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가을날에

 

 

 

시월 병원생활 후 미루고 미루던 한약을 지으러 나게 되었다. 아직까지 기운을 못 차리고 있고

지난주말에 맞은 영양제의 효과도 없는것처럼 빙글빙글 하고 있으니 옆지기가 남들이 잘한다고

하는 한의원을 알아 보고는 가자고 하여 따라 가게 되었다. 나야 내가 다니던 동네 한의원도

좋기만 한데 낯선 그런곳이 좋다고 하니 뭐가 좋은지 그냥 따라가는 수준인데 한의원 간다는것

보다 가을날에 잠깐 콧바람 쐰다는 것이 좋아 차로 훌쩍 한바퀴 도는게 괜히 설레임.

 

울동네하고는 많이 떨어진 시장동네인데 그곳은 예전에는 명동과도 같은 곳이라 친구들과 엄청

다니던 곳인데 지금은 낯설고 너무도 많이 변했기도 했지만 왜 그리 딴세상 같은지.

겨우겨우 찾아서 들어 간 곳, 이것저것 검사를 하더니 아직은 이상이 없단다. 아직 기운을 차리지

못하고 있을 뿐이지 수술후 상태가 괜찮게 호전되고 있으니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말씀.

수술후 빈혈주사에 뜻하지 않은 응급상황이 발생하여 수혈까지 받았으니 남의 피로 지금 한달은

건강하게 견디고 있다는 것,그러지 않아도 지난 주말에 내과에 갔을 때 약을 복용해야하는지

물었더니 수혈을 받으면 남의 피가 내 몸 안에서 한 달은 간다며 한 달 후에 검사하고 먹으란다.

한 달 후면 상태가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면서.그런데 이곳 한의원에서도 똑같은 이야기를 하면서

보약도 한 달 후에 먹어야 한단다.아직은 수혈받은 피가 작용하고 있어서 상태를 더 두고 봐야

하다는 것이다. 별이상이 없다니 다행인데 오늘 간만의 외출이라 그런지 빙글빙글,허방다리를

짚고 있는 것처럼 왜 이리 어지럽고 기운이 없는지. 한의원에 들어 가는데 문을 밀고 들어가는 것도

힘든 내 몸,밖에 나갔던 여직원이 내 뒤를 따라오며 몹시 안좋은 것 같다며 말하는데 그래도

수혈 덕분에 건강상의 이상은 없다니 다행인데 이놈의 에너지는 언제쯤 활기차게 생겨나려는지.

 

이틀여동안 오른쪽 수술부위와 배가 너무 아파서 혹시나 충수염이 아닌가 혹여 또 걱정..

여기에 또 수술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몹시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 오늘은 통증이 가라앉았다.

어제 저녁에는 간만에 울엄니께 전화를 했더니 울노인네 와서 밥도 못해주고 병간호도 못해주어

미안하다니...에고 엄마 내가 엄마를 보살펴주어야지 엄마가 왜 다 큰 딸년 병수발을 든데요..

하고 되받아 말했지만 울엄니,수술했는데 가보지도 못하고 뭐 해주지도 못하고

김치나 담아 주겠다면서 김치를 담겠다고 하여 말리고 말리고...잘 먹어야 빨리 일어난다며

'한동안 움직이지 말고 니 몸이나 건사해라.애들이나 사위나 신경쓰지 말고 힘든것 사위보고

하라고 하고 그저 조금씩 자주 먹고 그래라.그래야 기운이 펄펄나지. 자꾸 아파서 걱정이네.'

울엄니 정말 걱정도 팔자다. 올해는 아버지 가신 후로 마늘이 제일 안되었다.물론 너무 가물어서

밑이 잘다. 밭에 마늘을 심어야 하니 그 마늘들 모두 쪼개느라 이틀동안 정신이 없다면서

겨우 저녁 드시고 한 숨 돌리고 계셨단다. 집에 가보지 못하고 전화도 못했으니 울엄니 얼마나

걱정을 하고 계셨을까. 젊은것이라 빨리 일어날 수 있고 괜찮다고 해도 '그저 조심해라.니 몸이

제일 중하니라..조심혀라..' 하시는 울엄니... 울엄니의 가을도 그렇게 깊어가고 있다.

옆지기는 내일 백양사로 단풍구경을 가는데 난 집근처에서도 단풍구경도 못하고 집콕...

그래도 이렇게라도 숨을 돌리고 들숨 날숨 제대로 쉴 수 있는게 어딘가.

내게 주어진 시간들은 덤인 인생,모든 것이 아름다울 수 밖에...

 

201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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