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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의 우아함
뮈리엘 바르베리 지음, 김관오 옮김 / 아르테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미셸 부인... 어떻게 말해야 될까? 그녀는 지성으로 번득인다. 그런데도 그녀는 노시초사,그래, 그녀는 수위처럼 연기하려고 그리고 멍청하게 보이려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훤히 보인다.하지만 난 그녀가 장 아르텡스에게 말할 때,디안느의 등 뒤에서 넵튠에게 말을 걸 때,자신에게 인사도 않고 지나치는 이 건물의 부인들을 바라볼 때, 난 그녀를 관찰했었다. 미셸부인,그녀는 고슴도치의 우아함을 지니고 있다. 겉으로 보면 그녀는 가시로 뒤덮여 있어 진짜 철옹성 같지만, 그러나 속은 그녀 역시 고슴도치들처럼 꾸밈없는 세련됨을 지나고 있다고 난 직감했다. 겉보기엔 무감각한듯 하지만, 고집스럽게 홀로 있고 지독하게 우아한 작은 짐슴 고슴도치...... 본문206p
내 이름은 르네, 쉰네 살이고,고급 아파트인 그르넬 가 7번지 건물의 수위 아줌마,그녀는 남편이 죽고 고양이 한마리를 키우며 사는 못생긴 수위 아줌마이다. 너무도 평범하고 자기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어 드러나지 않는 그야말로 평범 그 자체이지만 그녀는 글에,철학에 밝다. 늘 책을 읽으며 시장바구니에도 책 한권씩 들어 있을 정도로 그녀는 책을 읽으며 자신의 우아함을 혼자서 지켜왔다.
그러던 어느 날, 오층에 오주씨가 이사를 오면서 그녀의 우아함은 탄로가 난다. 육층에 사는 12살의 꼬마 아가씨 팔로마는 13살이 되는 생일날에 자살할 결심을 하고 있다가 수위인 르네 아줌마와 오주씨를 알게 되면서 생각이 바뀌어 간다. 팔로마는 르네의 수위실에 갔다가 그녀의 우아함을 훔쳐 보고는 오주씨와 르네 사이의 가교역활을 한다.
가진것은 많아 늘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던 오주씨는 르네를 처음 본 순간부터 마음에 들어 그녀와 생을 함께 할 생각을 하며 그녀에게 다가간다. 그는 그녀의 숨겨진 지식의 박식함을 알고는 남은 생을 함께 하자고 하지만 르네는 선뜻 그의 뜻에 따르지 못하다가 그와 함께 할것을 결심하던 순간에 불쌍한 사람을 도와주다가 교통사고로 죽고 만다.
어찌 보면 내용이 딱딱한 맛도 있다.철학에 대한 이야기며 르네와 팔로마의 생각과 일상이 주거니 받거니 이어지는 이야기는 반정도까지는 별 재미를 못 느꼈지만 오주씨가 이사오는 장면부터는 이야기의 반전이라고 해야할까 약간의 재미를 느끼며 흥미있게 읽기 시작했다. 부부나 친구나 오랜 시간을 살다보면 서로에게 공통의 취미나 관심사가 삶을 더욱 단단하게 연결해 주는것 같다. 가진것의 있고 없음을 떠나 서로가 대화를 나눌 수 있고 교감을 할 수 있는 공통분모가 있다면 삶은 더욱 엔돌핀이 솟아나듯 활력이 넘친다.
이 책에서도 르네와 팔로마 그리고 오주씨는 서로의 관심사와 교감되는 부분이 있었기에 나이,지위, 모든것을 떠나서 친구처럼 하나로 연결될 수 있었다. 고슴도치에겐 가시 같은 털이 있어 누구나 선입견에 꺼리는 면이 있지만 그 속에 감추어진 우아함,그 진면목이란 그 사람을 가까이 하지 못한다면 발견하지 못할 진주인지 모른다. 우리는 사람을 평가할때 그사람이 가진것이나 지위 직업등, 겉으로 들어나는 면만으로 평가를 하기 일쑤이다. 그 사람의 내면에 자리한 진주는 놓치고 겉모습에 치중하는 것에 단련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면에서 이 소설은 다시 한번 잘못된 고정관념을 타파하라는 따끔한 고슴도치의 가시같은 소설이다.
"진지하게 말해서,환상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부인의 고양이 이름은 레옹이고 제 고양이들은 키티와 레빈이죠.
우리 둘 모두 톨스토이와 네덜란드 그림을 좋아하고,
같은 장소에 살죠. 이 같은 일이 일어날 확률이 얼마나 되겠습니까?"....p331