 설정한다. 3.대화와 포용을 추구한다. 4.조화시키고 화합시키는 영향력을 발휘한다. 5. 재임 기간 동안 투명성과 책임성의 초석을 만든다. 6.목표 달성을 위해 열정과 동정을 가진다. 7.모든 회원국의 걱정에 섬세한 관심을 가진다.

 

반기문 총장이 어린이 청소년에게 전하는 3가지 조언

1.창의력을 키워 나가기 바랍니다. 2.가슴에 큰 뜻과 비전을 품고 열정을 가지고 추진하기 바랍니다. 3. 모든 일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의문을 제기해 보는 '크리티컬 마인드(비판의식)'를 갖기 바랍니다.

 

반 총장님이 유엔 사무총장을 다시 연임을 하게 된 것도 어쩌면 그의 청렴함이나 겸손일 것이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하는 꾸준한 노력과 성실이 모두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나한다. 요즘 아이들은 타인의 '결과'만 보고 노력보다는 한발 딛고 성공을 원한다. 무엇이든 첫 술에 배가 부르지는 않다. 열심히 한 발 한 발 내딛가 보면 산의 정상에 오르게 되듯이 자신의 노력없이 얻는 일은 결코 없다. 그렇다고 꿈을 이루었다고 아래를 쳐다볼 줄 모르고 위만 바라본다면 남의 위에 설 수도 없겠지만 오래 그 위치에서 서 있지 못하게 된다. 꾸준하게 노력하고 성실하게 자신의 일을 하다보면 꼭 자신 안에 간직한 꿈을 이루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제2의 반기문도 멘토로 롤모델이 될 그런 인물이 나오게 될 것이다. 무엇이든 꾸준한 노력은 포기하지 말지고 벼는 익으면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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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금지 리스트
레이철 콘 외 지음, 황소연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사랑이란 나이를 불문하고 어렵다. 서로가 통하는 사랑이라면 좀더 길이 보이겠지만 그것이 혼자서 하는 짝사랑이나 외사랑인 경우에는 더 힘들고 고된 길인듯 하다. 그런데 그 보다 더 힘든 사랑이 여기 있다. 어릴적부터 그야말로 결혼을 전제로 살아 온 소년과 소녀,그런데 어느 날 내 남자친구가 '커밍아웃'을 선언했다. 게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놀랄 일인데 내 남자친구와 키스를 했다는 것은 세상이 무너질만한 일,이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어려서부터 나오미와 일리는 쌍둥이처럼 서로만을 바라보고 살아 왔는데 일리의 엄마들 중에 나오미의 아빠와 바람이 나서 아빠가 집을 나가버렸다.그 후로 나오미의 엄마는 수면제와 침대에서 벗어나질 않으려고 하고 아빠에 대한 분풀이로 아파트 벽을 허물어 버렸다. 옥신각신 엄마와 아빠가 싸우는 속에 나오미 또한 상처를 받았는데 거기에 일리와의 사이가 벌어지게 되었으니 그가 게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하나.

 

아직 우리에게 '커밍아웃'이란 큰 허물처럼 힘겹고 받아 들이기 힘든 문제이다. 나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해 주면 되는데 고정관념처럼 박힌 '이성애자'만 박혀 있는 우리에게 '동성애자'는 이상한 벌레를 보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던가 조금은 이해하기 힘든 면이 분명 있다.하지만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것을 숨기거나 밖으로 표현하지 않던 시대는 지났다.떳떳하게 자신이 동성애자이며 자신들의 결혼도 사회적으로 인정을 받으려는 사람들도 많지만 그런 법이 유용한 곳도 있다.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고.그런데 여기 일리는 분명 어린시절에는 나오미에게 이성애를 느꼈는데 성장과정에서 자신이 나오미보다는 '남자'에게 끌린다는 것을 알고는 두명의 엄마에게도 그리고 여자친구인 나오미에게도 말을 한다. 하지만 나오미는 인정할 수 없다. 지금까지 자신은 일리만 바라보며 살아왔고 둘은 결혼까지 모든 것을 계획해 놓았는데 커밍아웃이라니, 일리가 게이 바람둥이이듯 나오미도 자신의 맘에 드는 남자들에게 스스럼없이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일리가 있다.그런데 자신의 남자친구에게 일리가 들이데니 '키스 금지 리스트'를 만들어 둘 사이에 벽과 같은 경계선을 만든다.그런다고 그것이 잘 지켜질까,감정앞에서.

 

일리가 게이라는 사실 앞에서 이별을 선언하듯 했고 자신을 좋아하는,나오미도 호감이 가는 '가브리엘'을 만나지만 아직 상처가 아물지 않아서일까 새사람을 들일 마음의 자리가 없다. 여자친구 나오미에게 커밍아웃을 선언하고 자신에 맞는 남자친구를 찾는 일리 또한 자신 멋대로 하며 친구를 사귀어 보지만 힘겨워 하기는 마찬가지,동성애자도 이성애자도 모두가 '사랑'이라는 것은 힘들다는 것을 경험한다.그것이 비록 소년과 소녀들의 이야기지만 말이다. 거침없이 성을 표현하고 거기에 나오미의 남자친구 일리가 '게이'라서 그런지 남자가 남자에게 향하는 사랑 또한 거침없이 표현이 된다. 우리 문화 코드하고는 조금은 달라 거짓이 없는 표현들이 나오지만 사랑 앞에는 거짓을 논할 수가 없는 듯 하다. 거짓된 사랑이야 말로 그 겉껍질을 벗기고 나면 이별을 하게 되어 있다. 나오미와 일리를 모두들 그런 시선으로 바라 보고 사랑의 아픔으로 인해 거짓됨으로 똘똘 뭉쳐 버린 나오미가 자신과 엄마가 늪에 빠진 것을 알고는 그 늪에서 빠져 나올 방법을 스스로 찾아 낸다. 그리고 남자친구인 일리에게도 살짝 사랑을 표현한 진실된 방법을 알려 준다.그렇게 되기까지 나오미가 겪어야 했던 방황은 이제 튼튼한 징검다리가 되어 아픔을 견디어 낼 수 있는 시간의 다리가 된다.

 

아빠가 돌아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 엄마는 늘 그 자리만 다람쥐 쳇바퀴 돌듯 맴맴 맴을 돈다.그런 엄마나 일리가 이성애자로 돌아오지 않을 강을 건넌것을 알면서도 그를 바라보고 있는 자신이 똑같다는 것을 알고는 이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지금'의 위치를 바꾸고 새로운 현실에서 자생력을 키우려는 나오미가 엄마보다 더 어른스러워 보인다.그만큼 사랑의 상처가 컸던 것일까? 자신에게 다가오는 경비원 가브리엘과의 사랑도 받아 들이지 못하고 있었지만 일리는 진정으로 떠나 보내고나니 마음자리에 빈 공간이 비로소 생긴다. '돌연변이 속의 돌연변이가 된 기분이다. 돌연변이 영재 학교에 입학한 소년이 자기는 돌연변이 축에 끼지도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기분이랄까.' 게이 초보인 브루스도 사랑에 '돌연변이' 같지만 아직 사랑은 어렵다. 게이남자친구를 좋아하는 나오미에게 향하는 가브리엘의 사랑도 어렵긴 마찬가지고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간 엄마의 사랑 또한 어렵긴 마찬가지다. 모든 사랑은 힘겹게만 나오지만 분명 길은 있다.

 

'설마 쉬우리라 생각한 건 아니지,그렇지? 나는 진짜 멋지고 진짜 환상적이고 진짜 완벽하니까 쉬울 거야, 뭐 이렇게 생각한건 아니지? 사랑이 쉬운 사람은 아무도 없어.너도 알잖아?' 타인의 사랑 이야기를 들어보면 정말 쉽다. 하지만 그것이 내것이 되면 정말 어렵다. '그럼 아예 머릿속을 싹 바꿔 봐요.덫에 걸렸다는 생각은 하지 말아요.우리는 지금... 미로 안에 있지만 나갈 길을 찾고 있다고 생각해요. 덫은 걸리면 빠져나갈 수 없지만 미로에는 출구가 있잖아요. 엄마는 그걸 찾아야 해요.' 미로에는 분명히 출구가 있다.들어 가는 길이 있다면 나가는 길이 있듯이 사랑의 미로에도 출구가 반듯이 있는데 찾지 않고 주저앉아 있었던것은 아닌지. 일리는 놓아주고 나니 비로소 새로운 길고 새로운 세상도 보게 되는 나오미처럼 스스로 찾아야 한다. 탈출구는 분명 자신의 곁에 있다. 소년과 소녀 그리고 어른들의 사랑이 힘겹게 그려지지만 탈출구를 찾아 새로운 희망의 빛을 보았기에 기분 좋게 내려 놓을 수 있는 책이다. 가끔 단어에 특수상형문자처럼 이모티콘이 나오기도 하여 재밌게 웃어가며 읽었지만 사고방식이 조금은 우리와는 달라서 찌푸려지는 부분도 있지만 그 모든 것들이 사람 살아가는 이야기이고 희망을 찾아가는 이야기라 거리감없이 읽었다. 엉킨 실타래를 잘 풀어나간 나오미가 앞으로는 진짜 핑크빛 사랑의 결실을 맺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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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끝,끝은 또 다른 시작

 

 

 

벌써 시월의 끝자락에 와 있다.올해 시월은 정말 정신없이 보냈고 아직 완전한 회복이 아니라

할 수 있는 단계라 늘 조심스런 그런 하루하루를 살고 있어서일까 더 시간이 빨리 지나가고

가을도 더 깊게 물들어 가는것만 같아 아쉽고 안타깝다.못하게 하면 더 하고 싶은 청개구리의

반항심이 아직 남아 있는지 조심하라고 하니 더 나가고 싶고 머리속에서는 무엇이든 다 될것만

같은 안전불감증이 서서히 고개를 드는 정말 단풍이 아름다운 가을이다.

 

잠시 아파트 화단에만 나가도 고은 단풍에 잠시 넋을 빼앗기듯 발길을 멈추어 서는

그리고 빨간 단풍잎 하나 주워 들고는 왠지 모르게 마음은 소녀같은 감성에 젖어 들고픈 가을,

이 가을이 저물고 시월도 저물고 있다. 어젠 옆지기가 저녁에 '어죽'을 먹으러 가자고,

뭐라도 먹고 기운을 내야 한다며 그중에 내가 잘먹고 얼큰한 것을 좋아하니 어죽 먹으러

가자고 하여 저녁도 하지 않고 기다리다 가서 먹게 되었다. 점심을 먹지 않으니 욕심을 내어

한그릇을 다 비우듯 했는데 그게 또 탈이나고 말았는지 배가 아프다. 쌀쌀...

날씨도 쌀쌀 배도 쌀쌀..아침까지 그리 좋지 않은 내 뱃속...나쁜 것은 시월로 끝나고

시작되는 11월은 건강하게 시작하길 바래본다.

11월은 바로 딸들 수능이 있어 더 정신없이 보낼 듯 한데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두녀석 모두 잘 이겨내고 치뤄내야 하는 시간인데 모두 잘 해낼지.

 

끝이란 시작과 함께 붙어 있는 양면성을 가진 것이지만 이번 시월은 병원생활로 인해

내가 많이 위축이 되었고 힘겨운 시간에 그 고통을 고스란히 혼자 간직하고 있으려니 힘에 부쳤나보다.

악몽으로 가끔 깜짝 깜짝 놀라듯 깨곤하던 시간들,이젠 그 시간들 모두 썰물처럼 빠져 나가고

새로운 건강한 희망이 밀려오길 바라며 더불어 딸들에게도 희망의 결실이 함께 하는

시간이 도래하길 바라며 십일월은 좀더 활기차게 돌아 다닐 수 있길...

 

2012.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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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네 집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첫사랑을 이룬 사람도 있겠지만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아야 더 첫사랑 답고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생각을 한다. 이루어지지 않은 사랑이라 더 아련하고 그립고 다시 꺼내 보아도 달콤하고 쌉쌀하고 오래도록 빛이 발하지 않고 그대로인듯 하다. 소설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에서 '첫사랑'과 '남편'과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저자가 미군부대에 다니던,집안의 기둥으로 알고 있던 오빠의 죽음으로 인해 갑자기 미성년자에서 한집안의 가장이 되어 경제력을 책임져야만 했던 시절,그녀는 등떠밀리듯 미군부대에 들어가게 되고 왠지 모르게 카탈을 부리던 자신을 닮은듯도 하고 안닮은듯도 한 '첫사랑'과의 만남으로 인해 어쩌면 그 시간을 좀더 슬기롭게 이겨내게 되지 않았을까.

 

사람의 운명은 정말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다고 하는데 저자가 만약에 '첫사랑'과 인연이 되어 결혼을 하게 되었다면 두사람의 운명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만든 그날의 만남이 성사되지 않은 후로 둘은 완전히 다른 길을 된 것이 어쩌면 그 둘의 운명인지도 모르겠다. 자신 안에 고이 잠자고 있던 '첫사랑' 에 대한 그 슬프고도 쌉쌀한 추억을 고희가 넘어서 끄집어 내었다니 참으로 대단한듯 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메디슨카운티의 다리'를 보는 듯한 느낌도 들고 <그 산이 정말 거기에 있었을까>에서 다 담아내지 못한 첫사랑과 남편과의 만남과 결혼생활,시집살이 등을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이야기 보따리를 술술 풀어내듯 재밌게 담아내어 읽으면서 왠지 모르게 그 이야기 늪속으로 자꾸면 빠져 들어가 발을 뺄 수 없는 상황처럼 연이어 읽게 되었다.

 

시를 줄줄이 외어 들려주고 음악을 좋아하여 섬세함으로 듣던 그와 결혼을 한 것이 아니라 은행원이라는 안정된 직업을 가진 남편과 결혼을 하면서 미군부대생활도 접고 홀시어머니와 함께 아무것도 배우지 않았지만 음식솜씨가 남다른 시어머니 밑에서 장바구니 들고 나들이 가듯,자신의 현재의 삶에서 자유로운 탈출을 하듯 하는 삶을 과감없이 잘 그려냈다. 월급에서 주급을 받아가며 분명 시어머니와 자신은 비교도 되지 않는 헤택에서 장보기와 겹쳐 첫사랑 그와 만나는 시간은 한참 이슈이던 '자유부인'처럼 자신을 정당화 시켜 나가는 불륜 아니 로맨스를 꿈꾸는 시간처럼 자신을 변화시켰지만 첫사랑과 함께 하던 일탈의 꿈마져 산산이 부서져 버린 후 그가 뜻하지 않게 뇌수술을 받게 되고 실명및 그를 그렇게 만든 것이 뇌 속에 기생하던 '벌레'라는 생각에 첫사랑에 대한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는 그녀,정말 상사병이 아닌 벌레들에 의한 그들의 재회였단 말인가.분명 그 밑바탕에는 서로에게 터 놓지 못한 '첫사랑'에 대한 감정이 기저에 깔려 있을 것이다.

 

자존심과 자만감이 강한 친정어머니와는 다른 시어머니의 생활과 모습,음식에 대하여 깐깐하고 홀로 외아들을 살려 낸 자신의 믿음에 강한 분,박수무당에게 의존하여 아들의 생을 좌지우지 당하고 계셨지만 그것이 시어머니의 믿음이고 또 어쩌면 그렇게 하여 남편이 살아 남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만드는 시어머니의 강단진 삶이 비교되기도 하고 그녀는 미군부대에서 자신의 삶을 올바르게 살아 냈다면 그녀가 자리를 내면서 소개를 한 '춘희'라는 여성은 끝내 양공주로 타락하여 동생들을 모두 건사하고 가정을 일으켰지만 자신의 삶은 없는 쭉정이 같은 삶을 살아 온 그 시대의 아픔을 간직한 삶이지 않을까. 그런가하면 친정어머니는 하숙으로 친정올케는 포목집으로 강단지게 집안을 일으켜 나가는 삶을 보면 전란의 힘든 시기를 일구어내고 일으켜 세운 것은 박수근 화백의 그림에 등장하는 임을 인 여인네들의 삶처럼 아마도 여인네들의 힘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지지 않았을까.

 

한국전쟁및 질곡의 시대를 거치면서 할아버지와 오빠의 죽음 이후에 남겨진 것은 '여인네들의 삶' 인듯 하다.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남자들의 힘이 사라지고 나서 재건에 앞장선 것은 '여인네'들의 강인한 삶이다. 첫사랑마져 상이군인으로 뇌수술로 인해 실명으로 삶이 무너지는 듯 하지만 그녀도 올케도 비록 양공주로 자신의 삶을 잃어버렸지만 여인네들은 꿋꿋하게 생산과 삶을 강인하게 이어간다. 저자의 이야기 속에는 '집'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들이 이어진다. 어머니로부터 이어진 집에 대한 강한 집착이라 할 수 있는 전란의 시대가 안긴 자신의 집에 대한 생각이 그녀 또한 자신의 집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지고 집은 가정을 온전하게 지켜 주는 울타리처럼 한집안을 튼튼하게 살아나갈 수 있도록 밑바탕이 되어 준다. 집과 연결된 사람과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그 속에서 첫사랑도 있고 동생들을 위하여 몸을 팔아야 되는 양공주가 사연도 있고 자식을 위하여 자신의 삶을 버리듯 한 허리가 기역자로 꼬부라진 노모의 이야기도 있고 남편이 먼저 갔지만 보따리 장사로 골목에 포목점으로 생을 튼실하게 일으켜 세운 여인네의 강인한 삶도 있고 자신 또한 배운것은 없었지만 음식과 자식에 대한 남다른 생각과 솜씨를 가진 시어머니로부터 배워 그녀 또한 똑부러진 삶을 이어나갈 생활꾼으로 거듭나고 있는 여인네의 삶을 보여준다.

 

집이 집으로 생명을 다하면 팔고 다른 집을 산다. 그 집은 다시 새로운 이들에 의해 생명을 찾듯 그 집에 맞는 삶으로 채워지고 사람들 또한 집과 함께 성장을 거듭하면서 첫사랑의 아픔도 잊고 자신의 삶에 안주하며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히 펼쳐 나갈 수 있는 듯 하다. 마지막 '춘희'의 취중진담처럼 이어진 이야기가 아마도 그 시대를 살아 온 사람들의 진솔한 이야기가 아닐까. 사람이나 물이나 어느 그릇에 담겨 지느냐에 따라 달라지듯이 집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시간차를 두고 이어져서인지 재밌게 읽어나갈 수 있고 수다쟁이 할머니가 지난 시간을 추억하며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잘 사용하지 않는 우리말도 나오고 격하게 할 말이 그냥 거침없이 쓰여지기도 하여 속 시원하게 읽었다.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 뿐만이 아니라 첫사랑을 간직하고 결혼생활을 이어 나간 그 세월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듯 하여 전란을 헤쳐 나온 그들의 삶이 그릇마다 다 다르게 담겨진 것이 씁쓸하기도 하고 그것이 삶이라는 것을 보여주기도 하는 듯 하여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첫사랑, 그 사람에 대한 미안함을 어쩌면 이렇게 담아 낼 수도 있었겠다 하는 생각을 가져보며 참 용기 있는 이야기라는 생각도 들고 그는 그사람 나름대로 또 다른 삶을 잘 살아낸듯 하여 가슴 한 켠이 훈훈해지기도 하면서 아려오는 이야기.자신의 삶을 반추한다는 것은 참 힘든 일인데 그 모든 일들을 오롯이 참 잘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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