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후에 오는 것들 - 공지영 사랑 후에 오는 것들
공지영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냉정과 열정사이와 같은 구조와 글쓰기 방법이라고 해야하나 이 소설은 핑크책은 우리나라 작가 공지영이 여자의 이야기를 쓰고 블루는 일본의 '냉정과 열정사이'의 블루작가인 '츠지 히토나리'가 쓴 공동집필한 책이다.그래서인지 약간은 일본식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년여에 걸친 산고끝에 나온 것이라 하지만 너무 짜맞춘듯한 기분도 든다. 하지만 공지영만의 섬세함만도 읽다보면 잘 들어난다.
 
'변하지 않는 사랑이 있다고 믿어요?...... 홍(베니)이는 일본으로 어학연수를 가서 이노카시라 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준고를 사랑하게 된다.그는 가난한 첼리스트인 아버지 때문에 자신이 벌어서 대학교를 다니고 때론 아버지의 생활비도 보태드리기에 아라바이트로 날마다 힘든 시간을 보낸다. 잘나가는 피아니스트 엄마가 있지만 엄마와는 만난지 4년이 넘었다. 벚꽃이 흩날리는 공원에서 우연히 만난 두사람,준고는 첫사랑 칸나와 헤어진 후이고 홍이는 외로움에 공원을 찾았다가 첫눈에 두사람은 가슴을 데이고 만다.홍이는 첫만남 이후 날마다 그를 기다리지만 그는 아르바이트로 바쁜 나날이어서 한달후에나 겨우 만나게 된다. 어색함에 준비한 문장들도 나 뒤로한채 닥종이 인형인 '휘파란 부는 소년'인형을 그에게 준다.
 
그들은 첫만남이후 급속도로 가까워진 둘은 동거에 들어가고 날마다 아르바이트로 바쁜 준고는 홍이의 외로움을 감지하지 못한채 자신의 일만으로도 허덕인다.준고를 기다리는 외로운 시간을 때우듯 날마다 호숫가를 달리기를 하던 그녀는 빵집에 아르바이트로 나가지만 문화적 차이로 아르바이트도 그만둔 홍이는 준고를 기다리다 어느날 둘은 외식을 하기로 하였는데 그날따라 준고가 일하던 잡지사의 간판급 작가가 심장마비로 운명하여 사무실을 지키느라 바쁜 준고는 그녀에게 전화 한통도 못하고 그 일로 인하여 둘은 싸우게 되고 홍은 짐을 싸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된다.
 
한국에 돌아온 홍은 분당의 호수가 보이는 곳에서 외환위기로 집안이 기울자 집을 개조하여 아버지가 차린 출판사에서 일을 하게 되고 그녀의 곁에는 어린시절부터 함께 자란 남자 '민준'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다. 준고와 헤어지고 칠년후 어느날 아버지회사에서 일본인 작가의 책을 발간했는데 통역을 맡은 여자가 심한 다이어트로 쓰러지는 바람에 그녀가 대신하게 된다.공항으로 나간 그녀앞에 우연히 작가로 나타난 준고(윤오),사사에 히카리... 그것은 준노의 필명이었다.정말 우연히 만난 두사람은 얼어붙듯 하지만 서로를 한눈에 알아보고 말을 잊는다. 준고가 쓴 소설은 다름아닌 그녀와의 이야기를 소설로 쓴 것이며 그녀를 찾기 위해 한국에 온것이다.
 
칠년전 그를 잊은줄 알았는데 그에게 다가가는 그녀의 감정, 모두에게 숨기려고 했지만 동생 록이 그 둘의 사이를 눈치채고는 준고에게 솔직하게 다가가길 말하지만 그녀는 머뭇거린다. 그런 반면에 민준은 그녀에게 프로포즈를 하려 결심을 하고 사사에의 싸인회가 있는날 그의 책에 싸인을 받으러 가서 그가 홍이의 애인임을 밝힌다. 사인회가 끝나고 회식을 하는 날이 마침 그의 생일임을 깨달은 그녀는 그녀가 좋아하는 크림색 장미를 한다발 준비하여 그에게 가지만 그의 곁에는 옛날 애인 칸나가 있다.그녀의 모습을 발견하고 뒤돌아 서는 그녀,민준에게도 사사에에게도 안녕을 고하듯 한다.
 
한국을 떠나기 전날,호텔의 그에게 전화를 걸어 잘가라는 전화를 하며 무너지듯 하는 그녀,다음날 그녀는 모든것을 떨쳐 버리듯 호숫가를 돌며 달리기를 하는데 사사에가 나타난다. '난 그때 너와 함께 달렸어야 했다.난 너에 대해 뭐든지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은 가장 중요한 것을 알지 못했던 거야. 내가 생각이 모자랐어.미안해.내가 나빴다.... 내가 나빴어... 널 외롭게 해서.....' '아니야 우리가 나빴어..' 그들은 반추의 길을 돌아 다시 만났고 이제 더 사랑하는 일만 남겨 놓은 것이다.
 
'그가 아오키에서 사사에로 변해 있듯이 나도 변해 있었다.말괄량이 베니에서 이제는 최홍 기획실장으로,스물둘에서 스물아홉으로,변하지 않는 사랑을 믿느냐는 질문을 하던 여자에서 그런 말 같은건 꺼내지 않는 여자로,아니 변하지 않은것도 있다. 나는 회씨에 곱쓸머리에 옥니를 가진 여자였다. ㅡ25p
 
'네 방에 불을 켜듯 네 마음에 불을 하나 켜고 네 자신을 믿어봐.' ㅡ132p
 
'모든것이, 마치 태어나고 죽는 모든 것이 그렇듯, 예기치 않은 모든 사고와 만남과 사랑 혹은 한 인간의 성장이 그렇듯,모든 것이 그저 운명이라고 말씀 드릴 수밖에 없어요.'  ㅡ226p
 
그리운 사람을 생각하면 슬픈 귀가 열린다. 그 슬픈 귓속으로 베토벤의 선율이 밀려든다. 피아노는 아노카시라 공원의 빗소리처럼 내 큇바퀴를 두드린다. 「비창」이라는 곡이다. 한국인 친구는 이 곡의 제목이 싫다고 말했다  ㅡ55p
 
"그런데 지희야, 혹시 사람에겐 일생 동안 쏟을 수 있는 사랑의 양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닐까? 난 그걸 그 사람에게 다 쏟아 버린 것 같아……. 그리고 내 표정이 아무리 이상해져도 앞으로도 늘 이렇게 말해줘. 그건 사랑이 아니었다고 말해 줘. 부탁이야!"  ㅡ119p
 
 
'너를 다시 만나서 좋았어. 이제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 거 같아. 실은 공항에서 너와 처음 마주쳤을 때 너도 나를 잊지 못하고 있다는 걸 나는 이미 알고 있었어. 네 눈빛만 봐도 그냥 아니까.'
 이렇게 말하고 싶었는데 눈가가 뜨거워지면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나는 맨손으로 눈물을 닦았다. 괜찮다고 나에게 말하과 싶었다. 서른이 될 때까지, 진짜 아프리카를 찾을 때까지는 그냥 실컷 울게 해주고 싶었다.  ㅡ219p
 
 
한국판 '냉정과 열정사이'를 읽는 듯 하다.그녀의 감성이 더해져 홍이라는 여자의 감성을 잘 들어냈지만 약간은 일본맛이 베어 나온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사랑후에 무엇이 올까.. 그리움 미움 보고픔 하지만 사랑이 다시 올 수도 있다는 것을 이 소설은 말해준다. 사랑후에 오는 것이 꼭 이별이 아닌 사랑이 올 수 있음을 아직 그들의 사랑이 끝나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한국과 일본의 문화를 떠나 홍이와 준고는 남자이며 여자이다. 이십대 초에 만나 사랑을 하고 삼십이 가까워져 다시 사랑을 재발견하는 어찌보면 아름다운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얕게 보면 통속적이며 짜맞춘것 같다는 느낌이기도 하다. 그림을 그리듯 그들이 만나는 장면부터 상상을 하며 읽다보니 금방 읽기도 했지만 재미있게 읽기도 했다. 홍이 그녀에게 감정이입을 하듯 하여 읽으면 여자의 감정을 잘 표현했다고 느낄 수 있다. 사랑후의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지기도 하고 그를 다시 만남의 벅차오름이 느껴지기도 하는 찬바람이 부는 계절이라서 더 깊게 파고든 듯한 소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즐거운 나의 집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중3인 딸애가 사달라고 하여 산 책이다.그냥 지나치면서 다음에 구매를 하여 읽어야지 하다가 다른 책들에 의해 뒤로 밀려난 것을 방학을 맞은 딸덕분에 읽게 되었다.그녀의 개인사를 노출하듯 자전적인 소설이 된 '즐거운 나의 집'은 책을 손에서 놓고 난 후의 느낌이 '즐거운 나의 집'이다. 울다가 웃다가 그렇게 그녀와 세 아이들과 고양이 두마리와 부대끼다 보다 조금만 읽고 손에서 놔야지 했는데 금세 다 읽고 말았다.
 
읽는 내내 큰딸 위녕의 나이가 고3이라 그런지 한참 사춘기이고 우리집 딸들과 비슷한 점도 있기도 하니 더욱 공감하며 읽었던 것 같다.그녀가 소설가이기 이전에 세 아이의 엄마이며 싱글맘으로 살아가고 있음이 여실히 느껴진 소설이다.비록 아빠의 부제를 느껴야 하지만 유명한 소설가를 둔 엄마의 자식들로 그들도 나름 사회의 편견과 부딪히며 열심히 살고 있음을, 그녀도 싱글맘으로 남편의 몫까지 열심히 살고 있음을 살짝 엿본듯 하여 미루어 두었던 그녀의 책들을 이참에 다 펼쳐 들었다.
 
이 책은 위녕,그녀의 큰딸의 눈으로 바라보듯 써 내려갔다.위녕은 새엄마와 아빠와 동생 위현과 살다가 B시로 와서 엄마와 피와 성이 다른 두 동생과 함께 살게 되면서의 이야기다.아빠와 새엄마사이의 갈등,작가인 엄마는 자유분방하다면 아빠는 자로 잰듯한 반듯함에 질식할것 같던 삶이 엄마의 집에 옮김으로 해서 자신,위녕으로 다시 태어나듯 자기 자신으로 돌아온다.
 
책만 읽으며 말 수가 적고 이제 사춘기가 시작되는 둘째 동생 둥빈,주말마다 아빠를 찾아가지만 얼마전부터 아빠의 소식이 뜸하더니 갑자기 날아온 소식,암이라 얼마 살지 못한다는 가슴 아픔.소년은 아빠의 죽음앞에 가슴에 맺힌 것들을 다 토해내지 못하고 사춘기를 맞아 엄마를 힘들게도 하지만 나 또한 사춘기의 두 딸을 키우다 보니 가만히 놔두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둥빈아빠의 죽음과 새끼고양이 코코의 죽음은 눈물나게 했다. 하지만 새로운 고양이 식구 밀키가 그 아픔의 자리를 메꾸며 다시 식구들은 건강한 웃음을 되찾기도 한다.
 
혼자 힘들어 하는 엄마에게 남자친구를 만들어 주면 어떨까 하며 자신이 우여히 찾은 서점의 아저씨를 낙점하였는데 엄마의 새 애인이 서점의 아저씨라 어려움이 있을때마다 지원군처럼 아저씨의 힘을 빌지만 그도 아내와 두 아들을 잃은 아픔을 간직한 사람이란것을 알고는 더 가까와 지는 위녕과 엄마,엄마가 아저씨와 바다 여행을 떠나는 날 위녕은 그동안 아빠와 새엄마에게 맺힌 것들을 풀어 놓으려 아빠를 찾는데 폭발하듯 아빠에게 쏟아내다 보니 문득 새엄마를 이해하게 된 위녕,그 중에도 엄마는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뻐꾸기,꿩'을 찾기도 하여 울다가 웃다가...
 
둥빈과 제제 위녕 그리고 작가 엄마가 부딪히지만 서로 한가족으로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은 '사랑' 하나밖에 없는것 같다. 싱글맘도 사회의 한 형태이며 그녀와 아이들은 가족이기에 아빠의 부제라 해도 문제가 많은 다른 가족들에 비해 별반 이상할것이 없는 정말 '즐거운나의 집'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사춘기와 부모의 이혼으로 인하여 고3을 어찌 이겨낼까 했지만 자신과 엄마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교대로 지원을 하여 비록 엄마와는 떨어져 지내야 하지만 좀더 성숙해질 수 있는 위녕을 보노라니 박수를 보내고 싶어졌다.엄마처럼 아빠와의 거리는 좀더 가까이 하지 못했지만 아빠도 한층 그녀에게 더 가까이 다가왔고 남들의 편견보다는 어느 가정 못지 않게 세아이와 함께 뭉쳐 오뚜기처럼 쓰러지면 일어나 자신있게 서는 그녀의 '즐거운 나의 집'은 정말 눈물을 자아내면서도 뭔가 새로운 힘을 안겨주는 것 같다.
 
유명한 작가와 그녀의 아이들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옆집 아니 우리 집에서도 일어나는 일들을 읽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따듯해지면서도 눈물 콧물을 자아내다가 웃음을 가득 안겨 준것 같아 책을 덮는 순간 행복했다. 그녀는 작가이기 이전에 세아이의 엄마이며 여자이고 그리고 우리 이웃이며 내 자신일지 모른다. 아이들의 성이 다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아빠가 없어도 가족은 가족이다. 혼자이 힘으로 아빠의 몫까지 다 이루어내며 어느 아이 하나 모나지 않게 바른 길로 키운다는 것이 정말 박수를 보내고 싶다.그러면서 어려움이 있을때 큰딸과 맥주한잔 하며 마음을 터 놓는 부분은 부럽기도 했다.아직 울집 딸들은 든든한 엄마의 지원군이 못되고 있는것 같아 '부럽다 부럽다'를 연발하며 읽어 나갔는데 아빠와 엄마의 두 가정에서 부유하듯 하던 위녕이었기에 더욱 엄마를 이해하고 두 동생을 받아 들이며 철이 든것 같기도 하다.위녕이라는 큰딸이 있기에 그녀에게 더 힘이 되고 '즐거운 나의 집'이 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이 작품은 사회의 편견과 색안경을 벗어 버려야 함을,아빠의 부제인 가족도 가족의 한 형태이고 '즐거운 나의 집'이 될 수 있으며 가족을 그냥 가족으로 보아 주었으면 하는 공지영표 소설인것 같다. 그녀가 작가이기 이전에 세 아이의 엄마이고 모성애가 있어서 가족이 지탱해 나갈 수 있고 더 강해진것 같다. 부딪혀서 안되면 즐기라고 하듯 그녀 또한 그녀의 시골집 마당에 돋아난 잡초처럼 그렇게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듯 보이지만 강요하지 않음에 무언가 자신이 느끼게 하는 작가만의 뚜렷한 주관이 숨어 있는 것 같아 부럽기도 하다. 엄마의 강요가 없기에 더욱 '즐거운 나의 집'이 될 수 있지 않았나 싶다. 아이들 존재 하나 하나에 소중함을 인식하고 사랑의 존재로 부각시켜 가족이,가정이 더욱 튼튼해지게 만든것 같아 가슴이 따듯해지는 책이다.그러면서 딸이 나를 바라 보았을때 과연 엄마라는 존재가 어떻게 비춰질지 한번 생각케 하는 소설이기도 하다.부모는 자식의 거울이라고 했듯이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부모로 거듭나기 위하여 지금부터라도 노력해야 겠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 뭔지 아니? 그건 자기 자신을 용서하는 거야' ㅡ 51p
 
사랑의 결핍은 그것이 다시 채워짐으로써도 치유되지만 누군가에게 사랑을 줌으로써도 치유된다고 했다. ㅡ158p
 
어떤 작가가 말했어.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 그 공간에는 반응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와 힘이 있다. 우리의 성장과 행복은 그 반응에 달려 있다.” --- p.179

위녕,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아.세상에는 많은 서열이 있고 많은 점수가 있어. 네가 잘하는 것,그랫 하면 할수록 더 하고 싶은 것, 그걸 하면 돼... 대신 열심히,그리고 즐겁게....   ㅡ224p
 
엄마의 팔짱을 끼고 걸어오면서 나는 문득 가족이란 밤늦게 잠깐 집 앞으로 생맥주를 마시러 나갈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닐까 생각했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는 팔짱을 끼는 사람들, 그리고 편안히 각자의 방에서 잠이 드는 그런…… 사람들. --- p.272
 
사랑하는 딸, 너의 길을 가거라. 엄마는 여기 남아 있을게. 너의 스물은 엄마의 스물과 다르고 달라야 하겠지. 엄마의 기도를 믿고 앞으로 가거라. 고통이 너의 스승이라는 것을 잊지 마라. 네 앞에 있는 많은 시간의 결들을 촘촘히 살아내라. 그리고 엄마의 사랑으로 너에게 금빛 열쇠를 줄게. 그것으로 세상을 열어라. 오직 너만의 세상을. --- p.33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 -상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장미의 이름'의 움베르토 에코 그의 이름만으로 구미가 당기는데 그의 나이 76세, 방대한 지식을 자랑하는 그의 백과사전식 지식이 총망라한 것과 같은 형식의 백과사전적이며 삽화가 첨가된 소설이라 읽는 종종 보는 재미가 있어 더욱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처음엔 조금 딱딱한듯 하면서도 갸웃뚱 거리게 만드는 이야기로 밋밋한것 같지만 심장혈관 계통의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깨어난 후 역행성 기억 상실증을 앓으면서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기 위하여 어린 시절을 보낸 솔라라에서의 이야기는 흥미롭다.
 
세상의 모든 백과사전적 기록들은 모두 기억하면서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기억하지 못하는 주인공 얌보,밀라노의 손꼽히는 고서적 전문가 잠바티스타 보도니는 고혈압으로 인하여 쓰러졌다가 깨어나지만 자신에 대한 기억은 몽땅 잊은 상태이다.자신의 아내인 파올라나 고서점에서 함께 일하는 시발라에 대한 기억들이며 딸이나 손주들에 대한 기억들마져 모두 잃어버렸지만 자신의 이름대신 이름과 관련한 세계문학의 유명한 문장들이며 그가 토해내는 것들은 에코 자신의 지식을 말해주듯 백과사전을 펼쳐든것 같은 기분이 들게 한다.
 
자신이 운영하는 고서점에 가서 시빌라를 보고는 무언가 아내가 모르는 둘만의 비밀이 있을듯하여 궁금증이 생기기도 하고 그런 그의 의문에 대답하듯 결혼을 앞두었다는 시빌라의 말을 듣고는 아내인 파올라의 권유로 어린시절을 보내었으며 할아버지의 집이 있는 솔라라로 여행을 떠난다.솔라라는 자신이 태어나기도 하고 2차대전을 피하여 2년여 할아버지 집에서 살았는데 헌책방을 운영하던 할아버지의 온갖 수집품들이며 얌보의 어린시절의 물건들이 다락방이며 예배당에 잘 보관되어 있다.장난감, 판화, 만화, 동화, 통속 모험소설, 고전소설, 대중가요, 교과서, 파시스트들의 정치 선전 등 온갖것들을 망라하여 아말리아와 잔니의 도움을 받아가며 이탈리아의 가장 파란만장한 시대의 시간여행을 시작한다.
 
하지만 이런 기억들은 '종이로된 기억'일뿐 자신이 느끼는 생생한 기억이 아닐뿐더라 무언가 '신비한 불꽃'이 일듯 하지만 얌보의 기억은 되살아나지 않는다.그러다 자신이 고등학교 시절 좋아하던 소녀 '릴라'가 있었다는 사실과 '벼랑골'이 스쳐 지나간다.벼랑골에서의 남다른 기억을 찾아내지만 자신이 좋아하던 소녀의 얼굴은 기억이 날듯 하면서도 가물가물 하다. 그러면서 잔니로 부터 들은 그녀의 이야기,그녀가 18살이 되던 해에 죽었다는 자신의 생애동안 찾던 여인이 영혼이 되었다는 것에 그 소식을 듣던 날 얌보가 쓰러졌다는,그러면서 더이상 솔라라에서 찾아낼것이 없다고 여기며 솔라라를 떠나기로 한 마지막 날 지성소를 찾았다가 우연히 발견한 '세익스피어의 초상'. 그 놀라운 보물을 발견하고 엄청난 충격에 그는 잃어버린 기억들을 되찾지만 다시 코마상태에 빠져든다.
 
코마상태에서 자신이 모아 놓은 '안개'에 대한 자료들처럼 지난 기억들은 안개처럼 모호한 상태로 그의 삽화와 더불어 만화와 같은 형태로 이어진다.그토록 찾던 여인 '릴라'의 얼굴이 나타날듯 하지만... '그런데 계단 꼭대기로 옅은 잿빛이 퍼지더니 현관문을 가려 버린다.나는 한 줄기 서늘한 바람이 건듯 불어오는 것을 느끼며 올려다본다. 왜 태양이 검게 변하고 있지?... 그가 찾고자한 기억은 모호한 상태로 끝을 맺는다.
 
에코는 자신의 백과사전과 같은 지식들과 수집품들을 그가 창조해낸 인물 '얌보'를 통하여 역행성 기억상실증이라는 병을 통하여 지난날을 다시 되집어 나가듯 이 '로아나 여왕의 신비한 불꽃'에 모두 쏟아낸듯 하다.이 소설은 그러니 에코 자신의 지난날을 보여주는 자서전적인 소설이다.하지만 너무 책에만 일관된 것들이 나오다보니 지루한 감도 있고 너무 나열식인 문제점도 있다.자신의 지난날 텍스트가 모두 책,그리고 책이다. '장미의 이름'이라는 소설에 매료되었던 나는 겉표지의 '움베르토 에코의 최후의 걸작'이라 했지만 에코의 최후의 자서전처럼 그가 읽어 나갔고 그가 수집한 수집품들을 찾기 위하여 솔라라의 다락방과 예배당을 뒤진 기분이 들었다.부주제처럼 나왔던 '안개'속에 빠졌다 나온것처럼 뭔가 끝맺음이 깔끔하지 못한 에코를 본것 같아 조금 아쉽다.하편 중반부까지는 재미있게 읽었는데 마지막 삽화가 나오는 부분부터는 애매모호한 기분이 들었다.그가 제목을 만화책에서 따왔듯이 이 소설은 만화로 끝을 맺는듯한 느낌이 들기도 하고 또다른 '장미의 이름'을 기대했던 기대감이 사라졌다.하지만 소설을 읽어 나가며 그가 어린시절을 이렇게 방대하게 정리를 해 놓았는데 나의 어린시절은... 하면서 뒤돌아 보게 만들었다. 독자들에게 자신의 책을 읽어가며 자기자신에게 '신비한 불꽃'을 일으켜 보라는 충고처럼 책은 그렇게 다가왔다.그 불꽃을 찾기에 아직 늦지 않았다고 말해주듯이...
 
 
'깊은 코마에 빠진 뇌는 활동의 징후를 보이지 않는다. 나는 생각하고 느끼고 기억하지만 외부에서 나를 관찰하는 사람들은 내 뇌가 화동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내 뇌는 과학의 현 수준에 맞춰 평평한 뇌전도를 보여 주고 있지만 과학이 인체에 신묘한 기능에 관해서 무엇을 알겠는가? 모니터에 나타나는 뇌파가 평평하다 해도 내장이나 발끝이나 고환으로 사고 작용을 하는 것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내 뇌가 활동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아직 내면의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 500p
 
마틴 이든은 <알게 된 순간에 앎을 끝냈다>고 하지 않는가? 나는 아직 마지막 순간에 다다르지 않았고 죽어 가는 사람들보다 유리하다. 나는 깨달음을 얻고 무언가를 알아 가고 있으며 그 사실을 의식하기까지 한다.나는 특권을 누리고 있는 것일까? ㅡ 524p
 
이제까지 내가 추억하고 있다고 믿었던 것들이 대체로 안개와 연관되었던 것도 그 때문이 아닐까? 안개 역시 내 삶이 한바탕의 꿈이었음을 말해 주는 징후였다. 삶이 한바탕의 꿈이라는 말은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을 인용한 것이다. ㅡ 683p
 
우리는 우리가 어떤 심술궂은 귀신에게 속아 허깨비를 보고 있다고 가정할 수 있음에도 마치 우리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이 현실인 것처럼 행동한다.그래야 계속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ㅡ685p
 
로아나 여왕이 아니라면 내가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겠는가? 나는 내가 다시 종이로 된 기억에 의지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나는 만화 속의 로아나 여왕이 아니라 나 자신의 로아나 여왕을 생각하는 것이다.내 마음속의 로아나 여왕은 훨씬 숭고하다.그녀는 부활의 불꽃을 간수하고 있다.돌로 변해 버린 지가 아무리 오래된 시신이라도 이 신비한 불꽃이 닿으면 다시 생명을 얻는다. ㅡ687p
 
이제 비로소 잔니가 했던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다.그의 말대로 나는 평생에 걸쳐 어떤 여자와 만나든 릴라의 얼굴을 찾고자 했장면을 연기할 수 있는 그 날을 기다렸다.그 장면이 나에게 영원히 찾아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고 아마도 그 때문에 첫 번째 사고가 일어났을 것이다. ㅡ 679p
 
 
이 책이 에코의 마지막 책이 아니길 바란다.전작들처럼 그의 유머와 해박한 지식이 잘 들어난 다음 작품이 곧 나와주길 바랄뿐이다.이 책을 읽다보니 오래전에 읽었던 '장미의 이름'과 '푸코의 진자'를 다시 읽고 싶어졌다.그 작품들에서 에코의 진면목을 다시 만나야 할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학생 여러분 반올림 14
이상운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8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중학생인 두 딸을 두고 있기에 날마다 녀석들과 싸움아닌 싸움으로 시끄러움이 그치지 않기에 제1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녀석들과 제2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나와 좀더 매끄러운 관계를 이어나가는데 도움이 될까 하여 이벤트에 신청을 하였는데 생각지도 못하고 있던 차에 책이 배달되어 왔다.우리집은 그러니까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여자가 셋이다.
 
나 또한 사춘기 시절엔 당차고 반항적이며 내 고집을 많이 부렸지만 지금의 아이들처럼 막무가내는 아니었다.가정형편에 어느 정도 편승하며 부모의 말을 어기면서도 받아 들였는데 요즘의 아이들은 도무지 부모보다는 자신들의 입장만 내세워 모든것을 자신의 잣대로 저울질을 하니 감당이 안된다.거기에 학교에서 배울 공부를 학원에서 미리 선행을 하기에 학교는 건성이고 학원공부에 더 치중을 하는가하면 미디어의 발달과 부모의 치맛바람에 휘날려 다니느라 더욱 날카롭기도 하지만 자신들의 주관이 뚜렷하고 거세다.그러니 구세대와 신세대의 만남엔 마찰음이 통과의례처럼 되었다.
 
몸집이 커지니 당연히 생각도 커졌다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리듯 반항을 한다.아직 이성이 완전하게 자리하지 못한 아이들은 자신들의 판단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부모를 바라보기에 이해의 폭이 좁기도 하지만 그런 반면에 밟으면 깨지기 쉬운 살얼음과 같기도 하다.자신의 잘못을 지적하여 잘 설명해주면 눈물을 보이는 여린 병아리처럼 마음을 아프게도 한다.그런 아이들이 학교와 학원을 오가며 잠자는 시간도 없이 공부와 수행에 매달리며 대한민국에서 제일 바쁘게 살고 있지만 그 존재들이 제일 잊혀져 가고 있는것 같다. 그런 반면에서 청소년 문학이라는 점에서 제일 반갑고 높게 점수를 주고 싶다.하지만 약간은 동떨어진듯한 이야기가 있는 듯 하기도 하여 반감이 들기도 했다. 자신의 용돈으로 할머니의 마늘을 몽땅 산다는 것은 약간은 비약이지만 어처구니가 없다. 요즘 아이들은 너무 약기에 그런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부모의 이혼으로 마음아파 하는 혜리를 잘 감싸주는 현서를 만날때는 가슴이 따듯해졌다. 요즘 이혼은 흔한 이야기며 그로 인한 가정의 파괴로 아이들이 상처를 입는 경우도 많은데 그런 친구를 나몰라라 하지 않고 감싸주는 마음 따듯한 현서를 만나니 그게 바로 중학생 인것 같으면서 이성에게 느끼고 있는 감정이 무엇인지 아직은 정확하게 몰라 친구로 있는 그 상태가 웃음짓게 만든다. 또 한 친구,조금은 엉뚱하면서도 친구중에 감초처럼 행동하는 준호,친구들 중에는 그런 친구가 꼭 한명씩은 있다.그런 친구가 나중에 더 기억에 많이 남는데 작가에게도 그런 친구가 기억에 남았던것 같다.여기에 등장하는 중학생들은 지금의 아이들이 걷고 있는 수행이나 공부라는 무거운 주제가 아닌 그저 일상적인 면을 보는 것 같은 일상적인 언어들로 그들을 표현해 내려 하여 무거움은 없고 <젊은 느티나무>나 <어린왕자>를 생각나게 했다. 내가 자라던 시절에는 하이틴 소설이 참 많이 유행했던 것 같다.지금은 아이들이 책을 읽을 시간도 부족하지만 그런류의 소설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성장기를 거치는가 하는데 갑자기 아이들은 커버리는 것 같다.제일 감성적이며 사춘기 시절의 독서가 제일 기억에 많이 남는데 책을 가까이 하지 않지만 대입이나 고입에 시달려야 하기에 다이제스트 식으로 훑고 지나야 하는 아이들에게 중학생 눈높이에 맞는 책이라는 점에서 우선 딸들에게 읽히고 싶다.책이 배달되고 막내인 중2 딸이 먼저 읽기는 했지만 뭔가 읽은 후의 소감은 자신들의 언어를 많이 사용했지만 약간은 동떨어진듯한 갭을 발견한 모양이다. 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며 좀더 많은 것을 기대했지만 책은 그들의 눈높이로 그들을 바라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서로의 눈높이에서 대화를 하기에 단절이 오고 어긋남이 오는데 그들의 눈높이로 바라보고 대화를 한다면 내가 지나온 길인 그 시절의 아이들을 좀더 이해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짐을 말해 주고 있는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박경리 시집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2008년 5월 5일 우리문단의 큰 별인 박경리선생님이 작고하고 고인이 남긴 유고시들 39편이 한데 묶여 시집으로 나온것이다.제목에서 처럼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했듯이 작가는 욕심없이 한평생을 살아온것 처럼 마지막 길에도 훌훌 털고 가신듯 하다.팔십평생 많은 일들이 스쳐 지나갔지만 농부처럼 땅을 일구며 원고지와 만년필을 벗하여 지낸 겸허하게 보낸 그의 생이 우러러 보인다.
 
속박과 가난의 세월
그렇게도 많은 눈물을 흘렸건만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잔잔해진 눈으로 뒤돌아보는
청춘은 너무나 짧고 아름다웠다
젊은 날에는 왜 그것이 보이지 않았을까..
 
- 산다는 것 중에서 -
 
 
달빛이 스며드는 차거운 밤에는
이 세상 끝의 끝으로 온 것 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 주었고
사마천을 생각하며 살았다.
 
그 세월,옛날의 그 집
나를 지켜주는 것은
오로지 적막뿐이었다.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 밖에서는

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까치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옛날의 그 집 중에서 -
 
 
 기차를 타고
혹은 배를 타고
그런 여행은 아니었지만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끼는
그런 여행은 아니었지만
보다 은밀하게 내면으로 내면으로
촘촘하고 섬세했으며
다양하고 풍성했다
 
- 여행 중에서 -
 
 
벼개에 머리 얹고 곰곰이 생각하니
그것 다 바느질이 아니었던가
개미 쳇바퀴 돌 듯
한 땀 한 땀 기워 나간 흔적들이
글줄로 남은 게 아니었을까
 
-바느질 중에서 -
 
차분하게 자신의 삶을 정리하듯 써 내려간 시들이 가슴에 깊게 박힌다. 외할머니 어머니 천성등 자신을 뒤돌아 보는 시들에 자신이 살아온 팔십평생을 고스란히 담아 버리고 비운것 같아 읽는 내내 마음이 짠 하다. 팔십평생 글을 쓰며 여행도 글 속에서 하고 자신의 삶을 바느질 하듯 글로 다 풀어 놓은 우리문단의 큰 별,위대한 작가 박경리 선생님의 마지막 시편들이 작가의 뒷모습을 비추어주듯 고운 바느질로 이렇게 우리앞에 나와 더욱 기쁘기도 하고 오래도록 간직하고 프며 내 자신에게 채찍질을 하고 싶을때 언제 어디서나 들여다봐야 할 듯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